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점과『서경시화』
『서경시화』의편자김점은열예닐곱무렵평안도지역에서시명(詩名)이높았던허절(許?)을사사하여문학적재능을인정받았던인물이다.1717년평안도관찰사로부임한김유(金?)와사제의인연을맺었고,1721년진사시에합격하여성균관에입학했지만,끝내문과에급제하지는못했다.
그가지역문학정리작업의필요성을절감하고자료수집에착수한것은비교적젊은시절의일이다.1728년에쓴『서경시화』의첫번째서문에서그는평양문인들의문학적성취가제대로알려지지않아장차이들의행적이민멸될것을우려하여이책을편찬한다고밝혔다.이해일차적으로편찬을완료했으나수록대상이평양문인에한정되었다는점을스스로문제삼고,평안도일대로범위를넓혀5년뒤인1733년증보를마친다.
『서경시화』는지역문화전통의우수성을알리기위해편찬된저술이면서도그초점이철저히‘문학적’측면에집중되어있는것이특징적이다.대개의시화서는일화잡기류의내용이다수포함되고,순수한문학비평만으로구성된경우는드문편이다.반면『서경시화』는조선후기의어떤시화서와비교하더라도전문적인문학비평서로서의성격이두드러진다.특히『서경시화』에실려있는문인과작품의상당수는다른문헌에서보이지않는다.이책의가치는여기서빛을얻는다.
소외의공간에서잉태되는문학
조선시대평안도는소외된지역이었다.평안도인은과거에급제하더라도중앙진출이쉽지않았으며,조선후기까지도고위직에오른인물은극히드물었다.사실경제적ㆍ문화적격차의심화에따른지방소외와이로인한갈등은조선후기의일반적현상이다.그러나서북지역의소외는이익(李瀷)이“국토의절반을잘라버려두고쓰지않는다”고했듯그범위가지나치게광범위했으며,그정도또한다른지역에비할수없을정도로심각했다.서북지역이경제적ㆍ문화적으로비약적인성장을이룩하는조선후기에이르기까지도이러한현상은개선될기미를보이지않는다.
더욱이평안도지역에문풍(文風)이진작되는현상에대한조정의입장도매우부정적이었다.본디서북지역에기대된것은문신(文臣)이나유현(儒賢)의배출이아니라국방을담당할인재의양성이었다.때문에서북지역에서문교(文敎)의진흥은매우제한된범위에서이루어졌으며,서북인이문학에종사하는것은유생이라는명칭을가탁하여부역을피하려는행위로간주되었다.
문무가균형을이룬상태라면,지역적특성을고려한인재양성ㆍ수용정책은문제삼을일이아니다.그러나무인이천시되는문신관료위주의사회에서문신으로진출하는길을차단하고오로지무예만을강권한것은문제다.서북지역의문교진흥과서북인의조정진출에비교적우호적이었던인물들조차이러한원칙에는이의를제기하지않았으므로,조선말기까지서북인에대한소외는해소되지않았다.여기에체제모순의심화로인한폐단이더해지면서누적된불만은,익히알다시피,결국홍경래의난으로폭발하기에이른다.
여기가우리문학의기점
지역정체성의환기
그리하여『서경시화』는소외에서비롯된지역정체성에대한자각이지역문학과밀접한관련을맺고있으며,나아가지역문화발전의원동력이될수있었다는가능성을제기한다.
사실평안도문인들은이른시기부터지역적정체성을자각하면서지역의위상을제고하고유구한지역문화전통을자부했다.평양은단군과기자(箕子)의유적이남아있는문명의발상지라는점이강조되었는데,『서경시화』역시평양의역사가단군으로부터비롯되며,기자가평양에도읍한이후본격적인문명의개화가시작되었다고서술한다.이에따라기자의「맥수가(麥秀歌)」를최초의평안도문학으로규정하고,기자의「홍범(洪範)」역시문학사에포함할수있는가능성을열어놓는다.아울러「황조가(黃鳥歌)」,「공후인(??引)」의배경설화를소개하고,“우리나라시가의도는모두여기에서나온것이다”라고하여,조선문학의근원이평안도에있다는점을강조한다.
