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과해방의장엄한역사를저자특유의사회학적방식으로다룬이책은
광주항쟁40주년을맞는뜻깊은해에5ㆍ18의의미와의의를심화시키는데기여한다”
__서중석(성균관대학교명예교수ㆍ역사문제연구소이사장)
“리미널리티ㆍ커뮤니타스ㆍ사회극의차원에서5ㆍ18과광주의정신을재조명한이책은
그날의항쟁을연대와헌신이빛나는새로운정치사회변혁운동으로바라볼수있게만든다”
__최영태(전남대학교명예교수ㆍ전5ㆍ18연구소소장)
무엇을,왜썼는가
일어나선안되었던일은언제고다시바라보아도아프다.대한민국의현대사에서가장비극적인시공가운데하나였던1980년5월광주.40년이지난지금도사건의책임자들은여전히자신의과오를부인하고,아직도밝혀지지못한사실들이엄존하며,그리고당사자들의아픔은끝내치유되지못했다.하지만그모든것들의해원을위해서라도이만큼도달한민주세계를사는시민이라면각자의위치에서해야할몫들이있다.사회학자로서저자는그역할을감당하기위해통과의례처럼이책을쓴다.
저자의이번시도는이제까지알려지지않은역사적사실들을추가하기보다기존에실행되지않았던접근방법을사용해5ㆍ18에대한새로운해석과통찰들을도출해내는데일차적인목적을두고있다.크게보면광주항쟁참여자들의주관적과정에주목함으로써그날의운동전체를새롭게이해하려는것이다.
무엇보다특징적인지점은저자가광주항쟁의과정을한편의연극또는사회극으로바라본다는데있다.인간의사회생활에서각각의특수성과구체성을제거하여추상화시키면연극의기승전결을발견하게되고,다시그연극의기승전결의틀을통해서사회생활의구체적ㆍ경험적인지질서를개념적질서로바꾸어낼수있기때문이다.그러하여이책은마치한편의장엄한사회드라마를보듯전개된다.
저자는먼저사회극의기승전결(위반-위기-교정/치유-재통합/분열)이라는단계를제시한다.그리고이단계를분석하면서통과의례에서드러나는개념,다시말해두상황의경계에머무는상황으로서‘리미널리티(liminality)’와그상황속에서드러나는인간의사회적상호관계로서‘커뮤니타스(communitas)’를제시한다.이개념들을이용해광주항쟁을재구성해보면,항쟁참여자들의공동체형성의과정과그내면적조건및특징들을새롭게포착할수있다는것이저자의주장이다.
변혁의리미널리티
치열했던항쟁의과정에서형성된리미널리티는순응적주체들을주조함으로써기존질서를강화하는‘질서의리미널리티’가아니라,기존체제에대한저항을촉진하고새로운유토피아적비전을만들어내는‘변혁의리미널리티’였다.광주리미널리티의변혁성은항쟁이지향했던목적과가치를통해잘드러났다.항쟁은계엄령해제,나아가유신체제종식과민주정부수립,그리고진실을왜곡하는거대한힘에맞서항쟁의진실을정립하는것,요약하자면‘민주화’와‘항쟁정당화’를양대최소목표로추구했다.
그리고항쟁은자유롭고평화로우며평등하고인간애가넘치는유토피아적질서를최대목표로추구했다.이에대해저자는보다구체적으로반구조의제도화차원,유토피아적차원,폭력에대한성찰차원,급진적행동차원,지배담론ㆍ상징뒤집기차원,결과적차원등여섯차원에서광주항쟁의변혁적잠재력을흥미롭게분석해낸다.
광주리미널리티의변혁성은항쟁이종결되는독특한방식을통해서도생생하게표출되었다.광주항쟁의종결방식은‘집단적순교’에가까웠다.그것은무죄,불굴,죽음의예견,자발성,대의,증언과같은순교의조건들을두루갖췄다.항쟁의비극적이고비타협적인종결은저항을촉진하는전복적기억의원천으로작용한다.결국광주리미널리티의변혁성은최소목표와최대목표,항쟁종결방식이라는세영역에서뚜렷하게확인되는셈이다.
광주를거대한우산처럼감싸고있었던
그날의커뮤니타스들
저자는사건의경과에따라‘광주커뮤니타스’를크게두국면으로구분할필요가있다고생각한다.치열한갈등과충돌,가공할과시적폭력과학살극이전개되던5월18일부터21일까지,그리고계엄군이도시밖으로퇴각함으로써상대적으로평온을유지하다가계엄군이다시무력탈환작전에나선5월22일부터27일새벽까지를나누는것이다.
