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 재현된 가족 그리고 사회 (미몽에서 고령화 가족까지 | 양장본 Hardcover)

한국 영화에 재현된 가족 그리고 사회 (미몽에서 고령화 가족까지 | 양장본 Hardcover)

$23.94
Description
한국 영화사로 본 가족 담론의 변화와 그 영화적 재현

한국 영화가 다채롭게 재현해온 가족과 여성, 젠더 그리고 세대의 문제를 문화 연구자이자 평론가의 시선으로 면밀하게 분석해놓은 책이다. 한국 사회와 가족 담론의 변화상에 주목해온 필자의 문제의식은 신여성의 일탈과 파경을 그려낸 〈미몽〉(1936)에서부터 각 시대별 문제작들을 두루 거쳐 비혈연 가족이 겪는 시대의 비참을 담아낸 〈고령화 가족〉(2013)에까지 이른다. 나아가 천만 관객 영화들을 가족이란 프리즘으로 고찰하면서 최근 개봉된 〈택시 운전사〉와 〈신과 함께〉(2017)까지 포괄함으로써, 이 책은 80년 남짓한 기간 한국 영화의 통사를 일관된 시선으로 정리해놓은 셈이다.
특히 필자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가부장제를 지적하면서,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영화라는 대중 매체에 투사된 남성 중심 가부장제의 실체와 폐단을 재조명한다. 한국 영화 속 가부장들은 당대의 이데올로기와 경향에 힘입어 강인하고 권위적인 형상으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시절의 한파에 휘둘려 한없이 나약해지는 존재이기도 했다. 이렇게 이 책에서 그들의 허상이 낱낱이 폭로되는 동안 세대교체는 물론, 여성과 젠더 이슈가 객관적으로 관측되었으며, 기존하는 가부장 중심의 가족주의를 대신하는 새로운 대안 가족의 모형들이 자연스럽게 모색될 수 있었다.
새로운 지의 총화를 모색하는 성균관대학교 출판부의 학술 기획 총서 ‘지의 회랑’의 네 번째 책이다.
저자

강성률

저자강성률은광운대학교동북아문화산업학부교수다.서울시립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국대학교연극영화학과에서영화학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영화평론가로활동하며여러매체에글을쓰고,영화제심사를했다.
사회와역사를잘담으면서스타일적으로도신선한영화를좋아하는데그런영화를만나기가쉽지않아고민이많다.영화를둘러싼다양한이야기들을나누고싶은욕망이여전히강하다.
지금까지쓴책으로,[영화색채미학](2017),[영화비평_이론과실제](2016),[여행은아빠의방학숙제다](2015),[한국의영화감독4인을말하다](2015),[은막에새겨진삶,영화](2014),[감독들12](2012),[친일영화의해부학](2012),[영화는역사다](2010),[한국영화,중독과해독](2008),[친일영화](2006),[하길종혹은행진했던영화바보](2005)등이있다

목차

책을열면서
|프롤로그|한국영화사로본가족담론과영화의재현

제Ⅰ부일제강점기조선영화에재현된가족그리고사회
|제1장|1930년대중반조선영화에나타난가족의변화
|제2장|군국주의이데올로기로체화된가족

제Ⅱ부해방이후부터2000년대전후까지영화에재현된가족그리고사회
|제3장|1950년대영화의바람난부인과나약한가부장의대결
|제4장|1960년대초가족희극영화에나타난세대교체
|제5장|1960년대중반형성된강한가부장제,그영화적재구성
|제6장|1970년대청년영화에그려진좌절과호스티스영화의범람
|제7장|1980년,성애영화의등장
|제8장|아이엠에프시기,가부장옹호의물결

제Ⅲ부2000년대이후영화에재현된가족그리고사회
|제9장|2000년대전후한시기,가부장의위기
|제10장|가부장의죽음
|제11장|첫번째대안가족,여성공동체또는대모가족
|제12장|두번째대안가족,일처다부제
|제13장|세번째대안가족,비혈연가족
|제14장|네번째대안가족,동성애가족

제Ⅳ부영화흥행과가족재현의관계
|제15장|천만영화의가족주의와가부장재현

|에필로그|영화에재현된가족과젠더그리고사회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총서‘지의회랑’을기획하며

