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를 품은 이를 위한 변명 : 증오의 사회학, 그 첫 번째 - 지의 회랑 34 (양장)

증오를 품은 이를 위한 변명 : 증오의 사회학, 그 첫 번째 - 지의 회랑 34 (양장)

$26.00
Description
“어쩔 수 없는 구조가
증오의 싹을 틔운다”
개념과 기원, 대상과 주체, 작동방식과 그 해법까지
총체적으로 모색해본 증오의 사회학
계몽과 관용이란 관습적 해결방식의 한계 넘어
이해와 공존의 섬세한 문제의식으로 풀어나간
사회가 만드는 보편적 질병, 증오의 실체에 대하여


“증오는 사회구조가 만들어내는 보편적 질병”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현대의 증오론이다.
사회학의 한 흐름인 갈등론에서 갈등이 이미 일반적 현상으로 간주되는 것처럼, 갈등의 한 양상인 증오 또한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더는 낯설지 않다. 이 책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증오현상들에 대해, 용납할 수는 없지만 이제 이해할 수는 있는 일이란 문제의식 속에서 보다 섬세한 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해본 문제작이다.
기독교 서구사회에 대한 증오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 급진적인 이슬람주의 세력, 세계화와 이주민에 반발하는 유럽의 극우주의, 중동의 성소수자혐오와 이주민혐오현상, 한국의 여성혐오와 이주민혐오현상, 프랑스를 두 세계로 갈라놓은 동성결혼 논쟁, 주로 백인이자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수백 개의 증오단체를 보유한 증오의 나라 미국 등의 사례들을 토대로, 증오의 구체적 현상들에 대한 심층 분석과 그 이해의 배경이 되는 이론적 논의들을 동시에 개진해나간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여성, 유대인, 이주민, 난민, 빈자, 장애인, 동성애자 등 증오의 대상 집단들에 집중해왔던 그간의 일반적인 증오론들과 달리, 증오의 주체, 즉 증오를 품고 표출하는 이들에게 더 초점을 맞춘다. 구조와 권력이 부지불식간에 증오를 초래해버리는 환경에선 평범한 누구나 증오의 담지자가 될 수 있기에, 이 책에서 증오의 주체들을 응시하는 태도는 차분하고 신중하다. 일견 의아하게 다가오는, 증오를 품은 이들을 위한 ‘변명’은 여기에 호응하는 것이다. 다양한 증오현상들에 직면해서는 교화나 제재를 통한 근절을 목표로 삼는 기존 방식들을 재고하고, 증오에 대한 이해와 인정, 나아가 그와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입장과 전략을 숙고해본다.
주체의 재성찰을 통해 타자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서른네 번째 책이자 두 권으로 기획된 ‘증오의 사회학’ 2부작 가운데 첫 권이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엄한진

서울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파리8대학에서정치사회학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사회발전연구소선임연구원,성균관대학교서베이리서치센터연구교수,춘천시민연대공동대표등을역임했다.현재한림대학교사회학과교수로있다.중동및북아프리카지역의정치사회학과전지구에만연해져버린‘증오현상’에대한사회학적연구에매진하고있다.

주요논문으로「이민2세대개념을통해서본한국의이주배경청소년문제」,「예외주의에갇힌중동의소수자담론」,「‘아랍의봄’이후중동의혁명과반혁명」,「한국과아랍의정체성논의비교」,「한국사회인종주의의주요양상과특징」,「동질화에대한반발로서의극단주의현상:IS와유럽극우의사례를중심으로」,「서구가바라본오리엔트,오리엔트가바라본서구」등이있으며,주요저서로『프랑스의이민문제』,『이슬람주의』,『다문화사회론』,『아랍의봄,그후10년의흐름』(공저),『아랍의봄:인문학과사회의교차적진화』(공저),『사회적가치와사회혁신』(공저)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는말

제1장또하나의시각
증오현상ㆍ증오와연관된용어들ㆍ사회학적설명
제2장증오의주류화
일상이된증오범죄ㆍ증오의세계ㆍ증오의형상들ㆍ증오범죄
제3장증오는어디에서오는가?
증오의개념ㆍ증오의기원ㆍ증오와사랑의변증법
제4장증오하는인간은없다
증오의대상ㆍ배제된세계와증오ㆍ구조의쌍생아ㆍ증오하는인간은없다
제5장증오가자라나는토양과기후
증오를낳는사회ㆍ위기의산물ㆍ약자가두렵다는강자들ㆍ재난과혐오
제6장만들어진소수자,만들어진증오
근대의산물로서의인종ㆍ지배기제로서의동성애담론ㆍ황화현상ㆍ만들어진증오
제7장위계와증오
위계에내재한증오ㆍ약자를향한계급투쟁ㆍ증오는구분에서시작된다
제8장계몽과관용의한계
지배적인대응ㆍ편견때문이라는이데올로기ㆍ다양성담론및차이담론비판ㆍ반인종주의담론비판ㆍ관용담론비판ㆍ성급한피해자만들기
제9장증오와의공존
제도적대응ㆍ구조적해법ㆍ위드증오ㆍ보편주의적시각ㆍ책임있는소수자담론

