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랍 속 작은 사치

내 서랍 속 작은 사치

$16.00
Description
“오늘 하루의 생활 중 단 한 가지라도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고된 하루를 건너갈 징검돌이 되어 준
작은 사치에 관하여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등을 우리말로 옮기고 『아무튼, 하루키』 『읽는 사이』 『우리는 볼록볼록해』 등을 쓴 이지수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내 서랍 속 작은 사치』는 몇 년 전 한 일간지에 쓴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에서 비롯된 책이다. 이 글에서 작가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출판사 외판원들에게 호쾌하게 지갑을 열고, “늘 어제와 다른 색깔의 방울과 리본”을 언니와 자신의 머리에 달아주고, 모조일지언정 갖가지 액세서리들을 즐겼던 엄마를 떠올린다.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뛰고, 유통기한이 지난 선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에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작가는 “엄마가 신산한 삶 속에서도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을 선물해 준 역사가 내 안에 확고하게 존재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색색깔의 머리 방울과 리본, 책이 터질 듯이 가득했던 책장, 앨범 속 나와 언니가 입고 있는 고운 옷과 에나멜 구두. 그런 기억들을 자린고비가 천장에 매달아 놓은 굴비처럼 핥고 있는 동안에는 어떤 종류의 남루함도 감히 내 마음을 침범할 수 없었다. 나는 과거의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그 시절을 건넜다.
-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에서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어떤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도와주는” 작은 사치의 목록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에 담긴 스물아홉 편의 글은 추천사대로 “폭이 넓어 건너기 힘든 하루”에 놓인 요긴한 징검돌들이다. 책갈피, 핸드크림, 의자, 프라이팬, 잠옷…… 띄엄띄엄 놓인 제각각 모양의 돌들을 딛고 작가는 어느 고된 하루, 어떤 고단한 시기를 건넜다. 일상적인 물건들에 깃든 이지수 작가 특유의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의 목록을 헤아려보게 할 것이다.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지만 있으면 좋으니까 굳이 구입하는 것. 그런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게 사치품이라면, 그 안에 들어 있는 게 다양한 사람이 나는 부럽다. 그는 분명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그만큼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
- 「핸드크림」에서

저자

이지수

저자:이지수
작고오래되고반짝이는것을좋아하는일본어번역가.
사노요코의『사는게뭐라고』『죽는게뭐라고』,고레에다히로카즈의『영화를찍으며생각한것』,미야모토테루의『생의실루엣』등다수의책을우리말로옮겼고『아무튼,하루키』,『우리는올록볼록해』,『읽는사이』(공저),『사랑하는장면이내게로왔다』(공저)등을썼다.

목차


프롤로그함께반짝이는것을밟고

1부내서랍속작은호사들

첫째의물건,둘째의물건
책갈피
핸드크림
조명
종이책
의자
오디오
니플패치
망고
프라이팬
속옷과잠옷
선물

2부오늘의가장좋은순간

자기만의방
사치와허영과아름다움
피아노레슨
여행Ⅰ
여행Ⅱ
호사스러운직업
덕질
운전
느긋한등원길

3부지도밖에서도인생은계속된다

고양이
알리바이
작은노력을계속하겠습니다
예상을벗어나는대화
평정심의고수
독서권태기의극복
불면의밤을보내는방법
정갈한생활

에필로그우리에게서마지막까지남게되는것은

출판사 서평

색색깔의머리방울과리본,책이터질듯이가득했던책장,앨범속나와언니가입고있는고운옷과에나멜구두.그런기억들을자린고비가천장에매달아놓은굴비처럼핥고있는동안에는어떤종류의남루함도감히내마음을침범할수없었다.나는과거의반짝이는것들을밟고그시절을건넜다.
-「사치와허영과아름다움」에서

“생존에꼭필요하지않더라도어떤시간을견딜수있게도와주는”작은사치의목록이한권의책이되었다.이책에담긴스물아홉편의글은추천사대로“폭이넓어건너기힘든하루”에놓인요긴한징검돌들이다.책갈피,핸드크림,의자,프라이팬,잠옷……띄엄띄엄놓인제각각모양의돌들을딛고작가는어느고된하루,어떤고단한시기를건넜다.일상적인물건들에깃든이지수작가특유의다정하고유머러스한시선은이책을읽는독자들에게있는줄도몰랐던“스스로를행복하게만드는방법”의목록을헤아려보게할것이다.

