학언(큰글자책)

학언(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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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세기 지식인 단계 김인섭의 시집 《학언》을 소개한다. 그가 젊은 시절 서울 객관 소도원에 머물던 6개월간 지은 100수의 7언 율시를 엮은 것이다. ‘학언’은 자신의 시가 “갓난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겸양의 표현이다. 이 시집에는 지독한 가난이 덮친 서울살이의 고달픔, 벗과의 교감, 유람을 통한 위로, 그리고 벼슬과 은거 사이에서의 치열한 고뇌가 생생히 담겨 있다. 세속적 출세 대신 학문과 수양의 길을 택한 젊은 선비의 내면 기록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성찰의 울림을 전한다.
저자

김인섭

김인섭(金麟燮,1827∼1903)은조선후기의학자이자문신으로자는성부(聖夫),호는단계(端磎),본관은상산(商山)이다.경남함양에서태어나주로산청단성에서거주하며남명조식의학문적전통을강하게계승했다.정재류치명과성재허전에게수학하며학문의깊이를다졌다.
1846년,가문에서250여년만에20세의젊은나이로문과에급제해영남남인들의촉망을받았다.그러나세도정치의혼란스러운현실과자기수양을중시하는위기지학(爲己之學)의지향사이에서깊이고뇌했다.결국한양소도원에서의궁핍한객지생활을끝으로1858년관직생활을미련없이청산하고귀향했다.
그러나고향에서의삶도평탄치않았다.1862년지방관의탐학과삼정의문란에맞서부친김령과함께단성농민항쟁을주도했다.고통받는백성의편에섰으나,이사건으로부친은유배되고자신은태형을겪는옥고를치렀다.1867년에는암행어사에게무단토호로억울하게지목되어강원도고성과통천등지로유배되는고초를겪기도했다.하지만유배지에서도결코학자로서의절개를잃지않고수많은시를남기며지역민과깊이교유했다.
1868년해배된후에는고향에대암정사(大嵒精舍)등을세우고후학양성과저술활동에평생을바쳤다.특히남명조식의사상을온전히보전하기위해《남명집》의임의적인개간(改刊)을강력히반대했으며,성리학의본질을묻는여러저술을통해유학의정통성을수호하려애썼다.
평생세속적인영달보다학자의꼿꼿한양심과실천을중시했던그는,청춘의고뇌가담긴《학언》을비롯해1000여수가넘는시와방대한글이수록된《단계집(端磎集)》을남겼다.19세기격동의시대,영남유학계를대표하는실천적지식인이자뛰어난문장가로서오늘날까지깊은족적을전하고있다.

