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사(큰글자책)

단장사(큰글자책)

$29.00
Description
이청조와 함께 송대의 대표 여성 사인(詞人)으로 꼽히는 주숙진의 사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허난설헌과도 비견할 수 있는 주숙진은 천재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로 고통을 겪다 젊은 나이에 자살했으며, 사후에 부모가 작품을 모두 태워 현전하는 사(詞)는 이 책에 수록된 32수뿐이다. 그녀는 개인적인 불행과 가혹한 운명 속에서 겪은 고통을 자신만의 처연하고 진솔한 문체로 사작에 투영했으며, 꾸밈없이 인간의 본질을 파고든다는 찬사를 받는다.
저자

주숙진

주숙진(朱淑眞,1135?∼1180?)은송대(宋代)의대표적인여성작가다.한때문헌의오기탓에‘주숙정(朱淑貞)’으로잘못불리기도했으나현재는주숙진이본명으로통용된다.명확한생졸년에는이견이많지만,대개1135년경에태어나40여년을살다1180년경사망한전당(錢塘,현항저우)출신인물로추정한다.
후대의여러문헌은그녀가무지한부모의판단탓에교양없고무식한시정배와혼인하여불행했다고기록했다.그러나그녀가직접남긴시와산문(〈춘일서회〉,〈선기도기〉등)을살펴보면사실과다르다.실제주숙진은예술품수집을즐기던절서지방관리의딸로유복한사대부가정에서자랐으며,남편역시시정배가아닌지방관리였음을알수있다.
어려서부터학문을즐기고뛰어난문학적재능을지녔던그녀는,자신의지성과감성을이해하지못하는남편과의애정없는결혼생활속에서깊은절망을겪었다.결국갈등속에서비극적인여생을보내다세상을떠났다.사후그녀의부모는출가한딸이남긴뜨거운감정의애정시사(詩詞)들이가문의오명이될까두려워모두불태웠다.다행히화를면한일부작품이후대에수집되어《단장집(斷腸集)》으로편찬되었고,이를통해불행했던천재여성작가의뛰어난문학성과짙은우수(憂愁)를오늘날까지엿볼수있다.

목차

새해초승달은차가운옥갈고리같네
시름겨운봄풍경또청명절이네
주렴걷고봄풍경보기힘든데
눈길닿는곳마다끝없이감정이일어나네
그대만나기는어렵네
홀로걷다가홀로앉았다가
봄시름일어나는곳어디인가
천잔으로봄에취하길원하는데
누구에게부탁해마지막봄밤을전할까
애교부릴때는다른사람시선도두렵지않고
다시금이별곡을연주하네
해질녘비단장막으로스며드는어쩔수없는차가운기운
술잔을들고봄을보내나봄은말이없고
수심은다시또생겨나고
사람홀리는향기를
견우와직녀가몇번의칠석보냈던가
옥같은눈꽃날리다땅에떨어져도괜찮은데
하얀옥구슬을하늘에가득뿌린듯
달빛이깃들어매화는차네
초췌해도그대라서괜찮다네
매화꽃에취해단장하는모습
봄을감상하려는데꽃샘추위걱정하네
눈처럼하얀배꽃은봄정원에가득하고
눈내리는하늘이아름다워정신도맑네
꿈도깨고술도깨니봄날의수심이두렵고
지는꽃과내리는비로밤은길다네
사람은멀리있고하늘끝은가까이있네
다만지난해의그사람보이지않아
가을소리에갑자기오동잎떨어지는것이보이네
매화는사람이여위어가는것을알지못하네
옥같이얼음같이고결한모습
향기로운계단에푸르름만펼쳐졌네
해설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찰나의미학으로빚어낸규방의통한
중국고전문학의대표적인4대양식인시·사·곡·소설중에서도'사(詞)'는인간의감성을가장세밀하고은밀하게표현해낸감성문학의결정체다.엄격한형식을갖춘시(詩)와달리,사는격동의난세속에서문인들에게유일한정서적해방구가되어주었다.당·오대를거쳐송나라에이르러만개한사문학은후대에'송사(宋詞)'라는독보적인이름을얻으며절정기를맞이한다.
특히금나라의침공으로국토의절반을잃은남송시기는사문학의대전환기였다.우국충정을노래하는호방한작품들과함께,개인의내면을밀도높게표현한격률사파가등장하며기교적으로정점에달했다.중국문학사상가장걸출한여성사인으로꼽히는이청조와주숙진이활약한시기도바로이때다.당시주숙진은가혹한개인적불행에가로막혀감히나라를걱정할여력조차없었다.그러나그녀는자신을조여오는고통과번뇌를철저히내면화해,오직자신만의처연하고진솔한문체로독자적인예술세계를구축했다.
"청신하고아름답게쌓인생각들로마음의심사를말하고있으니,어찌일반인이따를수있겠는가!"
—송대위중공,《주숙진단장시집서》중에서
주숙진의사문학은백거이,이상은,온정균등당·오대대가들의전통을잇는동시에이청조의짙은정조로부터깊은영향을받았다.그녀의작품은크게두갈래로나뉜다.규방에서겪은사랑과이별의얽히고설킨감정을풍경과조화시킨‘애정사’,그리고매화,배꽃,달등의사물에주관적인슬픔을투영해무한한여운을남기는‘영물사’다.청대왕궈웨이가“감정을말하면사람의마음을울리고,경치를그리면이목을열어젖힌다”라고극찬했을만큼,그녀의사는꾸밈없이인간의본질을파고든다.
안타깝게도주숙진의사작은사후그녀의부모에의해대부분불태워져단32수만이세상에살아남았다.이번에출간된《단장사》는역사속으로사라질뻔했던주숙진의현전사32수전체를완역한국내최초의성과다.기존중국판본에서누락되거나유실되었던단한수까지완벽히발굴하여수록했다.
독자의이해를돕기위해음악적곡조에불과했던기존의사조(詞調)제목대신작품을대표하는가장아름다운구절을새제목으로채택했으며,세밀한주석과깊이있는작품해설을덧붙여1000년전천재여성작가가겪어야했던단장(斷腸,창자가끊어지는듯한슬픔)의고통과문학적향취를온전히느낄수있도록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