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의 탄생 (어르신과 꼰대 사이, 가난한 남성성의 시원을 찾아서 | 개정판)

할배의 탄생 (어르신과 꼰대 사이, 가난한 남성성의 시원을 찾아서 | 개정판)

$18.00
Description
“가난하고 마누라도 없고 자식도 없어요”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어버이 세대의 정체를 찾아
가부장이 되지 못한 남성들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을 찾아
연민과 혐오 사이, 가난하고 나이든 할배들의 정처를 찾아
어르신, 꼰대, 할배 - 노약자석에 갇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고독사, 어르신, 나라 팔아먹어도 1번 찍는 콘크리트, 꼰대, 박카스 할머니, 어버이연합. 노인의 삶은 노인에게, 아직 노인이 안 된 사람에게, 그러므로 지금 여기의 모든 사람에게 공포다. 공포를 숨기려는 비웃음 뒤에서 노인의 진짜 삶은 박제된다. 대화보다 훈계, 타협보다 명령이 가부장다운 권위라고 여기는 남자들, 늙은 수컷들은 자기를 쉽게 못 드러낸다. 배낭여행도 못 가고 노약자석에 갇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도 자기를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하는 최현숙이 이번에는 ‘할배’들을 만났다. 남자라는 정체성을 얻고, 군대 가고, 밥벌이하고, 돈 벌고, 여자 사고, 죽음을 향해 달려온 70년 세월의 곡절마다 이야기가 그득하다. 어르신이든, 꼰대든, 할배든, 그저 한 사람의 민낯이 있을 뿐이다. 낯설기만 한 그 맨얼굴을 들여다보면, 완고한 얼굴로 절뚝이며 거리를 지나가는 나이든 사람들 사이에서 미래의 내가 다가온다.

군대, 여자, 돈 - 아버지가 되지 못한 아버지들 이야기
김용술(71세)은 1945년 해방 때 전라북도 부안에서 태어난다. 일제 강점기에 몰락한 집안은 군산과 속초 등을 떠돌며 가난하게 산다. 아버지는 ‘일본 종놈’을 만들지 않겠다고 학교를 안 보내지만, 김용술은 그 탓에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한다. 속초에 정착해 결혼하고 양복을 만들다가 군대에 끌려간다. 제대한 뒤 경기도 안성에서 택시를 몰다가 속초로 돌아와 양복점을 크게 벌인다. 기성복 시장이 커지자 양복점을 접고 섹스 비디오방을 차린다. 그 장사마저 아내에게 맡기고 서울에 와 채소 장사를 하지만 가진 돈 다 도둑맞고 떨이로 파는 ‘돼지호박 5500원어치’로 재기한다. 가정에 소홀해진 사이 아내는 바람을 피우고, 아이들은 아버지를 외면한다. 속궁합 잘 맞는 강 여사를 만난 뒤 이혼하고 구두 수선을 하며 잘 지내지만, 오늘도 가족들하고 화해하고 자기보다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노년을 꿈꾼다.
이영식(70세, 가명)은 1946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난다. 여섯 살 무렵 실수로 양잿물을 마신 친어머니가 세상을 뜬 뒤 큰집에 가서 더부살이한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친구들하고 어울려 서울에 와 다방 주방에서 일한다. 남자다워지려고 안 가도 되는 군대에 가지만 작은 키 때문에 무시받자 ‘월남전’에 자원한다. 죽음의 공포를 겪은 뒤 돌아와 오랫동안 방황하며 노숙 생활까지 한다. 목수 일로 자기 생계를 꾸리지만, 가정은 꾸리기가 두려워 평생 홀로 산다.
두 사람의 삶은 군대, 여자, 돈, 군대, 여자, 돈이다. 김용술은 군대는 남자라면 가볼 만한 ‘재미’있는 곳인데 ‘인권’이나 들먹이니 ‘자살’을 하고, ‘꾀’ 못 내고 ‘요령’ 피울 줄 모르고 탈영한 놈들은 ‘병신’이라고 말한다. 이영식도 ‘요즘 애들’이 너무 ‘약해’ 군대에서 ‘사고’가 많다고, ‘때리는 놈’은 ‘통솔’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폭력을 ‘두둔’한다. 그런 두 사람은 화려한 성매매 경험을 자랑한다. “안쓰럽다는 생각도 안 들었어. 그냥 돈 주고 사는 여자지.” “남자 홀리는 여자들이 있거든요. 이쁘게 놀아요. 돈을 반기는 거지 나를 반기는 게 아니지요.” 그렇지만 ‘마누라’도 없고 ‘자식’도 없다. 두 사람 다 평생 쉬지 않고 일했지만 가난의 굴레를 못 벗어난다. 돌고 도는 돈이 두 사람에게는 손안에 쥔 모래알 같다. 김용술은 자기처럼 ‘손발로 먹고사는 사람’은 ‘부동산 살 만큼 돈’이 모이지 않았다고 하고, 이영식은 평생 모은 돈이 ‘은행에 넣어놓은 5000만 원’밖에 안 되지만 ‘진짜 깨끗한 돈’이라고, ‘30년 노가다로 척추 측만에 망가진 무릎’만 남은 ‘내 몸뚱이’라고 자부한다.

