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행복 (양장)

3분의 행복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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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행복한 시간은 불현듯 다가오기도 무심히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건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 시간 때나 다가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별일이 없어도 〈3분〉은 항상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나는 그 3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런 생각도 하지를 않습니다.
아니 다시 정정하면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난 그저 숨만 크게 쉬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어떨 때 보면 3분이라는 시간은 아주 긴 터널을
지나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그냥 그 자리에서
숨이 멈추기를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강석호, 「3분의 행복」 중에서
저자

강석호

서울대학교조소과를졸업하고뒤셀도르프쿤스트아카데미의마에스터슐러(얀디베츠Jandibbets교수사사)를졸업했다.2000년스위스바젤의UBS아트어워드를,2004년한국서울의석남미술상을수상했고,2008년국립현대미술관의《젊은모색》작가로선정됐다.2003년부터2020년까지인사미술공간,금호미술관,미메시스아트뮤지엄등에서16회의개인전을개최했고,2008년금호미술관의《유토피아,이상에서현실로》와아트스페이스3의《이것을보는사람도그것을생각한다》등다수의전시를기획했다.2018년에서2021년까지서울과학기술대학교교수로재직했다.

목차

1취미로만난선물
2그리는순서
3선물
4망각된사물의기억
5늙은여인의초상
6알음과모름
7봄
8같은도시다른운명
9두번째산행
103분의행복
111983년늦가을
12대상으로부터멀어지기
13불확실한관계에대한사색
14유토피아,이상에서현실로
15당신에게
16당신이현실을묻는다면모른다고말할것이다
17겹겹겹
18무제
19무제
20한국의그림―매너에관하여
21사물과사건의기억
22움켜쥔나무
23무제
24우리의노화는토끼보다빠르다
해설강석호의말없는그림과3분의행복이은주
도판목록

출판사 서평

수필가로서의강석호가풀어낸일상에관한담백한이야기

<다른이들이주목하지않는부분을오래쳐다보는습관을통해포착한이미지>를그렸던회화작가강석호의글과그림을함께모은책이출간되었다.『3분의행복』은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본관에서열린그의전시《3분의행복》을계기로출간되었다.전시와연계된책이지만기존의전시도록에서벗어나강석호가평소써둔담백하고솔직한이야기들을묶은수필집이되었다.불의의사고로안타깝게세상을떠난강석호는회화작품만큼이나글로도널리알려져있다.다른작가들을위해쓴전시도록서문에서조차특유의솔직한서사를풀어내마치한편의단편소설을읽는듯한느낌을준다.이책에모은글에는시도있고,소설도있으며,일기도있다.특히그의글에는<내어쓰기>나<들여쓰기>가거의없다.글을계속따라서읽다보면마치그의어깨너머에서그의일상을들여다보듯시선과감정이함께움직인다.그가산책하면서무심결에쳐다본오래된나무를얘기할때도,아침커피에우유와설탕두스푼을넣어야잠이빨리깬다는걸말할때도그자리에같이있는느낌이든다.보통강석호는자신이하루에무슨생각을하는지글로서술한다.그렇다고꼭하루안에일어나는것들을기록하는것이아닌자신이어디에호기심을가졌는지하루라는시간에담아보려는것이다.짤막한글들을통해서자신의의미를되짚어보고두서없이적어나가지만오히려그문맥에서자신이어떤생각을하고있는지찾아보려는것이다.그래서일까,그의글은3분의<읽는>행복을준다.그게작업에관한고찰이든,어릴적부터좋아한엄마의김치에관한추억이든,술자리에서불쑥떠오른사색이든강석호의글을통해우리는저마다<3분의행복>을갖게된다.

강석호의말없는그림과3분의행복

강석호의작고후열린첫회고전의제목이자이책의제목인<3분의행복>은강석호가2012년에쓴글의제목이다.이글에서강석호는집에서작업실로,산책길로,다시작업실을거쳐집으로돌아가는하루의여정을담았다.<3분>이라는시간은그에게있어일상의진부함으로부터거리를두는시간을의미한다.그는개인전도록에작품에관한글대신일상을담은수필을넣곤했는데,강석호를알수록그의회화와유사한정서를담은이글들이결과적으로작업에관한서술과다르지않은것임을느끼게된다.강석호의회화작품역시그의글과다름없는미감(美感)을가지고있다.그가일상을바라보고살아갔던태도가결국그의회화에서나타나는일련의미적특질과뗄수없는관계에있기에,작가로서의일상을담은그의글들은그의작품세계를이해하는중요한터전이된다.(중략)강석호는그림을그릴때도언제나대상(재료)을찾고기법(조리법)을고민하며적절하게아름다운맛을내기위해노력했다.적정한두께와올의리넨천,적절한점도의물감과기름,붓의굵기와방향,얇은레이어로쌓아만드는미묘한색조,때로는직접제작한액자틀까지가미하며자신이원하는바로그맛을찾아내는것이다.모든훌륭한맛이그러하듯이그의회화가내는맛의균형은무해하며기분좋게하는아름다움을담아오래도록마음에남는다.―독립전시기획자,미술사가이은주의해설「강석호의말없는그림과3분의행복」중에서

