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에세이)

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에세이)

$17.00
Description
16년째 국내 문학을 열정적으로 소개해온 온라인서점 MD 김효선은 작가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김금희 소설가는 그가 쓴 “편집장의 선택” 코멘트를 읽을 때면 “언제나 울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며 “소설이 가고자 애쓴 바로 그 지점을 짚어 주기 때문에 정확히 격려받는 기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타인의 책이 제대로 대접받기를 꿈꾸며 추천평을 써 온” 그가 이제는 작가의 자리에서 독자를 만난다.

《오춘실의 사계절》은 엄마 오춘실과 함께 헤엄치며 성실하게 귀 기울인 한 사람의 일대기를 사계절의 변화무쌍한 풍경에 담아낸 에세이이다. 50년을 쉼 없이 일하다 은퇴한 엄마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시간 위로 “억세게 고생“한 오춘실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게 닿으려 애쓴 마음이 빈틈없이 배어 있는 문장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다정하게 물들인다. 일과 인간관계에 붙들린 중력의 세계에서 지친 몸과 다친 마음을 닦아 주는 부력의 세계로 이끄는 이야기의 신비가 갈피마다 작동한다. 매 글 첫머리를 포함해 본문 곳곳에는 작가의 독서 내력이 드러나는 다양한 책들이 등장하는데, 인용된 구절이 마치 글의 일부인 듯 절묘하게 녹아들며 문학적 향취를 돋운다. “어리둥절한 삶을 소화하”기 위해 도서관 문 닫는 시간까지 소설책을 읽던 어린이는 “소설에서 엄마를 읽”는 어른이 되어 엄마 인생을 첫 책으로 쓰게 되었다. 살면서 그를 위로하고 구했던 좋은 이야기들이 작가의 몸 구석구석 스며들어 어느새 그 자신을 좋은 이야기꾼으로 만들었음을 증명하는 범상치 않은 데뷔작이다.
저자

김효선

저자:김효선
소설읽고수영하는사람.
스트로크9년차,
소설책판매직16년차,
폐지수집보조4년차,
오춘실쫓아다니는사람.
장래희망은자원재생활동가.

목차

추천의글
프롤로그엄마와나는물에서새롭게만났다

오춘실의봄
2020년종로“독하니까먹고살았쟈!”
2020년종로“내가알아.”
1978년영등포“두근두근해.”
2021년마포“오춘실의세상이네.”
2021년마포“추워서허리가땡겨.”
2021년마포“처음들어왔을땐여기가뛰었어.”
1984년안양“좋으니까살았겠지.”

오춘실의여름
2021년마포“어디가아프셔?”
2021년마포“요즘은수영하는게제일즐거와.”
1985년안양“내가좋아서선택한거니까쪽이못난거야.”
1985년안양“우리딸은아버지없이키우고싶지않았지.”
2022년마포“그거하기싫여.”
2022년마포“이미먹은물은어쩔수없어!”
2022년마포“몰라.저절로됐어.”
1993년안산“그인간도곱게죽진못했을거야.”
2022년종로“평발이라고못한거없어!”
1998년안산“40대땐샛노랬어.”
1998년안산“그때그냄새가나.”

오춘실의가을
2023년마포“사람없어좋다.”
2023년마포“행복이별건가요.”
2002년안산“자존심으로산거야.”
2023년송파“원래첫술에배부른거아닌겨.”
2005년안산“내가정말대단한사람이야?”

오춘실의겨울
2024년마포“물에떠다니면서이사람만나고저사람만나고좋잖어.”
2024년중구“재밌게살아.인생은재밌게사는겨.”
2015년안산“걔도사정은있어.”
2024년마포“여자라고우습게보는거야.”
2024년마포“오늘도시간잘갔다.”
2024년종로“나가면하나님이그럴까.우리춘실이잘왔다.”
2024년마포“예전의춘실이가아니야.”

에필로그먼곳을돌아이모든이야기가시작되었다

출판사 서평

“소설적부양없이도얼마든지헤엄쳐나갈수있는
‘사실세계’의힘과아름다움에대해나는경이롭게깨달았다.”
_김금희소설가

김금희,장일호,조해진강력추천!
16년차온라인서점문학MD의범상치않은데뷔작
중력의세계에서부력의세계로독자를이끄는이야기

“우리는수영장에서지친몸을헹구고다친마음을닦으며나날이새로워졌다.”

16년째국내문학을열정적으로소개해온온라인서점MD김효선은작가들에게익숙한이름이다.김금희소설가는그가쓴“편집장의선택”코멘트를읽을때면“언제나울고싶은마음이들곤했다”며“소설이가고자애쓴바로그지점을짚어주기때문에정확히격려받는기분을느꼈다”고고백했다.“타인의책이제대로대접받기를꿈꾸며추천평을써온”그가이제는작가의자리에서독자를만난다.
《오춘실의사계절》은엄마오춘실과함께헤엄치며성실하게귀기울인한사람의일대기를사계절의변화무쌍한풍경에담아낸에세이이다.50년을쉼없이일하다은퇴한엄마에게수영을가르치는시간위로“억세게고생”한오춘실의파란만장한생애가파노라마처럼펼쳐진다.“세상에서가장사랑하는존재”에게닿으려애쓴마음이빈틈없이배어있는문장은읽는이의마음까지다정하게물들인다.일과인간관계에붙들린중력의세계에서지친몸과다친마음을닦아주는부력의세계로이끄는이야기의신비가갈피마다작동한다.매글첫머리를포함해본문곳곳에는작가의독서내력이드러나는다양한책들이등장하는데,인용된구절이마치글의일부인듯절묘하게녹아들며문학적향취를돋운다.“어리둥절한삶을소화하”기위해도서관문닫는시간까지소설책을읽던어린이는“소설에서엄마를읽”는어른이되어엄마인생을첫책으로쓰게되었다.살면서그를위로하고구했던좋은이야기들이작가의몸구석구석스며들어어느새그자신을좋은이야기꾼으로만들었음을증명하는범상치않은데뷔작이다.