출판사 서평

가족,가부장,여성그리고영화

이제까지한국의가족은가부장중심의억압이횡행하는공간이었다.사회도가족처럼가부장적수직구조로재편되어있었다.필자는이런가족과사회의문제를해결하기위해여성의문제에집중하지않을수없다고본다.가부장제의가장큰피해자가여성이기때문이다.또한아이러니컬하게도영화의가장큰고객이여성이기때문에영화도이문제를결코외면할수없다.
지난세기한국영화는,특히가족문제를다룬영화는한국사회를반영했다고할수있다.그어떤대중문화장르보다영화는대중들을외면할수없기에,사회와깊은관계를맺는다.특히정치적상황과경제적상황이밀접하게연관을맺고있는한국에서는이런경향이더욱강하다.하지만이렇게영화속가족과여성의문제가중요함에도,기존연구는아직까지답보상태거나부분적인시기에만몰두해전체적인조감을완성하지못했었다.필자의목표는바로그결핍을채우는데있었다.이책역시지난80년의영화사와가족의변화를한시야에서파악해보는시도였다.

이글쓰기가목표로삼는것

첫째,영화와사회의관계에대해구체적으로파악한다.이책의가장큰목표가바로이것이다.영화를흔히‘대중문화의총아’라고하는데,이는영화가사회와밀접한관계에놓여있기때문이다.가령왜1960년대초반한국영화에는세대교체바람이강하게불었던것일까?왜1970년대중후반에호스티스영화가갑자기등장한것일까?왜1980년대에〈애마부인〉시리즈가등장했을까?왜아이엠에프(IMF)구제금융이도입된1998년에가부장을버리는여성의이야기〈정사〉가개봉된것일까?이책은필름이라는형태로영화가존재하는1936년이후부터지금까지개봉된한국영화를통해지난80년의한국사회와영화의관계를가족이라는프레임으로분석해나간다.
둘째,당대담론과영화재현과의관련성을파악한다.영화는당시대중들이원하는상을스크린에옮겨놓는데,당시대중들이원하는것은지식인들과언론인들이만들어내는담론과깊은연관을지닌다.가령신여성담론이일고여성에대한시선이많이열려있던1920년중후반에비해,점점보수화되던1930년대중후반에는신여성의일탈을비판하면서현모양처담론이등장한다.당시사회담론은일간지와월간지를통해대중에게깊은영향을끼쳤다.1937년중일전쟁이후본격적인전쟁동원의시기에는전쟁동원담론과그것을스크린에재현한영화의관계가더욱밀접해진다.이런시기에신여성의일탈을비판하는〈미몽-죽음의자장가〉가제작된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흥미롭게도이담론과영화재현은1950년대중후반이되면그대로재생되듯이이어진다.〈자유부인〉은〈미몽〉의다른버전이다.이렇게보면,1930년대신여성담론과1950년대자유주의,개인주의담론은일맥상통하는면이있었다.이책에서는이런부분들에주목해어떻게사회담론과영화적재현이길항하는지분석해나간다.
셋째,가족이얼마나치열한헤게모니의장이었는지파악하고,무엇보다기존의가족제도가해체되고난후의대안가족에대한방향성을모색한다.지금우리사회의가족제도가어떤형태로변화할지예측하는것은쉽지않다.워낙사회가빠르게변화하기때문이다.그러나영화를보면우리사회의가족제도가어떤형태로흘러갈지예측해볼수있다.가부장제의단점을넘어선현재의영화에는다양한대안가족들이등장한다.여성공동체,대모가족,일처다부제,동성애가족,비혈연가족등과같은대안가족이왜등장하게되었는지,이들의장단점이무엇인지분석함으로써미래사회의가족형태를전망해볼수있을것이다.
넷째,기존연구의미비점들을채워나간다.이제까지영화속가족을연구한연구자들은꽤많았다.일제강점기를연구한이들도있고,1950년대를연구한이들도있으며,1960년대,최근영화에나타난가족을연구한이들도있다.그러나한국영화사전반에걸쳐가족과여성,젠더,세대교체등에대해연구한결과는아직나오지않았다.이작업은영화사가의넓은시각과영화비평가의해석력이적절히결합했을때만가능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필자의이글쓰기시도는비평가로서의과감한도전과문화연구자로서의근기있는천착의결과이기도하다.