할배의 현대사, 남자들의 고해성사 - 가난한 남자들의 이야기에 담긴 남성성의 가난함
호탕한 상남자 김용술과 베트남전 참전 용사 이영식의 삶은 얼핏 보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르신 아니면 꼰대다. 이야기 들어주는 여자 최현숙은 마음속 깊숙이 잠자고 있던 ‘평생 처음 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 공감하며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준 적 없고 제 몫을 해내는 삶을 비하하고 다른 계급의 눈으로 자기 삶이 비정상이었다고 평가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 가난한 남자들이 가난한 남성성을 드러낼 수 있게 이끄는 최현숙은 당신의 삶은 가치 있었다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 위로는 흔들리는 삶에 부대끼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당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곧 나이든 노인이 된다.
저자

최현숙

저자:최현숙
구술생애사작가,소설가.2000년부터약10년간진보정치에몸담았다.이후요양보호사와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노인돌봄노동을하며개인의역사를생생히기록하는구술생애사작업을해왔다.2020년부터는홈리스현장에서활동하며주로늙음과죽음,빈곤에대해관찰하고느낀바를글로써오고있다.구술생애사저서로《천당허고지옥이그만큼칭하가날라나?》,《막다른골목이다싶으면다시가느다란길이나왔어》,《할배의탄생》,《할매의탄생》,《억척의기원》,산문《삶을똑바로마주하고》,《작별일기》,《두려움은소문일뿐이다》,소설《황노인실종사건》,《창신동여자》를펴냈고,공저《이번생은망원시장》,《코로나시대의페미니즘》,《마스크가답하지못한질문들》,《힐튼호텔옆쪽방촌이야기》,《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등에참여했다.

목차

들어가며
김용술 “나는잡초야,어떤구뎅이에떨어져도악착같이다시일어나”
연표
이영식 “나는가난하고마누라도자식도없어요”
연표

출판사 서평

군대,여자,돈―아버지가되지못한아버지들이야기

김용술(71세)은1945년해방때전라북도부안에서태어난다.일제강점기에몰락한집안은군산과속초등을떠돌며가난하게산다.아버지는‘일본종놈’을만들지않겠다고학교를안보내지만,김용술은그탓에인생이꼬였다고생각한다.속초에정착해결혼하고양복을만들다가군대에끌려간다.제대한뒤경기도안성에서택시를몰다가속초로돌아와양복점을크게벌인다.기성복시장이커지자양복점을접고섹스비디오방을차린다.그장사마저아내에게맡기고서울에와채소장사를하지만가진돈다도둑맞고떨이로파는‘돼지호박5500원어치’로재기한다.가정에소홀해진사이아내는바람을피우고,아이들은아버지를외면한다.속궁합잘맞는강여사를만난뒤이혼하고구두수선을하며잘지내지만,오늘도가족들하고화해하고자기보다어려운노인들을돕는노년을꿈꾼다.

이영식(70세,가명)은1946년강원도횡성에서태어난다.여섯살무렵실수로양잿물을마신친어머니가세상을뜬뒤큰집에가서더부살이한다.중학교를그만두고친구들하고어울려서울에와다방주방에서일한다.남자다워지려고안가도되는군대에가지만작은키때문에무시받자‘월남전’에자원한다.죽음의공포를겪은뒤돌아와오랫동안방황하며노숙생활까지한다.목수일로자기생계를꾸리지만,가정은꾸리기가두려워평생홀로산다.

두사람의삶은군대,여자,돈,군대,여자,돈이다.김용술은군대는남자라면가볼만한‘재미’있는곳인데‘인권’이나들먹이니‘자살’을하고,‘꾀’못내고‘요령’피울줄모르고탈영한놈들은‘병신’이라고말한다.이영식도‘요즘애들’이너무‘약해’군대에서‘사고’가많다고,‘때리는놈’은‘통솔’하려면어쩔수없다고폭력을‘두둔’한다.그런두사람은화려한성매매경험을자랑한다.“안쓰럽다는생각도안들었어.그냥돈주고사는여자지.”“남자홀리는여자들이있거든요.이쁘게놀아요.돈을반기는거지나를반기는게아니지요.”그렇지만‘마누라’도없고‘자식’도없다.두사람다평생쉬지않고일했지만가난의굴레를못벗어난다.돌고도는돈이두사람에게는손안에쥔모래알같다.김용술은자기처럼‘손발로먹고사는사람’은‘부동산살만큼돈’이모이지않았다고하고,이영식은평생모은돈이‘은행에넣어놓은5000만원’밖에안되지만‘진짜깨끗한돈’이라고,‘30년노가다로척추측만에망가진무릎’만남은‘내몸뚱이’라고자부한다.

할배의현대사,남자들의고해성사―가난한남자들의이야기에담긴남성성의가난함

호탕한상남자김용술과베트남전참전용사이영식의삶은얼핏보면우리주위에서흔히볼수있는어르신아니면꼰대다.이야기들어주는여자최현숙은마음속깊숙이잠자고있던‘평생처음하는이야기’를끄집어내공감하며입체적으로그려냈다.다른사람에게피해준적없고제몫을해내는삶을비하하고다른계급의눈으로자기삶이비정상이었다고평가할때가가장안타깝다.가난한남자들이가난한남성성을드러낼수있게이끄는최현숙은당신의삶은가치있었다고따뜻하게위로한다.그위로는흔들리는삶에부대끼는우리들에게전하는당부일지도모른다.그리고우리는모두곧나이든노인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