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자본주의의 시간 : 한국의 베트남전쟁 담론과 재현의 역사 - 知의 회랑 35 (양장)

전쟁 자본주의의 시간 : 한국의 베트남전쟁 담론과 재현의 역사 - 知의 회랑 35 (양장)

$28.00
Description
“6.25와 조국근대화 사이
잊어버린 제2의 한국전쟁이 있다”
가난한 반공국가의 야심찬 국책사업
베트남전쟁 참전의 담론과 그 재현의 드라마
한국사회는 여전히 선택적 기억에 머물 것인가
부박한 자본주의와 국민국가 이데올로기가 낳은
조국근대화의 ‘어두운’ 근원 속으로

이 책은 통일베트남이 1986년 자본의 손을 잡기로 결정한 이유였던 참혹한 ‘파괴’의 시간을 조국근대화의 ‘기회’로 잡은 우리의 과거 이야기다. 모두 알고 있지만 들추려 하지 않는 이야기.
저자는 성장제일주의에 경사되어온 한국 현대사의 정치ㆍ사회ㆍ문화적 심상 지리 속으로 들어가 약 반세기에 걸친 한국의 베트남전쟁 담론 및 재현의 역사를 재구성해나감으로써, 한국의 베트남전쟁이 현대 한국사회의 자본주의적 특질을 형성하는 심급으로 작용했던 역사적 정황들을 촘촘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참전의 정당성에 대한 반성과는 별개로, 참전 기억이 어떤 사회문화적 궤도를 그리면서, 잊혔으나 끝내지 못한 전쟁을 이어나갔는지 내부로부터 통시적으로 탐색해보려는 시도다.
8년 6개월이란 절대 짧지 않은 전쟁의 시간. ‘적’과 싸우며 ‘친구’와 ‘가족’을 만들어내던-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도 한-양국민의 야속한 인연사가 확장되거나 굴절되고 외면 받아온 사연들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서른다섯 번째 책.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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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주현

중앙대학교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1960년대소설의전통인식연구」(2007)로박사학위를받았다.중앙대학교교양학부를거쳐현재인제대학교리버럴아츠교육학부교수로있다.
여러연구자들과함께1960‐70년대한국소설과『사상계』ㆍ『세대』ㆍ『문장』ㆍ『청맥』ㆍ『한양』등의잡지들을읽어나가며,한국문학과문화담론연구에매진해왔다.『혁명과여성』(2010),『냉전과혁명의시대,그리고〈사상계〉』(2012),『1960년대문학과문화의정치』(2015)등을함께펴냈다.
인제대학교에자리잡으면서부터관심사가확장되었다.『녹색평론』읽기지역독자모임에서만난이들과생활문화협동조합을만들고,이를거점삼아생태적감수성을확산하는‘우정의공동체’를꾸려나가고있다.좋은책을함께읽고쓰자는마음으로,김해ㆍ창원의동네책방과인문공간에서시민들과도자주만난다.『작가와사회』편집주간,지혜마실협동조합운영위원장,인제미디어센터장등으로일했으며,최근에는경남공유대학에서생활문화공동체를가르치면서‘공유지’사상을공부하고있다.
『청맥』을읽던2013년경부터베트남전쟁을눈여겨보기시작했으니,이책을쓰는데십년이걸린셈이다.8년6개월이란긴시간동안‘적’과싸우며‘친구’와‘가족’을만들어내던인연이어느날단교했다고사라져버릴순없다.한국사회는왜베트남전쟁을망각했고,그것은어떤결과를초래했을까.이책의문제의식은이렇게‘한국의’베트남전쟁에서출발한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제1장잊었으나잊히지않는기억
과거사가된베트남전쟁ㆍ연구범위와대상
제2장기회로서의베트남전쟁
아시아내셔널리즘의충돌ㆍ전쟁자본주의시대의개막ㆍ베트남전쟁의국민국가적무의식
제3장베트남전쟁담론변천사
동질성담론과반공개발론,1965-1968년ㆍ경제담론과휴전반대론,1969-1975년ㆍ타자성담론과기억의공백기ㆍ탈냉전과대항담론의심층
제4장베트남전쟁의재현대상들
황색거인의신체변화ㆍ베트콩의정치성ㆍ한국을노크한베트남난민
제5장평화를위하여
경합하는두목소리ㆍ사과의윤리

