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부터 동그라미 -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4

날씨부터 동그라미 -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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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낮은산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시리즈 4권. 어린이청소년문학과 SF소설을 넘나들며 독특한 상상력으로 청소년들이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를 주로 써 온 최영희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날씨부터 동그라미』는 엄마 아빠의 보편우주에서 끝끝내 자기만의 개별우주를 지켜내는 열다섯 살 한동미의 이야기다. 어느 여름날, 여덟 살 동미는 그림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개별우주를 열어젖힌다. 외롭고 심심한 시골에서 동미는 ‘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는가?’ 하는 점은 염두에 두지 않고 일기장을 채워 나간다.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니까.’라는 말을 들으며, 동미는, 동미들은, 청소년은 오늘도 자신만의 개별우주를 만들어 간다. 타인이 온전히 해독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개별우주를 키워 나가는 일이 곧 성장이라는 걸 이야기한다.
저자

최영희

눈보라가잦은개별우주에살고있다.책을읽고쓰는일말고는대부분의세상일에무관심한편이다.하지만가끔씩청소년과관련된일에는눈을반짝일때가있다.『구달』『칡』『이끼밭의가이아』를썼다.

출판사 서평

‘천천히읽는짧은소설’시리즈

짧은소설을천천히읽는다
나와세상을새롭게만난다

‘천천히읽는짧은소설’은짧은소설한편을그림과함께천천히읽으며이야기의재미를오롯이느껴보는낮은산의새로운문학시리즈다.네번째이야기는최영희작가의단편소설『날씨부터동그라미』다.이이야기는일기가지켜본한동미의성장담이자개별우주의기록이다.어느여름날,일기는동미와처음만난다.여덟살동미가개학을불과사나흘앞두고일기장을펼친것이다.방학일기몰아쓰기의첫번째난관은날씨그림이다.몇주전날씨가어땠는지,그날의날씨에표시를하는건어떤의미인지,동미는생각하지않기로한다.그대신일기장에그려진여섯가지날씨그림으로만표현되는세계를열어젖히기로한다.동미가살아가는실제세상,즉보편우주의날씨가어떻든동미의세계에서는여섯가지날씨가하루하루공평하게반복된다.그렇게날씨부터동그라미치는것으로동미의개별우주가시작된다.

개별우주와보편우주의
엇박자에관한이야기

외롭고심심한시골에서동미는‘실제로그일이벌어졌는가?’하는점은염두에두지않고일기장을채워나간다.엄마아빠와떨어져할머니집에보내져도,할머니할아버지만있는시골에서외롭고심심하게지내도,동미의개별우주에서는엄마랑숨바꼭질을하다가나무구멍속에서잠들고,아빠가데려온고라니를동생삼아키운다.온갖재미난일이펼쳐졌다가아무일없이사라지는세계가생겨난것이다.그리고눈이펑펑오는여름날,마침내차에치여죽는다.개별우주에서한동미는여러번다른이유로죽어본다.그렇게하나의세계가종말하면,다음날새로운세계가만들어진다.

일기는‘나는그만죽고말았습니다.’로끝이났다.그림일기속죽음이란동미의상상이열어젖힌개별우주와의작별인사였다.오늘의삶과이야기는언제든붕괴될수있다는것을,여덟살동미는알고있었다.-본문21쪽

지금내가겪고있는일이언제까지계속되지는않는다는것,언제든없어지고사라질수있다는걸동미는알아차린다.동미가자라면서,‘나는오늘’과‘참보람찬하루였다.’사이를채워가는식이었던일기는고정인물이등장하는연속극으로변해간다.같은학원에다니는기찬영이그주인공이다.하지만엄마아빠가주도권을쥐고있는세계에서동미의삶은자주흔들린다.자기뜻대로아무것도할수없는세계에서동미는그리운친구를기억하는방식으로개별우주를멀리아마존강까지확장시키고,기찬영역시그아이만의개별우주를갖고있다는걸알게된다.

찬영이는어디웅덩이에라도빠졌던것처럼온몸이흠뻑젖어있었다.하늘어디에도빗줄기는없는데찬영이의앞머리와턱끝에서물이뚝뚝떨어지고있었다.
“왜이렇게젖었어?”
“네가전학간다는소식을듣자마자비가퍼붓더라고.”
그러고는하늘을올려다보는것이었다.지금기찬영의세계에는장대비가쏟아지고있는게틀림없었다.-본문72쪽

나의의지나생각이아니라타인에의해움직이는세상,개별우주와보편우주가동일한삶은얼마나빈약하고지루한가.그세상을전부로생각하지않은동미는스스로창조하는나만의세계가있어야더나은삶이가능하다는걸알아냈다.동미의개별우주를확장시키는데큰역할을한것은동화와소설이었다.돌풍이몰아치는캔자스,괴수가울부짖는바다와등대,마법사들의학교가있는마을,어느오만한과학자의연구실과쇄빙선이있는극지방을넘나드는이야기를거쳐동미의개별우주는스케일이더커지고깊어지더니,어느순간일기장을박차고나가기에이른다.

『날씨부터동그라미』는타인이온전히해독할수없는나만의고유한개별우주를키워나가는일이곧성장이라는걸이야기한다.더불어그렇게저마다고유한개별우주를품고있는사람들이서로의존재를알아차리는빛나는순간을보여준다.이이야기를읽고나면오늘무심코내곁을지나간동미와찬영이,그리고또다른아이들이얼마나놀라운개별우주를품고있을지,그세계가무척궁금해진다.

최영희(지은이)의말

누군가의개별우주는온전한해독이불가능하며,해독되지않는채로두는게좋다.그래야동미들이제세상에서만내리는비에젖을수있다.내가할수있는최선은동미들과의거리를,아주조금,좁히는것뿐이었다.도르륵도르륵,찬영이의눈알굴리는소리가울리고,쿵쿵,동미의발소리가진동하던그거리어디쯤에‘보편우주의행인1’인내가있었다.
그렇게라도너희를만나서기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