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성균관대조경학과정기호교수가여러해동안느릿느릿독일구석구석을여행하고살면서겪은이야기를담았다.독일의주요도시를중심으로지리적으로중부,북부,동부,남부로나눠정리했다.저자는특히조경학자의눈으로,독일의경관을중심으로문화와역사까지조망하여아직독일에가보지않은사람은물론독일여행을떠나고자하는모두에게생생한독일이야기를들려준다.조경학자의눈으로독일이란나라가어떻게보이는지,경관을중심으로떠나는이여행에독자들을초대한다.
문화와어우러진아름다운독일의경관,
경관속에스며든독일의역사와예술,
그현장속을걷는다!
ㆍ여행과경관의만남
경관을전공한조경학자,성균관대조경학과정기호교수가독일여행기를썼다.조경전문학술서나교양서도아니고,여행기를쓰다니무슨배경이있을까?저자는오랫동안유럽에서공부하고여행한기억을더듬어수필처럼편안하게글을완성했다.평소여행을하면서겪은경험과일상적인이야기를기록하고정리해온자료를모았기때문에,반드시그러한것은아니지만어떤식으로든조경이나경관과친밀하게연관된것들이대부분이다.
조경학자의여행기이기때문에다른사람들의것들과특별히다른점은여행정보를자세히소개하거나수려한사진을내세우기보다는,경관을바라보는두개의시각을보여준다는점이다.정원을예로들면,손님으로정원을보거나혹은주인으로정원을바라보는관점에는큰차이가있다.주인의눈으로정원을바라본다는것은별다른노하우가있는것이아니라,주인의입장이되려한다는행동의문제이다.손님처럼정원을구경하는것과주인처럼정원을직접체험하겠다는차이는분명하다.손님입장으로슥지나쳐가면서보는것으로는정원의세계를충분히,깊게들여다볼수없다.
이는사실정원에만국한된게아니라어느유명한건물이나자연경관이멋진곳을가도마찬가지다.저자는어디를여행하든주인의입장에서,여기에이정원이나건축물을세운뜻을생각해보고,그뜻을공감하며잠시사유의시간을가져야한다고강조한다.이는곧‘경관해석’이라부르는경관론의한방법과도결부되는데,주인의시각으로경관을살피는것은거의대부분이런과정이다.
따라서이런방법을여행자가여행지에서처음만난경관을볼때적극적으로활용해보자는것이다.여행을통해낯선곳에서살아가는사람들의삶과환경에조금더가까이다가가는것으로,경관과의만남이가능해진다.저자는경관해석을통해독자들에게여행을하며경관을보는새로운관찰법을제시하고자노력했다.
이와더불어그지역의대표작가나음악인,화가같은예술가들의작품속에묘사되고인용된실제경관을찾아나선다.헤세의소설<수레바퀴아래서>의배경이라할수있는허세의고향칼브를찾아가작품속에묘사된경관을찾아보며도시와작품간의관계에대해생각해본다.또한오스트리아의국민작가로추대받고있는슈티프터의소설에나오는장면을따라국경을넘고산을오른다.섬세하고사실적인묘사로이름높은슈티프터작품의실제무대를찾아다니며,다시한번그탁월한관찰력과표현력에놀라움을금치못한다.
결국이책은정기호교수가경관을중심으로쓴독일문화기행기라고할수있다.이책은저자가정원을찾아다니고,숲을뒤지고,문학작품을흔적을찾으면서색다른관점으로유럽을소개하는새로운시도로서그의미가충분할것이다.
다시한번언급해야할것은이책의제목이‘독일여행의시작’이아니라‘독일,여행의시작’이라는점이다.쉼표하나를더추가해놓고꽤차이가난다고말하는게다소억지스럽지만,분명한사실이다.이책은독일여행을시작하는여행에세이가아니라,독일을첫번째나라로정했을뿐사실새로운여행법의시작을소개하는책이라고보는것이보다적합하다.
ㆍ질서와예술의미학,독일도시를만나다
독일도시는대체로빈틈이없다.너무질서있게짜여있다보니,여행자로서는쉽게다가가기어렵거나선뜻마음을풀어내리지못할수도있다.관광도시로이름난곳이라하더라도독일도시는이렇다하게눈을확끌수있는매력적인뭔가가갖추어져있지않다.그러나역사적인장소의보존과관리에서는철저하고상당한깊이도있다.모든게‘은근히’제대로갖추어져있는셈이다.그래서자세히들여다보면,도시기반시설들은여행자에게편안하고쾌적한여건을제공해주는편이다.첫눈에확끌리게된다기보다는친해지기위해은근노력해야한다.그러다보면다른나라도시보다더친숙해지는걸느낄수있다.
저자는하이델베르크에서공부하던시절의기억을더듬어영화<황태자의첫사랑>의배경이된하이델베르크대학을둘러보고,프랑크푸르트에서는괴테의『젊은베르테르의슬픔』의주인공으로영감을준인물들의흔적을더듬어본다.또그림형제가사비니교수의서재로가기위해매일오르내렸던마르부르크계단을걸어본다.북해연안의차가운도시후줌에서슈토름의『백마의기수』의배경이된경관을찾아보며,<백조의기사로엔그린>의도시로유명한클레베,<니벨룽겐의노래>로알려진보름스에서허구의박물관을방문한다.독일의분단시절,가지못해더욱애가탔던구동베를린을방문해새로운국립미술관을둘러보고,음악의도시라이프치히에서새로운감상에빠지기도한다.
