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인생은 왜 동화처럼 될 수 없을까? 문득 든 기묘하고 우아한 생각들)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인생은 왜 동화처럼 될 수 없을까? 문득 든 기묘하고 우아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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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하루에 한 번,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 찾아온다. 불 꺼진 방에 누워 가만하게 천장을 쳐다보며 오지 않는 잠을 불러올 때다. 하루를 반추하며 문득 ‘오늘 나는 몇 시간이나 살아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새삼스럽게 던지다 보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그렇게 누군가는 한동안 이어지는 생각 때문에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는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 생각들과 함께 쏟아지는 잠에 침잠할 것이다.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은 심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직한 속삭임이 그리운 밤, 그림과 함께 보면 그럴 듯하게 어울리는 철학 우화다. 우리와 괴리된 고담준론이 아니라 때로는 절절하고 대체적으로는 쓸데없지만 일상에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철학적 고민들을 47가지 기묘하고 우아한 동화로 은유했다.
저자

김한승

어린시절학교다니기를누구보다싫어했다.지금은국민대학교교양대학학장으로여전히학교를다니고있다.미학을공부했으며철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박사과정을보냈던블루밍턴이라는미국의작은도시를가끔씩구글지도로나마들른다.그곳에서언어의논리에대해서관심을갖게되었고한국논리학회장을맡은지금까지도관심은여전하다.하지만솔직히이야기하자면이제는논리밖에있는것에더자주관심이간다.
조금은철학자답게스스로를소개하자면거시적인것과미시적인것에끌리는편이고,그중간에대해서는덤덤하다.우주속나의위치에대한관심을발전시켜2019년《나는아무개지만그렇다고아무나는아니다》라는책을썼다.아무나읽고싶은책은아니지만읽으면생각이깊어지는책을쓰고싶어한다.밤에달빛을보면서누워있길좋아한다.그렇게가만하게누워있으면잠이점점깨는편이다.1993년부터지현의아빠로살고있다.

목차

들어가는글생각의정글에대한안내서

1부정글위무지개
요람에서무덤을설계합니다/목동의파리가캘리포니아로간까닭은/맛이좋은맛의달인임팔라/북극에살던반달곰은모두어디로사라졌을까?/큰나무밑에선작은나무라도자란다/신기하거나,기괴하거나겨울단풍/귀꺼풀/눈빛만으로는용서를구할수없다/다이어트자본주의/묻지도따지지도않고불행보험/잠들듯그대에게다가가니/다리밑에서주워왔다는아이들/다리밑에서주워온강아지들/원숭이는소망한다,소망을소망하기를/평범하게비범한인형의꿈/나에게액셀을힘껏밟아

2부정글속사람들
체게바라사과와히틀러파인애플/티끌빼기/인생은김빠진맥주로만들어진다/사물의얼굴/이미끝난비극을기도하는사람들/꿈을파는사람과꿈을주는사람/행복이사라질때행복은완성된다/거울앞에서나에게가위바위보/어느날내비게이션이길을잘모른다고사과했다/70억명모두가연예인인세상/오늘도거짓말처럼손이시린정글/첫사랑독점의법칙/축구는감독의예술,감독은선수의감옥/유통기한이사라진박쥐인간/오늘도달콤한시지프씨의하루

3부정글로간철학자
결혼반지는복잡한세상의액막이/김소월의이름으로즈려밟으소서/노래를뺏는사람들/공평함은공정한가?/엄마는아이의추억으로아름다워진다/아주오래된심장/개귀에제2외국어/에밀레종소리,에밀레종소리/올드보이울트라맨/셋째아이에게서배우는최고와최선의차이/삼회전점프의실패를성공하기위하여/내은밀한즐거움을당신은모르실거야/아들둘을잃은대신두아들을찾은어머니/바다를지워바다를담은풍경화/당신과함께늙어가고싶었어

나가는글기쁜비밀

출판사 서평

“나를심연으로빠뜨리는우아하고기묘한상상”
〈환상특급〉보다기묘하고〈테마게임〉보다진지한어른들을위한철학그림동화.살아가며한번쯤마주치는고민들을우화처럼소개한다.이야기자체로서도독자들을끌어들이는매력이있기에쉽게읽으려면호흡은짧지만여운은긴콩트또는에세이로도,어렵게읽으려면감각적인철학서로도,읽는기분에따라다양하게비치는책이다.

“귀꺼풀이돋아나고나는어른이되어버렸다”

