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정답이 없는 시대, 홍종우와 김옥균이 꿈꾼 다른 나라)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정답이 없는 시대, 홍종우와 김옥균이 꿈꾼 다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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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되짚어보면 우리 역사는 다른 세상을 꿈꾸다가 좌절했던 인물들과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한국 현대사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어설프지만 진지한 이들이 만들어낸 서투르고 치열했던 시간들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뚝딱거리면서 갈등하고 흩어지고 뭉쳤던 우리들의 좌절과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면 두 사람이 나온다. 바로 홍종우와 김옥균이다.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는 다른 세상을 꿈꿨던 이들에게서 시작된 과속과 저속의 부조화가 어떻게 지금 여기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더듬어보는 시도다.
저자

정명섭

저자정명섭은역사교양서저술가.햇빛처럼선명하게기록된역사속에서그빛을받아밤을비추는달과같은이야기를찾는다.그래서우리역사에서소외되었던중요한사실들을발굴하거나익숙한것들을새롭게들여다봐낯선모습을발견하는데관심이많다.역사교양서로는《일제의흔적을걷다》,《스승을죽인제자들》,《조선백성실록》,《조선의엔터테이너》,《조선의명탐정들》,《조선전쟁생중계》등을지었다.
복잡한현실의사정이작용된역사에서배제되어왔던이들의간절한꿈을쓰고자역사소설또한꾸준하게내고있다.지은소설로는《별세계사건부》,《사라진조우관》,《조선변호사왕실소송사건》,《적패》등이있다.

목차

문안의남자,문밖의남자

들어가는글서투르고치열했던우리들의한국사

1장|홍종우또는김옥균
홍종우,민낯을보려면발자국을봐야한다
김옥균,달은비록작으나천하를비춘다
홍종우,알려지지않은행적
김옥균,조선을아시아의프랑스로만들어야한다
홍종우,위조여권을사용한제1호프랑스유학생
김옥균,다른나라를꿈꾸다
홍종우,유럽에한국문학을소개하다
김옥균,갑신정변
갑신정변이남긴이야기

2장|홍종우그리고김옥균
홍종우,프랑스에서조선으로
김옥균,또는이와다슈사쿠
홍종우,유학생에서암살자로
김옥균,비상을꿈꾸다
홍종우와김옥균,그들의동상이몽

3장|홍종우그러나대한제국
벼슬길,살아남은자의길
러시아의등장,친러파로변신하다
조선,제국을선포하다
상소,소란스럽고완고한직언
1898년,뜨겁고길었던여름
독립협회,그대척점에선홍종우
구본신참,그러나여전히과거

4장|그이후의이야기
이승만,홍종우와의특별한인연
제주목사,남쪽으로간홍종우
기억너머로사라지다
이몽,그들이꿈꾸던다른나라

나오는글꿈의기억

부록
갑신정변에참여했던이들을불러보다
와다엔지로의기억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그럼에도우리는왜다른세상을원하는것일까?
1884~1894
서투르고진지한현대사는
이렇게시작되었다

"아이의겨드랑이에는날개가있었다.아이의부모가그비범함을두려워해죽이려하자아이는유언으로콩과팥닷섬을함께묻어달라고청했다.시간이지난후관군이찾아와아이의무덤을파헤치자무덤안의콩과팥이병졸들로변하고있는중이었다.결국세상을바꾸고싶었던아이는부활직전에들켜서실패하고만다.”

승자의해석이역사라면패자의기억은설화가된다.그래서설화에는현실에서소외된대부분의좌절과바람이들어있다.그리고가장전형적인한국적설화는바로앞에나온‘아기장수이야기’다.
되짚어보면우리역사는다른세상을꿈꾸다가좌절했던인물들과사건들의연속이었다.특히한국현대사를거칠게요약하자면어설프지만진지한이들이만들어낸서투르고치열했던시간들의합이라고할수있다.그리고이렇게뚝딱거리면서갈등하고흩어지고뭉쳤던우리들의좌절과바람을거슬러올라가면두사람이나온다.바로홍종우와김옥균이다.《그래서나는조선을버렸다》는다른세상을꿈꿨던이들에게서시작된과속과저속의부조화가어떻게지금여기에까지이르렀는지를더듬어보는시도다.