에필로그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총서‘知의회랑’을기획하며

출판사 서평

이책의문제의식과입장

증오는특정개인이아니라대상이되는집단전체에대한반감으로서,그만큼오래되고구조화되었으며견고하게유지되어온사회현상이다.이책은이러한증오현상에대한입체적서사를시도하면서,이를바라보는새로운시각을모색해본학술에세이다.인종,성,계급,민족등현실영역에서중첩되어작용하는중요한사회요인들을구분하지않고통합적으로활용함으로써여러증오의차원들이교차하는현실까지실감나게재조명했다.사회구조와인간행위의관계에집중해사회집단간위계와갈등을해명하고,관성화되어버린사회의주류인식을비판하면서다양한증오현상들을차근차근분석해나간다.예컨대이른바진보적이라고간주되는시각까지포함해,소수자,다문화,혐오등에관한기존인식의문제점들을근본적으로되짚어보고자했다.
하지만이렇게주류화한사고들을비판하고지금껏이야기되지않는측면이나현상아래숨겨진구조를드러내는데집중하면서도,이책은단호한입장을제시하거나결의를다지는쪽과는거리를두었다.대신여러가능한접근방법과견해들가운데최적의한가지를제시함으로써증오와혐오에대응하는실천과담론이성스러운도그마에빠지지않도록경계하는역할을맡고자했다.
증오하는이들을위한변명

증오현상은제국주의시대에도현재도세계의중심에있(었)다.이런점에서증오연구는사회의현상태를설명하는효과적인수단이자방식이되기도한다.성소수자가성과가족문제를,이주민이민족문제의현실을보여주는최적의사례인것처럼,이들에대한증오현상역시해당영역뿐아니라사회전체를고스란히드러내보여주는입체경역할을한다.저자는바로이책에“인종주의적인나,경멸과선망에서벗어나지못하는나를포함한우리모두의모습이반영”되어있다고말한다.환언하자면,이책은대자적계급이되지못하고엉뚱한이들에게분노를표출하는민중,SNS에적개심과질투심을분출하는찌질이나댓글러와상당한공통점을가진채살아가고있는우리모두의상황과고민을담은현대의고백록에준한다.
따라서이책은“죄는미워하되사람은미워하지말라”는경구와유사한입장을담는다.증오는사회에서비롯된질병이고,그치유과정은사회변화를필요로하는험난한노정한가운데에있다.사이비처방이나개인에게문제의원인을돌리는진단으로는해결되지못한다.학술적으로정리하자면,증오를표출하는당사자들의개인적책임보다구조나공동체전체의책임에주목해야하는것이다.이책을관통하는기조는이렇다.
저자는말한다.“증오는빈곤,실업,불황,종속과같이개인이나집단의행위로는어쩌지못하는구조의무게에서기인한다.또자연재해처럼불가항력적인사건에직면한개인의무기력한상황으로부터생겨나기도한다.소위당연한것들이문제일경우가많은것이다.이럴때특정유형의증오하는인간을말하는것은섣부르고해악적이며반윤리적일수있다.인간형이나유전등의선천적요인은물론,계급이나민족등의후천적요인으로결정되는증오하는인간도없다.설사증오의주체를유형화할수있더라도문제가되는태도는증오하는이의의식에서비롯되는것이아니다.이책은누군가의혐의를묻기보다그역시자신의이웃과동등한가치를지닌인간임을변호하고자한다”라고.

증오의개념과기원
그모호한주체와대상

주제와문제의식이담긴짧지않은서설을지나면,책의몸통은이제다양한증오현상의양상들을개관한다.증오현상이지역을막론하고비중있는사회현상이된최근의현실을보여주고나면,일종의증오의ABC라고할수있는설명들이이어진다.증오현상의의미와유형,배경,주체,대상등이두루다뤄진다.
먼저증오란무엇이며,어디에서오는가?일차적으로증오는다른사회현상이나인간감정들에비해이해하기어렵고,복합적이며,게다가별로다루고싶지않은찜찜한것들이다.증오범죄,혐오발언,외국인혐오등과같이외적으로표출되는증오의양상들이상대적으로그실체가명확한데비해,그배경에있는증오의감정은언제나베일에싸여있다.또그감정은좌절된사랑이나충족되지못한열망처럼처음부터부정적이었던것이아니라,역설적이게도어떤숭고한가치의이면일때도있다.중요한것은우리가관심을가지게되는증오현상은사회적차원의현상이고,그것의기원도사회속에있다는점이다.
지그문트바우만을연상시키는저자의증오론은유동적이며어쩌면모호하기까지한데,그래서신중한것이다.“증오를품게되는것은개인이기보다집단이고,집단이기보다사회전체다.개인이나집단은대리자역할을수행하는측면이크다.증오가겨냥한진짜대상역시개인이아니라집단이며,증오는특정사회전체가특정집단에품는감정이다.더극단적으로얘기하자면,증오의주체는없다.있다하더라도명확히손에잡히지않는존재다.증오의대상역시특정할수는있지만,이역시유동적이다.이러한시각에서보면,증오의주체를그렇지않은사람들과구분하는것은성급하고위험하다.증오하는이의전형을만드는것을경계해야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
증오의토대와만들어진증오