엄마와나는물에서새롭게만났다.일하는여자라는공통점으로말문을텄다.165개월을근속한직장을그만두고이제엄마는43개월째헤엄치고있다.엄마가물을잡았다놓으며이야기처럼졸졸흘러가면나는그말을좇아엄마를따라갔다.

“사는거힘들었어?”

“힘들어도할수없지뭐.”

좋아도할수없고,싫어도할수없고.엄마는입버릇처럼말한다.엄마는그렇게할수없는일은지나가길기다리며살았다.자주엎어지던엄마는넘어져서된통깨진자리에서다시시작했다.땅짚고헤엄치는것같은행운이엄마에게허락된적은한번도없다.비바람이불어도엄마는낙심하지않았다.그복스러운얼굴을기록하고싶다._〈프롤로그〉에서

‘우리모두의오춘실’에게바치는가슴벅찬찬가
“당신은위대한삶을살아왔다.”

책은봄,여름,가을,겨울네개의장으로나뉜다.오춘실이수영을배우기시작한시점부터수영장에서의여러해가흘러가는한편,“중학교에가는대신산골집에혼자남아”집안일을돕다상경해결혼하기까지(봄),출산후공장,식당,병원,과수원등을옮겨가며본격적으로밑바닥노동을하는고난의시절(여름),청소부로일하던중년(가을),폐지를수집하며수영과함께맞이한노년(겨울)에이르기까지의긴세월이맞물려돌아간다.좀체늘지않는수영처럼,오춘실의인생엔대단한반전도발전도없다.그저“굽이굽이삶의곡절을통과해수영장까지도착”했을뿐이다.

그런데이보잘것없는여정이“사실세계”에서놀랍도록선명하게생동한다.작가는엄마의인생을“한국사회의보편적인불행”으로간단히요약하는대신,더없이풍성하고디테일한드라마로복원해낸다.월남하며남편을두번이나잃은노순일의“분하고억울한”화를물벼락처럼맞으며자란오춘실은무뚝뚝하지만세심한구석이있던“까맣고반질반질한”남자와만나,주례목사가신랑이름을내내잘못부르던결혼식을마치고부부가된다.“메리야스를새하얗게삶아”놓고남편의퇴근을기다리는“흡족한시절”이잠깐이어지지만,곧도박에빠져한직장에진득하게붙어있지못하는남편대신생계를책임지는“맵고신진짜삶”이시작된다.하지만,오춘실은미끄러지는삶을부끄러워하지않는다.커다란하수구관이집안을관통하던지하방,바닥수평이맞지않아연필이저절로굴러가고자연전집에서나보았던지렁이가갈라진벽틈으로기어나오던단칸방을전전하면서도불평하기보다는남들보다한참늦게갖게된세탁기에감동하고,가정부로일하던집에서“자기네치과에서사은품으로주는”칫솔에손대지말라는말을들었을땐급여를올려준다는제안에도미련없이때려치운다.절망적인상황에서도작은행복을찾아내고,아무리궁해도자존심만은내려놓지않았던엄마에게서작가는실패대신“생의의지”를읽어낸다.“삶에서도망치지않으면서그삶을손에쥐는법”을“유산대신받아적는다”.그저누군가의엄마일뿐인오춘실이우리에게깊은존재감과뭉클한감동을남기는것은‘보통사람의비범함’을새롭게환기시키기때문일것이다.“당신은위대하다고,위대한삶을살아왔다고.”

엄마는복수를바라지도기다리지도않았다.삶에서도망치지않으면서그삶을손에쥐는법을알아나갔다.엄마의비법,나는그것을오래두고배울참이다._217쪽

“괜찮아.언젠가상처로숨을쉴수있으니까.”
“우리는회복되지않은채로도헤엄칠수있다.”

오춘실이육체노동을하다몸을다칠때,작가는책상노동을하며마음을다쳤다.“일주일에일곱번술을마셨고,새벽5시까지술을먹고잠시눈을감았다뜨면또출근이었다”.가방속에소주병을넣고다니며인두처럼달아오른마음을수영장에서식혔다.정신과를다닌다는말에엄마는“내딸착한건내가알아”라고말한다.그말이작가를살린다.

엄마가그렇게말해주자내가미련하게버티며증명하고싶었던게뭔지알게되었다.남이나를싫어하든말든나자신만은그런말들에속아나를미워하고싶지않았다.고약하면고약한대로나를덜미워하며살고싶었다._32쪽

엄마말에귀기울이자눈이트였고,엄마가보는풍경이보였다.거기엔가지각색의사연과사정을품은연약하고상한몸들이있었다.각자의산전수전이허물없이섞이고“어디가아프셔?”라는물음이인사인나이든여자들의세계에서작가는상처난틈으로숨을쉬고,벌어진자리로말할수있음을알아간다.독자들은먼곳을돌고돌아“갈라진마음을항불안제로메”운딸과“금간뼈를공구리로붙인”엄마가물위에나란히누운수영장풍경을떠올리며“우리는회복되지않은채로헤엄칠수있다”는작가의말을진심으로믿을수있게된다.회복되지않은채로도나아갈수있다는말이회복할수있다는말보다더큰위로를주며누구의삶도녹록지않다는단순한진실을다시금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