책속에서

감정적으로만들고보이는것에만집중하게하면서도문득혼자있을때그내부를상상하게만드는작품을보면작가의생각을짐작해보거나질문을만든다.그와동시에작가의무언가를이작품에대한경험으로끌어와동일시하고싶지않기도하다.간단한힌트정도로작가의말을찾으면꿈을대상으로작업했다거나꿈의영향에대해말하는텍스트를마주치기도한다.그때문득누군가와함께꿈에대해말하는상황은늘낯설었던것같은기억이떠오른다.―「그리는순서」중에서

고속도로위를달리는내내난이길이낯설지만은않다.하지만고속도로저편에보이는풍경들은언제나새삼스럽다.지금도나는낯선풍경을바라보면서고속도로위를달리고있다.이도로는목적을위한수단으로만들어진길이어서그런지표지판의글자와몇가지의교통법만이해할수있으면도로위에서의나는공평하다.하지만도로밖의풍경은아직도낯설다.―「이방인」중에서

여자친구랑커피를마시다가그녀가입고있던카디건하고스웨터를펜과냅킨을이용하여펜으로드로잉을한지꽤오랜시간이지나가버렸다.그리고지금은그냥시사주간지에나온인물들의제스처를골라서작업을진행해나간다.그전에도나는한부분을바라보는것을좋아했으며현재에도그렇게응시하면서생각을놓는것을좋아하는편이다.길다면긴시간동안,특별히달라진철학적사색이나방법론은그다지없다.그냥조금늙었고조금살쪘으며여자친구가반려자가되었다는것.―「알음과모름」중에서

비바람이분다.비와바람은상처를내기도하고치유하기도한다.비와바람은부조리라는현실에싹을틔우기도쓸어버리기도한다.―「봄」중에서

작가이전에작업을하는나의태도는어떤지,그다음내가어떠한자세를가져야하는지의고민이이어져야하는데아직도잘모르겠다.그래서였을까!나는요즘들어서내작업이솔직하지못하다는생각을많이한다.왜그런기분이자꾸드는지모르겠지만진심으로대하지못하는내모습에나를믿지못하는것같다.―「같은도시다른운명」중에서

난이직업이좋아서선택한것이기에즐거울것이라고말하기도하지만난지금즐거운가요?누구에게물어봐도자신만의방향성과기준이다르다보니확인할방법은없어보입니다.이젠커피에우유,설탕두스푼넣고잘저어봅니다.평상시엔약간진한레귤러커피를즐겨마시는데아침엔꼭우유와설탕을섞어먹습니다.그래야잠이빨리깬다는,몸에밴습관에저절로그런행동을합니다.―「같은도시다른운명」중에서

난우리집김치를좋아한다.양념을아낌없이넣지만,그모든것은김치의시원함을위한수단에불과하다.그리고절이는방법으로아삭거림이얼마나지속되는지그것도나에게매우중요하다.한가지더,배추의일조량이많을때나오는맛의질감을좋아한다.―「1983년늦가을」중에서

길거리에버려져자신의고유한기능을상실한가구와잡동사니들을내거처로들여와나의주거형식에알맞게고쳐쓰기시작한지10년이훌쩍넘어버렸다.물론내가그러한물건을주워다쓰기시작한이유는,그것을가지고집으로돌아오는매순간바뀌었지만그래도변하지않는것이있다면그것은물건의가치,그이상의것을조금씩찾아가는<즐거움>일것이다.―「유토피아,이상에서현실로」중에서

내가자신에게계속질문하는것은그림속의<대상>이무엇인가?하는질문이다.작업을본격적으로하기시작한후부터이것에관한질문은계속됐고앞으로도그러할거라짐작된다.<대상>은나의취미에따라매순간다른색을띠게되는데그것이어떠한방향으로흘러가는지나자신도짐작하기가힘들다.어쨌든그것은일정한관찰로인하여결과물의유사성을보여준다.―「무제」중에

난지금뭘그리는지도모른다.작업을한다는것은소가여물을되새김하듯이진행한다고여겼었는데현실의난여물을삼키고만있는내모습을마주하고있다.작업은산으로가는데사실난그게싫지않다.비록작업이중구난방이어도지금의이미지를즐기고있다.―「우리의노화는토끼보다빠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