한국영화의진화론
가부장제와혈연주의넘어서기

한국가족제도라는시각에서지난100년간의한국영화들을살펴보면,결국가부장제라는억압적제도에서기인한남성중심의폭력을어떻게극복할것인지고민한역사라고할수있다.이를성적인차원으로좁히자면,남성중심의폭력과간섭,억압에서벗어나기위한여성들의반란의역사라고할수있다.구체적으로작품명으로풀이해보자면,〈미몽〉의반복적재현또는이와비슷한이야기의연이은시도라고할수있다.
〈미몽〉은일제강점기에는도저히등장하기어려운영화였다.유교적영향력이여전한나라에서어떻게여성의자유로운연애와가출,일탈을그린영화가등장할수있었겠는가?그러나당시부상한신여성담론과자유연애론에입각해여성의인권이신장되면서그가능성이높아졌는데,오히려영화가상영될시점에는현모양처담론이강화되고사회가보수화되면서거꾸로〈미몽〉개봉에도움을주기도했다.즉,신여성담론을타락한여성담론과동일시하면서경계하고자하는의도가〈미몽〉에담겼던것이다.
역설적이지만이런의도때문에지금봐도충격적인여성일탈이감행될수있었고,이에맞춰강력한처벌도수행될수있었다.때문에이영화직후일제의병참기지로변한조선의사정을고려해,군국주의를체화한가족이등장하거나황군의사명을영광으로아는젊은남성들의영화가연이어등장하게되었다.천황제가족주의가조선에서등장한것이다.이제여성은현모양처를넘어총후부인이나군국의어머니가되어야했다.
흥미롭게도해방후에다시〈미몽〉의움직임이일어났다.일본이물러간자리를차지한미군은개인주의와근대화의문물을지니고조선땅에들어왔다.〈자유부인〉은그런분위기를보여준다.가장이있는집에서가정을지키던여성이외부에서일을하면서바람이나지만다시돌아온다는내용이다.〈미몽〉에서는주인공이자신의과오때문에딸이죽자자살하고마는데,〈자유부인〉은자신의잘못을뉘우치면서집으로돌아오고,아들이눈물로그녀를붙잡으면서극적인화해가이루어진다.아무리개인주의가강해지고미국의문화가들어온다고하더라도,바람난부인을처벌하고뉘우치게할만큼유교적질서는여전히공고한자리를차지하고있었다.다르게보면,여성을집으로불러들이는것은여전히모성이데올로기이며,역으로이이데올로기를저버린여성은마땅히처벌받아야한다는프레임이공고화된시대였다.이프레임은좀처럼깨지지않았다.
1960년대에는세대교체바람이강하게불었다.가족희극영화에서구세대는근대화의흐름을이끌어갈수없는낡은세대라는것을스스로인정하면서신세대에게밀려났다.이때등장한신세대는주로아들과사위로구성된남성들인데,이들은박정희군부정권과결탁해새로운가부장이된다.〈미워도다시한번〉은집안의가장이된새로운세대가얼마나확고한가부장이되었는지보여준다.젊은시절바람이나서낳은아들을남성은자신의집으로데려오지만,두여성들은불만을토로하지못한다.제도적으로남성에게속하도록되어있기때문이다.결국갈등은아이와두엄마사이에서발생하고아버지는갈등에서벗어난다.
이렇게강한가부장의시대는1970년대의호스티스영화,1980년대의성애영화로무한증식하면서여성을성적상대나관음의대상으로그리도록했다.한국영화사가운데가부장제가가장확고했던시대를꼽으라면,‘1970~80년대’를거론해야한다.이시기는군부정권이강한힘을발휘했던시기로,그어느때보다강한수직적인명령체계로국가와사회가지탱됐다.이런시기에여성은남성의성적대상이되거나동원된일꾼이되어야했다.다른선택은없었다.
1980년대초에등장한〈애마부인〉은〈자유부인〉보다는〈미몽〉에가깝다.바람을피운부인은남편에게사죄하거나스스로죄를뉘우치지않는다.오히려그녀는정부와남편사이에서누구를선택할지갈등한다.이렇게만보면〈애마부인〉은한국영화사에서혁신적인영화임에분명하다.그러나〈애마부인〉은남성의관음증범위내에서만작동한다.그녀는철저하게남성의손길에서성을느끼고흥분한다.그녀는남성의권력에서벗어날수없는존재이다.심지어강간을당하면서도흥분하고,진정한사랑을만났음에도남편에게로되돌아간다.남편은바람을피우고가정을무시하던사람이었다.결국〈애마부인〉은〈미몽〉에서시작해〈자유부인〉으로엔딩을장식한영화라고할수있다.
