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큐 왕립식물원이 보유한
180개의 삽화로 보는 전 세계를 대표하는 약 60종의 나무 이야기
나무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였다. 나무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과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먼 옛날부터 인류의 생존에 중심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수천 년을 거치며 나무는 사람들과 공존해왔고 지금도 먹을 것, 잠잘 곳,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나무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많은 것을 공급해준다. 식량, 약재, 목재, 오일, 수지, 향신료, 그뿐 아니다. 산소를 공급하고,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며, 토양 침식을 억제하고, 오염 물질을 가두며, 수질을 향상시키고,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 이와 같은 실익 외에도, 나무는 노래, 시, 이야기, 미술의 대상이었으며, 오늘날 우리의 종교, 민속, 관습에 녹아들어 있다. 나무는 자연과 우리의 과거를 잇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며, 우리의 상상과 기억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무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식물학적 설명은 ‘자급자족하는 다년생 목질 줄기를 가진 식물’이다. 키와 나이에 대한 제한은 없다. 실제로 어떤 나무들은 관목으로 자라고, 수명이 매우 짧은 것도 있다. 나무에 대한 정의는 해석하기 나름이며 다양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나무의 구성요소를 좀 더 넓게 정의하기로 하고, 몇몇 야자수도 포함시켰다. 야자수는 줄기에서 이차 생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따라서 외떡잎식물) ‘목본’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코코넛처럼 자급자족하는 다년생 종들이 서식지에서 목본성 나무와 매우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우리는 이 야자수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포함하였다. 나무는 매우 다양한 식물 집단으로, 세계 각지에서 각양각색의 형태와 크기로 발견되며, 광범위한 서식지에서 자라고 있다. 자작나무처럼 북극 주변에서 자라는 왜소한 툰드라 유형에서 마호가니처럼 높이 솟은 열대 활엽수에 이르기까지, 소코트라의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용혈수에서 바닷물에서 잘 살아가는 맹그로브에 이르기까지, 현재 전 세계에는 약 60,000종의 나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는 진화의 경이로운 사례로 다양한 기후, 토양, 강우량, 그리고 생존 가능한 그 어떤 틈새에도 적응하며 지난 36억 년을 진화해왔다. 이와 같은 여정을 통해 나무는 특별한 적응력을 갖게 되었다.
우리 삶에서 나무를 지극히 일상적인 것, 그저 녹색의 배경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나무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수목원이나 식물원에 가는 것은 좋은 책을 체험하는 것과 같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전 세계 주요 서식지를 대표하는 60종 이상의 특별한 나무와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또한 나무는 수세기에 걸쳐 예술가, 탐험가, 식물학자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책에는 큐 왕립식물원의 도서관과 방대한 컬렉션 가운데 수종을 묘사한 최고의 삽화들이 수록되어 있다.
나무의 가치와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우리는 건축과 창작에 셀 수 없이 다양한 나무를 이용하며, 나무의 어느 부분이 맛있고, 어떤 나무가 사람을 죽이거나 치료하는지, 그리고 어떤 종이 우리의 삶에 색채와 영성을 더해주는지 발견해왔다. 이러한 나무들 가운데 많은 수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으며 우리의 문화, 경제, 사회에 추가되어 왔다. 그리고 이 모든 나무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안정, 위엄, 장수의 상징인 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가장 크고, 가장 인상적인 생물로, 우리와는 다른 시간의 척도 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나무들 중 일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8,000종 이상의 나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는 우리의 번영과 생존을 돕기도 하지만, 안정된 생태계를 떠받치는 기둥이자 수많은 생명체를 부양하는 방대한 생태적 네트워크의 일부이기도 하다. 나무가 없으면 곤충, 조류, 포유류부터 균류와 박테리아까지, 생태계의 많은 것들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무의 경이로움과 중요성을 깨닫고 전 세계에 얼마나 다양한 나무가 있는지 헤아려 보기를 바란다. 이 책을 보면 나무가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과 우리가 왜 나무를 돌보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나무는 우리의 삶과 문화, 우리의 과거와 미래에 모두 깊숙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축과 창작 활동을 위한 나무,
연회와 축제를 위한 나무,
약이 되고 독이 되는 치유의 나무와 죽음의 나무,
삶과 죽음을 대변하는 나무,
경의와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나무,
멸종 위기에 처한 나무
1. 코르크참나무 _________ 234살의 나이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커다란 코르크참나무는 포르투갈의 한 마을에서 자라고 있다. 이 나무는 198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높이는 16미터 이상에 무려 다섯 사람이 아름드리를 해야 몸통을 감싸 안을 수 있다. 코르크 생산을 위해 이 나무의 껍질을 벗긴 횟수는 최소 20번이며, 1991년 나무에서 나온 1200킬로그램의 껍질로 약 만 개의 코르크 마개를 만든 일화가 있다.
