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는 인간 (확증편향의 시대, 인간에 대한 새롭고 오래된 대답)

의심하는 인간 (확증편향의 시대, 인간에 대한 새롭고 오래된 대답)

$23.13
Description
서구 철학사에서 철저하게 외면받아온 고대 회의주의를 새롭게 평가하고 일련의 계보로 재구성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회의주의의 덕목을 제시한다. 그동안 플라톤 및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구성돼온 ‘이성 중심의 철학사’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회의주의자들이 일상에서 지니는 삶의 기술로서 변증술, 판단유보, 마음의 평안(평정심) 등을 제시한다. 어떤 의견에도 속박당하지 않는 ‘의심’을 새로운 인간의 원동력으로 제시하는 이 책은 내가 ‘나’로서 바로서고 행동하기 위한 철학을 제공한다.
저자

박규철

연세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대학원에서플라톤의《고르기아스》편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연세대학교인문학연구원전문연구원,월간《에머지》및《넥스트》편집장그리고아신대학교교수를지냈다.현재국민대학교교양대학서양고대철학교수이자후마니타스리더십연구소장이며,한국동서철학회부회장및한국중세철학회편집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전공분야는소크라테스와플라톤철학이지만,연구영역을확장하여고대회의주의가오늘날우리에게주는통찰이란무엇인지제시하고자이책을썼다.
지은책으로는《그리스로마철학의물음들》,《플라톤철학과회의주의》,《그리스계몽주의와신플라톤주의》,《고대그리스철학의감정이해》(공저),《고전의창으로본리더스피릿》(공저),《글쓰기와토론을위한플라톤의국가읽기》그리고《소논문쓰기,어떻게할까?》(공저)등이있다.옮긴책으로는《플라톤과소크라테스적대화》(공역)와《신플라톤주의》(공역)그리고《포스트모던시대의철학과신학》(공역)이있다.현재는‘어떻게자기를보존할것인가?’라는주제로고대철학자에픽테토스가정립한삶의기술을소개하는책을쓰고있다.

목차

들어가는글:의심,철학의이유
연대표

1부고대회의주의의의미

삶의불안을치유하는철학적도구|호모두비탄스,‘의심하는인간’의탄생|회의
주의의길은탐구의길|의심은극복의대상이아닌삶의지혜|누가고대회의주의의기원인가?

2부아카데미학파의회의주의

1장아르케실라오스
후세에하이브리드괴물로취급받은철학자|당대제일의철학자이자아카데미원장|회의주의의바탕은소크라테스의논박법|스토아학파의인식론은왜문제인가?|이성적인확신없이도행동할수있는근거|평범한사람들도행복할수있는길

2장카르네아데스
‘부정적독단주의자’로취급된회의주의자|서로반대되는연설을잇달아행한탁월한연설가|진리의개연성을인정하는완화된회의주의|행동할때는판단하고,진리에대해서는판단을유보한다|감각표상에도종류가있다|진리의기준은파악표상인가,감각표상인가?|개연적인감각표상을믿지않고도행동할수있는가?|억견은부정적지식이아닌일상의상식

3부피론학파의회의주의

1장피론
고대회의주의역사상가장중요한인물|어떤상황에서도평정심을유지한철학자|상황에지배받지않는평온함의힘|피론의철학에대한상반된해석

2장아이네시데모스
아카데미바깥에서피론학파를창시한철학자|피론주의부활을위한세가지개념|아이네시데모스의10개의논증방식|아이네시데모스의철학을부정적인규정으로부터구출하기|독단주의를철저하게거부한피론주의의수호자

3장섹스투스엠피리쿠스
고대회의주의를체계화한철학자|주요저작들에나타난피론주의철학의지도|섹스투스가말하는회의주의의핵심|회의주의의주요개념들|회의주의를표현하는법|회의주의가제시하는행복의조건

4장피론주의의논증방식
독단주의에맞서는회의주의의방법론|아이네시데모스의10가지논증방식들|아그리파의5가지논증방식들|2가지논증방식과8가지논증방식

5장피론학파와아카데미학파의차이
제1아카데미:플라톤철학의양면성|제2아카데미:아르케실라오스의회의주의|제3아카데미:카르네아데스의회의주의|제4아카데미:회의주의와독단주의사이의과도기적철학|제5아카데미:회의주의로부터이탈한이단내지변종|보론:《피론주의개요》와《학자들에반대하여》의차이

4부아우구스티누스와몽테뉴의새로운회의주의

1장아우구스티누스의새로운회의주의
중세신학자아우구스티누스가회의주의자라고?|아우구스티누스의생애와사상|절대적신앙주의를옹호하기위한회의주의비판|《아카데미아학파반박》제1권:
신앙주의와회의주의의팽팽한긴장|《아카데미아학파반박》제2권:회의주의의자기모순성비판|《아카데미아학파반박》제3권:진리와지혜는존재한다|의외로온건했던아우구스티누스의비판|인식론적비판과도덕철학적비판|그럼에도아우구스티누스를회의주의자라할수있는가?|회의주의는신앙주의와융합불가능한가?