이런시각으로보면〈정사〉야말로‘혁명적인’영화이다.이영화에와서야여성들은자신의욕망을솔직하게이야기하고진정으로실천한다.고분고분하게자란여성은의외로늦게찾아온사랑과진실하게대면한다.그결과자신이누리고있는부유한환경,가족과의친밀한관계등을모두거부한채집을나오고만다.무엇보다놀라운것은정부와함께떠나는것이아니라홀로자신의삶을찾아떠난다는것이다.그것도현모양처이데올로기와모성이데올로기를모두버리고서.한국영화사는이영화에와서야비로소어머니가모성이데올로기로부터벗어났음을알린다.즉,〈정사〉는〈미몽〉,〈자유부인〉,〈애마부인〉등의한계를벗어난다.여성은누구의어머니가아니고,누구의부인이아니라자신의욕망에충실하게자신의삶을사는개인이된것이다.
가부장의권력에서자유로울수있는여성을그리려면먼저가부장을스크린에서죽이는영화가등장해야한다.〈바람난가족〉이그역할을했다.가족이전부바람이났지만죽어가는가부장은더러운피를토하면서자신의한계에직면해야한다.그는이제권력도별로없고육체적힘도없고수명도다해간다.가부장제의피해자였던부인은새로운연인을만나연애에빠져있고,며느리도아들몰래임신을했다.정작바람을피우고있던아들은자신때문에아이가죽게되고,나중에는정부에게도차이고만다.무엇보다아들은며느리에게도버림받는다.가부장은죽고아들은이혼을당해홀로살아가지만,부인은새로운출발을하고며느리도새롭게애를키우며살아갈준비를하고있다.이제가부장은죽었고여성들은자신들이원하는삶을살아갈수있다.스크린에서‘여성시대’가열렸음을선포하는것이다.
〈아내가결혼했다〉는일부다처제를뒤집어일처다부제를그린다.가부장제의억압을보여주던일부다처제가무너진뒤,여성을중심으로한일처다부제를그리고있는것이다.어쩌면이것은대모사회를그리고있는것인지도모른다.혈연주의의강고한집착과억압에서벗어날수있는길은가부장의혈연주의에서벗어나는것이고,이는여성을중심으로한결혼제도를만들어가는것이다.〈아내가결혼했다〉는바로이지점에정확히머물고있다.그러나한국은아직그것을받아들일준비가되어있지않다.혈연주의를확인한뒤에야안심을하고,그마저외국으로떠나는것으로결말을맺고있다.이것은영화의한계인가,현실의한계인가?
〈가족의탄생〉은혈연주의를다른방식으로넘어서려고한다.혈연주의때문에발생하는이기주의와폭력에서벗어나는길은비혈연가족을만드는것이라고한다.그래서남성이배제되고여성이부드러운엄마의기능을하는가족을만들었는데,영화속에그려진가족은그들이기른딸을통해남을배려하는엄마들의습성을지닌,매우다정다감한인물로재현된다.그런여성들의심성은헤픈것이아니라정이많은것이다.거친남성들이도저히만들지못하는가족을여성들이만들었다는점에서이역시여성공동체면서대모가족이다.이래저래가부장제를넘어서는대안가족은여성이중심이되는가족이다.
〈두번의결혼식과한번의장례식〉에서는동성애가족의가능성을타진해본다.지독히도강한동성애에대한혐오속에서동성애커플은부모를속이고동료들을속이면서거짓결혼생활을유지하다가마지막에와서야판타지에가까운스타일로동성애가족의모습을그린다.〈마이페어웨딩〉에서는김조광수감독의실제다큐멘터리를통해이들의결혼식이얼마나고단한과정을거쳐야하는지,(거꾸로말하면)그고단한과정을넘어결국에는어떻게성공적으로결혼식을개최하는지그리고있다.그럼에도현실에서동성간결혼은합법이아니기때문에이들은여전히싸우고있다.
이렇게지금한국영화는가부장제를넘어서고혈연주의도넘어섰다.여러대안가족을모색하면서어떻게하면수직적가족관계를벗어나수평적가족관계로나아갈수있는지묻고있다.시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