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 문제 (나쁜 유전자에 대한 두려움은 어떻게 우생학이 되었나)

태어나는 문제 (나쁜 유전자에 대한 두려움은 어떻게 우생학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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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리처드 도킨스는 2020년에 “우생학은 소와 말, 돼지, 개, 장미에게 효과를 낸다. 그렇다면 왜 인간에게는 효과가 없겠는가?”라는 트윗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2024년에 “지금 미국에는 나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한쪽은 선택적 번식에 대한 과학적 가정, 다른 한쪽은 정치 지도자의 선동적 언사처럼 들린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자리에서 나온 이 두 발언은 동일한 전제를 공유한다. 인간의 가치를 ‘유전자’로 평가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

에릭 L. 피터슨은 바로 이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생학’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되었는지를 추적한다. 무엇이 ‘좋은’ 유전자이고 무엇이 ‘나쁜’ 유전자인가. 우리는 어떤 삶을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을 삶’이라고 판단하는가. 그 판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이 불편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우생학을 특정 시대의 극단적 이념이나 과학의 외피를 두른 기괴한 신념으로 단순화하는 대신,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개인의 선택,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정책적 판단, 위험을 미리 차단하고자 하는 합리적 계산 속에서 반복되어온 하나의 “관행”으로서 재조명한다. 실제로 우생학은 인종, 장애, 범죄, 빈곤 등 “사회가 겪는 고통의 원흉”을 제거한다는 명목 아래, 노골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지속되어왔다. 이러한 논리는 오늘날에도 복지 정책, 유전자 기술, 이민 담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우생학은 비정상적인 광기가 빚어낸 괴물이 아니다. 건강한 아이를 원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욕망이 특정 삶을 배제하고 통제하는 논리로 이어질 때, 우생학은 가장 설득력 있는 얼굴로 우리 곁에 되돌아온다. ‘태어나는 문제’를 둘러싼 욕망과 두려움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동안 우리는 깨닫게 된다. 우생학은 지나간 사상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인 판단 속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저자

에릭L.피터슨

앨라배마대학교부총장보이자과학사및의학사부교수다.미국국내외에서인종과과학의역사적관계를주제로글을발표하고학생들을가르친다.질병·허위정보·빈곤·폭력을네가지팬데믹으로규정하고코로나위기의사회·정치·역사적차원을분석한『더깊은병폐:팬데믹의해미국의기록ADeeperSickness:JournalofAmericainthePandemicYear』(2022)을공저하고1만2천여개의관련자료를직접큐레이션해디지털아카이브〈팬데믹해의미국기록관MuseumofAmericainthePandemicYear〉을구축했다.앨라배마대학동료교수들과공동진행하며인종개념과관련된역사와과학을다룬팟캐스트〈스피킹오브레이스SpeakingofRace〉는여러인류학및역사학강의에활용되고있다.

목차

옮긴이의말
서문좋은태생

1부부적자들이살아남다(기원전500년경부터1898년까지)
1장운명을이끌다
2장퇴화자들
3장타고난범죄자
4장프랜시스골턴경에서코네티컷까지

2부우생학,과학이되다(1899~1927년)
5장인디애나계획
6장미국의우생학트라이앵글
7장우리중최악을연구하다
8장우생학의법적뼈대

3부인종을청소하다(1919~1945년)
9장‘유색인의물결’이‘위대한인종’을삼키다
10장국제우생학네트워크
11장미국을다시하얗게
12장나치와의연관성
13장600만명을살해하다

4부인구를통제하다(1945~1980년)
14장푸에르토리코:식민지의과잉인구
15장인구통제산업복합체
16장인구폭탄이라는폭탄
17장비상사태

5부우생학은죽었다,하지만영원하리라!(1980년부터현재까지)
18장크고작은저항286
19장인구통제에서빈곤통제로297
20장다시시작된범죄자의불임화317
21장신新우생학?

출판사 서평

‘태어나는문제’를둘러싼욕망과두려움의역사

우생학은사라지지않았다
그것은더합리적인얼굴로우리곁에돌아오고있다

“직설적이고,생동감넘치며,우생학의역사를폭넓게아우르는흥미로운책이다.우생학을처음접하는독자에게더없이훌륭한입문서!”
―수바드라다스,『세계를움직인열가지프레임』저자

“과학적아이디어,의학기술,경제적동기,정치적이념이어떤식으로손을잡고파괴적인결과를낳았는지,그리고그유산이어떻게오늘날까지이어지고있는지를생생하게보여준다.
―그레고리래딕,『유전논쟁』저자


◆‘우생학적사고’에서‘우생학운동’까지
우생학의역사를폭넓게조망하는입문서!

우생학의역사는흔히‘우생학의아버지’로불리는프랜시스골턴으로부터시작된다고여겨지지만,이책은그보다훨씬이전까지시선을확장한다.약2,500여년전그리스시인테오그니스의“고귀한것이천한것과섞여서도시인의혈통이약해지고있다”는개탄과,한세기뒤플라톤이『국가』에서제시한선별적번식에관한논의는오늘날우생학을떠올리게하는발상의단초를보여준다.저자에릭L.피터슨은이러한사례들을통해우생학의범위를제도나정책에한정하지않고,보다넓은‘우생학적사고’로확장해살핀다.