2장몽테뉴의새로운피론주의
근대철학의기초가된몽테뉴의회의주의|급변하는시대속몽테뉴사상의위치|몽테뉴의생애와사상|몽테뉴이전에피론주의에주목한철학자들|《수상록》에나타난몽테뉴의신앙주의와피론주의|학문과철학은덧없으나신앙은영원하다|우리는사물의진실한상태를알수있는가?|인간은지식을가질수있는가?|현상주의:우리가알수있는것은현상뿐이다|심리주의의첫번째개념:자아,안으로의길|심리주의의두번째개념:동태적회의|심리주의의세번째개념:반아타락시아|회의를통해믿음에다다르는신앙주의

5부21세기에소환된고대회의주의

현대사회의독단을치유할회의주의|몽테뉴이후회의주의는어떻게발전했나|동서고금의저변에흐르는회의주의|스스로부딪혀야알수있는삶의기술

주석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갈수록정보는넘쳐나는데,우리는왜두렵고불안한가?”
거짓과진실이뒤엉킨혼란스러운시대에도
의심으로일상의평온을지키는회의주의의길

저마다‘안다는확신’으로가득찬확증편향의시대
‘의심하는인간HomoDubitans’이필요한이유
미국의한18세이민자출신의소년이아버지를살해한혐의로재판정에섰다.정황상모든증거가소년이아버지를살해한범인임을가리키고있었고,최종판결을앞둔배심원들역시대부분유죄를선고하기로마음먹었다.그런데한명의배심원이덜컥나서서소년의‘무죄’를주장했다.‘합리적의심을가질여지가없을정도로beyondareasonabledoubt’라는단서가붙어야피의자의유죄를확정할수있다며그는재판장에제출된모든증거를의심하며하나하나논리적으로반박하기시작했다.숨막히는토론이벌어지는가운데유죄를주장했던배심원들한사람한사람이설득당하며점점무죄로돌아섰고,끝내는모든배심원이소년에대해‘무죄’선고를결정했다.
고전으로손꼽히는작품〈12인의성난사람들〉의주된내용이다.편견에기댄섣부른판단의위험성과사소한것하나까지도의심하는덕목의중요성을보여준이작품은SNS시대를맞이한오늘날우리에게도시의적절한문제의식을던져준다.실체적진실을좇기보다자신들만의진영논리에따라증거와뉴스들을수집ㆍ조작하여이를여론으로퍼뜨리는사람들.이들은이른바‘데이터에입각한이성적이고합리적인결론’이라는주장을펼치고있지만,그내적논리를살펴보면사회적편견이나오해에근거한독단적확신일뿐이라는사실이드러난다.코로나19바이러스가퍼지던팬데믹초창기에손쉽게특정대상(사회적약자ㆍ소수자)을범죄화하고그들에게맹공을퍼부었던현상은,‘원숭이두창바이러스’가대두되고있는지금상황에서도똑같이반복되고있다.
《의심하는인간》은바로이렇게지금까지도계속되고있는확신과독단의늪에서빠져나오기위한고대회의주의의철학과지혜를소개한다.소크라테스부터섹스투스엠피리쿠스에이르는철학자들의계보와그들이펼쳐낸치열한논쟁의역사를따라가다보면,그동안플라톤및아리스토텔레스를중심으로구성돼온‘이성중심의철학사’에대한반론을제기할수있다.아울러데카르트가발견한이성적존재로서의‘코기토(나는생각한다,그러므로나는존재한다)’이전에오류를범하는존재로서의‘인간’을발견한아우구스티누스와몽테뉴의생각을읽다보면,세상에우리가판단하고규정지을수있는것은아무것도없다는통찰과함께일상에서회의주의자가누릴수있는삶의지혜와기술까지배울수있을것이다.

“나는내가모른다는것을안다”
소크라테스의대화법에서출발한아카데미학파의회의주의
소크라테스는변증술(문답법ㆍ대화법)을활용해당시뭔가를안다고자부하던사람들의논리적기초를허물어뜨리는전략을구사했다.아무리대단한철학적이념을내세우는사람이라해도끊임없는질문과대화를통해파고들어가면그가무지하다는사실을깨달을수밖에없다는것이다.플라톤이‘아카데미학파’를설립한이래로,이러한소크라테스의변증술과‘무지의지’정신을이어받고자하는회의주의자들의흐름이있었다.아카데미6대원장인‘아르케실라오스’와7대원장인‘카르네아데스’가바로그들이다.
아르케실라오스는후대철학자들에게반신반수의괴물취급을받았다.이는그가상호모순적인사태를모두다루며일체의판단을유보했던최초의철학자였기때문이다.스토아학파가제시한인식론적진리의기준으로서‘파악표상’이라는개념에반대하여,아르케실라오스는어떤표상도확실하지않기에파악불가능하다는입장을일관되게내세웠다.그러나어떤것도제대로인식할수없다면,우리가행동할수있는근거란무엇인지제시해보라는스토아학파의재반박이꾸준히제기됐다.이에맞서아르케실라오스의제자카르네아데스는‘개연성을지닌감각표상’을제시하며파악표상에근거하지않고도일상적인감각과생활에따라행동할수있는철학적기준을제시했다.