에필로그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수록도판크레디트
총서‘知의회랑’을기획하며

출판사 서평

이책의문제의식,
어떤적극적인망각

어느덧베트남전쟁(1955~1975)종전50년이가까워지고있다.기억저편으로사라져버린데도그리이상하지않을시간.32만이넘는병력을파병했고,5천여젊은이가목숨을잃었으며,3만여라이따이한까지생겨났지만,우리기억속전쟁은1992년한베재수교후,경협ㆍ여행/관광ㆍ결혼및노동인력이주등,새로추진되는현실적인연들덕에잊혀갔다.정녕전쟁은잊혀져간걸까,그냥우리가잊어버린걸까.
한국사회에서‘과거사’로서전쟁은점점박제된유물이되어가고있지만,가만히생각해보면베트남전쟁은한국전쟁과닮은꼴을한최근의전쟁이었다.한국인들도냉전이자열전인6.25를겪었다.그런데잊지않으려고매년기념식을열고정치권까지나서기억투쟁을주도하는한국전쟁에비해,베트남전쟁에대한사회적시선은한결같이냉담하다.1990년대후반에일어난대항담론―베트남전참전에대한반성적인식―도베트남당국의개혁개방(도이머이)정책에한국이적극편승하면서양국이함께묻어야할과거가되어가고있다.이러한태도는모든전쟁이악이라는일반론에서도멀거니와,국민국가에서국민을대리하는국가권력의위세만주지시킬뿐이다.권력은전쟁같이아프고불편한기억은되도록잊는것이좋다고설득한다.이책에서저자가베트남전쟁을‘잊힌전쟁’보다‘잊은전쟁’이었다고주장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
베트남전쟁은통상미국(및남베트남)과북베트남(및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일명베트콩)의전쟁으로규정되어왔다.하지만저자는이책에서이를전쟁이준기회에주목한‘한국의’베트남전쟁이라부름으로써이에대한시각을전환해보고자한다.이는베트남전쟁이1960년대한국의근대화프로젝트에미친영향과태평양-한국전쟁이낳은제국의폭력,조선인학살,동족상잔이라는비극을경제적성장가능성으로희석시키는심리적전환점이되었다는데주목하는것이다.

이책의또다른문제의식,
이념보다자본

태평양-한국전쟁기를거치며전쟁은극렬한이념대립에도불구하고,대중적으로는민족공동체를파괴한재난으로각인되었다.이른바전후문학이앞장서만들어낸이러한심상은강력한반공이데올로기의이면에서전쟁을고발하고평화를추구하는대중적감성을꾸준히지지해왔다.그런데미상불대한민국의베트남전참전이기회로서의전쟁이란관점을퍼뜨리기시작한것이다.전쟁으로자본을축적한일본이그랬듯이자본을축적하는방법에대한윤리는부질없이무너져내렸다.
이책은이렇게베트남전쟁이한국전쟁이후대중의기억속에서모순적으로중층결정되던사회주의에대한공포를,근거있는승공의식으로바꾸어버렸다는데초점을둔다.요컨대이전쟁이야말로우리사회에승공개발을모토삼은‘전쟁자본주의’를선사한결정적계기로작용했다는것이다.그리고어느새타국에서일어난전쟁참전이내조국의경제발전을위해불가피한선택이었다는분위기속에서40여년이지나갔다.
물론그간이에대한반작용이없진않았다.본격적으로이책에서다루게될,참전과함께생산된각종기록물,영상취재물,문학작품등은주류담론의균열과봉합,해체의지점을끈질기게붙들고탐색했다.1990년대후반시민사회를중심으로시작된,전쟁범죄를직시하자는반성적관점은바로이러한반작용의결과기도하다.그러나저자는이것이문제의종착지는아니라고강조한다.한국의베트남전쟁이현재의한베관계보다우리내부의무한자본주의옹호론에미친영향이더크고중요하다는사실을거듭지적하기위해서다.자본이매개하지않는장소가더이상존재하지않는오늘날,보다근본적인성찰이시작되어야하는지점이바로여기다.
이러한맥락에서이책은베트남전쟁의국제적성격보다,전쟁이한국사회내부에빚어낸다양한영향들에먼저주목한다.또이를위해관련담론과재현물들이드러내는‘내적논리’를해부하는데집중했다.