“아픈것보다는건강한것이낫고,약한것보다는활기찬것이나으며,인생에서의자기역할에안맞는것보다잘맞는것이더낫다는데모든생명체가동의할것이다.짧게말하면,어떤종이든간에나쁜개체보다는좋은개체가되는것이더낫다.인간도마찬가지다.”―프랜시스골턴,「우생학:그정의와범위,목표」
_본문에서

1904년골턴이제시한우생학의정의는언뜻보기에누구나동의할법한합리적이고무해한열망처럼보인다.그러나이러한발상은‘나쁜개체’에대한두려움을전제한다.20세기초,“자격없는사람,구제불가능한사람,소수인종,외국인,유전자가나쁜사람,술에찌든사람,정신적결함이있는사람,범죄자가자원을빨아먹고퇴화한자손을잔뜩남길것이라는두려움”이확산되면서,우생학은과학·정책·도덕이결합된사회운동으로발전한다.저자는엘리트집단이만들어낸공포와편견이어떻게“도덕이야기로포장된새로운문화적서사가되”어가는지면밀히탐색한다.

1870년대오네이다공동체의“통제된인간번식”실험,19세기말범죄인류학의논의,20세기초전세계로확산된우생학네트워크와그상호연결구조,그리고다양한법적·정책적사례들은우생학이어떻게제도화되고확산되었는지를보여준다.이책은익히알려진인물과사건뿐아니라비교적덜조명된사례들까지폭넓게다루며,우생학의기원과전개,그리고현재적의미를한권에담아냈다.


◆“아우슈비츠로향하는길은
뉴욕의우생학기록사무소를거쳐갔다”

나치독일의장애인학살정책인T4작전이본격화되기전,독일의‘안락사운동’은한통의편지를계기로급속히구체화되었다.1939년봄,라이프치히외곽의농장에서일하는한부부가장애가있는어린아들의안락사를요청하는편지를보냈고,히틀러는이를승인했다.이사건은독일이정신적·신체적장애가있는이들에게“자비로운죽음”을안기는대규모계획을착수할명분이되어주었고,국가차원의조직적살해정책을정당화하는하나의계기로작용했다.히틀러의측근이자의사였던카를브란트는의료진과관료조직을통해‘살가치가없는생명’으로규정된이들에대한체계적살해를실행해나갔고,이러한정책은이후유대인을비롯한집단을대상으로한대량학살로확대되었다.우생학은인종주의,전체주의,전쟁이라는조건과결합하면서훨씬더파괴적인형태로전개되었다.

우생학을떠올릴때많은이들이나치를먼저연상하지만,저자는“우리가나치의우생학을너무많이안다는것.바로이것이하나의문제”라면서이러한인식자체를재고할필요가있다고지적한다.나치의우생학은독자적으로발전한것이아니라,영국과미국에서형성된학문적·제도적흐름과긴밀하게연결되어있었다.특히‘우생학트라이앵글’의한축을이루었던우생학기록사무소는막대한자금을바탕으로우생학담론을미국을넘어전세계로전파하는데중요한역할을했다.이러한사상은다양한경로를통해유럽사회에도스며들었고,독일의평범한가정에까지영향을미쳤다.“장애가있는아기와그혈통이더운좋은이들에게짐이되지않도록가난한부모가아기를죽여달라고간청”하는상황은그러한분위기가개인의선택으로까지내면화된사례를보여준다.아기게르하르트사건은미국과유럽에서축적된우생학적사고가어떤방식으로일상에서구현될수있었는지를드러내는,섬뜩한사례로읽힌다.“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로향하는길은뉴욕콜드스프링하버의우생학기록사무소를거쳐갔다.”라는말은이러한역사적연관성을상징적으로드러낸다.


◆“누가태어날자격을갖는가”
선택의언어로되돌아온21세기신우생학

“누가태어날자격을갖는가.”이책이궁극적으로던지는질문은여기에있다.오늘날우생학은더이상국가의강압적정책에만머물지않는다.생명공학기술의눈부신발전과함께,그것은점차개인의선택과책임의문제로재구성되고있다.이른바‘벨벳우생학’이라불리는이러한흐름은강제대신선택의형태를취하지만,어떤생명이바람직한가를가려내려는점에서과거와크게다르지않다.

더정교해진의학과과학은더나은삶을가능하게하는동시에,무엇을‘문제’로규정할것인가라는새로운질문을던진다.장애나질병에서출발한기준은점차사회적조건과잠재력의영역으로까지확장될수있다.이러한과정속에서‘태어나는문제’는단순한출생조건을넘어선다.어떤삶이태어나도되는가,그리고어떤삶은그렇지않은가라는판단이개입되기시작하기때문이다.우생학은특정유전자자체의문제가아니라,그것을해석하는사회의기준과밀접하게연결되어있다.그렇기에우생학은완전히사라지기보다,시대에맞는형태로변주되며반복될수밖에없다.더정교한선택이가능해질수록,더정교한배제역시가능해진다.그리고그선택은점점더합리적이고타당한것으로보인다.

“생명공학기술로유전체를조작해후손의잠재력까지수정하는논쟁적미래”를눈앞에둔지금,에릭L.피터슨은선택의언어로되돌아온새로운우생학을우려하며이책『태어나는문제』를썼다.책은우리에게묻는다.우리는어떤선택을하게될것인가,그리고그선택은과연누구를위한것인가.

“이것만이이야기의전부는아니다.벨벳우생학은흥미진진하긴하지만미래의과학문제에안달복달하느라정작우리눈앞에서벌어지고있는문제를외면한다.널리보도된대로대중이유전과학을깊이우려한다는점을고려하면아마도벨벳우생학은눈속임일가능성이크다.가벼운SF호러물인것이다.훨씬가깝고평범한곳에서무언가가벌어지고있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