목차

학언서

조정언의〈눈을읊다〉를차운하다
또〈눈내린풍경을읊다〉를차운하다
또〈화병에꽂힌매화〉시에차운하다10수
큰눈이내린뒤지내는집밖바람소리에장난삼아지어서조어른께보내려한다
눈오는밤조어른을방문했지만만나지못하다
백서이진사를추모하며
조어른의〈영설월(詠雪月)〉시에차운하다
또〈입춘전날저녁〉시에차운하다
무오년(1858)1월7일밤소도원의작은모임에서《아송》의운에차운해각율시2수씩짓다
인일이후잇달아몹시추웠다.12일밤에심어른·이공두상사와조어른이와서함께시를지었다.나는다음날에완성할수있었다
한가롭게지내면서이것저것읊조리다
규산께답하다
시름을달래며
혜화문에올라기대어바라보다
정월대보름밤다리밟기를하며한수를짓다
신흥사와봉국사두절을유람하며
청수산장을다시방문하며
이월초이틀밤에규산께서오셔서무(巫)자를꺼내서로보며웃다
3일밤고시의운을따서다시짓다
당나라시인의시를차운하다
초7일춘분전날밤큰눈이내리다
밤에심·조두어른이찾아와또〈춘설〉시를지으시길래그자리에서차운하다
또즉흥시를짓다
전에지은시를차운하다
7일밤당시의운을빌려늦게시를짓다
부친께서지난달29일에지으신시를공경히차운하며추위가심한오늘밤홀로앉아스스로를위로하다
봄추위
11일밤율시2수를지었는데,닭이울때에야잠에들었다.산에뜬달이창을가득비추었다
12일밤대청에앉아있는데,그날밤구름과달은하늘에있고,연기와안개가산을가리기에
북산을유람하며임(林)자운을불렀다.조어른이먼저시를완성했는데,비가올것같아길을재촉해나는나중이되어서야지었다
15일밤
아버님이며칠동안때를놓쳐안색이크게상하시니,못난자식이보잘것없음을스스로탓하며전의시운을차운해짓다
20일밤
장참봉이백씨에게부친시에차운하다
한식에공손히헌릉전사관의시에차운하다
며칠동안시를짓지않고있었는데,27일밤에규산께서오셔서함께육유의율시에차운하다
29일밤술을마시며율시2수를짓다
그믐에동소문에갔는데,우연히한구절을읊다가이어서장구를짓다
아무렇게나읊조리다
3월2일밤또육유의율시를차운하다
육유의율시를읽고
규산과함께집뒤에서놀았다.이날한귀인이죽었다는소식을듣고운을맞추어함께시를짓다
두보의시에차운해한가함속일을기록하다
3월초5일낙산을지나가며
영파정에서
동원에서매화를감상하며
우연히읊다
봄이와나가놀지않는날이없어장구를지어기록하다
초10일빗속에흥을풀다
일없이한가롭게지내며소도원에서본것을가지고소도원팔경시를짓다
12일밤종산께서찾아와흔쾌히시2수를지었다.이날밤꽃과달빛은당연히석달봄중에제일이었다
내가객지에머물며굶주림에괴로워했는데,갑자기이웃집할머니가와서음식을주길래감동해시를지어기록하다
동소문밖정씨의정자에서놀다가다시북저동에들어가니수석이매우기이해곧장율시한수를읊다
앞의운을다시사용해규산께보여드리고함께한번웃다
종산의시에차운하다
장기백에게답하다
집뒤를걷다가우연히시한편을짓다
3월29일에규산과함께신흥사에다시놀러가점심을먹고붓을휘둘러장편을짓다
봉국사칠성각에짓다
밤에종산이와서다시봄을전송하는시를짓다
다른사람이반송에대해읊은시에차운하다
남산에오르다
초6일밤에비가와서규산과함께향산의복거시에차운하다
어떤사람의시를차운하다
규산께드리다
4월15일밤
규산께드리다
류내구와함께북악에올랐다가창의문으로내려와저녁에객관에서모여시한편을지었다
학사권요장씨의〈정릉유감〉시를차운하다
상당산성을지나며시한수를지어주인에게드리다
시냇가집에있으면서장서와함께시한수를읊조리다

해설
부록−단계김인섭의《학언(學言)》연구
옮긴이후기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지만지한국문학의〈지역고전학총서〉는서울지역의주요문인에가려소외되었던빛나는지역학자의고전을발굴번역합니다.‘중심’과‘주변’이라는권력에서벗어나모든지역의문화자산이동등한대우를받을수있도록합니다.지역학문발전에이바지한지역지식인들의치열한삶과그성과를통해새로운지식지도를만들어나갑니다.

출세의길목에서참된‘나’를묻다
19세기조선세도정치의한복판,스무살의젊은나이에문과에급제했으나극심한가난과내적갈등속에서참된선비의길을고민했던청년이있다.바로단계(端磎)김인섭(1827∼1903)이다.《학언(學言)》은그가도성에서관직생활을하던1857년11월부터이듬해5월완전히낙향하기까지,혜화문안객관인소도원(小桃源)에머물며지은100수의시를엮은시집이다.
영남남인출신으로가문의막대한기대를안고출사했지만,김인섭의진짜지향점은벼슬이아닌본성을갈고닦는위기지학(爲己之學)에있었다.이책에는말직을전전하며며칠씩끼니를거르고추위에떨어야했던처절한서울살이의고달픔과,그속에서도결코꺾이지않았던지식인으로서의호연지기가생생하게담겨있다.
책의제목인‘학언’은자신의시가“갓난아이가처음말을배우는수준에불과하다”는겸양의표현이다.김인섭은시란본디자신의진솔한뜻을꾸밈없이표현하는것[詩言志]이어야한다고여겼으며,타인의이목을끌기위한화려한수식을배격했다.형식에얽매이지않는고시(古詩)를숭상하는그의문학관이싹튼출발점이바로이시기다.비록기본기를다지는단계라칭하며7언율시의형식을빌렸지만,그안에는형식보다빛나는진심이가득하다.
시집은크게네가지결을지닌다.궁핍한객지생활에서든든한버팀목이되어준지인들과의정신적연대,팍팍한현실을잊게해준명소유람의서정,배고픔앞에서도도덕적우월감과자존감을잃지않은초탈한기상,그리고벼슬에대한미련을버리고마침내자연으로의은거를결심하게되는출처(出處)의고뇌다.
《학언》은단순한한시집을넘어선,격동의시대에세속의잣대에휘둘리지않고스스로떳떳한삶을선택하기위해치열하게내면과싸웠던한젊은지식인의찬란하고도아픈청춘의기록이다.오늘날삶의방향성을고민하는독자들에게이책은시대를초월한깊은울림과성찰을안겨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