일반적으로증오는왜곡된인식과그표현으로간주되고,교정이라는대응이자동적으로뒤따른다.표출된증오현상앞에서우리는선입견을먼저작동시키고,그대처또한관습적이다.그러나이책에서는증오현상이깊이뿌리내린토양과증오를활성화시키는사회적조건들에보다더집중한다.예컨대경제위기나해체의상황에놓인사회가증오를싹틔우고,재난이나전쟁,우발적사건들이증오를활성화시키고있음을직시하는것이다.더구나증오는불합리하게도좀더유리한위치에있는이들이불리한위치에있는이들에게가하는잔인한공격일때가많다.이번코로나19팬데믹의와중에도더큰피해를입은가난한이들과소수자들이쉽게혐오대상이돼버리는불합리한양상이반복되었다.
무엇보다우리가목격하는대부분의사회현상은아주오래전부터존재해온자연적현상이아니라특정시기에인간,사회,자연이함께만든창조의결과다.‘만들어진’이라는수식어는사회현상의이러한측면을강조하기위해사용된다.이제사람들은증오의대상이되는소수자에대한인식이시대와사회에따라다르다는것에대부분동의한다.특히소수자에대한시각이나타자에대한증오를담고있는이념은대부분근대의시작과함께,그리고이를주도한서구사회에서만들어졌다.그과정도평범한시민의일상에서서서히진행된것이아니라,특정시기특정목적을이루기위해국가나언론등위에서부터구축되고전개되었다.증오의문화는이렇게‘만들어졌다.’

위계와증오의상호작용

증오는다른정체성이나문화를가진집단에대한거부감임과동시에,사회의위계에서다른위치를가진집단을향한적대감이기도하다.위계는곧권력의차이다.권력의성격은다양하겠지만,위계는해당사회의핵심적자원을소유한정도와깊은연관성이있다.그리고이권력이증오의뿌리가된다.
게다가증오는위계가처한위기의산물이자위계를지키려는시도이기도하다.또한부당하다고간주되는위계에대한대응방식이기도하다.행위는구조에의해영향받지만기계적으로결정되는것은아니며,구조는고정되어있는것이아니라행위를통해수정될가능성이없지않은것처럼,위계라는구조와증오라는의식및행위간의관계역시쌍방향적이다.나아가위계가증오를초래하지만,증오라는의식과행위가나타나는양상은다른많은요인들에의해결정된다.증오가위계라는구조를새로이만들어내거나기존위계질서를공고히하는기제로작용하기도한다.저자는증오를논할때현재한국사회의주요특성중하나인이위계적문화를필연적으로상기하지않을수없다고꼬집는다.

계몽과관용의한계

저자는민족,성,계급,종교,이념등의측면에서이질적이고적대적인타자에대한폐쇄적인대중의식을공존의장애물로거론하는계몽담론의한계를지적하면서역설적으로위로부터제시된담론과정책이타자에대한증오와사회적거리를생산해온측면을재조명한다.권력을가진자들의담론인관용또한마찬가지다.저자는관용담론에대해,차이를가진집단을향한적대행위를줄이고모든차이를존중하지만,이와동시에기존의지배와위계질서를안전하게보존하려는시도라는비판적평가까지함께적시한다.이러한계몽과관용담론의선상에서,본성상구분과적대를분할지배의전략으로삼는국가는증오를도입하고극단화하는강력한행위자로기능한다.따라서저자는증오에대한대응도개인이아니라국가로향해져야한다고본다.
무엇보다증오는착취,억압,통제,배제,제노사이드,전쟁등근대문명국가의기제들이일군세계에필연적으로출몰하는현상으로서폭력적근대성을운명처럼자기본질에내장하고있다.저자는이증오해결의실마리를모색하고제안하기위해,근대적배경에서고안된교화나제재,계몽과관용이란대증적처방에앞서매증오현상마다사려깊은접근과근본적대처가먼저필요하다고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