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의 탄생 : 어르신과 꼰대 사이, 가난한 남성성의 시원을 찾아서 - 이매진의 시선 2

할배의 탄생 : 어르신과 꼰대 사이, 가난한 남성성의 시원을 찾아서 - 이매진의 시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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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현숙

저자:최현숙
구술생애사작가,소설가.2000년부터약10년간진보정치에몸담았다.이후요양보호사와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노인돌봄노동을하며개인의역사를생생히기록하는구술생애사작업을해왔다.2020년부터는홈리스현장에서활동하며주로늙음과죽음,빈곤에대해관찰하고느낀바를글로써오고있다.구술생애사저서로《천당허고지옥이그만큼칭하가날라나?》,《막다른골목이다싶으면다시가느다란길이나왔어》,《할배의탄생》,《할매의탄생》,《억척의기원》,산문《삶을똑바로마주하고》,《작별일기》,《두려움은소문일뿐이다》,소설《황노인실종사건》,《창신동여자》를펴냈고,공저《이번생은망원시장》,《코로나시대의페미니즘》,《마스크가답하지못한질문들》,《힐튼호텔옆쪽방촌이야기》,《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등에참여했다.

목차

들어가며
김용술 “나는잡초야,어떤구뎅이에떨어져도악착같이다시일어나”
연표
이영식 “나는가난하고마누라도자식도없어요”
연표

출판사 서평

군대,여자,돈―아버지가되지못한아버지들이야기

김용술(71세)은1945년해방때전라북도부안에서태어난다.일제강점기에몰락한집안은군산과속초등을떠돌며가난하게산다.아버지는‘일본종놈’을만들지않겠다고학교를안보내지만,김용술은그탓에인생이꼬였다고생각한다.속초에정착해결혼하고양복을만들다가군대에끌려간다.제대한뒤경기도안성에서택시를몰다가속초로돌아와양복점을크게벌인다.기성복시장이커지자양복점을접고섹스비디오방을차린다.그장사마저아내에게맡기고서울에와채소장사를하지만가진돈다도둑맞고떨이로파는‘돼지호박5500원어치’로재기한다.가정에소홀해진사이아내는바람을피우고,아이들은아버지를외면한다.속궁합잘맞는강여사를만난뒤이혼하고구두수선을하며잘지내지만,오늘도가족들하고화해하고자기보다어려운노인들을돕는노년을꿈꾼다.

이영식(70세,가명)은1946년강원도횡성에서태어난다.여섯살무렵실수로양잿물을마신친어머니가세상을뜬뒤큰집에가서더부살이한다.중학교를그만두고친구들하고어울려서울에와다방주방에서일한다.남자다워지려고안가도되는군대에가지만작은키때문에무시받자‘월남전’에자원한다.죽음의공포를겪은뒤돌아와오랫동안방황하며노숙생활까지한다.목수일로자기생계를꾸리지만,가정은꾸리기가두려워평생홀로산다.

두사람의삶은군대,여자,돈,군대,여자,돈이다.김용술은군대는남자라면가볼만한‘재미’있는곳인데‘인권’이나들먹이니‘자살’을하고,‘꾀’못내고‘요령’피울줄모르고탈영한놈들은‘병신’이라고말한다.이영식도‘요즘애들’이너무‘약해’군대에서‘사고’가많다고,‘때리는놈’은‘통솔’하려면어쩔수없다고폭력을‘두둔’한다.그런두사람은화려한성매매경험을자랑한다.“안쓰럽다는생각도안들었어.그냥돈주고사는여자지.”“남자홀리는여자들이있거든요.이쁘게놀아요.돈을반기는거지나를반기는게아니지요.”그렇지만‘마누라’도없고‘자식’도없다.두사람다평생쉬지않고일했지만가난의굴레를못벗어난다.돌고도는돈이두사람에게는손안에쥔모래알같다.김용술은자기처럼‘손발로먹고사는사람’은‘부동산살만큼돈’이모이지않았다고하고,이영식은평생모은돈이‘은행에넣어놓은5000만원’밖에안되지만‘진짜깨끗한돈’이라고,‘30년노가다로척추측만에망가진무릎’만남은‘내몸뚱이’라고자부한다.

할배의현대사,남자들의고해성사―가난한남자들의이야기에담긴남성성의가난함

호탕한상남자김용술과베트남전참전용사이영식의삶은얼핏보면우리주위에서흔히볼수있는어르신아니면꼰대다.이야기들어주는여자최현숙은마음속깊숙이잠자고있던‘평생처음하는이야기’를끄집어내공감하며입체적으로그려냈다.다른사람에게피해준적없고제몫을해내는삶을비하하고다른계급의눈으로자기삶이비정상이었다고평가할때가가장안타깝다.가난한남자들이가난한남성성을드러낼수있게이끄는최현숙은당신의삶은가치있었다고따뜻하게위로한다.그위로는흔들리는삶에부대끼는우리들에게전하는당부일지도모른다.그리고우리는모두곧나이든노인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