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나를 잃지 않고 나와 마주하는 경계의 감정)

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나를 잃지 않고 나와 마주하는 경계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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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죽은 부끄러움의 사회’이자 ‘수치 중독 사회’인 지금 여기에서 수치라는 개념을 복원한다. 이를 위해 언어학, 종교학, 정신분석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수치에 대한 정체를 추적하고 수치의 의의를 밝힌다. 나아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수치라는 키워드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와 한국인을 들여다본다.
저자

이창일

고려대학교심리학과를졸업하고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철학박사를,서울불교대학교에서상담심리학박사학위를받았다.지금은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책임연구원으로재직하면서,동아시아자연학과인간학의미래적비전을제시하는연구와활동을하고있다.지은책으로《까르마에토스성격유형학》,《민중과대동》,《주역점쾌》,《주역,인간의법칙》,《한국의동물상징》,《성리학의우주론과인간학》,《사상의학》등이있다.옮긴책으로는《융의적극적명상》,《심경발휘》,《심리학의도》,《자연의해석과정신》,《황제내경》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는글사람을망치고사람을만드는수치의두얼굴

1부수치,감정과문화
1장부끄러움의감정
부끄러움,복잡한이차감정/마음을닦는학문,심학/프시케와마주하는학문,심리학/감정은신체표현에종속된다/신체와감정은분리될수있다/뇌,감정의집/부끄러움,사회적인이차감정/감정의출현/타인과나를이어주는거울뉴런/‘차가운’교감과‘따뜻한’공감/인간에게새겨진다양한감정들/일차감정과부끄러움/혐오,꺼리고물리치는감정/순수한역겨움에서도덕적역겨움까지,혐오의4단계/수줍음,경계에그어진붉은기준

2장부끄러움의언어문화
부끄러움과언어학/벌거벗겨지면불처럼타오르는감정/부끄러움의한자표현들/부끄러움과가까이있는말들/부끄러움에대한속된표현/부끄러움의언어화/부끄러움의생리적환유와문학적은유/부끄러움계열언어들의관계/수치스러움의언어적변별성/‘말’로보는수치의지도

2부수치,아래쪽얼굴
1장수치의탄생
인간의타락과수치의시작/욕망하는인간의수치보따리/창조,분리,타락/숨겨진징조,비워진알몸/죄와벌,추방과각성/수치의변화,불의한음욕/부정적인감정의우두머리,정욕/‘그날’의문학적재구성/타락이전의수치/인간이에덴의동쪽으로간까닭/수치의옷으로갈아입은인간

2장수치,리비도를막는댐
타고난욕망,리비도/수치,인간을인간으로올리거나끌어내리는저항/내면에심어진근원적인죄의식/상처입은인간의한얼굴

3부수치,정체성과병리
1장수치와나르시시즘
모두에게는나르시시즘의경향이있다/이상적자아,나르시시즘의목표/나를기준으로삼은특수한정신기관,양심/얼굴없는수치/인간을인간이게하는정신의댐

2장정신분석패러다임과수치의해석
자기자신으로살기위한고통의관문/융그리고그림자와페르소나/부끄러움,자신에게가는길에놓인이정표/나르시시즘의재발견/최적의좌절과자기의발달과정

3장수치의병리
일상에서찾은수치탐구생활/과도한수치심이라는병/수치의일반적인세가지방어기제/악마의위장된이름,수치/병든수치심의다양한모습들/해로운수치심은어디에서오는가?

4부수치,위쪽얼굴
1장수치의두길
해야할것과하지말아야할것/맹자,혐오와사랑은본능이다/맹자가본수치의다른얼굴/부끄러움을쌓다보면사람의얼굴을하게된다/“차라리죽어라!”/하늘을우러러부끄러움이없기를/순자,부끄러움과촌놈/그리스식사회적수치와명예

2장비인과소인
누가‘비인’인가?/부끄러움을모르는미꾸라지들/공감할줄모르는비인,사이코패스/사이코패스가인간과세상을바라보는방식/현실의사악함과맞서싸우는방식

5부수치,대안의길
1장부끄러움의철학
부끄러움과시/경,내면을곧게한다는것/부끄러움을알려거든목숨을걸어라

2장부끄러움의미학
어눌하고자하는것이군자다/수양을위해내면으로향하는경지,졸/부끄러움없이살기위해노력한다는것

3장부끄러워할줄알았던사람들
부끄러움과의로움,그리고비극/윤동주,부끄러움을안다는것/시인의부끄러움그리고지주/“부끄러운줄을알아야지!”/정치가아닌고백과반성/누가부끄러운사람인가?

