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나요? -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5

거기, 있나요? -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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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낮은산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시리즈 5권. 따뜻한 상상력과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문장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표현해 온 이필원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거기, 있나요?』는 할머니의 고택에서 벌어진 기묘하고도 정신없던 하룻밤의 이야기다. 우리 곁에 머무는 존재가 사람이나 동식물만이 아니라는 상상을 할 때마다 여전히 즐겁다는 이필원 작가는 오랜 세월 집에 살면서 가족들을 돌보는 보호자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낸다. 작가가 보여 주는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새 낯선 존재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말을 걸어온다. “어어어이.” 하고.
저자

이필원

고양이집사.지은책으로『내가좋아하는사람이나를좋아하는』『지우개좀빌려줘』『코너를달리는방법』『푸른머리카락』(공저)『데들리러블리』(공저)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누가같이사는데,
그게사람은아닌것같다면?

공인중개사이자풍수역학전문가라는여자가집에찾아와서는이상한말을한다.더늦기전에구렁이를만나러고택에가야한다고.여자가보여주는놀라운장면에설득된엄마와은재,은규남매는그여자를따라서할머니의고택으로간다.외삼촌이싹무시해버린그일을해결하러.

그날우리집을수호하고있는신의목소리를처음들은그때,엄마와내가기절하지않은건아마도할머니에게이어받은담력덕분이었을것이다.어떠한자극에도평정을잃지않는용감한기운덕분에우리에게찾아온그이상하고놀라운일을환상이아닌현실로받아들일수있었다.-본문31쪽

한구석이무너진낡은고택에침낭을깔고누운밤,처마에서뭔가떨어진것같은둔탁한소리에이어마루위를미끄러지는부드러운소리가들린다.그분이오신것이다.거대한황갈색의구렁이.할머니의집을오랜세월지켜왔다는가신이다.아버지에서아들로이어지는가부장적인세계관에서살아왔을구렁이는아들은어디가고딸이왔냐고묻는대신,그딸이집안의실질적인주인이라는걸바로인정한다.심지어마른명태보다마카롱을좋아하는입맛의소유자로,변화하는세상에빠르게적응한것처럼보인다.
가신이지켜온것은집이라는물리적인공간뿐아니라,그안에서살아온사람들각각의안녕이었다.이제오래살았던집을떠나며가신은아들이든딸이든,명태든마카롱이든,다음세대에게전해줘야할집안의이야기를함께만들어가는것이진정한의미의전통이라고말하는듯하다.

“잘있게!시끄러운집안이어도돌보는재미가쏠쏠했어.”
쉭쉭소리를내며구렁이가멀어졌다.우리집의길흉화복은앞으로도회전하겠지.행복하다가도불행하겠지.그사이또다른신이집안으로복을끌어와줄수도있겠다고생각하자울렁거리던마음이잠잠해졌다.-본문64쪽

『거기,있나요?』를읽고나면우리집이나주변에도뭔가가깃들어살고있을것같다.보이는게전부가아니라는것을알고나면,누군가나를지켜주고,보살펴주고있다는느낌을받을지모른다.내가보살핌을받는만큼나역시다른누구를보살피는존재가되기를,뭐든함부로소홀하게대하기보다서로를살뜰히보살피는마음으로살아가길바라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