특히김점은책에서평안도를지칭할때항상‘우리평안도[吾西]’라하고,평양을일컬을때에는‘우리평양[吾箕]’이라는호칭을사용한다.그의지역문화에대한애착과지역문인들에대한뚜렷한동류의식을엿볼수있는대목이다.물론당색에얽매여비평의균형을상실한일반적인조선후기시화와달리,패거리의식에매몰되지않고때로혹독한비판을서슴지않는균형잡힌비평적자세는기본이었다.
『서경시화』의문학사인식
김점은평안도의문학사를대략세시기로나눈다.
첫번째시기는고대로부터고려에이르기까지다.기자,을지문덕(乙支文德),정지상(鄭知常)으로이어지는지역문학의전통이확립되는시기다.김점은기자로부터비롯된평안도문학의전통이고구려에이르러을지문덕에게계승되었으며,고려에와서는정지상의출현으로높은성취를거두었다고평가한다.무엇보다조선시대이전평안도문학에대한자료가극히부족했기때문에문학사에적지않은간극이생길수밖에없었다.이에김점은평안도인으로알려진이들의문인적면모를부각시키고,전하는시문이없다하더라도적극적으로의미를부여함으로써문학사의연속성과볼륨을확보하고자했다.“위만(衛滿)또한이곳의문사”라고규정하고,고구려의여러군신(君臣)들과연개소문(淵蓋蘇文)의아들들까지지역문인의범주에포함시킨까닭은이때문이다.김점의이러한문학사인식에대한타당성은논외로하더라도,평양을위시한평안도일대의작가와작품을정리하는데그치지않고,고구려로부터이어지는북방사전반까지시야를확대함으로써지역문학사의연속성을확보했다는점은『서경시화』의문학사인식이지니는특징적면모이기도하다.
두번째시기는조선초기다.이시기의평안도문인들은조정에진출하여관각문인(館閣文人)으로활약했다.조준(趙浚),이승소(李承召),어변갑(魚變甲),어세겸(魚世謙),김안국(金安國),김정국(金正國)등저명한문인들이이시기에포함된다.이들은조선중기이후의평안도문인과달리청현직으로의진출에아무런제약을받지않았으며,심지어정승의지위에까지올랐다.김점은이들의문인적면모를부각시키는데주력한다.특히조선초기평안도문인들에대한기술에서각별히강조하는점은관각문인으로서의위상이다.김안국이사신으로온일본승려붕중(?中)과수창하여그를굴복시킨일을비롯해,이들이대외적인활약으로화국문장(華國文章)의솜씨를발휘한일을강조했으며,이들의시풍과작품에대한품격비평역시대각의웅혼한기상과화려한풍격에주안점을두고있다.
세번째시기는조선중기이후로부터편자김점의당대까지다.지역의경제적ㆍ문화적발전에따라문학담당층이확대되어지역별ㆍ계층별로수많은문인이배출되었다.그러나이무렵을기점으로평안도인의소외가심화됨에따라,이들은대부분불우한평생을보내야했다.김점은당대평안도문인들이비록현달(顯達)하지는못했을지라도,이전시대문인들에게부끄럽지않은문학적성취로지역문학의전통을잇고있음을강조했다.그는동시기평안도문인들의배출을두고,“평양은한나라나당나라에부끄럽지않으니,천고의시인들의뼈마저향기롭다.풍월은본디정해진주인이없거늘,어찌모두정지상에게맡기랴”라는시를지어『서경시화』에수록했다.
서북,관서,평안도
그리고평양의시와인물들
평안도.한반도서북(西北)의땅이자철령관(鐵嶺關)서쪽의관서지방.이곳의중심은언제나평양이었다.사실평양은물산이풍부한데다교통의요지에위치하여매우이른시기부터도시적기능이발달했다.이미5세기부터고구려의수도로서번영을구가했으며,고려의역대국왕들역시평양의중요성을인식하고자주이곳을순행했다.고려시대의평양은상업의중심지이자국제무역항으로서대중무역의관문역할을했으며,이로써조성된경제적기반은평양의문화수준을향상시켰다.