이처럼 코르크참나무는 장수하며 느리게 자란다. 자생하는 지역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있는 이베리아반도와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를 아우르는 아프리카 북서부 해안지역이다. 대부분 겨울에는 서늘하고 비가 많이 내리며 여름은 덥고 건조한 지역이다. 가을에 이 나무에서 열리는 도토리는 이베리아반도에서 방목하는 돼지의 주요 식량이 된다. 이렇게 코르크참나무의 도토리를 먹여서 키운 돼지로 만든 햄은 특별한 풍미를 가진다.
와인이나 샴페인 병마개로 최적인 코르크가 생산되는 것은 나무의 세 번째 껍질부터다. 첫 번째 껍질은 구조가 불규칙하기 때문에 바닥재, 방음장치, 타일 등으로 사용된다. 최상급의 코르크참나무가 서식하는 포르투갈에서는 전 세계 코르크의 절반이 생산된다. 살아 있는 나무를 베는 것은 불법이고, 나이 많고 생산성 없는 나무를 베기 위해서도 허가가 필요하다.
2. 카카오나무 _________ 초콜릿의 재료가 나오는 카카오나무는 중앙아메리카의 고대 마야인과 아즈텍인에 의해 전문적으로 재배되었다고 전해진다. 마야인은 이 나무를 ‘카카우’ 또는 ‘카카와’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거기에서 카카오란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마야인은 이 나무를 재배하는 법과 콩을 발효하고, 볶고, 건조하고, 가루로 만들어 반죽으로 만드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훗날 아즈텍인들도 이 나무를 소중히 여겼고, ‘신의 선물’이라 생각했다. 아즈텍인에게 카카오 음료는 매우 특별했기에 오직 엘리트층과 전사들에게만 허락되었다. 카카오 콩은 귀했고 높은 가치를 지녔기에, 심지어 통화로도 사용되었다. 1544년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유럽에 전파되자마자 카카오는 스페인 궁정에서 귀한 음료가 되었다.
오늘날 초콜릿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현재는 서아프리카에서 주로 재배되며,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최대 생산국이다. 다크 초콜릿과 순수 카카오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에 함유된 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암과 심혈관계 질환을 억제한다, 또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어 주의력 향상에 도움을 주지만, 과할 경우 중독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3. 멜라루카 _________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티트리오일’이라고 잘 알려진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무이다. 원산지는 호주이며 천연 의약품으로 잘 알려져 있고, 높이 평가되어 왔다. 호주 원주민들은 멜라루카의 잎을 항염제, 살균제용으로 습포를 만들어 상처에 붙였으며, 코 막힘 완화용으로도 사용했다.
멜라루카가 호주 밖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들어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호주에서는 부상을 당한 군인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멜라루카오일 생산이 필수적인 전시 사업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모든 호주 군인들은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멜라루카오일을 지니고 다녔다. 이후 1970년대부터 멜루라카의 인기가 크게 되살아나면서 오늘날 전 세계 많은 가정에는 멜라루카로 만든 제품이 하나쯤은 있게 되었다. 그것이 오일이든 살균제든 아니면 클렌징 티슈나 세안제 같은 화장품이든 말이다.
4. 용혈수 _________ 모양만 봐도 범상치 않고 독특하단 느낌이 강하게 드는 용혈수는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연안에서 240킬로미터 떨어진 소코트라 섬에서만 자란다. 지구에서 가장 이국적인 장소로 묘사되는 인도양에 위치한 이 섬은 마치 외계에서 온 것 같은 특이한 식물들이 자라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코트라는 수백만 년 전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나왔으며, 섬 식물군의 37퍼센트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종이다.
매우 천천히 자라는 용혈수는 생김새가 마치 우산을 닮았다. 어쩌면 거대한 버섯에 비유할 수도 있다. 광택이 나는 긴 잎이 돔 형태로 빽빽하게 좌우 대칭을 이룬 수관은 뜨겁고 건조한 환경에서 물을 저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수관이 그늘을 제공해 수분 증발을 줄이고, 물을 뿌리까지 내려 보낸다. 잎은 대체로 울퉁불퉁한 가지의 위로만 자라서 나무의 모습을 더욱 괴이하게 만든다. 용혈수가 척박하고 암석이 많은 토양에서 번성하려면 일정량의 비, 안개, 운량이 필요한데, 이러한 조건이 희박해졌다. 현재는 멸종 위기 식물 레드 리스트에서 취약종으로 분류된다. 예로부터 인간들은 ‘용의 피’로 불리는 용혈수의 수지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껍질에 생긴 균열이나 상처로부터 흘러나오는 붉은 수액은 나무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며, 바디 페인트나 물감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5. 두리안 _________ 두리안은 원산지인 동남아시아에서는 ‘과일의 왕’으로 불리지만, 넓게는 세계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과일로 악명이 높다. 그 강렬한 냄새 때문에 싱가포르에서는 일부 항공사와 호텔, 대중교통에 두리안 반입이 금지되어 있을 정도다. 잘 익은 두리안을 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