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와 수치 (한국 근대문학의 풍경 | 양장본 Hardcover)

염치와 수치 (한국 근대문학의 풍경 |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한국 문학사의 근대 백 년을 온몸으로 버틴 작가들을 마주하다!
오늘의 작가가 이전 시대 작가들의 곤혹과 고통에 온전히 몸을 기울이고 마음을 겹쳐본 시간이자, 방대한 기록과 문학작품들을 녹여내 한국 근대 문학에 숨을 불어넣은 경이로운 결과물 『염치와 수치』. 시·소설은 물론 일기, 편지, 산문, 그리고 후대의 평론·평전에 이르기까지 한국 작가로서의 부끄러움으로, 고향을 찾아가는 탕자의 심정으로 한국 근대 문학을 탐독하며 우리 작가들이 어떻게 근대를 열고 헤쳐 나갔는지 펼쳐낸다.

구한말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근대를 문학이라는 광활한 지평 위에 고스란히 옮겨 놓은 이 책에서 저자는 때로는 치졸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누구는 문학 뒤에 숨어 누구는 문학마저 뒤로 한 채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우리 작가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도덕이나 윤리, 혹은 애국심의 기준으로 그들의 공과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작가로서 그들이 꾸려 가던 인생의 어느 한 장면에 초점을 맞춰 그들을 살펴본다.

저자는 손쉬운 비난이나 경외 대신, 부끄러운 얼굴도 자랑스러운 얼굴도 모두 우리 문학의 풍경이었음을 담담히 인정한다. 밉든 곱든 그것이 그들을 새삼 기억하게 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인생 사진 한 컷이기를 바라며 써내려간 이 책을 통해 외면할 얼굴과 기억할 얼굴을 가려내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염치와 수치의 얼굴들이 근대를 어떤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는지 가감 없이 들여다보는 일도 우리에게는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선정내역
- 2019 올해의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저자

김남일

소설가.1957년경기도수원출생.장편소설『청년일기』『국경』『천재토끼차상문』,소설집『일과밥과자유』『천하무적』『세상의어떤아침』『산을내려가는법』,산문집『책』『수원을걷는건,화성을걷는것이다』,평전『민중신학자안병무평전』들을썼다.최근에는‘아시아문학’과‘신화’에도큰관심을기울여,『백개의아시아』와『꽃처럼신화』같은책도펴냈다.전태일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권정생창작기금등을받았다.〈베트남을이해하려는젊은작가들의모임〉을만들었고〈한국과팔레스타인을잇는다리〉〈아시아문화네트워크〉등에서활동했다.산을좋아하는데,크게아픈뒤로는자주다니지못했다.

목차

책머리에
나라의꼬락서니는아주틀려가고_염상섭
상하이가는길_이광수
금주패를차다_변영로
질투는나의힘_김동인
그노래밖에_심훈
그녀는처음부터끝까지‘여류’였다_김명순
간도에서온사내_최서해
교토의이방인_정지용
검은바다를건너다_임화
국경열차에몸을싣고_김기림
인간의예의,민족의예의_이효석
공장은나의대학_이북명
형수의죽음을쓰다_현진건
모던보이의서울산책_박태원
조선을흔든이혼고백장_나혜석
북쪽나라시인의어떤사랑_백석
눈속에난향을맡다_이태준
그봄은괴물과함께오리라_신채호
대동강변의두친구_김남천
비참과찬란,그사이_김유정
실로치사스러운동경_이상
마침내집을팔다_이광수
그가없이는부끄러움이크리라_이육사
양서동물의반성문_채만식
가야마미쓰로의1945_이광수

출판사 서평

100년전우리작가들의“곤혹과고통”에
몸을기울이고마음을겹쳐본시간……
방대한기록과문학작품들을녹여내
한국근대문학에숨을불어넣다!

김동인,염상섭,나혜석,정지용,김유정,이상,이광수,이육사……이이름들이낯선한국인은없을것이다.하지만이들이고작100년전같은땅을밟고살아숨쉬던‘사람’이었다는당연한사실을떠올려본사람은얼마나될까.속절없이무너져내린나라에서근대라는거대한파도를감당하며제스스로말과문법을만들어가야했던그들의나이는고작해야이십대초중반이었다.김기림이왜그토록하염없이눈을그리워했는지,형수의자살을기사로써야하는현진건의마음이어떠했을지,시인이었으나살아서시인을자처할여유가없었던이육사의마지막이어떠했는지……교과서에박제된이미지외에우리가우리작가들에대해아는것은별로없다.이것이작가김남일이『염치와수치:한국근대문학의풍경』을집필하게된배경이다.

알아도모르는바와다름없었고,읽어도겨우두서넛작품이었다.대개다몰랐고대개다못읽었다.내책꽂이에한국문학사의근대가차지할공간은아예없다시피했다.내가몰랐던그많은사실들은이나라수많은대학의수많은국문과에서만은밀한풍문처럼돌고있었을터였다.

