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터 그리고 48시간

2미터 그리고 48시간

$13.00
Description
낮은산 청소년문학 키큰나무 시리즈 17권.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우리 동네 미자 씨』 『변두리』 등, 따뜻하고도 예민한 시선으로 세상을 살펴보고 그 속의 여린 존재들을 보듬는 이야기로 감동을 전해 온 유은실 작가의 청소년소설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희귀 병은 아니고, 그렇다고 쉽게 낫는 병도 아닌 그레이브스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열여덟 살 정음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4년 동안 약물치료를 받고도 병이 재발하자,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로 한 정음이는 치료 후 48시간이 가장 두렵다.
모두와 2미터를 벌려야 하는 그 시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주위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그 막막하고 외로운 시간을 정음이는 어떻게 견뎌 나갈까?
이 이야기에는 정음이와 같은 병을 겪은 유은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다. 아픈 몸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작가는 열여덟 살 정음이를 통해 ‘공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

유은실

1974년서울에서태어났다.동화『일수의탄생』,『내머리에햇살냄새』,『드림하우스』,『우리동네미자씨』,『나의린드그렌선생님』,『만국기소년』,『멀쩡한이유정』,『나도편식할거야』,『마지막이벤트』,청소년소설『변두리』,『2미터그리고48시간』,『순례주택』,그림책『나의독산동』등을썼다.『만국기소년』으로한국어린이도서상을,『변두리』로제6회권정생문학상을받았다...

목차

프롤로그

1.체질이바뀐게아니야,아픈거지
2.가출을결심하게만든문장
3.그동안잘지냈을까?
4.접근금지,피폭될수있음
5.지구인,내짝
6.격리될수있는평화를향해
7.잘가요.그동안고맙진않았지만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레이브스씨,차라리나를입원시켜줘

이정음은열여덟살여자사람이다.이혼후자동차부품공장에서일하는엄마와남동생과함께산다.양육비를보내준적없는아빠와는가끔만난다.그리고그레이브스병환자다.
그레이브스병때문에생기는‘갑상선기능항진증’은4년동안정음이를괴롭혔다.튀어나온눈과살찐몸으로,가만히있어도오래달리기를한것처럼피곤한상태로,매일학교에가야했다.정음이는그레이브스병을발견했다는‘그레이브스씨’에게애원도하고부탁도하고욕도하면서하루빨리병이몸에서떠나주기를바라지만,그런행운은오지않았다.

아침에일어나거울보는일이괴로웠다.내눈과몸에쏟아지는시선을의식하며집밖으로나갈자신이없었다.
-그레이브스씨,차라리나를입원시켜줘.
나는일상의의무에서벗어나고싶었다.병원이라는공간에유폐되길바랐다.-27쪽

재발과약물치료가반복되면서살은오히려더쪘다.정상체중이되려면15킬로그램을줄여야한다.가난한내인생에넘치는게있다면,체지방과갑상선호르몬이다.둘다쓸데없이많아사는게힘들다.-118쪽

건강하고에너지넘치는또래들사이에서정음이는매일매일약을먹으며아픈몸으로살아가야하는삶에대해담담하게이야기한다.

정음아,너는잘참지?

아픈몸으로살아가는사람은자기이야기를꺼내기가쉽지않다.느닷없는동정을받거나,충고를받거나,심지어비난을받기도한다.그러면서아픔을표현하는말을잃어버리고존재를숨기는데익숙해진다.

정음아,너는잘참지?잘참는사람,어려움이생겼을때자기탓을많이하는사람에게발생빈도가높다는연구결과가있대.-25쪽

진심으로충고하는데,너그렇게우울한얼굴로늘어져있으면옆에있는사람이피곤해.좀웃어라.너보다더아파도잘웃는사람많잖아.-30쪽

건강한이들은아픈몸을‘비정상’으로여기고극복하고이겨내야할상태로쉽게취급해버린다.아픈사람은그럴만한이유가있을거라고믿는다.그러면서‘정상’인자신과아픈몸이다르다는걸확인하고안심하고싶어한다.친구들과멀어질까봐‘가벼운병이있지만늘잘지내는사람’을연기하려애쓰는정음이의이야기를들을수록우리가얼마나아픈몸에대해무지하고아무렇지않게차별과배제를해왔는지알게된다.정음이가들려주는아픈몸에대한이야기는그래서소중하다.당연하고자연스러워보이는상황이라도,그안에어떤폭력성이숨어있는지고스란히드러내기때문이다.

2미터를어떻게벌리지?

정음이는‘방사성요오드치료’를눈앞에두고자기가마치후쿠시마원전처럼방사능을내뿜는존재가되는듯한두려움에빠진다.숨쉬는것만으로도다른사람에게피해를줄수밖에없는48시간,모든사람과2미터이상거리를두어야하는정음이의고독한시간이시작된다.

내반경2미터에붉은색레이저빔이표시되고,‘접근금지,붉은선안으로들어오면피폭될수있음.’하고안내방송이나오는상상을했다.그게가능하다면사람들은나를전염병환자보듯할것이다.그래도그게나을것같았다.아무잘못도하지않은누군가에게피해를주는것보다는.-81쪽

모두와2미터를벌리는일은쉽지않다.혼자사는세상이아닌이상,누군가가다가왔다멀어지는일은끊임없이반복된다.모두와2미터이상거리를벌려야한다는설정은타인과관계맺는방식에대한은유로도읽힌다.타인에게피해를주지않기위해,혹은스스로를지키기위해2미터를벌리려고애써도어느새훅들어오는사람이있는가하면,아무리가까이다가가고자해도저절로2미터이상멀어지는사람이있는것이다.
모두와2미터를벌리기위해고군분투하며고립되기를자초하는정음이에게성큼다가온이들은더는혼자가아니라고,그동안고생많았다고말한다.이들덕분에정음이는잠시나마위로를받는다.정음이는안다.앞으로도깨끗하게병이낫는날이오지않을거라는걸.그럼에도삶은계속되며,그안에서행복을찾을수있고,꿈을꿀수있다는걸.
이이야기에는정음이와같은병을겪은유은실작가의개인적인경험이녹아있다.아픈몸을살아간다는것에대한깊은이해를바탕으로작가는열여덟살정음이를통해‘공감’에대해이야기한다.이이야기를읽으며우리는정음이의눈으로이세상과사람들을보는경험을하게된다.내몸이아프지않은데도누군가의아픔이마음깊이전해졌다면,그것이바로공감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