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랑 선생, 그는 광대였다 (양장본 Hardcover)

맹랑 선생, 그는 광대였다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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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맹랑 선생, 그는 광대였다』는 노장철학에 대한 지난한 학문적 연대기 쓰기를 마친 한 노교수가 남다른 서사의 방식으로 인간과 인간의 앎(지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철학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맹랑 선생은 학식과 명망 높은 대학 교수이자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무너지던 어느 날, 그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강단을 떠나버린다. “아무것도, 나는 실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노라. 더는 광대 노릇을 할 자신이 없노라.” 그러고는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돌아오던 날 선생은 서재로 들어가 지금까지 써온 저서와 모든 원고를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불을 질렀다. 마당에는 하루 종일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의 저서와 원고는 그만큼 많았다. 그러나 선생은 원고만을 태우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영혼까지 태우고 있었다. 이후 사람들은 그를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지적 오만 속에 살던 한 영혼이 앎의 무상함을 깨닫고 제자리로 되돌아오기까지, 홀연히 떠났던 방랑의 여정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저자

송항룡

저자송항룡은경기도가평군산촌에서살고있는필자는1938년평안북도박천에서태어났다.해방되던해경상북도풍기로내려와소년시절을서당에서보내다가6.25때서울로올라왔다.성균관대학교에서동양철학을전공하여철학박사가된후,단국대학교교수를거쳐성균관대학교에서정년을맞았다.동양철학회장,도가철학회장등을역임했다.
지은책으로『한국도교철학사』,『동양인의철학적사고와그삶의세계』,『장자의사유와수필세계』,『맹랑선생전』,『남화원의향연-이야기장자철학』,『시간과공간그리고지금바로여기』,『노자가부른노래』,『노자를이렇게읽었다』등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제1부맹랑선생전
맹랑선생
그날밤서재에서
숲속의계곡
거리의광대
석탄절에있었던일
유령의술집
굿당의신녀

제2부방황하는영혼들
맹랑선생과광대와무하공
영혼의추락
방황하는영혼들
님을기리는노래
현실로마주서는여인
남화원으로가는길

제3부남화원의사람들
나루남화진
남화원의초원
저잣거리
서책의혼령들
지상최대의교향악

출판사 서평

이책은노장철학에대한지난한학문적연대기쓰기를마친한노교수가남다른서사의방식으로인간과인간의앎(지식)에대해이야기하는철학소설이다.소설의주인공인맹랑선생은학식과명망높은대학교수이자지식인이었다.그러나그모든것이무너지던어느날,그는학생들에게다음과같은말을남기고강단을떠나버린다.“아무것도,나는실로아무것도아는것이없노라.더는광대노릇을할자신이없노라.”그러고는긴여행을마치고돌아왔다.
돌아오던날선생은서재로들어가지금까지써온저서와모든원고를들고마당으로나왔다.그리고불을질렀다.마당에는하루종일연기가피어올랐다.그의저서와원고는그만큼많았다.그러나선생은원고만을태우고있었던것이아니었다.영혼까지태우고있었다.이후사람들은그를쓸모없는사람이라고불렀다.지적오만속에살던한영혼이앎의무상함을깨닫고제자리로되돌아오기까지,홀연히떠났던방랑의여정을이책은담고있다.

『파우스트』의메피스토펠레스처럼
서책의혼령은맹랑선생을회유하려들고
그날밤맹랑선생은방랑을시작한다

맹랑선생은평생책에파묻혀학문연구에만매달려살아온사람이었다.그의철학강의는제자들의마음과영혼까지움직였고,자신도안다는것에대한믿음이분명하고확실하였다.이러한신념속에그의지식은한없이확충되어갔다.또한그는누구나인정할수있는보편타당성의기반을확보함으로써앎의정당성,심지어는도덕적덕목이지니는선의문제까지도그실재를증명하는데자신이있었다.그런데지금그가그간붙들고온것모두가허상이요,지식은그허상을장식하고꾸미는데불과했다는생각에빠져들고있었다.
찾고있던진리는어디에도들어있지않았고,무엇을진리라하는지도지금에와서는알수가없었다.많은이론과학설들,그리고모든존재사실을설명할수있다고믿었던근원,원리,법칙,이치와형이상학적개념들은모두지식을위장하는데필요한것이었을뿐,아무것도사실을증명해주고있지않았다.그속에는아무런진실도들어있지않았다.최고의가치라고여겼던도덕적선이나예술이추구하는미역시공허한허상에지나지않았다.진실은사실속에있는것이요,사실은이성안으로들어와지식으로있는것이아니었다.
그러던어느날밤,그의서가를가득채운책들이조금씩흔들리더니스멀스멀벌레같은것들이책갈피에서기어나온다.그리고한덩어리로엉켜드는가싶더니갑자기사람의모습을한그림자하나가나타난다.이른바서책의혼령이었다.혼령은맹랑선생이그많은지식을무(無)로돌리고학자로서는있을수없다는말을한다며타박하고,그와대화를시도한다.혼령은판단에오류가없다면그것이참앎이되는것이며,느낌과감동따위로는무오류의판단을가져올수가없으니,오직싸늘한이성만을되찾으라며그를회유하곤사라져버린다.그러나맹랑선생은지금까지누구와이야기를하고있었는지모를몽롱한상태로빠져든다.
저도모르게잠이들었다가책의혼령들을장사지내는기이한꿈에서깬맹랑선생은자신의서재를한번둘러본다.초저녁에켜놓은희미한전등과서가의책들,그리고진리에대해서쓰다만원고도그대로였다.창밖은밝아오고있었다.그런데서재안은낮도아니고밤도아닌회색빛으로변하고있었다.‘이회색은무엇이란말인가?’맹랑선생은중얼거리며그대로앉아있었지만,사실모든것이무너지고있었다.혼돈으로빠져들고있었다.그리고그의방랑은이렇게시작되었다.