이책의서사

―기억과기회
제1장은도입부다.한국에서베트남전쟁이잊었으나잊히지않는전쟁인이유와한국의과거사로서이를수용해야하는까닭을한국전쟁이라는프리즘을빌려설명한다.참전-종전-한베재수교-2000년-시민평화법정을계기로담론이전환되는형태를,공식담론지배-참전기억투쟁-대항기억형성-시민화해실천으로범주화하면서각단계에서살필주요텍스트를밝혀놓았다.
제2장은―앞서문제의식에밝혀둔것처럼―전쟁자본주의의관점에서베트남전쟁을반공개발의기회로삼았던반공국민국가의민족주의를재고해본다.제2의한국전쟁인이전쟁에서같은것을기대한한국인들이전혀다른베트남민족주의와조우하며느끼는논리적모순과혼란한심리를,아시아내셔널리즘의충돌및한국전쟁과다른진실로부터회피하려는국민국가적무의식으로분석한다.공식담론의모순을인지하면서도이를부인하고속절없이모순된논리로빨려들어가맞은월남패망이,참전을잊은어느날한국의과거사로등장한것은역사적필연이라는것이제2장의결론이다.

―베트남전쟁담론들의변천사
제3장은제1장에서구분한담론변천사를시기별로자세히살핀다.이후의담론에의해지양되는참전담론의전체적양상을,1.동질성담론과반공개발론,2.경제담론과휴(종)전반대론,3.타자성담론과기억의공백기,4.탈냉전과대항담론의심층파트로나누어분석한다.
한국사회에서참전의기억은베트남전쟁을기술한교과서들만보아도여전히1절의이념과2절의성장론이지배적이다.경제성장신화는부단히자랑하고픈민족사였기때문이다.과거사로서의기억은여기에끼어든불청객일뿐이다.
나아가진영대립의논쟁점들을짚지않고서는담론의변천사를입체적으로파악하는데한계가있으므로,3절과4절에선월남패망후한국사회가난민을수용하는태도와20년간계속된두진영의논리싸움까지두루검토한다.저자는이절들을통해이문제의중심에놓이는참전군인의모순적위치를기존연구자들이편협하지않게다루고자애쓴까닭을알게될것이라말한다.
4절끝에는설문조사를통해한국사회를경험한국내거주베트남인들―결혼이주여성,유학생,이주노동자―의베트남전쟁(과거사)과한베관계에대한인식수준을정리한결과도덧붙여있다.표본의한계와언어의장벽등이있었지만,저자는현재베트남청년들이양국관계를보는시선속에는‘자본친화적인’태도가역력하다고적시한다.

―베트남전쟁의재현대상들
제4장은이책의문제적주역들이재현되는관습과문법을분석한다.한국군(황색거인),베트콩(작은괴물),난민(보트피플)이그주인공들이다.
황색거인이란단어에스민인종주의/제국주의적태도는단순히민족적자부심정도로치부할성격이아니다.저자는훗날제기된한국군의잔학성이나민간인학살논란은한국군이자신을호명한이용어에문제성이함축되어있다고본다.참전군인이주인공으로등장하는여러문제작들을경유하면서한국군이베트남에서하위제국주의를욕망하며수행한젠더화된군사노동의본질을직시해본다.
베트콩은한국군이황색거인으로존재하기위해필요한절대적타자였다.베트콩이시체로물화(物化)되는만큼한국군은자아를부풀릴수있었다.저자는휴전으로중지된한국전쟁의빨갱이색출이한국군승전담을통해완료되는담론의효과를,인도적한국군대(對)체포되는베트콩의대비로풀어나간다.하지만전쟁당시초라한비체(卑體,abject)였던사회주의는승전으로다시사상의지위를회복한다.아이러니하게도이때이들은어느새친자본적관료가되어있다(과거전설적인지휘관이자호치민의수양딸이었던베트콩여성은관광청부청장이되어밝은얼굴로“과거의적도이제는손님이되었으니서방세계와관광으로가까워지면총을맞대는비극도예방할것”이라고말한다).한국의공식적인참전담론은이렇게자본의승리를증명한통일베트남의비참과마침내성장을택한통일베트남의개방이야기에서멈춘다.
월남패망후한국에들어온난민을재현하는문법이참전기의한국대(對)베트남의젠더구도를반복하는것은현재우리가보는양국표상과동일하다.

―평화를위하여
제5장은2018년‘시민평화법정’이후의시간을다룬다.베트남전쟁시기한국군에의한―퐁니ㆍ퐁넛,하미마을―민간인학살50주기에맞춰가해국의시민들이마련한생존자의육성을듣는자리는국민국가의틀을넘어서는시민성의확대라는기념비적의의가있었다.그리고법정이남긴숙제를받아2021년‘극단신세계’가올린연극〈별들의전쟁〉에나타난‘가해자의피해자성’문제를분석해본다.가해자의윤리는긴시간을거쳐이문제가도달한최근의쟁점이다.문서들의증언력과피해자증언이한자리에서뒤섞인두법정은무엇을성취하고무엇을남겼을까.경합하는목소리들을가르고민간인학살논란이도달한지점을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