4장수치의무기화
사이코패스는만들어지는것인가?/사이코패스를권장하는사회/등수매겨내쫓기/인간이돈으로계산되는사회/전쟁의무기,혁명과수치주기/비인들의반격/우리의얼굴을만드는것은우리자신이다/고개숙인수치의얼굴을들며

나가는글왜부끄러움은인간의몫인가?

주석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우리는왜사라진부끄러움을부끄러워하지않게되었는가?”

사람을완성하고사람을파괴하는두얼굴의감정,
수치가사람의조건이된이유에대한학문적탐색

○수치에중독되었으면서도부끄러움이마비된‘수치사회’

“수치를모르는친일파들,사람이저렇게뻔뻔할수도있구나!”
“후안무치와철면피는어떻게정치인들의미덕이되었는가?”
“나만옳고너는틀렸다?부끄러움을모르는내로남불운영”
“부끄러움을잊어버린세상,한국이야만사회가되고있다”
“과거를잊고부끄러울줄모르는일본의태도에분노한다”

근래주요일간지기사들의제목이다.지금뿐만아니라수치는동서양을막론하고현실을개탄할때자주쓰이는말이다.또한신뢰와더불어개인을평가하는기준가운데하나로쓰이는것이바로부끄러움이기도하다.석학들이수치에대해고민하고수많은학문들이수치에매달린까닭은여기에있다.
신화적상징에서아담과이브가이성을갖추고난뒤수치에사로잡히면서인류역사가시작되었듯,인간은뭇동물들가운데얼굴을붉히는유일한종이다.만약얼굴을붉힐만한일을경험하게되었을때우리는‘낯’이뜨거워지고,이러한‘체면’을살피지못하면‘후안무치’나‘철면피’라는모욕을듣는다.그래서‘쪽팔리다’라는속어는우리가얼마나수치라는감정을중시하는지를잘드러낸다.부끄러움을드러내는얼굴은영혼이나사랑이그렇듯매매할수없는대상이라는뜻을담고있기때문이다.
그러나한편으로는지금처럼부끄러움이사라진시절이없었던듯하다.인간의가치를숫자로환산하는것이당연해졌고,부끄러워하는것은약점에대한자백으로받아들여지게되었으며,스스로를명품에빗대과시하는모습은멋이되었다.부끄러움이범람하면서도역설적으로수치가희미해진모순된풍경,훗날지금의한국사회를규정할때누군가는‘죽은부끄러움의사회’라는이름을붙일것이고,또혹자는‘수치중독사회’라고부를지도모르겠다.
《수치,인간과괴물의마음》은이처럼한국사회를선명하게보여주는키워드가운데하나인수치의실체를규명한최초의시도다.인간을사로잡아온수치라는감정을통해우리에게부끄러움이란무엇인지그정체를추적하고,왜우리는수치에얽매이게되었으며동시에왜부끄러움을망각하게되었는지모순된풍경을해명하고자했다.
이를위해이책의저자이창일책임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은철학과심리학을동시에천착한경험을바탕으로신화부터인류역사,정신분석학과뇌과학,언어학과철학에이르기까지다양한학문분야를넘나들며수치를분석하고,그작업을통해오늘날한국사회와한국인을들여다보고자했다.