무엇이사실이고앎이며진리인가?
맹랑선생,광대,무하공…
자기분열적지식인이걷는허무의오디세이

소설은맹랑선생과또다른두형상들-무하공과광대-이따로또같이이곳저곳을유랑하면서여러사람들과만나는한편의방랑기다.맹랑선생은광대가되기도하고무하공이되기도하였다.광대가되었을때는모든진리가무너져내렸고,무하공이되었을때는영혼이방황했다.세사람은서로의그림자가되기도하고,하나의영혼속에모여들기도했다.이렇게저자는자기분열로치달을수밖에없는지식인의운명을세분신의모습으로형상화해냈다.
방랑중에맹랑선생은자주비틀거리거나어지러워한다.모든것이흔들리고,눈앞에는영혼의시체들이굴러다니기도했다.감성을배제한순수이성과논리적사고에만의지해인식해오던자기존재의바탕이무너지고있었다.이성과과학의기반인논리적사고는사실과만나는자리에서는실로무력하기이를데없었다.
“모든이론은회색이고,빛나는생활의나무만이초록일세.”괴테는악마메피스토펠레스의입을빌려이렇게말했지만,맹랑선생에게서는오히려이론속에서분명한것이현실의사실앞에서모두무너져회색의혼동으로빠져버리고마는것이었다.이론속에서명확성으로마주서는사실의세계는아무데도없었다.이론의세계그리고개념의세계는현실의사실세계가아니었다.그어느것도개념으로있는사실세계는없었다.
그의영혼은빛을잃어갔다.말,언어,문자…지금까지소중하게여겨왔던개념들도퇴색되어갔다.너무나분명했던명제와사념들이흐려지고모호해지면서,모두혼돈으로빠져들었다.죽은영혼의시체들이길위를나뒹굴고있는이유가그랬다.아무런생명도숨결도진실도없는허상들이었다.
맹랑선생이자무하공이자광대의방황은언제까지계속될것인가?끝나는날이있을것인가?진리란무엇인가?진리는언어속에하나의개념으로만있는것인가?언어란무엇인가?그리고그언어에의탁해이루어지는이론과명제들은무엇인가?그모든것들이사실과는무관한것인가?분열된세형상은분열된사념의방황을벗어날수없었다.

