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 바꾸기 (김지승 에세이)

술래 바꾸기 (김지승 에세이)

$16.00
Description
사물이 세계를 품었다 뱉는 아주 우연한 순간, 당신과 나의 자리가 바뀌는 찰나

“이제 당신들이 술래다!”
“김지승 덕분에 나이 듦이 기다려진다. ‘쇠락’과 ‘쇄락’이 가깝듯이 당신과 내가 가깝고 이야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_양효실(여성학자)

“페이지를 펼치면 닿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순하고 다정하고 안전한 품.”
_유진목(시인)
저자

김지승

읽고쓰고연결한다.
《100세수업》《아무튼,연필》《짐승일기》를썼다.

목차

의자_움직이는여성성의거처
모빌_연결이균형이되는감각
수건_기억과의관계에서우리는항상술래였다
가위_서로를벨수없는두개의칼날
모래시계_이야기의시간
단추_불안을여미는방식
돌_아무리울어도깨지지않는
비누_우리가‘우리’밖으로씻겨내려가
가발_어디까지가나인가
지도_나는어디에있습니까?
안경_어느날눈을벗을때
백지_바람과바람이만나는공간
비석_쇠락과쇄락사이
설탕과얼음_부재라는강력한존재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시치미,침묵,거짓말과과잉으로빚어낸‘김지승이라는장르’의마술적글쓰기

연필을향한애호의마음을“잘부서지는존재”들에포갠《아무튼,연필》,아픈몸의여성이언어를입고자신의존재를증명하는과정을내밀하게써내려간《짐승일기》의저자김지승이이번엔사물들이토해내는이야기를받아적었다.《술래바꾸기》는사물에깃든기억을술래처럼찾아다니며“하나의사물이세계를품었다뱉는아주우연한순간에”흘러나온이야기를밀도높은사유와위트로꿰어낸산문집이다.의자.모빌.수건.가위.모래시계.단추.돌.비누.가발.지도.안경.백지.비석.설탕과얼음.저자는사물들이연결되고분열되다가결국각각동등한아름다움을획득하는,그리하여세계가잠시오작동하는순간들을포착하고자했다.이삶에서저삶으로,이존재를저존재로,이시선에서저시선으로끊임없이이동하며위계와이분법에균열을내는유쾌한시도.시간과공간을자유자재로넘나들며“시치미,침묵,거짓말과과잉”으로빚어낸마술적글쓰기는우리자신이고정된존재가아니며,이세계역시단일한무엇이아님을매혹적으로펼쳐낸다.

“사실만으로는그러니까시치미,침묵,거짓말과과잉없이는이야기가만들어질수없었다.문제는끊임없이유동하는모빌을어떻게시치미,침묵,거짓말과과잉안에고정하여담을것인가였다.우선시치미뚝떼고입싹닫고모르는척거짓말을시도해보기로하자.”
-〈모빌〉에서

내가룰이라고여겼던것이지켜진순간,아주잠깐세계가마음에들었다

〈수건〉이라는글에서시간차를두고술래가되었던두개의경험을병치하며김지승은이세계에서누가술래이며술래는무엇인지질문한다.전학간학교에서수건돌리기의술래는언제나K라는아이이다.‘술래’가한사람으로고정되는과정에필연적으로“힘의흐름”이개입된다는사실을‘나’는자연스럽게간파하게된다.전학생의규칙으로놀이를해보자는선생님의제안으로딱한번돌아가며술래를했던날,아주잠깐세계는다정해진다.

“돌아가며술래를하는것.내게는그게수건돌리기에서가장중요한룰이었다.그때가내가룰이라고여겼던것이지켜진거의유일한순간이었다.아주잠깐세계가마음에들었다.”
-〈수건〉에서

하지만,곧K가전학을가고힘의흐름은좀더잔인한쪽으로바뀌어K를대신해‘내’가졸업전까지술래가된다.그곳을떠난지오랜후“K와내가차례로술래였던그도시에”가려던‘나’는버스를잘못타는바람에낯선고장에도착한다.그리고수건을머리에두른노인들틈에휩쓸려엉겁결에얼굴도모르는치매노인을찾아다니게된다.여성노인들과‘공동술래’가된셈이다.수건돌리기에서맡았던술래와사라진노인을찾는술래,두술래를같은것이라고할수있을까.
“술래는주체일까,타자일까?”본격적으로책속으로들어가기전,독자가가장먼저만나게되는문장이다.술래는숨는사람을찾는‘주체’이기도하지만,모두가숨고피하는‘타자’이기도하다.자기의자를들고다니고,돌을만들고,지도를머릿속에넣고,비석을밟고선여자들,이책에등장하는여자들은술래의정체성을허물고해체하며이세계의규칙과질서를재조립한다.“술래바꾸기”는“돌아가며술래를하는”룰의필요는물론이고‘술래’의의미를교란하는가능성까지담은중의적메타포인셈이다.

술래여도,술래아니어도재밌는시적이고윤리적인관계맺기

상실과소멸,나이듦과죽음에대한응시는여전하지만《술래바꾸기》에이르러김지승의시선은한층더확장된듯보인다.저자가선언하듯밝힌대로“이책에관해서라면타자가모든것”이기때문이다.사물에서출발한이야기가꿈과현실,픽션과논픽션사이를가로질러도착하는장소는노인,외국인,미혼모,왕따,차학경,메두사등등‘타자들’이다.특히이책에가장많이할애한타자는김지승이글쓰기수업및인터뷰로만나온‘여성노인’들인데,“직선의,인과적인,정량화된시간선상”에서벗어난이들이야말로술래바꾸기의명수들이다.여성노인들의명랑한촌철살인은우리에게친숙한사물들조차낯설게만드는동시에,객채화된존재,사물화된존재들을‘이야기’의주체로세우고연결하며끝내회복시킨다.몸을낮추고누군가의중요한무언가를함께찾고(〈단추〉),아무리울어도안깨지는돌같은거“애기들맘에는”안쌓이기를기원하고(〈돌〉),안경을쓰는대신타인의실수를못본척하는(〈안경〉)여성노인들을통해독자들은“시적이고윤리적인조건으로관계맺”는일에관해새롭게생각해보게될것이다.

“그들대부분은시적이고윤리적인조건으로관계맺고유동적인몸으로비인간,사물과만난다.내게는몇몇여성노인들이그런존재로남았다.한사람이술래를오래한다싶으면일부러잡히거나들켜주는것도그들이었다.술래는잡으러다니며재밌고,술래아니면잡힐까봐두근두근재밌고.”
-〈에필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