○인간을완성시키는감정이자인간을파괴하는감정,수치의두얼굴

“부끄러움,사람을완성시키는최소한의마음”
vs.
“수치,인간을파괴하는가장어두운감정”

윤리는최소한의사회적합의다.대다수현대인들은사회화과정에서이러한규범을일종의상식으로내면화하며,그것이어긋나는광경을목격했을때심리적인규제를가하게된다.이때전제되는심리가바로사회의기대에부응하지못했을때느끼는반응,수치다.
수치를느끼기위해서는한가지전제가필요하다.타인의시선으로자신을객관화할수있을때인간은비로소수치심을느낄수있다.그래서스스로를부끄러워하는수치심은타자를의식한감정이자스스로를관조하는시선이라는점에서개인적차원의부끄러움이라기보다는사회적차원의의식이자한인간이세계를인식하는프레임이기도하다.맹자와다윈이오직인간만이수치를느낄수있다고얘기한까닭은바로여기에있다.무리의규범을무시한짐승이무리에서쫓겨나는경우는있지만집단속에서부끄러움을느껴무리를떠나는경우는,적어도동물에게서는찾을수없다.
앞서지금이수치가만연하고부끄러움이사라진모순된세상이라고했지만,그배경에는이와같은수치라는감정이지닌특성이깔려있다.애초에수치는야누스와같은두가지얼굴을지닌것이다.하나는인간의근원에도사린감정의지옥이다.실제로‘아담이에덴의동쪽으로쫓겨난이래’수치란감정은인류역사에서주로부정적인맥락에서동원되어왔다.망신살이뻗치고,인간관계가파탄이나며,전인격이부정당하는공포에시달리며극단적인선택까지하게될때사로잡히는감정이바로수치다.이것을이책에서는수치의아래쪽얼굴이라고이름붙였다.
한편부끄러움에는옛선비들이‘오직인간만이가지는감정’이라고강조했던염치,디트리히본회퍼가이야기하는타인과의공존을위해스스로를다스리는태도에가까운개념도들어있다.그래서남명조식은항상스스로를경계하고자방울을달고다녔고정약용은스스로에게부끄럽지않는인간이고자홀로있을때에도삼가는태도인‘신독’을재해석했다.그리고경술국치를맞아매천황현은“나라에서오백년이나선비를길러왔는데,국난을당해죽는이하나도없다면부끄러운일이다”라는유언을남기고자결했다.평생을패배가예정된싸움에매달렸던독립운동가들의가슴속과,모어를잃고다만시를통해부끄러움을고백하다가잔혹하게살해된윤동주시인의마음에도이와비슷한감정이도사리고있었다.이책에서는이를가리켜수치의위쪽얼굴이라고불렀다.
따라서《수치,인간과괴물의마음》에서는수치의정체에대해섣부르게가치판단을내리지않는다.대신인간이축적한수치에대한모든지식을훑어내려가수치가가진위와아래두얼굴을직시하고자한다.

○한권으로읽는수치또는부끄러움에대한모든것

“죽는날까지하늘을우러러한점부끄러움이없기를.”_윤동주
“부끄러움을모른다면더이상사람이라고할수없다.”_맹자
“나는스스로에대한수치심을바탕으로삶으로나아갔다.”_카를융
“수치는필멸하는인간의육신에남은죄의법이다.”_아우구스티누스
“시스템에의해내면화된수치는가장위험한악마다.”_존브래드쇼