한국작가로서의부끄러움으로,고향을찾아가는탕자의심정으로저자는한국근대문학을탐독해나갔다.시·소설은물론일기,편지,산문,그리고후대의평론·평전에이르기까지샅샅이찾아읽었다.그과정에서우리작가들이어떻게근대를열고헤쳐나갔는지눈앞에선연히펼쳐졌다.그렇게차곡차곡쌓인장면들을꿰맞추고이어붙였다.같은작가이기에그들의허물을들춰내기보다는애잔한시선으로감싸안을수있었을것이다.날카로운펜끝으로도작가한사람한사람이빚어내는풍경에온기를담아낼수있었을것이다.이책은오늘의작가가이전시대작가들의“곤혹과고통”에온전히몸을기울이고마음을겹쳐본시간이자,방대한기록과문학작품들을녹여내한국근대문학에숨을불어넣은경이로운결과물이다.

식민지였으되
어디로든갈수있었던시대의감각
우리작가들이펼쳐보이는근대는비록식민지였으되시종암울하기만했던것은아니다.당시수많은작가들이동경으로향했다.그들에게동경(東京)은근대그자체이자그야말로‘동경(憧憬)’의장소였다.그리하여홍명희가,이광수가,정지용과이태준이,그리고백석과이상이,마침내윤동주가해협을건넜다.그런가하면,근대는북쪽으로완전히개방된시대이기도했다.당시사람들의감각은분단으로사실상‘섬’에살고있는오늘날의감각과는다를수밖에없었을것이다.

“눈송이만해도여기윗대는전혀다르지요.”
사실이었다.관북의눈은퍽퍽퍽푸른하늘을채우면서아쉬움없이주먹만한눈송이를퍼붓는데,기림은서울에서학교를다닐때그런눈을통본적이없었다.집과나무와울타리와전신주와우물과게시판,실로땅위의모든것을뿌리째빼어갈듯이들위에서벼락치는그놈의눈보라도서울서는구경한일이없었다.

우리문학의아킬레스건,여성작가
인터넷에서작가김명순을검색해보면“복잡한연애사건으로정신병에걸려사망했”다거나(두산백과)“정신병에걸려동경아오야마정신병원에수용중죽은것”(한국민족문화대백과)으로짤막하게소개돼있을뿐이다.실제로여성작가들에대한기록은많이남아있지않은편이다.여성을작가로인정하지않았던남성중심의문단분위기는역으로,당시작가로활동했던여성들이얼마만큼뛰어나야했는지를반증한다.
저자는책머리에서이책에여성작가를겨우둘소개하는데그친아쉬움과한계를고백하면서,여성작가의불행한죽음은여성을스캔들로만소비하려는문단과대중의근거없는유언비어와비난으로인한사회적타살임을밝히고있다.이를테면,남성작가들이식민지의억압에만놓여있었을때,여성은식민지와성차별이라는이중의고통을겪어야했다는것이다.우리문학사에서여성문제는예나지금이나부정할수없는아킬레스건이다.이책은오늘과과거가어떻게연결되어있는지탐구하고,과거를도려내지않으면서정직하게그시간을마주하는태도로서의문학을말하고있기도하다.

문학은언제나우리에게
‘염치’와‘수치’를함께일깨워주었다

이책의저자김남일은구한말부터해방에이르기까지한국의근대를문학이라는광활한지평위에고스란히옮겨놓았다.때로는치졸하게때로는치열하게,누구는문학뒤에숨어누구는문학마저뒤로한채식민지시대를살았던우리작가들을있는그대로펼쳐보인다.나혜석에게는“여자에게정조를요구하려면남자도정조를지켜야”할새시대였다.이육사의근대는‘하늘도그만지쳐끝난고원’이자‘한발재겨디딜곳조차없는’삶이었으나,한국문학의근대를개척했다는이광수의삶은허세와변명으로점철되었다.김명순은근대가불러낸한국최초의여성작가였지만,문단과세상으로부터철저히짓밟혔다.저자는손쉬운비난이나경외대신,부끄러운얼굴도자랑스러운얼굴도모두우리문학의풍경이었음을담담히인정한다.

이책은처음부터‘작품’이아니라‘작가’에초점을맞춘다.도덕이나윤리,혹은애국심의기준으로그들의공과를따지자는게아니다.(…)여기서는그저작가로서그들이꾸려가던인생의어느한장면에초점을맞추었다.밉든곱든그것이그들을새삼기억하게하고그들에게관심을갖게하는‘인생사진’한컷이기를바라면서.

염치는부끄러움이무엇인지‘아는’것이고,수치는부끄러움을‘느끼는’것이다.문학은‘염치’와‘수치’를동시에일깨워주는언어예술이다.중요한것은문학의의무가무엇이냐를따지는일보다무엇을문학으로호명할것인가,라는문제일것이다.문학은어느시대에나다른무엇도아닌‘인간’의얼굴로말을걸어왔기때문이다.외면할얼굴과기억할얼굴을가려내는일도중요하겠지만,염치와수치의얼굴들이근대를어떤풍경으로그려내고있는지가감없이들여다보는일도우리에게는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