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조현병 엄마와 함께)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조현병 엄마와 함께)

$17.00
Description
“돌봄이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우그러뜨리는
압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아빠의 아빠가 됐다』 『새파란 돌봄』 조기현 작가 추천!


‘황금의 몸’과 ‘만 년의 마음’으로 살아남은
어린 보호자의 자기 돌봄에 관한 이야기
불과 여덟 살 나이에 조현병 엄마를 돌보는 역할을 짊어지게 된 저자 나가노 하루에게 어린 시절은 “비상사태”의 연속이었다. 그는 자신과 엄마를 구하기 위해 “황금의 몸과 만 년 동안 살아온 마음”이라는 전능함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어린아이로 사는 대신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기로 한 것이다. 조로해버린 아이의 어린 시절은 어디로 가는 걸까? 돌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은 크게 2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저자가 조현병 엄마와 “만 년의 아이”로 살았던 여덟 살부터 십대 시절의 이야기이고, 2부는 “만 년의 아이를 그만둔 뒤” 자신에게 덮쳐온 정신질환 및 신체적 문제들과 분투한 이십대 이후의 이야기이다.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는 유년기에 어린아이일 수 없었던 한 사람이 ‘전능함’에 기대어 살아남은 생존법에 관한 이야기이자, 생존 이후 후유증을 마주하며 ‘취약함’을 끌어안는 자기 돌봄의 기록이다.
저자

나가노하루

ナガノハル
1979년가나가와현출생.정신질환과함께살고있다.저서로『불안씨와나不安さんとわたし(당사자연구코믹에세이当事者研究的コミックエッセイ·전체주석달기総ルビつき)』,『불안씨와함께일하다不安さんとはたらく』가있다.

목차

추천의말
시작하며

1부만년동안사는가운데
황금의몸과만년의마음이눈뜰때
무덤가에서숨을쉬다
아무도오지않은운동회
첫사랑과불법침입
미치코이모

리텐교와유령
떨리는입술
영감,이지메,수업참관
만년의아이를그만두었을때

2부평생만년을살았던아이
인생전체가후유증
엄마와일
여자친구들
유급
여성혐오
나는환자
역시도와주지않는구나
마의서른세살
엄마,약을끊다
현재의나
혼자서는힘겹다

마치며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현실을견디기위해
비현실적인존재가되어야했던현실속아이

엄마와정신병원에서돌아오는전철안.내려야할역에도착했지만엄마는자신을일으키려는딸의뺨을때리고는전철바닥에대자로뻗어버린다.동정어린눈빛으로수군거리는사람은많지만,손을내밀어도와주는사람은아무도없다.모르는남자를자신의첫사랑이라믿으며남의집에불법침입하고,이웃이집에독을뿌렸다는망상에휩싸여집을탈출하고,경찰서에서옷을홀딱벗어던진채날뛰는엄마를다반사로겪는어린아이는어떤유년을살게될까.

이책의저자나가노하루는압도적인현실에휩쓸리지않기위해“신화적인비유”를붙든다.엄마가환청이나망상에사로잡힐때면그는“만년”을살아온“황금의몸”을지닌존재로변모한다.스스로를“신의영역”으로데려다놓음으로써자신이모든상황을통제할수있다고최면을건다.이렇듯비현실로현실을견뎌보려하지만책곳곳에서저자가얼마나어리디어린현실의아이였는지가드러난다.아무도오지않은운동회에서느끼는외로움,엄마의망상을이해해보려다도리어망상에휩쓸린순간들,선생님이나친구들에게관심받고싶어저지르는아이다운행동들…….이책은‘가족돌봄’에관한이야기이지만,압도적인현실속에서“만년동안살았던아이”로살아야했던모든사람의이야기이기도하다.

‘영케어러’라는이름너머의삶에관하여

2021년22살청년이간병부담과생활고를이기지못해병든아버지를숨지게한사건이후국내에서도‘영케어러’에대한관심이생기는듯했으나,2년이지난지금도관련제도나지원책마련은요원해보인다.20대이상의청년돌봄자에대한정책은조금씩논의되고있지만,10대및그이하연령의어린돌봄자들은‘이름’조차갖지못한채여전히짠하고장한효녀ㆍ효자프레임에갇혀있는형편이다.어린돌봄자규모에관한공식적인통계도전무하다.그나마민간단체의부분적인실태조사로알수있는사실은10대중후반혹은20대이후의‘영케어러’들은어느날갑자기출현하는것이아니라이미10대미만부터진행되어온오래된굴레가가시화된것일뿐이라는점이다.

이책에서저자나가노하루는스스로를단한번도“영케어러”라고지칭하지않는다.그단어특유의이미지로는자신의체험을정확히전달할수없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영케어러’라는이름이없을때부터조현병엄마를돌봐야했던그는“이름이없는것에대해말하기란지극히곤란”하다면서도,이름이붙는다는것역시실상을가리는“낙인”이될수있음을간과하지않는다.무엇보다영케어러의시간은어린시절로끝나지않는다는점을이책2부에서생생하게서술하고있다.나가노하루는자신의인생거의대부분이“만년동안살았던아이시절의후유증”이라고토로한다.

“여덟살부터열여섯살까지8년동안,나는혼자서땅에발을딛지못했습니다.내가자신을누구보다어른이며신에가까운존재로보기시작했을때,나는나이기를그만두었던것입니다.”-134쪽

이책은국내에처음소개되는10대미만돌봄당사자기록으로,영케어러’라는이름에조차속하지못하는한편어떤호명으로도충분히담아낼수없는“만년동안살았던아이”들의현실을세세하게드러내고이름너머살아있는존재의삶에대해구체적으로상상해보게한다는점에서돌봄문제의새로운신호탄이될수있을것이다.

타인을돌보던사람에서
자기를돌보던사람으로

“제대로성장하지못하며겪은고난은몇십년이흘러도치유되지못하고사람마음의형태를바꾸어버립니다”라는라는저자의마지막말은어린돌봄자가“케어러”이기에앞서‘케어의대상’이라는사실을새삼환기시킨다.누구에게나온전히돌봄받으며철없고천진한어린시절을가질권리가있지만,현실에서는모두가그권리를누리지못한다.이책에추천사를쓴조기현작가는나가노하루의특수한상황에주목하면서“성장권”이라는표현을사용한다.

“어떻게하면모든어린이가안전하고안락하게자랄수있는‘성장권’을보장할수있을까?아픈부모밑에서도온전한삶을살수있을까?돌봄이한사람의삶을통째로우그러뜨리는압력이되지않기위해서는무엇이필요할까?조현병을향한차별과당사자와가족의고립은어떻게벗어날수있을까?”
-‘추천의말’에서

아빠의아빠가될수밖에없었던청년돌봄자는엄마의엄마가되어야했던어린돌봄자의이야기를읽으며독서가연대가될수있는방법을고민한다.“타인을돌보는일에서자기를돌보는일로돌아오는”그험난한시간을개인의분투가아닌독자와시민이함께짊어지고통과해나가는연대로전환해보자고제안한다.아프거나어리거나늙지않았어도사람은누구나취약한존재이고돌봄은개인의상황과관계없이누구에게나보편적으로필요하다는것,그리고그것을제공해야할의무가사회에있다는것을가장어린사람의목소리로듣고있는바로지금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