구체적으로이책에서정리한수치의정체와의의는다음과같다.첫번째장은수치에대해언어학과자연과학적으로분석한다.앞서이책의주제인수치를소개할때수치와부끄러움을구분해서사용했다.한국인들은의식하지않더라도수치라는감정의뉘앙스를섬세하게구분한다.예를들어부끄러움,수치,창피,민망,면구,쪽,가오,수줍음,남우세,망신,쑥스러움등의명사는물론이고뒤통수를긁적이고,얼굴을가리고,손이떨리고,고개가숙여지고,몸이오그라지는등의동사와형용사로도감정을나눠표현한다.이책에서는이들수치를가리키는언어의스펙트럼을문학작품들과언론을사례로들어구분한다.이어서진화생물학과신경생리학에서수치라는감정을들여다본결과를정리한다.자연과학적분석에따르면수치는인간이사회적존재로적응하면서뇌속에기입된‘이차감정’이며,‘공감감정’이다.
그다음으로는수치의아래쪽얼굴을살핀다.이를위해서구문화의바탕인기독교신학과그리스신화까지거슬러올라가수치의원형을알아보고,왜수치가음탕한욕망과규범을배신한죄의식이한데묶인부정적감정의제왕이되었는지를살핀다.뒤이어역사를동물성과이성의대립이자자연에대한정복과정으로파악한종교적관념을지향하면서동시에지양한프로이트와융,코헛의정신분석학적논의를통해파괴적인감정이자동시에긍정적역할도하는수치의양면성을살핀다.이른바정신분석은자연과문명의중간에끼인수치를전통속에서다루되‘타락으로유혹하는음란한정욕’이라는가치평가는배제하고인간안에있는동물성을인정했다.그럼으로써수치는원초적인죄에서벗어나인간이동물이되는것을막아주는‘정신의댐’으로의미가바뀌었다.
이어서수치의위쪽얼굴을분석하면서,서구신화학과자연과학에서동양의철학으로초점을옮긴다.유교사상에서수치는인간의내면에서자연스럽게피어나는선을지향하는경향이다.이러한경향은공감이라는본능을바탕으로하기에부끄러움을모른다면공감이라는감정이마비된상태라고봐도무방하다.이를동아시아문화권에서는‘비인非人’(인간이아닌존재)으로부르는데,교감을할줄알되공감할줄은모르는존재를가리키는오늘날‘사이코패스’와일치한다.수치를수양에반드시필요한조건으로파악하고수치에대한자각을강조하는사상은바로이러한반사회적성격장애를가진존재들에대한인간과사회의대응방식이기도하다.
마지막으로이러한수치의철학과미학을역사적인물들의실제삶에적용해살펴봄으로써부끄러운줄모르는시절이생겨난이유의최종적인답을짚어본다.생존경쟁아래에서즐거이경쟁하며스스로와타인의값어치를수시로재평가하는것을내면화한이래현대인내내벌거벗었다는죄책감에시달리며교감하되공감은하지못하는방향으로발전해왔다.
이러한세상에서성공하기위해서는필요에따라공감을끄고켤수있는스위치를가지고있어야하며,살아남기위해서는만사에눈을감고고개를돌릴줄알아야한다.우리는지금여기를사이코패스들의세상이라고한탄하지만,이처럼‘비인’과‘소인’을권하는사회이기에그럴수밖에없기도하다.

○괴물이되지않기위해사람이갖춰야할최소한의조건,부끄러움

“이땅의무서운규모가우리를키웠습니다.”_자신이독립운동에뛰어든까닭을밝히며,이육사

오늘날우리는모든사건을연극적으로,위악적으로소비하며비극에도무감해졌다.현대사회에서파편화된개인은자존이라는덕목을통해공동체적가치가무너진데따른충격을이겨낸다.그러나타인과공감하고공감받는다는복잡다단한과정을포기하고‘혼자서살아남는다는것’에대해고민한결과는앞서이야기한것처럼인간임을포기하는것이었다.
공감을폐기한사회에서개인이관계를파악할때무엇보다중요한것은피아구분과자기증명이다.모든관계를승패와손익으로받아들이기때문에자신이무시를받는다는데에서오는모멸감에는굉장히민감하게반응하지만,역으로타인에대한존중이나타인의기대를충족하지못하는데에서오는부끄러움에는둔감해지게된것이다.새삼스럽지만,지금은부끄러움이사라진세상이다.
‘강호의도의가땅에떨어졌다’는시쳇말이있다.여기서도의란지켜야할것을지키고부끄러워해야할것을부끄러워하는상식이자최소한의인간다움에대한합의일것이다.안타까운부고앞에서위악적으로자신이지지하는이익집단의정치적구호부터드러내고,폭력의희생자에게집단의이익을위해다시가해를가하는것이어느정도당연시된현상에는이처럼모멸감에민감하고수치감에는둔감한세상이바탕에깔려있다.수치에중독되고부끄러움에마비된지금여기에서부끄러움을다시들여다봐는까닭이다.우리는사람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