우선,5월18~21일에는계엄군의비인도적만행에항거하는과정에서형성된‘항쟁의커뮤니타스’,이와동시에‘죽음의대량생산사태’에대응하는과정에서형성되는‘재난의커뮤니타스’가두드러졌다.두번째로,5월22일부터27일새벽까지는‘자치의커뮤니타스’가형성된가운데희생자추모와시민궐기대회를중심으로하는‘의례-연극의커뮤니타스’가전면으로부상했다.22일이후꾸준히이어진희생자추도의례와부상자치료과정에서는‘재난커뮤니타스’의심화내지성숙이라는현상도나타났다.26일이후에는계엄군과의최종결전을준비하는‘항쟁-재난의커뮤니타스’가다시출현했고,‘비폭력저항의커뮤니타스’도잠시등장했다.
이렇게두국면을구분하더라도‘항쟁커뮤니타스’와‘재난커뮤니타스’는항쟁기간전체를관통하는공통의요소였다.치열한공방전이벌어지던5월18~21일동안과27일새벽은말할것도없고,해방광주기간에도계엄군의공격에대비한시민군의삼엄한경계와순찰,시외곽에서의산발적인전투는계속되었다.해방광주기간에항쟁지도부는‘항전과협상을병행하는’양면대응전략을취했다.
그러나계엄군의원색적폭력에맞서는5월21일까지의항쟁커뮤니타스는해방구를방어하면서도시경계를중심으로간헐적인전투를벌이는시기의항쟁커뮤니타스,재진입하는계엄군과최후의결전을치르는항쟁커뮤니타스와성격이다를수밖에없다.마찬가지로재난커뮤니타스도공수부대에의한유혈극이발생했을때부터태동하여,그것이다시대량학살극으로발전하면서더욱성숙한형태로발전하는등항쟁기간내내유지되었다.그러나해방광주이전의재난커뮤니타스는(사망자를위한)장례-추모공동체와(부상자를위한)치유공동체의색채가강했던해방광주시기의재난커뮤니타스,그리고시민군자신들의대규모죽음이라는‘임박한또하나의재난’이예견되는상황의재난커뮤니타스와는여러모로다를수밖에없다.
이와대조적으로일회적으로만나타났던커뮤니타스유형도있었다.예컨대‘자치의커뮤니타스’와‘의례-연극의커뮤니타스’는오직해방광주시기에만나타났던커뮤니타스였다.죽음의행진으로대표되는‘비폭력저항의커뮤니타스’역시항쟁마지막단계에서만나타났다.
무엇보다광주항쟁과정에서출현했던이런다양한커뮤니타스유형들을포괄하는가장적절한표현은아마도‘해방의커뮤니타스’일것이다.그해방은미시적으로는‘자신으로부터의해방’이었고,거시적으로는‘억압적지배체제,가공할국가폭력으로부터의해방’이었다.자신으로부터의해방은‘공포ㆍ불안과수치심으로부터의해방’이자,‘구조와일상적삶이강요하는고정관념ㆍ속박ㆍ욕망으로부터의해방’을뜻했다.요컨대이를통해도달하는절대공동체의경험은“사회적ㆍ경제적ㆍ윤리적원칙,언어의속박으로부터몸,생명의해방”이자,“각종사회적역할과분류의굴레와억압을벗어난순수한인간됨이었고,그런의미에서모든억압으로부터의절대해방이었다.이는‘혁명적’순간”이었다.
5ㆍ18의사회드라마는과연종막에이르렀는가
광주사회극은몇몇측면에서독특한모습을드러낸다.첫째,최초의‘위반’이(아래로부터가아니라)위로부터왔다.둘째,사회극의두번째단계인‘위기’로의이행은지배층의위반행동에대한아래로부터의저항이확산되고지속됨으로써가능했다.셋째,대립하는양측(시민측과신군부측)모두가항쟁의특정시점에서번갈아가며적어도세차례씩‘교정의주체’로등장했다.넷째,신군부측과저항세력측에서시도한교정조치들은실패를거듭했고,그런와중에‘교정에서위기로의회귀’양상이여러차례반복되었다.다섯째,최초의위반이지배층에의해발생함으로써,지배층의후속교정조치들역시위법적이거나초법적인요소들을다수포함했다.여섯째,항쟁이후시기에도사회극의교정단계가신군부측의일방적인‘보복적교정조치들’이라는형태로지속되었다.항쟁이후의교정단계는시민측이교정주체지위를상실한가운데신군부측의일방적인주도권으로특징지어진다.일곱째,사회극의마지막단계는구체제로의‘재통합’에실패함으로써구체제자체의‘분열’로귀착되는상황에가까웠다.
