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경계선 (사람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그어지는)

슬픈 경계선 (사람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그어지는)

$18.93
Description
“인간은 경계에 있어야 비로소 자신의 위치를 고민한다”
국경, 세대, 인종, 계급 등 다양한 경계에 대한 르포르타주이자 여행 에세이, 그리고 문화인류학 필드워크. 타이완의 인류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아포가 십여 년 간 강제로 그어진 경계인 한국 휴전선부터 세대 간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는 조선족들의 가정, 미국과 일본 사이에 놓이게 된 오키나와, 전쟁을 잊고 싶어 하는 베트남과 톈안먼을 기억하는 홍콩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의 국경과 분쟁 지역, 그리고 일상을 둘러봤던 기록들을 정리했다. 가장 아슬아슬한 경계선들을 걸으며 고민했던 정체성과 ‘구분’에 대한 저자의 깊은 성찰이 담담한 여행기 형식으로 전해진다.
저자

아포

저자:아포
‘개입하는방관자’를자처하는저널리스트그리고인류학자.대학에서언론학과인류학을전공했으며기자와NGO활동가를거쳐지금은전업작가로글을쓰고있다.아시아역사와문화에관심이많으며국가경계와현대인의정체성에대해오랫동안연구했다.함께살아가는이들을이웃으로이해하고자전세계의국경을넘나들고있으며,여행할때에는반드시한끼이상현지인과함께식사하고자한다.양안교류현장기록문학상,세계중국문학성운상(보도부문),타이완중국시보추천양서상등을수상했다.지은책으로《방관자介入的旁觀者》,《일상의중단日常的中斷:人類學家眼中的災後報告書》,《보이지않는베이징看不見的北京:不同世界不同夢想》(공저)등이있다.

역자:김새봄
연세대학교국제관계학과를졸업했고,중국정부장학생으로북경대학교국제관계대학석사과정을수학했다.현재바른번역소속번역가로활동중이며,번역을통해중화권의생각을읽고전한다는목표를가지고있다.옮긴책으로는『다시배우는공부법』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한국의독자들께손을내밀며
들어가는글/나는왜경계를걷는가?

1부|모호한경계선
베트남·당신과나사이,오해받는경계
캄보디아·빛바랜유적위에파여진선명한핏빛경계
라오스·어느곳에나흐르지만어디에도속하지않는메콩강
인도네시아·경계에서희미해진타인과나사이의간격
태국과미얀마사이·경계에서정체성을상실한이방인
싱가포르·말레이시아와바다사이에놓인경계인의섬

2부|시간과기억의경계선
오키나와·류큐와일본사이,미국과일본사이그들은누구인가?0
대한민국·당신들이그어내게남겨진고요한분열의기억
중국조선족자치구·한국과중국사이,저는조선족입니다
‘전쟁’이아닌베트남·낭만으로소비되는타인의전쟁
보르네오·마음속에경계를간직한우림속옛전사들

3부|경계에서있는정체성
홍콩·중국인이나영국인이아닌홍콩인으로산다는것
마카오·세권의여권,그리고어디에도없는고향
말레이시아·저는말레이시아사람이니화교라고부르지마세요
미얀마·어느곳이나의국가인가?무엇이나의역사인가?
베트남·그래서타이완사람들의가격은얼마나되나요?

나가는글/당신과나는우리가될수있을까?

출판사 서평

+“왜그는경계지역을여행했는가?”
개입하는방관자의관찰하고관찰당하는기묘한여행기
《슬픈경계선》은타이완이라는경계에서살아온저자가타이완밖으로나가가장극단적인형태의갈등과다양한경계들을넘나든기록이다.문화인류학자이자저널리스트인아포는강제로그어진경계선에서통일을바라면서도동시에바라지않는한국인들부터미국과일본의경계에서일본을증오하면서도스스로를일본인이라고소개하는오키나와인에이르기까지다양한형태로첨예한갈등이벌어지는전아시아의경계지역들을둘러봤다.
그러나이책이비극을소비하는다크투어리즘여행서거나또는분쟁지역에대한인류학적보고서는아니다.여행자는풍광에주로눈길을두고학자는문화상징에신경을쓰기마련이다.그에반해저자는강단과언론각각에한발씩걸쳐있으며,타이완이라는독특한지점에놓여있고,구세대와신세대사이에끼인여성이라는다양한처지의경계인으로서현장에서의숨소리자체에귀를기울인다.그래서그는이책에서이렇게말한다.“경계를걸을때역사의위대함따위는우리와무관했다.오로지직접보고느낀것들만이진짜였다.”
저자아포가아시아의‘경계’만을여행한까닭은두가지다.하나는“왜우리는서구의역사와문화에대해서는익숙하면서도스스로의역사와주변이웃들에대해서는무관심한가?”라는의문이다.또하나는타이완인이라는스스로의정체성에대한탐구다.그는입시를준비하며‘언젠가되찾을본토’의지리를세세한부분까지달달외웠지만,중국과국경을맞댄동남아시아등지를여행하고나서야타이완인은중국본토에입국자체가허용되지않는다는사실을알게된다.
그는이렇게경계들을직접밟으며몇가지원칙을세우게된다.첫째현지인들과반드시식사를함께할것,둘째역사적현장에서매몰되지도관조하지도말것,셋째타인에게자신을투사하는것이아니라타인을통해스스로를끊임없이되돌아볼것등이다.그는이러한자신의여행태도를‘개입하는방관자’라고소개한다.
그렇게아포는개입하는방관자로서여러가지를직접부딪혀가며듣는다.오키나와출신에게다짜고짜‘당신은스스로를일본인이라고생각하나요?’라고물었다가후회하는가하면홍콩에서시위에참여했다가관광객의철없는개입으로비칠까봐소심하게들었던피켓을내리기도하고,현지인을조심하라고일러주는화교들을등지고는보란듯이현지인들에게먼저말을걸기도한다.
그리고여행을마친다음에는그감상을정리하는데그치지않고역사서와논문,문학,영화,다큐멘터리,음악,신문기사등풍부한자료를동원해낯선곳에서의여행을익숙한곳의위치를가늠하는기준으로재구성한다.그래서그의글은경계지역에대한에세이지만동시에필드워크이고또르포르타주이기도하다.