이처럼저자의생생한경험과문화예술적안목,조경은물론건축을아우르는능력으로독일도시가새롭게그모습을드러낸다.독일의역사와예술가들이도시를통해,그역량을하나씩새롭게드러내기시작하면서독일도시는질서속에담긴새로운매력을뽐내기시작하는것이다.
ㆍ주인으로정원과풍경바라보기
-무스카우정원의벤치
독일동부,폴란드와국경을마주한바트무스카우에있는무스카우정원은19세기초에조성된정원인데,정원을조성한사람은무스카우의영주퓌클러-무스카우후작이다.간단히줄여서그냥퓌클러라고부른다.무스카우정원은그가백작이던시절부터자신의영지에조성한것이었다.이정원이특별한것은퓌클러자신이설계하고진두지휘해조성한정원이란점(실제로퓌클러는19세기독일을대표하는조경가로꼽힌다)과당시까지유행했던귀족으로서혹은대지주로서갖추고자했던호사스러운정원이아니라,당시로는전혀생소하게도무스카우도시일대를쾌적한환경의녹지로조성한환경도시를만든초유의사례로평가할수있기때문이다.물론,전혀생소한개념이었다해도정원은정원이다.정원과경관을개인의소유물이아니라공공의자산으로여겼던그새로운발상의전환,그현장에서저자는이정원을조성한주인의마음으로돌아가본다.
나이세강을건너폴란드땅의무스카우정원에서찾아본가족묘지교회는전쟁때파괴되고흔적도없이사라져,돌십자가만이그자리를표시해주고있다.비록교회는없지만돌십자가가세워진그장소는그곳이어떤경관적의미를내포하고있는지,숨겨진뭔가를찾아내려하는사람에게는완전히내보여준다.묘지교회자리를중심으로잠시두리번거리다보면고목나무굵은둥치아래에돌로만든벤치를발견할수있다.그자리에서는무스카우의대표건축물,성의아름다운모습이그앞에펼쳐진넓은잔디밭과아름답게형성된숲과나무들과도한데어우러진매혹적인경관을만날수있다.아마도퓌클러는여기서조망되는성과정원의전경을담아성에서항상창을통해내다보고메멘토모리,죽음을생각하라는중세이래유럽인들의뇌리에박혀있는궁극의경구를떠올리곤했던게아닌가.거기한참을앉아서“그래,여기가바로퓌클러당신이점지한당신의그장소인가요?”그렇게저자는물어보며주인의입장으로돌아가정원을바라보았다.
-푸거라이의벤치
사람들이일상생활을하는동네인데입장료를내고관람하는신기한곳이있다.아우크스부르크의푸거라이(Fuggerei),약500년전푸거가만든주거단지다.푸거라이는현존하는세계최고(最古)의복지시설이라는점을내세운다.아무리오래된동네라하더라도무슨민속촌도아니고그렇다고특별공연이있는것도아닌데,그런데도사람들은입장료를내고끊임없이찾아온다.
푸거라이는16세기아우크스부르크의거상푸거가세운사회복지시설이었다.가난하고집없는행려자들을위해그들에게생활공간을마련해주기위해만든주거단지였다.지금도원래기능그대로여전히무의탁노인들이생활하는주거단지다.그저민속촌에고용되어옛날차림에옛날처럼살아가는시늉을하는전시용의모습이아니라우편물배달도되고이웃과오가며진짜생활이이루어지는주거단지다.이곳단지곳곳에있는벤치에는이런글귀가있다.“이벤치는이곳에사시는어르신들을위한시설입니다.”그냥건물과당시의원형을보존하고있는게아니라지금도여전히사회복지시설로유지되고있고,여전히많은무의탁노인들이살고있다.그래서벤치는관람객몫이아니라주민인어르신들의휴식장소인것이다.
-하이데거의벤치
메스키르히는작은도시다.구도심에해당될동네중심을지나약간오르막길이되어있는언덕에소박한모습의종탑을가진교회가있고,작은광장을지나성이이어진다.하이데거가「들길」에서이야기한것들이그대로있었다.조용한뜰을지나성으로들어서면작은중정이나오고,중정을관통해나가면성뒤쪽으로낮게울타리가둘러진소담한숲이있는공원이나온다.
하이데거의벤치는바로뒤짙은숲이받쳐주는숲가에놓여있었다.저자는자신이어떻게하이데거의실존철학을이야기할자격이될까싶지만,이곳벤치에서는들려오는종소리며,들에서일하는농부의트랙터소리와땅에떨어진곡식낱알을쪼아먹느라정신없는새떼들을보면서잠시사색도하면서,하이데거의실존문제가뭔지조금은알수있을것같다는착각을한다.
이처럼저자는벤치에앉아보기도하고,바라보면서저자는주인으로여행하는새로운방법을시도한다.즉정원을조성한퓌클러가바라보았던정원의모습을바라보고,푸거라이에서는실제마을에사는어르신들을배려한정원글귀에주목한다.이처럼저자는주인으로서,생활인으로서독일구석구석을여행하면서색다른시각을우리에게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