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시킨 메달 2026년 수훈
김정아 박사 10년 완역 합본판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으로 꼽히는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한 권에 담았다. 김정아 박사가 10년간 4대 장편을 모두 번역했다.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고 작가의 고유한 사상과 문체를 일관되게 살렸다. 번역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6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받았다. 푸시킨 메달은 러시아 문화와 언어의 발전 및 보급에 공이 큰 사람에게 러시아 정부가 수여하는 상이다.
해설 98쪽, 삽화 109점, 부록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인생과 문학〉 27쪽과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도는 깊이 있는 이해와 몰입을 돕는다. 표지에는 24K 금박 문양을 찍었고 작가의 부조를 붙였다. 책의 3면에는 금장을 입혔다.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을 한 사람의 번역,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
4대 장편을 한 권에
개별 작품으로 읽으면 이야기가 주로 보이지만 합본으로 읽으면 인간, 신과 신념에 평생 몰두해 온 작가의 사상 전체가 보인다. 4대 장편은 도스토옙스키가 8년간의 유형 생활을 마치고 1866년부터 사망하기 1년 전 1880년까지 오랜 시간을 거쳐 쓴 작품이다. 글쓰기가 곧 삶이었던 작가는 가난, 도박, 간질, 자식의 죽음 등 자신의 절망적 현실을 녹여 작품으로 써냈다. 유형 생활은 작가의 사상이 크게 전환된 사건이었다. 범죄자의 심리뿐만 아니라 러시아 민중이 지닌 정신적 원천을 경험했다. 작가는 러시아 민중의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가치가 인텔리겐치아들의 서구 사상보다 훨씬 더 진리에 가까운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후 4대 장편에서 작가는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살인은 가능한가?’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되는가?’ ‘인간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기면 신이 되는가?’ 질문한다. 그의 질문은 오만한 공리주의와 허무주의의 오류를 꼬집고 내적 성찰과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나아가게 한다. 인간 존재에 대한 작가 평생의 탐구가 담긴 4대 장편은 프로이트, 니체, 아인슈타인, 조이스, 헤밍웨이, 울프 등 위대한 사상가와 작가 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1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한 울림을 전한다.
김정아 박사의 10년 완역
도스토옙스키의 고유한 사상과 문체는 각기 다른 사람의 작업으로는 일관된 결을 살리기 어렵다. 특히 도스토옙스키는 한 문장 안에서 동음이의어를 여러 번 쓰면서 격렬한 내적 독백을 이어가기 때문에 맥락과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는 인공지능 번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번역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아는 제대로 된 도스토옙스키를 전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10년을 들여 4대 장편 1인 완역을 이루었다. 분량뿐만 아니라 사상적, 심리적, 철학적 차원에서 너무도 방대해 4대 장편을 한 사람이 번역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4대 장편을 번역하는 데 독일의 번역가 스베틀라나 가이어는 약 20년, 미국의 번역가 부부 리처드 피비어와 라리사 볼로혼스카야는 11년 가까이 걸렸다. 김정아는 10년이 걸렸다.
번역만 10년이고 30여 년 전부터 그는 도스토옙스키에 몰두해 왔다. 열일곱 살에 《죄와 벌》을 처음 읽고 도스토옙스키에 매료되어 도스토옙스키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 학사와 석사, 일리노이대 슬라브어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홀로 번역한 분량은 A4 판형을 기준으로 《죄와 벌》 452쪽, 《백치》 535쪽, 《악령》 560쪽,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732쪽이다. 번역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6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문화 예술 훈장인 푸시킨 메달을 받았다.
살아 있는 번역
도스토옙스키는 평생 신경증과 뇌전증을 앓았다. 병적인 예민함으로 인간 영혼을 글로 써냈다. 러시아의 문학 비평가 메레시콥스키는 그런 그를 ‘영의 관조자’라 칭했다. 번역이 단순히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이 아니듯,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번역은 소설 안에서 들끓는 영혼들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판사는 김정아의 번역문을 읽고 ‘도스토옙스키와 영혼의 스파크가 이는 번역’이라고 평했다. 100년 갈 번역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시리즈는 시작되었다.
첫째,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않은 기존 한국어 번역본의 오역과 누락을 100곳 넘게 보완했다.
둘째, 러시아어 원전, 영어 번역본, 일본어 번역본, 국내 기존 번역본을 대조해 문장 하나하나의 뜻과 뉘앙스를 정확히 살렸다.
셋째, 러시아 본연의 문화를 받아들이도록 디반(Диван, 소파), 사모바르(самова́р, 주전자), 피로그(пирог, 파이) 등 사물과 음식을 음차로 표기하고 그에 대한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
넷째, 저녁 8시에 자고 신경이 예민한 때인 새벽 1~2시에 일어나 한밤중 번역을 이어갔다.
“정확한 번역보다도 살아 있는 번역”으로 “러시아어의 숨결과 페테르부르크 거리의 공기가 느껴지도록” 노력했다는 김정아의 4대 장편 완역 소식은 러시아 대표 통신 〈리아 노보스티(РИА Новости)〉, 〈타스(ТАСС)〉, 대표 뉴스 〈노보스티 쿨투라(Новости Культура)〉, 대표 재단 〈루스키 미르(русский мир )〉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 국내 언론사 21곳에 보도되었다.
고품질 장정과 구성
100년 갈 번역에 걸맞게 단단한 장정으로 선보인다. 변형이 거의 없는 포크로스 종이의 하드커버 표지에 5mm 두께, 9cm 크기의 작가의 얼굴 부조를 부착하고 24K 금박 문양을 찍었다. 책의 3면에는 금장을 입히고 각 장편마다 가름끈 4개를 부착했다. 방대한 분량이나 얇지 않은 종이로 소장과 독서, 모두 용이한 책을 만들었다. 2400여 쪽의 책을 만드는 과정에는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들이 많다. 손수 금장을 입히고, 네 개의 가름끈을 달고, 붓으로 풀을 펴발라 하나하나 성책했다.
삽화 109점과 해설 98쪽, 부록 27쪽이 책의 가치를 높인다. 삽화를 수록한 국내 판본은 이 시리즈가 유일하다. 《죄와 벌》에는 프리츠 아이헨베르크의 목판화 23점을, 《백치》에는 러시아 명예 예술가 안드레이 우신의 판화와 일리야 글라주노프의 회화 26점을, 《악령》에는 러시아 예술가 연맹 회원 미하일 가브리치코프의 판화 39점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실험적 애니메이터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와 일리야 글라주노프의 회화 21점을 수록했다.
19세기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 정교회의 신학적 배경, 작품 속 상징적 숫자의 의미, 인물과 장소의 원형까지 상세한 해설은 누구나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정수에 다가가도록 돕는다. 부록으로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상징주의 비평가 드미트리 메레시콥스키의 비평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지식을만드는지식, 2026)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인생과 문학에 대한 주요한 대목을 발췌해 구성했다. 그의 인생사를 조명해 철저한 분석을 제시한 것으로 인간에 대한 작가의 사상이 집약된 4대 장편을 받아들이는 데 발판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