“어떤일이든긍정하지도,부정하지도말라”
판단유보를통해마음의평안을얻은피론학파의회의주의
피론은아카데미학파와는다른맥락에서회의주의를구성한최초의철학자였다.그는어떤악조건속에서도항상‘마음의평안’을얻은현자와같은인물이었다.폭풍우를만난배안에서혼란에휩싸인사람들의틈사이로피론이편안하게잠을자는돼지를가리키며‘이것이현자의모범적인태도’라며치켜세운일화는아주유명하다.우리의능력으로막을수없는위기앞에서우리가할수있는최선은그어떤복잡한판단에도휘둘리지않은채그저마음의평안을유지하는것이라며피론은‘상황에지배받지않는회의주의의지혜’를제시했다.
그러한피론의뒤를이어새로운회의주의학파를만든사람이바로아이네시데모스와섹스투스엠피리쿠스다.아이네시데모스는관찰되는어떤현상과우리들의이론적생각이서로대립되고있음을강조하며그증거들을모아‘10개의논증방식’으로정리했다.그는사물들이갖는다양성과상대성을구체적인사례로제시하며,독단주의자들의생각과는달리인간이어떤대상의본성을획일적으로규정지을수없음을꾸준히논했다.섹스투스엠피리쿠스는선배아이네시데모스의논의를정리하며어떤일이든긍정하지도,부정하지도않는판단유보의표현법을보다정교화하고이를통해마음의평안과궁극적행복을제시하고자했다.

“나는오류를범한다,그렇기에나는존재한다”
회의주의와신앙주의의결합을모색한중세회의주의자들
아우구스티누스는기독교철학의주춧돌을놓은교부철학자로유명하다.그는회심이후자신의신앙을지키고자각종이단적인사상에반대하는논리를펼쳐왔다.절대적진리의인식가능성을부정한회의주의자들과도치열하게대결해온그는일반적으로‘반反회의주의자’로인식된다.그러나저자박규철은아우구스티누스의저작을상세히읽어나가며그가독단주의및기존의회의주의와씨름하는가운데‘새로운형태의회의주의’를발명했다고평가한다.특히데카르트이전에아우구스티누스가회의주의적인주체로서‘오류를범하는인간’을제시했음을강조하며,신에대한믿음을갈구하는가운데자기자신까지도의심함으로써그가내면적이고경험적인회의주의를보여줬다고평가한다.
몽테뉴는보다적극적으로신앙과회의주의를결합하고자했으며,특히피론주의를긍정적으로받아들임으로써인간이성의한계를제시하는동시에신의은총을요청했다.종교개혁의광풍이불던시기에가톨릭과개신교의대화를추구한관용의철학자몽테뉴는어느누구도진리를독점할수없고인간은사물의본성에대한지식을움켜쥘수없음을강조했다.아울러그는외부로만향하던철학의눈을돌려자기자신과내면을향한탐구에집중했다.의심하는활동을통해오히려‘무지’와‘불안’의상태로나아가는몽테뉴의새로운피론주의는‘평정심’과‘마음의평안’만을강조하던기존의피론주의와확연히구분되는것이었다.

“내가‘나’로서바로서기위한철학”
어떤의견에도속박당하지않는회의주의의지혜
저자는서구철학사에서철저하게외면받아온고대회의주의를새롭게평가하고일련의계보로재구성하여오늘날우리에게필요한회의주의의덕목을제시한다.이쪽아니면저쪽으로양분되어상대편에대한공격을통해자신의정체성을획득하는오늘날의독단주의적태도를경계하며,저자는회의주의가‘지적자만’과‘심적조급증’을치유할수있는생활의철학으로주목받아야한다고강조한다.오직절대적인인식을담보하는현자만이진리를탐구할수있다고강조했던스토아학파에비해,회의주의는지극히평범한사람들도진리를탐구하고행복을얻을수있는길을제시했다.복잡하고허황된논리체계를구축하며우리가살아가는일상을파괴하도록이끄는독단주의자들에비해,회의주의는단순하고반복적인우리네일상으로초대하며삶의감각을회복할수있도록안내한다.어떤의견에도속박당하지않는‘의심’을새로운인간의원동력으로제시하는이책은내가‘나’로서바로설수있기를바라는현대인들에게스스로생각하고행동할수있는철학을제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