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할수록외로워지는시대,
노동은어떻게‘사람의온기’를회복하는가?”
자동화시대에인간다움을지키는마지막방법
AI의파도앞에서연결노동이증명한인간의의미
“우리는특정직종이아니라,‘일하는방식’을잃고있다”
AI시대에인간다움을지켜내는마지막직업,연결노동
언제부턴가마트에서‘셀프계산대’를사용하는것이익숙해졌다.음식점에서종업원을부르는대신키오스크로상품을주문하고,음식에대한평가를사람이아닌앱을통해전달하며,은행원을마주하지않고도앱서비스를통해자산을관리한다.이같이즉각적인서비스를제공하는일들뿐아니라,상대의마음을읽기위해꾸준한소통능력이요구되는직업세계에도AI시스템이도입되고있다.교육현장에서는학생들에게선생님의가르침대신콘텐츠가제공되고,의사들은환자와긴밀한관계를맺기보다데이터에기반한즉각적인처방을내리며,상담사들은앱에서매뉴얼과대본에따라자동화된응답만을내놓는다.
사람대신AI가사용되면서우리는단순히특정‘직종’을잃는것을넘어‘일하는방식’을잃고있다.그것은상호소통과공감,이해에바탕을둔‘사람을대하는일’로서의‘연결노동connectivelabor’이다.『사람의마지막직업』은상담사,의사,교사,관리자등수십가지직업군이수행하는연결노동의현장에서기술의침투가어떻게벌어지고있는지,그로인해우리의일터가마주할미래란무엇인지노동자100여명과의인터뷰로조명한다.끊임없는경쟁의압박속에서획일화된시스템이우리의직업세계에일으킨상처를다각도로짚는이책은연결노동이야말로AI시대에인간다움을지키기위한‘마지막직업’임을수많은목소리로증명해낸다.
“기술이편리할수록‘사람의위로’가더욱절실한이유”
‘장인의기술’로서연결노동이갖는인간다움의증거들
1~4장에서는자동화시대에연결노동이왜중요한지,그것이가질수있는고유한가치란무엇인지전한다.그어느때보다쉽고빠르게기술로연결되는세상이라고들하지만,외로움이라는전염병은마치‘목없는기병’마냥사회곳곳으로번져나가고있다.이책에서는이를‘탈개인화depersonalization’현상으로포착한다.기술은끊임없이개인을타깃으로삼아그들에게맞춤화된서비스를제공하지만,정작개인의모든욕구와필요는측정가능한데이터로환원되어정보의다발로흡수되고,그과정에서진정한개인성과독자성은공중분해되고있다는것이저자의진단이다.
그리고이같은흐름에맞서‘재개인화re-personalization’를이루기위한방법으로이책은연결노동을통한사회적친밀감의회복을제시한다.전직저널리스트이자현직사회학자로서저자는연결노동을수행하는사람들을꼼꼼히살피며그들이인종이나성별의경계를넘어개인대개인으로서어떻게깊은공감과위로,깨달음과성찰에이르고있는지를생생하게전달한다.그러한연결의과정에서온갖오해와실수,갈등이일어나지만저자는이고통스러운순간마저서로에게존엄을세우고,목적을부여하며,이해에다다르기위한‘인간적인’노력임을강조한다.
연결노동에AI가대체할수없는‘장인의기술(몸과감정의언어,협력,즉흥성,실수의수정등)’이있음에도불구하고,실제직업현장에서는AI시스템의도입이활발히이루어지고있다.저자는앱중심의교육이이루어지는실리콘밸리실험학교에서교사가‘콘텐츠전문가(지식전달자)’와‘조언자(상담사)’로이분화되어있음을목격한다.효율성의논리에따라연결노동이분리또는해체되는과정을살피면서저자는‘연결노동의자동화’를정당화하는세가지주장(없는것보다는낫다,인간보다낫다,함께해야낫다)에대해조목조목비판한다.그리고그러한주장및실천의의도치않은결과로서‘연결노동의은폐화,데이터업무의과중화,인간의기계화’가일어나고있음을고발한다.