허울을벗고
현실로마주서는여인

맹랑선생(과분신들)의방랑은폭포수떨어지는계곡에서부터동굴속현궁,교회,공원,절,주막,굿당,저잣거리그리고궁극의공간인남화원까지이어지고,때마다다양한인간군상들이등장한다.
문자에집착해말의세계가곧사실의세계인부묵,그의친구로낭랑하게책을낭송하는낙송과세상일이모두책속에있다고믿는섭허는서책의혼령들이다.장님에그림자가없는상망은그를만나면알고있는모든게사라져버리는신비로운인물이다.여기에나루터에서만난어부와사공과저잣거리의왁자한여인들,생명의혼령인홍몽과구름의혼령인운장,아지랑이의혼령인야마,꼽추구루자,이주와끽구,원풍과순망,내공깊은청허스님,그리고남화원에모인공맹을비롯한제자백가들과그의제자들까지,저자가소설의난장에불러들인등장인물들은그자체만으로캐릭터들의카니발이다.
이들가운데단연돋보이는인물이현주다.그녀는맹랑선생처럼여러형상으로등장하지만,분열적인존재라기보다는자유롭게변신하는생명의캐릭터다.맹랑과무하공과광대는이여인을찾아다닌다.그녀는동굴속현궁에서만난신녀이기도하고,굿당의신녀이기도하다.그러나사람들은그녀를거리의여인으로만알고있다.치마끈을쉽게푼다고하여창기라하기도하고아무칼이나갈고다닌다해서숫돌여인이라고도불렀다.모두그녀를비난하는말들이었다.하지만정작그녀를아는제대로사람은없었다.
현주는맹랑선생에게찬란한이론의옷을벗고마주선생활속의사실이었다.맹랑선생은그녀를만나기전까지감정에의존해판단하거나행동해본일이없었다.그어떤것에도마음이흔들리거나감동하는일이없었다.인간의모든오류는그런감동과감정에의존하는데서생겨나는것이라고생각하였다.더구나영혼은오직감정이배제된사유,싸늘한이성만으로채워져야한다고믿고있었다.선악시비는물론진과미에있어서감정으로접근하여서는그실체를파악할수없는것이라고믿고있었다.오직이성에의해서만드러날수있는것이라고믿었다.감정은전혀논리적이아니요,올바른사유의진행을방해하는것이라고생각하였다.
그러나이여인이다가와맹랑선생의손을잡자갑자기심장이멈추는것같더니,온몸은불덩이처럼뜨겁게달아올랐다.다시심장이뛰기시작하였다.그리고지금까지갇혀서억눌려있는지조차의식하지않았던감정의씨앗들이살아나려하고있었다.그리고그것은폭풍처럼거칠어지면서그의영혼을흔들었다.맹랑선생은그녀앞에서사유기능이멈추고판단이흐려졌다.이성은완전히사로잡혀아무것도못하는감정의노예가되어갔다.
그러나감성은이성보다는따뜻하고친근하고감미롭다는생각이들었다.마음은이상한향기와감미로움으로가득채워지고있었다.그발가벗은맨몸의여인(사실)을먹물(지식)먹은맹랑선생은항상찾아다녔다.

궁극의공간
남화원의향연

이윽고남화원에이른다.그곳은시간이소거되어자유롭고평화로운신비한공간이다.무하유지향이자알수없는일들이벌어지는궁극의공간이기도하다.이곳에도여러형상들이산다.행위에얽매임없이늙지도않고사는이들이있는가하면,여전히인식의구속에헤매는이들이있다.이공간의자유를겉도는공맹과그의일속들이다.여전히자기가만든굴레를스스로쓰고있는이들은소설에서장마당약장수에나비유돼있다.
소설의파국은남화원에서열리는지상최대의교향악의향연으로설정돼있다.청중들이몰려들었다.『시경』을다듬고『악경』을편찬했다는공자는맹자와더불어삼천제자를이끌고맨앞에자리잡았고,한비자,양주,묵적이보이는가하면,추연,허행이보이고,손자,오자,혜시,공손룡도거적을펼쳐놓고자리를잡았다.이들은모두자기가성자나현자인체하는지식인들로,사람이모이는곳이면천리를마다않고찾아다니며지식을팔아먹어야직성이풀리는사람들이었다.
어디선가서서히바람이불어오기시작하더니천뢰악연주가시작되었다.쏴아하는소리와함께풀잎은풀잎대로가지는가지대로흔들리기시작하였다.바위가울고나무밑동이흔들렸다.온갖소리가하나로합해지고천가지만가지로갈라지면서무서운소리를내기시작하였다.소리란소리는다살아나울부짖었다.
이소리에청중은넋을잃어갔다.소문백아는거문고줄을끊고사광은북채를꺾었다.공자는울고,그제자는흐느끼며훌쩍였다.묵자도입을벌린채죽은고목처럼굳어있었고,한비자는백지장처럼창백한얼굴로겁에질려있었다.혜시와공손룡은벙어리가되어말을잃었고,손자와오자는병장기를떨어뜨린채다시주워들생각을못하고있었다.
모든청중은처음에는말을잃었고,다음에는마음을잃었다.그리고는서로를잃고,자기를잃어갔다.생각을잃고,시비를잃고,지혜를잃고,분별을잃고,선악을잃고,호오를잃고,그들이가지고있던모든것을잃었다.공자는증삼이지고온『악경』을가져오라하여한권한권죽간을뽑아내어부러뜨리기시작하였다.그러자한비자는족쇄를버리고,손자와오자는병장기를내던졌다.혜시는시비를버리고,공손룡은말을버리고,묵자는사랑을버리고,순자는이름을버리고,양주는자기를버리고,추연은산가지를집어내던졌다.
공자가『악경』의죽간을꺾어버리는것을본맹랑선생은당연하다는듯말한다.“천뢰악을듣고인뢰악의한계를생각한모양이군...죽이는소리가없으면다살아나는것이아니겠는가?”앎이란,구속이란이렇게무언가를죽이고있었을뿐이었다...

자,그리고이제독자는맹랑선생이저서과원고를모두불태워버리는첫장면으로돌아가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