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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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세상의 전부라 여겼던 소중한 존재를 잃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 있을까? 너무나 괴로워서 외면하고 싶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믿고 싶은 그 고통에 대해 김중미 작가는 끝까지 이야기한다. 타인의 슬픔과 아픔을 들여다보자고,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고, 그렇게 함께 힘을 내 보자고 손을 내민다.
저자

김중미

동화,청소년소설작가.1963년인천에서태어났다.1987년부터인천만석동에서‘기찻길옆공부방’을열고지역운동을해왔으며,2001년강화양도면으로이사해지금까지‘기찻길옆작은학교’의농촌공동체를꾸려가고있다.1999년창비‘좋은어린이책’원고공모에『괭이부리말아이들』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동화『종이밥』『내동생아영이』『행운이와오복이』,청소년소설『조커와나...

목차

1.모리이야기
2.크레마이야기
3.마루이야기
4.연우이야기
5.다시시작하는이야기

출판사 서평

마음을열어봐,그럼들릴거야

낮은산청소년문학키큰나무시리즈14권.『괭이부리말아이들』『종이밥』『모두깜언』의작가김중미의신작장편소설이다.각박하고부조리한현실속에서도아이들을통해끊임없이희망을길어올렸던김중미작가의마음에이번에는고양이들이들어왔다.
작가는탈고후보내온편지에서이이야기를완성한소감을이렇게전해왔다.
“오래걸리긴했지만이제야고양이들을통해진짜제가하고싶었던이야기를
찾은것같아요.어쩌면떠나보낸이들에대한씻김굿같기도하고,
남은이들끼리의다짐같기도하고…….”
김중미작가는세상에서상처받고사람때문에다친,저마다아픈사연을지닌고양이들을통해타인의슬픔과아픔을들여다보며공감하고서로소통하는일의소중함에대해이야기한다.이들의이야기에귀기울이다보면말의힘,소통의힘이얼마나큰지,우리가어떻게서로관계를맺고살아가야하는지에대한소중한진실을깨닫게된다.

“그냥모르는척하고싶었어.안보면덜힘드니까.”
새끼잃은고양이와엄마잃은아이


고양이는어느날갑자기새끼들을다잃었다.늘배고프고누군가에게쫓기며하루하루힘겹게버티던삶이었다.길고양이들에게는길에서죽는일만큼이나새끼를잃거나어미를잃는일도흔한일이었다.그렇다고슬프지않은것은아니었다.
연우는엄마를잃었다.엄마는힘들게일하느라늘바빴고,연우와함께할시간이늘부족했다.엄마가왜그렇게갑자기죽어야했는지이해할수없었다.연우는마음을닫고스스로를가뒀다.
은주는오랫동안살아온작은집과평화로운일상을잃었다.부모님이평생애쓰며일궈왔던삶의터전이재개발바람에무너져내렸다.저항하고싸워봤지만,남은건뿔뿔이흩어진가족과깊이상처받은마음뿐이다.
이세상의전부라여겼던소중한존재를잃는것보다더큰고통이있을까?너무나괴로워서외면하고싶은,나와는상관없는일이라고믿고싶은그고통에대해김중미작가는끝까지이야기한다.타인의슬픔과아픔을들여다보자고,그들의이야기에공감하는것부터시작해보자고,그렇게함께힘을내보자고손을내민다.

“네가왜슬픈지알고싶어.나한테말해줄래?”
슬픔과아픔을나누는법을아는고양이들


연우네집으로고양이들이하나둘모이기시작한다.시장골목에서쓰러져연우네로오게된모리,앞을못보게된고양이크레마,버림받은고양이마루,엄마잃은아기고양이레오까지.저마다아픈사연을지닌고양이들이다시한공간에서만나서로이야기하는법을배워나간다.

엄마가떠나고난뒤우리는각자방에서나오지않았다.슬픔을한아름씩끌어안은채각자가견뎠다.그시간들은숨이막히도록답답했고무거웠다.아빠와외할머니가그렇게견디고있으니나도그래야한다고생각했다.슬픔도고통도함께나누면덜어진다는것을몰랐다.-272쪽

고양이들은끊임없이이야기를하고털을골라주며소통을한다.그런고양이들에게서로말하지못하고,감정을나누지못하는사람들의모습은안타깝기만하다.마음을열고서로눈을맞추고자기마음을솔직히이야기하는이단순한방법만이,어렵지만조금씩상처를치유해준다는걸고양이들은알고있다.그래서고양이들은은주에게,연우에게말을걸어보기로한다.위로해주고싶다는간절한마음을담아서.

“마음을열어봐.그럼들릴거야.”
고양이와사람,사람과사람사이의
소통과연대의이야기


연우가마음을열고고양이와눈을맞추는순간,기적은일어난다.고양이말이들리기시작한것이다.연우와고양이가대화를나누게되면서,연우눈에보이는세상이달라진다.마음을닫고,시선을외면하고살았을때는보이지않던것들이보이고,들리지않던것들이들리기시작한것이다.

나는그동안얼마나많은소리와말과시선들을그냥흘려버리며살았을까?
내가무심코흘려버린타인의울음소리와신음소리는없었을까?-248쪽

먼저말을걸어준고양이덕분에내가아는게전부가아니라는걸,내가맺고있는관계가전부가아니라는걸깨닫게된다.

“매화와벚꽃이한창인마당을멍하니바라보는데,막내고양이레오가다가왔다.레오는고개를갸웃거리더니나를올려다보며야옹거리기시작했다.(…)문득레오가내게위로를건네고있다는걸깨달았다.
나는다시고양이이야기를쓰기시작했다.아니,고양이이야기가아니라슬픔과아픔을나누는법을,기억하는법을잊은사람들의이야기를시작했다.이작품을쓰기전과쓴뒤의나는또다른사람이되었다.귀가더열리고,마음이더열렸다.그것은순전히말의힘,소통의힘이다.”-작가의말중에서

김중미작가는가장어리고약한존재에게서희망을발견해냈다.그리고그희망을나누고싶어고양이의입을빌려우리에게말을걸어왔다.이이야기를읽고나서독자들역시세상이조금은달라보이고,스스로의마음도달라지는경험을하게될지도모른다.말의힘,소통의힘으로슬픔과아픔을서로나눌수있다면,이암울한시절을함께살아낼힘을얻을수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