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13.00
Description
성姓, 돈, 집, 성性, 일, 피, 연緣, 밥, 욕, 독獨…
이 세상에 ‘엄마’가 주제이지 않은 이야기는 없다
“엄마가 되려고 태어나는 여자는 없지만, 어떤 여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느 날 엄마가 된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엄마로 태어난다. 두 사람의 탄생. 온 우주를 떠도는 수억의 이야기들이 그날 동시에, 피와 함께 흘러나온다.
엄마에게서 나오지 않은 생명은 없듯, 이 세상에 엄마가 주제이지 않은 이야기는 없다.”
저자

권혁란

언제나여자들의이야기에골몰해왔다.여자아이,딸,엄마,할머니로이어지는여자들삶의경로에깊은관심을갖고있으며,이세상에엄마가주제이지않은이야기가없다는마음으로이책《엄마가되기위해태어나는사람은없다》를썼다.심장의속도로걸어온천일간의치유여행기《트래블테라피》,존엄하고아름다운이별에관해묻는애도일기《엄마의죽음은처음이니까》,다자란딸들과나이들어가는엄마의자력갱생프로젝트《가출생활자와독립불능자의동거라이프》등을썼다.

목차

성姓


성性


연緣


독獨

출판사 서평

‘엄마’들은세번태어난다
여자아이에서엄마에서인간으로

저자권혁란은여자아이,딸,엄마,할머니로이어지는여자들삶의경로에깊은관심을갖고,그동안딸과엄마가어떻게겹쳐지고또멀어지는지에관한책들을써왔다.모든엄마는딸이기도하므로,딸로서바라본엄마와엄마의눈으로본세상,그두시선이교차하는지점에서이책의‘한글자’목차가탄생했다,성姓,돈,집,성性,일,피,연緣,밥,욕,독獨…다채로운주제를관통하며여자아이에서엄마로,엄마에서자기자신이되고자하는힘겨운분투를생생하게그려냈다.
엄마들은세번태어난다.여자아이라는젠더로,엄마라는사회적역할로,그리고차별과혐오를온몸으로겪으며젠더와사회적역할에저항하는인간그자체로.이책《엄마가되기위해태어나는사람은없다》는엄마가되어서야체감하게된여성을향한또다른혐오와이중기준에관한신랄하고통쾌한보고서이다.

아이를둘이나낳고도
이집에서나홀로다른성이었다

저자는“아버지가아들들을낳았다는기나긴기록”으로이루어진성경의창세기구절을꼬집는최영미시인의시〈어떤족보〉를인용하며책을연다.“남자가남자를낳았다”는언명은동서양어디서나쉽게찾아볼수있다.“아버님날낳으시고어머님날기르신다”라는우리에게익숙한시조에서도볼수있듯이,가부장문인은하늘은만물을만들어내고땅은그것을기른다는음양오행까지불러와기어이‘낳다’라는동사를남자의것으로가져갔다.그것으로도모자라가부장중심주의는‘성(姓)’이라는가계도를만들어냈다.

“우리는모두어머니에게서태어나아버지성을붙인이름으로호적에올랐고,그성과이름으로태어나숨을받은삶을살기시작했다.여자인사람은낳기만하고족보에기록되지않았다.”

한국사회의가부장의식과악습을제도적으로뒷받침한다는비판끝에호주제가폐지된것이2008년,그이후엄마성을쓸수있는제도가생겼다.하지만엄마성을물려주는일이그리간단치만은않다.아빠성을부여하는건절차조차필요없는‘원칙’이지만,엄마성을물려주는일은여전히‘예외’가된다.“아이를둘이나낳고도이집에서나홀로권씨,그나마나의성도부계내림”이라는현실을작가는엄마가되어새롭게체감하면서,딸들의성에자신이지워졌듯이자신의성에엄마의성이,엄마의성에외할머니가…그렇게위로갈수록지워진여자들의흔적을거슬러헤아린다.

집과밥,
그앞에서엄마들은유독복잡한심경이된다

한국여성들에게‘집’과‘밥’처럼양가적인감정을불러일으키는것이또있을까.엄마들에게집과밥은은근한자부심이기도,도무지털어지지않는죄책감이기도하다.가족중심주의가유독강한우리사회에서‘집’은가정이라는혈연공동체그자체이며,인사가“밥은먹었냐”이고‘식구’라는단어가이미‘밥’을품고있는한국에서먹는문제는고스란히엄마들의주요한가치이자의무로부과된다.작가는“특히나엄마가된여자들은스스로장소그자체가되어버린다”면서“집사람”은될수있어도“집주인”은되지못하는엄마들의현실을지적한다.한편,예나지금이나“엄마의역할을밥상차리는것”으로여기는시선을비판하면서도,“밥하는게지겨울때”조차식구들을외면하지못하는딜레마를솔직하게고백한다.엄마들이집안에서집을가꾸고음식을만들땐숭고하다는말로퉁치고,집밖에서같은일을하면보잘것없는일로치부하는사회의이중적시선까지입체적으로풀어낸다.

“숭고하다칭송하는일엔대가를지불하지않고,돈받고하는일엔하찮다고비난하니무슨일을해도유쾌하지도,떳떳하지도않다.여자들은자기가하는일에스스로가격표를붙이지못한다.”

벌레가아니라사람입니다

오랜과거부터수많은욕설이여성을성적으로비하하는내용으로만들어졌다는사실은새로울것이없지만,‘엄마’를욕의소재로삼는최근의교실풍경은가벼이넘기기가어렵다.반에서서열이낮은아이를엄마이름으로부르고,누군가실수하면“애미터졌냐”라고말하는등십대들사이에서유행하는“패드립”에저자는무력감을호소한다.
표준어라고여성을비하하고왜곡하는표현이없는것은아니다.요망한,간사한,간특한,발칙한,추잡한,방정맞은,부정타는,잡스런,교활한,경망한,수다스런,꼬리치는,배시시,게슴츠레,알랑알랑,비죽비죽등이들어가는문장의주어자리에주로여성이온다는사실이이를입증한다.
엄마와관련된충격적인욕들이많지만,저자를가장서글프게하는욕은‘맘충’이다.사람을벌레로비유해서라기보다는“엄마의노동을완전히무시라는조어”이기때문이다.인류학자김현경의말대로라면“여성은장소를더럽히는존재로서만사회안에현상할수있”으므로,‘집구석’에있어야할여성이집밖으로나오는순간‘벌레’로눈에띄는것이다.

“아이러니한건정작엄마가진짜짐승같고벌레같은시간을보내는동안에는아무도비난하지않는다는사실이다.목숨걸고피를쏟아내며아기를출산할때,잠못자며밤낮으로수유할때,아이똥기저귀갈고먹이고씻기고업어재우며서성일때.그렇게보이지않는곳에서진짜벌레처럼고군분투할때는잠잠하다가,바깥세상으로나와당신들눈에뜨이는순간‘벌레’라고손가락질한다.”

《엄마가되기위해태어나는사람은없다》는차별과혐오가우리일상에서구체적으로어떻게작동하는지짚어가는‘페미니즘프레임’의다섯번째책이다.엄마인여성은물론엄마가아닌여성,그리고남성들도이책을통해‘엄마’라는존재를사회가어떻게바라보고있는지생각해보면좋겠다.가장극단적인‘신성’과‘혐오’의대상으로서‘엄마’라는사회적기대를넘어서기위해여성들이어떤분투를하고있는지도.엄마가되기위해태어나는사람은아무도없으니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