없어도살아가는데지장이없지만있으면좋으니까굳이구입하는것.그런카테고리로묶을수있는게사치품이라면,그안에들어있는게다양한사람이나는부럽다.그는분명스스로를행복하게만드는방법을그만큼많이알고있을테니까."
-「핸드크림」에서

햇볕에잘달궈진조약돌처럼
오래손에쥐고있고싶은이야기

물건에서시작한목록은공간으로,취미로,행위로확장된다.충동적으로등록한피아노레슨은“뫼비우스띠처럼같은곳을맴돌던나날”을“미세하게전진하는하루”로바꿔주고,느직느직무계획으로보낸여행은“사치스러운여백의시간”을선사한다.조급증을누르고아이의눈높이와속도에맞춘등원길,이른아침피렌체의한성당에서마주한“인생에서두번다시마주하지못할강렬한순간”,‘나는이렇게못자고있지만너는잘잤으면좋겠어‘라는마음으로다른이들의숙면을빌어주는불면의밤을작가와함께하는동안햇볕에잘달궈진조약돌을쥐고있는듯한,이것을손에서놓고싶지않다는기분이든다.

곧이어눈앞에나타난광경을어떻게묘사해야할지모르겠다.나는세상에서가장유명한건축물중하나인산타마리아델피오레의넓은홀에혼자덩그러니서있었고,그건말도안된다는생각밖에안드는초현실적인경험이었다.(…)내가할수있는일은그순간을잡아두기위해숨을참는것밖에없었다.
-「알리바이」에서

따뜻하고유쾌한에피소드들이웃음을자아낸다면,묵직하고뭉클한에피소드들은독자를잠시멈춰세운다.플라스틱용기샤워용품들을비누로바꾸고,동물복지란을사고,재사용이가능한빨대를쓰는등“다른존재들에게해를끼치지않으려는,자신이발을딛고선장소를조금이라도덜나쁘게만들려는”태도가선택한사치는“무해하다”는말의무게를새삼곱씹어보게한다.반려묘‘르바’를떠나보내며“철저히계획의영역밖에있”는죽음을실감한작가는“반려동물을키우는건사치스러운일”이라고고백하기도한다.

반려동물을키우는건사치스러운일이다.시간과돈이,무엇보다넉넉한마음이필요하다.그들과함께하는삶에얼마나많은게필요한지처음부터알았다면나는겁에질려그삶을선택하지도못했을것이다.이별이이렇게고통스러울줄알았다면더더욱.하지만아무것도몰랐기때문에15년전의나는그삶을선택했다.그래서그럴자격도없으면서고양이가주는행복을분에넘치게누릴수있었다.
-「고양이」에서

우리에게서마지막까지남게되는것은
무용해서아름다운찰나들

이책의에필로그는각별히아름답고서늘했던글한편을말미로삼은것이다.작가는이글에서“하루를1초짜리동영상으로편집해기록하는”‘원세컨드에브리데이(1SE)’라는애플리케이션과“자신의하루중3초를선택해기록하는안드로이드‘양’이등장”하는영화<애프터양>을소개한다.6년여의시간이단몇분으로압축된앱에기록된영상이1초씩망막을스친다.“건강했던고양이들,친구들과의연말파티,제주도에서만난강아지,기고걷고뛰는아이…….”한편,영화에서“제이크와키라부부가입양한중국계딸미카의정체성형성을위해구입한”‘양’이기록한순간은이런것들이었다.“갓난아기시절의칭얼대는미카를안고부드럽게어르는키라,걸음마를시작한미카,차를우려내는제이크,‘릴리슈슈’티셔츠를입고거울앞에서있는자신.바람에흔들리는나뭇잎,회색벽에드리워진수풀그림자,햇빛에반짝이는거미줄.”

작가는두개의에피소드를소개한뒤자문한다.“지금부터의여생을그런식으로기록한뒤내가세상에서사라지고나면,클라우드어딘가에남게될그영상은무엇이되는걸까.”인생은어쩌면연속되고일관된무엇이아닐지도모른다.결국우리에게서마지막까지남게되는것은나의쓸모를증명하는일과는상관없는,무용해서더없이아름다운찰나들뿐이다.작가가던진질문이마지막책장을덮은뒤에도마음속에길고선명한메아리를남긴다.

가끔은이모든게,그러니까울고웃고화내고안달하고슬퍼하고기뻐하는그런것들이너무나부질없게느껴진다.그러면내발은또다시이곳에딱붙어있지못하고어딘가로자꾸미끄러진다.하지만지금은나의서랍속에작고단단한기쁨들이의외로많이들어있다는것을안다.영원의띠에흩뿌려놓으면거의보이지도않을,먼지처럼작디작은알갱이들.
-「에필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