조선시대에들어서도평양은중국을오가는사행이반드시경유하는곳으로서사행무역과함께유흥문화가발달했으며,여전히상업의중심지로활기를띠었다.무엇보다이시기평양의경제적번영은생산적인문화발전으로이어졌다.상당한수준에이른평양의출판문화는지역문단의성장에많은영향을주었을것이며,또한중국과의교통로에위치하여서적의수입과유통도이루어졌다.『서경시화』의탄생은이러한문화적역량의축적과도무관치않으리라.
아울러『서경시화』와이책에함께묶인『칠옹냉설』은당대평안도땅과인연을맺은여러인사들의진기한행적을품고있다.이들의다양한인품과매력을따라펼쳐지는문학적에피소드들은당대평안도라는시공의문화사를다시한번흥미롭게채색한다.
[시화총서:안대회교수가추천하는시화,고전문학의정수]
『소화시평,조선이사랑한시이야기』
홍만종지음|안대회옮김|3만원
고대부터17세기후반까지우리한시의역사에서기억해야할빼어난작품들을골라짧고인상적인비평의언어를동원하여설명해놓은농축된저술이다.이책한권으로한시사에빛나는주요작품들이한눈에들어오고,시사의큰흐름이단숨에읽힌다.
『형설기문,한밤에깨어옛일을쓰다』
이극성지음|장유승ㆍ부유섭ㆍ백승호함께옮김|3만원
근기남인의핵심가문출신지식인이었던이극성이펴낸시화집이다.17세기이후정국에서배제돼몰락의길을걷고있던근기남인계문인들에대한수많은기록과당대의문화적지형도를파악할수있는흥미로운전거들이수록돼있다.
*2017년대한민국학술원우수학술도서
『용등시화,유배지등불아래서쓰다』
정만조지음|안대회ㆍ김보성옮김|1만9천원
고종시대와일제강점기의저명한시인이자관료였던정만조가쓴시비평집.용나무창가호롱불아래서쓴시화라는제목하나만으로도적적한섬한가운데서등불을밝혀놓고글을쓰는문인의애틋한모습이인상적으로떠오른다.
『필원산어,글밭에흩어진이야기』
성섭지음|장유승ㆍ부유섭ㆍ백승호함께옮김|3만8천원
조선후기문인이자영남남인이었던성섭의시화로,그의문학적역량이고스란히남아있는비평서다.성섭은당색을넘나드는폭넓은독서를바탕으로독자적인안목을갖추고,당대문단의동향에민감하게반응하면서영남문학의과거와현재를소상한기록으로남긴다.
『시평보유,못다한조선의시이야기』
홍만종지음|안대회ㆍ김종민외옮김|3만5천원
『소화시평』에미처담지못한내용을보완할목적으로쓰여진보유편이다.저명한시인에서부터외면당하기쉬운시인까지수많은작품을다시검토하고추슬러서새롭게엮었다.『소화시평』이후15년,한층깊어지고넓어진한시비평의풍격을엿볼수있다.
*2020년세종도서학술부문
『창해시안,시를꿰뚫어보는눈』
이경유지음|장유승ㆍ부유섭함께옮김|3만2천원
조선후기문인이경유의시화집으로,시비평과산문비평,야사및일화가혼재된대개의시화들과달리,‘한시비평서’의성격이뚜렷하고중국의시들에대한비평이상당하다는점에서단연히돋보이는작품이다.
『청비록』이덕무지음|김영진옮김|출간예정
조선후기실학자이덕무의시화ㆍ시평집으로,한중일교류의현장과함께박지원과박제가등당대쟁쟁한문인들에대한평가까지담고있다.
『파한집』이인로지음|안대회옮김|출간예정
고려중기문신인이인로의시화·ㆍ잡록집.우리나라시화집의효시이자우리네고전시학분야에서귀중한연구자료다.명유들의시편과그시평을통해,시는마음에서근원한다는믿음을지녔던저자의문학관이고스란히드러난다.
『보한집』최자지음|정선모옮김|출간예정
이인로의『파한집』을보충하는입장에서최자가엮은것으로『속파한집』이라고도불린다.양에서그의배가되거니와내용도다채로워져다른어느시화문헌들보다그문학론이풍요하다.
*시화총서는앞으로도계속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