광주사회극은1980년5월을넘어무려20년이상장기지속되었다.한국사회에서민주주의체제가점차공고화되는가운데,폭도로몰렸던항쟁주역들이민주화영웅으로부활하고항쟁의기억이민주화된신(新)체제의든든한버팀목중하나로자리잡으면서,광주사회극은2000년대초를전후해비로소분열이아닌재통합의방향으로종결되어갔다.
민주화운동과민주혁명연구에서의미있는진전
저자의이번연구는기존의민주화운동과민주혁명연구가놓치거나주목하지않았던부분들을상당히포착하고있다.특히항쟁중에형성된‘항쟁과재난의커뮤니타스’와‘의례-연극커뮤니타스’는광주항쟁이지니는높은도덕성과강한연대성,그리고자기희생이어떻게가능했는지이해할수있게한다.
구체적으로살펴보자면,항쟁기간중에광주시민들의높은도덕성은어디에서나오는것인가,항쟁기간중에참여자들은어떻게연대에대한강한의식과감성을형성하고유지시켜나갔는가,항쟁참여자들이보여준이타적헌신과자기희생은어디에서나오는것이며어떻게발전되어가는가,기존사회의계급과지위와는다르게항쟁공동체안에서대안적질서또는위계적구조들은어떻게드러나는가등에대해이해할수있게한다.그럼으로써항쟁공동체의형성,참여자들이스스로에게부과한사명및역할,그리고공동체의구조에대해새로운이해를제공하고있다.
바로이러한맥락에서이책은사회운동과사회적사건을바라보는새로운해석틀을제공한다.저자는아놀드방주네프에의해착안되고빅터와에디스터너부부에의해정교해진사회인류학의개념과가치를원용해,지금까지5·18연구가주목하지못했던항쟁참여자들의심리와정서,자기희생과헌신,용기와연대등을효과적으로파악해냈다.저자의이런시도는4·19혁명이나해방정국,부마항쟁,6월항쟁,최근의촛불혁명등에도적용시킬수있을것이다(이책의마지막장에는5ㆍ18과4ㆍ19연구를접목하는시도가담겨있다).
앞으로의과제
광주항쟁과관련하여이러저러한실천적난제들이여전히숙제로남아있음도분명한사실이다.그럼에도‘사회극이후의광주항쟁’은의미있는역사적기능을계속하고있다.저자는이를‘쐐기기능’과‘추동기능’으로나누어부른다.쐐기기능이과거를향해역사의‘역진을방지하는’역할을담당한다면,추동기능은미래를향해역사의‘전진을촉진하는’역할을담당한다.
광주커뮤니타스의이상과광주리미널리티의변혁성을계속생동하게만드는것은이제우리공동의과업이되었다.특히광주항쟁의추동기능과관련하여,우리는광주항쟁이‘최소목표들’보다더욱위대하고원대한그무엇을처음부터배태하고있었음을상기할필요가있다.광주는“하나의이름이라기보다혁명과운동,새로운삶의꿈을지칭하는상징”이기도했다.광주리미널리티의‘최대목표들’을현실화하는일,그리고광주커뮤니타스를‘규범적커뮤니타스’와‘이데올로기적커뮤니타스’로구체화하고계승하는일은여전히숙제로남아있다.
또한광주항쟁의자발적-실존적커뮤니타스를이데올로기적커뮤니타스로구현하는문제는‘광주정신’혹은‘5월정신’의창조적재해석과구현,다시말해광주정신을다듬고체계화하며새로운상황에맞게재해석해가는것이다.광주항쟁과관련된규범적커뮤니타스의실현문제는보다평등하고인간다운사회,인간존엄성을최대한끌어올리는사회를건설하는과업으로압축된다.국립5ㆍ18민주묘지참배광장의‘대동세상군상’조형물에는광주항쟁의규범적커뮤니타스가형상화되어있다.그것은영원히지향해야할,그러나영원히달성될수없는유토피아적이상이다.그러나동시에광주커뮤니타스는‘이미실현된미래’이기도하다.
진정성담긴비판이소용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