바로답하고싶지않은인생에대한질문이문득떠오를때,
일상에작은틈을내는그림같은철학,철학같은그림

“아버지처럼살지않을것이다.”내인생의좌우명이다.
언젠가부터아버지와는말이전혀통하지않아졌다.아버지는듣고싶은말만들었고,하고싶은말만쏟아냈다.아버지는세상이사방이적으로둘러싸였으며오직스스로만믿을만하다고여겼다.
그날도아버지는소파에파묻혀텔레비전을멍하니보고있었다.그런아버지가낯설어보여새삼스럽게아버지를불러봤다.그렇게거듭부르다지쳐텔레비전을가로막고나서야아버지는나를쳐다봤다.
“뭐하다지금왔어?밖이얼마나험한데,하여튼요즘것들은생각도없고…."
여느때와같이쏟아지는잔소리에안도하다가문득아버지의귓가에눈이멈췄다.아버지가나를돌아볼때그의귀가잠깐깜빡인것이다.귀꺼풀이달린인간은들어본적도없다.나는그날이후허둥지둥집을나와독립했다.
집밖으로나와살다보니아버지말씀이옳았다.세상에는이기적인사람이너무많았고,언제나정신바짝차리지않으면언젠가는호되게당했다.출근하면서는무례한사람들이내는악다구니에시달렸고,퇴근하고나서는반지하방위를오가는사람들의소음으로괴로웠다.
그러던어느날부터인가신기하게도나를괴롭히던소음들이조금씩잦아들었다.듣기싫은말들은적당히거르고듣고싶은말만유도하는요령도생겼다.들어야하는말보다하고싶은말이많아질즈음이되자거친세상에도적응이되었다.나는이제얼굴도흐릿해진아버지에게이렇게말을건넸다.
'아버지,살아보니말씀처럼세상이그렇게거칠지는않네요.'
소파에파묻힌채텔레비전을보며맥주를홀짝이던어느날이었다.전화벨이요란하게울렸지만꼼짝하기싫어창가로눈을돌려못들은척하고있으니거짓말처럼벨소리가들리지않았다.어스름한창문에비친나를바라보다문득낯익은것을발견했다.서둘러귓가를만져보니,내귀에는어느샌가귀꺼풀이돋아나있었다.
나는아버지처럼살고싶지않았다.하지만살다보니아버지처럼되고말았다.

“나는오늘몇시간이나살아있었을까?”

말은짧게여운은길게,
철학자의기묘하고우아한상상47

어느날내비게이션이사실은길을잘모른채안내를해왔다고고백을해온다면어떻게반응해야할까?세상이미쳐버려모든것을둘로만나누게되었을때,동료들이다가와토마토와같은중도우파과일은비겁한맛이나니먹지말라고강요한다면어떤표정을지어야할까?어른스러움이점수로매겨져서시시각각측정되는세상이온다면나는어떤어른으로세상을살아내야할까?만약철학자라면우리와다른선택을할까,아니면그들도우리와다를바없을까.

늦은밤라디오에서흘러나오는한숨에,나는눈을감았다
하루에한번,누구나철학자가되는마법과같은시간이찾아온다.불꺼진방에누워가만하게천장을쳐다보며오지않는잠을불러올때다.하루를반추하며문득‘오늘나는몇시간이나살아있었을까’라는물음을새삼스럽게던지다보면질문이꼬리에꼬리를물게된다.그렇게누군가는한동안이어지는생각때문에뒤척이며잠을이루지못할것이고,누군가는내일을살아내기위해생각들과함께쏟아지는잠에침잠할것이다.
《누구나철학자가되는밤》은그렇게심야라디오에서흘러나오는나직한속삭임이그리운밤,그림과함께보면그럴듯하게어울리는철학우화다.우리와괴리된고담준론이아니라때로는절절하고대체적으로는쓸데없지만일상에서한번쯤고민해봤을법한철학적고민들을47가지기묘하고우아한동화로은유했다.
독자들은철학자가잠이오지않는밤마다떠올렸던기발한상상을마치CF한편보듯짧은호흡으로가볍게접할수도있고,친구와술래잡기를한다음어둑한골목길을따라온그림자를돌아보듯두고두고여운을곱씹으며스스로를낯설게보는계기로삼을수도있다.굳이거창한철학적고민이아니라도각자의일상에서받아들이고해석할수있는개인적체험과공감으로서다가갈수도있을것이다.

그림같은글과글같은그림,아버지와딸이나눈묘한대화
한장의그림은때때로한편의글보다많은이야기를전해준다.보는이가곰곰이들여다본시간만큼이나사연을입힐수있기때문이다.이책에서는각글을시각자료로서보충해주는데그치지않고,새로운생각으로발전할수있도록다양한의미를품은그림을매에피소드마다곁들여독자들이쉽게다가가쉽지않게빠져나올수있도록구성했다.
삽화는글쓴이의장녀인삽화가김지현이그렸다.이러한독특한사연은글쓴이(김한승국민대교수)가철학논문을쓸때마다재미있게시작하고자논문도입부마다삽입한짧은창작이야기들에서출발한다.아버지의논문을읽어온그린이가중학생시절부터대학을졸업해삽화가가될때까지철학자에게답장하듯그림으로그감상을전하던것이하나둘쌓였다.
그래서삽화들가운데에는글을단한장의그림으로충실하게이미지화하는것뿐만아니라그림을통해질문하듯받아치거나글을이어받은후일담성격을가진것들도있어아버지와딸이담소를나누거나다투듯글과그림이서로도우면서도묘한긴장관계를형성한다.그래서이책은철학콩트이기도하지만철학과그림이마흔일곱번교차되는통섭이자아버지와딸이글과그림으로나누는대화이기도하다.

사는게정글정글할때,가끔철학자처럼딴생각
저자는이책의글과그림을정글에비유한다.그동안철학책들이논리체계를정교하게쌓아길을제시해주는도시라면,아직정제되지않은사유가글과그림으로날뛰는이책의이미지는도시속정글에가깝다.정글은단순히문명과대비되는밀림의어수선함을가리키지않는다.정글에는모험을떠난소년이있고,야한색을가진독버섯도있으며,사람을잡아먹는맹수와사람의손이타지않은비밀의숲도있다.
이모든것을아우르자면반드시철학개론을떼보겠다는식의뚜렷한목적없이그저잠시나마일상으로부터탈출해보는짜릿한상상일것이다.이러한상상을통해저자가이야기하는바는아마도다음과같지않을까.가끔눈을돌려일상을낯설게보면서다른생각을해보자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