‘홍종우의발견’이후십여년,
1894년그날에대한새로운해석

역사의전환점에서시대를온몸으로받아낸이들의극적인삶은이야기가된다.우리에게익숙한이름김옥균과그의이름에가려진홍종우에얽힌숨겨진역사또한십여년전부터많은연구자들의주목을받았다.이책에서는이미다뤄진역사를정리하는데에서그치지않고지난십여년간업데이트된김옥균과홍종우에대한새로운사실과주장을바탕으로새로운이야기를하고자했다.
예를들어홍종우가한국인최초로프랑스에유학을떠나면서여권(집조)을위조했을것이라는추정이나,김옥균이사망한장소가널리알려진것처럼방안이아니었다는점,그리고그주변에일본해군의고위장교가있었다는사실을통해김옥균암살의배후를마치추리소설처럼다시들여다본다.이책에서밝히는김옥균암살의배후는조선정부가아닌범죄의결과로가장큰이득을본측인일본이다.실제로김옥균암살사건은일본이동아시아를침략하기위한결정적인빌미로작용했다.
또한김옥균과홍종우의삶을재조명하면서관련사료만이아니라복잡한정치역학이작용된시대별인물평가부터역사적상상력에바탕을둔관련창작물들에이르기까지폭넓은자료를취합해그들이우리에게어떻게기억되고또왜곡되었는지를다시밝히고자했다.
이러한과정을거쳐《그래서나는조선을버렸다》가도달하는지점은왜한국현대사에서다른세상을꿈꾸고변화를시도했던노력의대부분이실패했는지에대한문제제기다.즉홍종우와김옥균을통해서둘러진행된변화의노력들이어떻게끝났으며,왜실패했고,무엇을놓쳤는지를짚어봄으로써지금여기2010년대한국을돌아보고자했다.
무엇보다거대한역사에휘말려증발된사람들에게눈을돌려그들의이름을하나하나불러본것은이책이가진큰성과다.예를들어갑신정변이실패했어도김옥균을비롯한정변의주역들은삶을이어나가역사에이름을남겼지만,뜻을함께했던민초들은예외없이처형되었고이름마저빼앗겼다.

한마디로정의할수없는근대인,
홍종우와김옥균

여기널리알려진김옥균과동료들의사진이있다.우리는한국사교과서등에서이사진을보며갑신정변의주역들이멋을낸채카메라앞에섰다고만생각하지만,사진이촬영된때를더듬어보면이들이전혀다르게보인다.조선에서단발령이시행된때는1895년인데김옥균은그전해인1894년에사망했다.즉갑신정변을일으킨이들은단발령이시행되기훨씬이전부터상투를자르고양장을했던것이다.그만큼김옥균은제국열강들을바라보면서조급했고,정체된조선과불화하며다른조선을꿈꿨던몽상가였다.

김옥균의대척점에는홍종우가있다.여전히홍종우는김옥균암살범이나황국협회의주역인수구파로만기억되지만,한국사상최초의프랑스유학생으로한국의근대문학을유럽에알린번역가였으며,파리의사교무대에서한복을고집한민족주의자였다.동시에당대조선인들에게가장급진적이라고평가받은개화파로프랑스체류시절제국주의의위험함을누구보다가까이에서지켜보았던현실주의자였다.
이둘은모두근대의격랑에휘말린조선이취할수있는두반응의양극단에위치한개혁가였다.그러나조선이조선을버리고다른나라가되기를동시에꿈꿨던그둘은정반대의길을걸었고,끝내죽고죽이는사이가되었다.여기서우리가주목해야할부분은개화기당시김옥균의미숙함과홍종우가취했던복잡한태도가아니라‘왜김옥균은성급하게개혁을추진할수밖에없었으며,왜홍종우는김옥균을살해할수밖에없었는가’일것이다.
이를위해이책에서는개화기를대표하는두문제적인물만을추적하는인물사를넘어후쿠자와유키치에서이승만에이르기까지그들과얽힌동아시아의굵직한인물들을모자이크처럼연결함으로써근대한국사를입체적으로복원하고자했다.