“연결은어떻게개인을넘어사회속에서작동하는가”
지속가능한연결을위한‘협력의사회구조’를만드는법
5~8장에서연결노동을향한이책의눈은개인을넘어사회로뻗어나간다.엘리트교육을받은의사루시가산골마을에들어가의료를펼치는과정을살피며저자는소수의인원이사명감으로만일하는사회구조가노동자와환자모두에게심각한부담을지우고있음을발견한다.또한수익을중시하는기업형사회구조,그중에서도플랫폼산업에종사하는연결노동자들이일회용소모품으로전락한현실을보여준다.개인에게맞춤형서비스를제공하는연결노동자들역시사실상‘하인’의처지에가까워지고있음을지적한다.특히경제적양극화가심각해질수록부유층은하위계층의사람들에게서,하위계층은앱이나AI를통해서연결서비스를구매할것이라는충격적인미래상을제시하기도한다.
이책은연결업무의대본화,표준화,계량화를마주하고있는노동자들의현실을현미경으로확대하듯보여준다.저자는자동화시스템이평균적으로연결의접근성을높이고시간의단축을이루어내고있음을인정하면서도,이것이궁극적으로는연결노동의질을떨어뜨려정량적업무의과부하를일으키고있음을지적한다.아울러마음을읽고읽히는상담자와내담자의복잡한관계를살피며불평등한현실속에서일어나는오해와상처에연결노동자들이어떻게대응하는지,진정한치유를위해필요한‘목격자’의자세란무엇인지구체적인사례로소개한다.
이책은연결노동을지속가능하게하는사회구조에대해서도모색한다.소수의노동자가막대한업무를맡는기존의시스템과다른방식으로운영되는실제조직의사례를보여주고,‘인간다운연결노동’에필요한것들로‘관계적설계’,‘연결문화’,‘자원분배’를제시한다.연결노동자들이서로‘지시하는존재’가아닌‘돌보는존재’로서리더·멘토·동료의역할에충실하고,상호공감을바탕으로감정의협력을강화하는조직문화를세워나가며,물질적자원중특히시간을‘고밀도접촉’을위해사용하는방안을모색한다.저자는이모든‘관계중심의연결방식’이노동자를비용으로처리하는방식보다훨씬‘효율적’이며,그혜택은조직을넘어사회적수준에서‘정신건강증진’으로까지이어질수있음을강조한다.
“우리의평범한선택이인간의미래를결정한다”
헤드폰을끼고있을것인가,지금대화를시작할것인가
앞에서언급한‘셀프계산대’가무색하게,네덜란드에서는‘서두르지않아도괜찮다’는구호아래계산원과의소통을유도하는‘대화형계산대’가다시도입되기도했다.기술의발전으로수없이많은연결노동이눈앞에서지워져왔음에도,많은사람은여전히연결노동을통해자신이지역과커뮤니티,사회에연결되어있음을확인받고싶어한다.그리고이욕망은생각보다꽤강력하다.개인주의를넘어알고리즘의시대로,그리고AI의시스템의가속화로나아가고있음에도,우리는단순한소비자가아니라‘사회적존재로서의나’로살아가고있기때문이다.
저자는연결을위한각고의노력이필요한순간에도‘대화를피하고눈을마주치지않으면서최대한자신의일을빨리처리’하려는문화적경향에대해우려한다.개인간연결을단절시키고인간의고립을자초하는자동화시스템의흐름에그대로따르는선택이될수있기때문이다.이책이담아낸각계각층의노동자수백명의목소리는우리가여러차이에도불구하고관계속에서상호작용할때비로소인간다움을지킬수있음을증거한다.또AI가치워버리려하는그들의존재자체가이미인간다움의결정체이다.아울러또다른연결노동의수행자로서저자가보여준바와같이사람의목소리를경청하는지혜를발휘할수있다면,우리의미래는AI의일직선답변보다훨씬다채롭고풍요로워질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