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방문

슬픔의 방문

$15.00
Description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꿈꾸며
“패배자”들을 향해 뛰는 심장으로 써내려간 뜨거운 글쓰기

슬픔의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는
가능성에 관하여
“인생의 예기치 않은 사건 앞에서,
책 속의 말들이 다 무너지는 걸 목도하고도
다시 책 앞에 선 사람의 이야기”
_김애란(소설가)

슬픔에게 건네는 온기 어린 마침표
〈시사IN〉 장일호 기자의 첫 에세이

굵직한 탐사보도와 깊이 있는 기사들로 ‘바이라인’을 각인시킨 〈시사IN〉 기자 장일호의 첫 책을 선보인다. “통째로 한 편의 시 같다”, “이것이 뉴스스토리다”라는 찬사와 함께 오래도록 회자되는 그의 기사들은 유통기한이 없다. 현실에 발 딛고 선 문장들은 단단함이 지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었다. 문화팀, 사회팀, 정치팀을 두루 거쳐 오며 그가 가장 오래 머문 현장은 세상에서 밀려난 장소들이었으며, 가장 마음을 기울인 사람들은 세상이 눈감은 이들이었다. 그는 기자의 일이 “물음표 대신 마침표를 더 자주 써야” 하는 일이라며 한탄하지만, 그의 손에 단단히 쥐인 물음표는 서늘한 현실을 바닥까지 파헤쳐 기어이 한 줌의 온기를 품은 마침표를 건져 올리곤 했다. 장일호의 에세이 《슬픔의 방문》은 아프고 다친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꿈꾸며 “슬픔”에게 건네는 온기 어린 마침표이다.

저자

장일호

<시사IN>기자.야망은크지만천성이게을러스스로를자주미워한다.‘망했다’라는말을입에달고살지만정말망해버리고싶지는않다.묻어가는일에능하고드러나는일에수줍은사람.이토록귀찮은삶을살아야하는이유가궁금해서책읽고,산다.

목차

들어가며
슬픔의자리에서비로소열리는가능성

1부문장에얼굴을묻고

엄마,다음생엔내딸로태어나
꽃을밟지않으려뒷걸음치던너와
술병뒤에숨는마음
이쁘다고말해주고싶다,너에게
할머니,지금죽지마
아주평범한가난
네가남겨둔말
나의영원한미제사건

2부우리는서로를포기하지않았다

이글은우리집고양이가썼습니다
누구나특별한사람을가질권리
우리,같이망해볼까요?
여러개의진실앞에서
무례한가족보다예의를지키는남
‘9’들의세상
묘지에서하는운동회

3부책속에길이있다는말앞에서

연쇄지각마의지각을위한변명
우리몸의구멍이굴욕이되지않도록
때로망치더라도아주망친것은아닌
그렇게까지는원하지않는삶에대하여
한사람이다음사람을이세계에데리고오는일
아픈게자랑입니다
제장례식에초대합니다

추천의말
책의말이허물어지는자리에서김애란

출판사 서평

“인생의예기치않은사건앞에서,
책속의말들이다무너지는걸목도하고도
다시책앞에선사람의이야기”
_김애란(소설가)

“‘지나간다’는말안에얼마나많은고통이웅크리고있는지”
자신을설명할언어를책속에서찾아나간여정

“아버지는자살했다.”
이책은강렬한문장으로시작한다.장일호는아버지의죽음을삼십년가까이교통사고로알고살았다.고작스물아홉의젊은나이에청산가리를구해스스로세상을등진아버지.아버지죽음의진실을알게된그는배신감과고통으로울부짖는대신,아버지는본인이그토록바라던“멋진글대신멋진나를남겼으니까할일을다했다고생각해버린건아닐까”라고유쾌하게정리한다.“살면서가끔필요하고때로간절했던‘부정’의결핍”을극복하게해준것은책이었다.소설가김애란의《달려라,아비》의문장과행간에서“일종의연대”를느끼면서그는아버지의“없음”은물론,어머니의“있음”까지극복한다.

가난했던유년시절부터기자로살아가는현재에이르기까지,크고작은슬픔들이“구체적인얼굴”을띠고그의삶을찾아왔다.어느날은지하방에차오르던장맛비의모습으로,어느날은중환자실에누운할머니발의버석거리는촉감으로,또어느날은“무성의하게몸에붙여지는”환자식별스티커의모양으로.장일호는“‘지나간다’는말안에얼마나많은고통이웅크리고있는지”아는사람이다.그리하여한사람을온전히담을수있는단어같은건세상에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을알게된사람이다.‘자살유가족’,‘성폭력피해자’,‘암환자’같은세상이명명한단어로는도저히담을수없는자신을설명할언어를그는책속에서구한다.책은그에게닥친사건들이그를불행한사람으로만들도록두지않았다.아버지의죽음을자신에게남긴“사랑”으로치환할수있게해주었고,그를“피해자”의자리에서“생존자”의자리로이동시켜주었다.아직오지않은또다른세상을상상할수있게해주었다.《슬픔의방문》은슬픔이찾아온날들에관한기록이면서,슬픔을곁에둔채로도살아갈수있는가능성을책속에서찾아가는눈부신여정이기도하다.

“고통으로부서진자리마다열리는가능성을책속에서찾았다.죽고,아프고,다치고,미친사람들이즐비한책사이를헤매며내삶의마디들을만들어갔다.”

살아가는일이살아남는일이되는세상에서
“상처받는마음을돌보는슬픔의상상력에기대어”

장일호의사수는‘단독기사’의의미를이렇게짚어주었다고한다.“제일처음쓰는것도의미있지만,마지막까지쓰는것도단독만큼이나중요하다고.”그말은“시대의안과밖을잘쓸고닦다가제일마지막에나오는사람이되고싶다”는열망을심어주었다.‘저자’로서의첫책에도그간절함이빼곡하게담겨있다.그는자신의개인적경험들을우리사회의가장예민한주제들에부단히접속시킨다.그가겪은가난은“자신이빠져나온세계”에여전히머물러있는이들에게로,사랑하는이들과의이별은“존엄한죽음”을둘러싼사회적논의로,투병경험은“아픈몸을대하는세상”에대한사유로나아간다.‘나’의이야기로발을뗀글들은예외없이세상한복판에착지한다.

《슬픔의방문》의마지막두문장은이렇다.“상처받는마음을돌보는슬픔의상상력에기대어나의마음에타인의자리를만들곤했다.살아가는일이살아남는일이되는세상에서기꺼이슬픔과나란히앉는다.”내가모르는삶을있는힘껏상상하게함으로써상처받는마음을돌보는것,나의마음에타인을위한자리를마련하는것.슬픔의쓸모를이보다더정확하게표현한말이있을까.“살아갈수록‘살아남았다’는감각만자꾸선명해”지는시대를살아가는독자들이이책을읽는동안슬픔과나란히앉아보게되길바란다.슬픔이지닌가능성을가만히느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