지독하게폄훼되고
철저하게왜곡된이름,홍종우

“김옥균의생존은동양삼국의평화를깨뜨릴우려가있었다.”홍종우가친구처럼지냈던김옥균을살해한다음밝힌동기다.그러나홍종우는처음부터암살이라는분명한의도를가지고치밀하게준비해김옥균에게접근했으며,와다엔지로등의회고에따르면김옥균또한홍종우가자객임을알면서도모르는척하고어울렸다.
지금까지많은학자들이홍종우가김옥균의암살을실행한이유에대해분석했다.정치적신념혹은가문의복수를위해암살을결심했다고추론하지만가장단순한이유가정답에가까워보인다.홍종우가김옥균을죽인동기는결국입신양명때문일것이다.
하지만인간이어떤행동을취한동기를단하나로선명하게재단할수만은없다.홍종우가벼슬길에오르는것만을추구했다면굳이프랑스까지가이방인들사이에서고생할필요도없었을것이다.수차례홍종우를복원하려했음에도대한제국선포에크게기여하고고종의칼이되어만민공동회를부수던전력때문인지여전히홍종우는지독하게폄훼되고훼손된이름이다.마치‘락스타’처럼시신이흩어졌음에도불구하고묘가세군데나모셔진김옥균과는극명하게대비된다.
프랑스화가레가메를비롯해홍종우를회상하는이들은하나같이그를외로운늑대나호랑이에비유했다.그는김옥균을살해하고그토록바라던벼슬길에올랐지만직언을고집하다가다른관료들과자주충돌을빚는가하면수시로상소를올리며조선의변화를촉구했다.고종이사형을바랐음에도한직으로좌천되는것을각오하고원칙을고수하는판결을내려한청년을살린강직한법관이기도했다.그렇게그가왕의뜻을거스르고구한청년은훗날한국의초대대통령이된다.
제주목사시절에는제주도의기득권세력과충돌하고,또제주도민을수탈하는중앙정부,나아가제주도상권을흔드는일본상인들과갈등을빚은끝에탐관오리라는누명을받기도한반골이었다.홍종우를한마디로정의하자면시대와불화한근대인이었다.그가좌충우돌하던김옥균을바라보며느꼈던감정은어쩌면동족혐오였을지도모르겠다.

다른세상을꿈꾼이들의충돌이
우리에게주는메시지

두근대청년은같은곳을바라보며엇갈린꿈을꿨다.조선을버리고싶어했던김옥균은일본의본질을파악하지못한채현실적수단을어설프게흉내내다그들의힘에말리고말았다.조선을버리고싶어했던홍종우는주체적인근대화를꿈꿨지만기득권이란현실의벽에부딪혀스스로의구상을제시하기도전에좌초하고말았다.그들의바람처럼조선은조선이아니게되었지만이후전개된한국현대사는그들의바람과는전혀다른방향으로나아갔다.홍종우와김옥균의삶처럼우리들의현대사는지독하게서투르고치열했던시간들의반복이었다.
탈조선이니헬조선이니하는구호가요란한한편으로는정치의계절을맞아다수결로선출될이에게굉장히많은변화를일임하고자하는바람들로아우성치고있다.다른세상을꿈꾸는각각의기대와바람들은때로상생이아닌극렬한갈등으로치닫기도한다.마치홍종우와김옥균이끝내죽고죽이는관계가되었듯이말이다.
신념과신념이맞부딪쳐생기는갈등은지금여기에서절실하게해결되어야하는숙제다.어느것도정답일수없는다양한생각들이대립으로치달을때역사는항상그서투른진지함에복수했다.우리가역사에서정답을찾았던두근대청년들이빚어낸비극에주목해야하는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