+왜그는경계를슬프다고했을까?
인류학자가이야기하는‘세계는왜갈라지는가?’
이책의제목은레비스트로스의《슬픈열대》에서따온‘슬픈경계선’이다(원제憂鬱的邊界).그러나본문어디에도‘슬픔’이직접언급되지는않는다.오히려그는경계를걸으면서어떤감정에도휘둘리지않고자항상일정한거리를유지하려고한다.그럼에도그가경계에슬픔이라는감정을투영한까닭은무엇일까?
갈등,역사와기억,정체성이렇게세가지로구성된이책은베트남기차안에서시작해타이완에서의베트남회고로끝난다.그처음과끝사이에는경계에대한이야기라고단순하게정리될수없는무수한사연들이오간다.
저자는이책을통해서로를왜증오하게되었는지잊을정도로깊게증오하게된캄보디아와베트남사람들을통해서구열강의아시아침략사가해방이후에도남아역사적외상이되었음을밝힌다.한국을방문해서는실향민의후손들이언젠가북한이중국에흡수되는것은아닐까걱정하는모습을바라보며중국의역사침략을우회적으로비판한다.오키나와파인애플공장에서는타이완의경제성장신화에서배제된해외파견여공女工들을역사전면으로끄집어내고,말레이시아에서는원주민들과선을긋고살아가는화교들을통해혐오의대물림을우려한다.옌지의조선족에게서는아버지와아들사이에서점점벌어지는정체성과세대갈등을확인하고,세계전역으로흩어져더러는겉돌고더러는현지인을착취하는등다양한처지로살아가는화교들을만나며디아스포라에대해고민하기도한다.
그백미는2차세계대전당시보르네오에서불렸던타이완민요를되짚어볼때다.당시수많은타이완원주민들이일제에의해징병되어침략의첨단에서고,보르네오에서전쟁의가해자가된다.저자아포는일제와맞서싸웠던보르네오섬노인의회고를들으며전쟁에휘말린그들이서로에게상처를줬던역사를직시한다.
아포가경계를가리켜슬프다고말한까닭은바로여기에있다.그가아시아전역에서확인했던경계대부분은맥락이무시된채타자에의해수학공식처럼그어졌으며,오래전에나뉜것이아님에도불구하고경계에홀려어느샌가‘예전부터그래왔던것처럼’서로를반목하게되었기때문이다.

+“다시경계에서말한다!”
각자의경계에서서로의경계밖을이해한다는것
이처럼역사적인경계선이심리적인경계선으로확장되는지역들을답사하면서저자가내린결론은간단했다.바로‘역지사지易地思之’다.
그는오키나와를여행하며경제성장기당시일본에서‘더럽고미개하다’고매도당한타이완이주여성노동자들의사연을들으며타이완사회에서‘열등하고가난하다’고폄훼되는베트남이주여성들을떠올린다.아직까지톈안먼민주화시위를잊지않는홍콩인들을바라보며자신또한거리에나선홍콩인들을잊지않으려고한다.베트남기차안에서억울하게추방당할뻔한경험담에서시작해타이완에서억울하게추방당한베트남유학생의하소연으로끝나는이책의구성또한저자가깨달은‘역지사지’에근거한것일테다.
‘역지사지’라고하니동화속에서오랜여행끝에돌아온자신의집에서바라던것을찾은파랑새동화처럼진부하게느껴질지도모르겠다.그러나그가오랜세월경계를걸은끝에얻은깨달음은우리에게이러한질문하나는던져준다.나를나로인정받기위해서는먼저타인을타인으로인정할줄알아야하지않을까?
저자아포는자신의선배라할수있는저널리스트라푸시친스키의말을빌려역지사지를이렇게다시정리한다.“자신이밟고서경계를넘었을때진짜세상이열린다.”정말로흔한말이지만선로밖에는열차안에서는볼수없는세상이있다.코로나이후‘봉쇄사회’로가는지금,우리가되새겨봐야할성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