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저항하는 주체 : 민중의 개념사, 이론

민중, 저항하는 주체 : 민중의 개념사,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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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민중이란 무엇인가”
사회학자 강인철 교수의 《민중의 개념사, 이론》 편

주체성과 저항성이란 열정적 단초에서 시작된 민중 개념의 깊이와 넓이에 대하여
주체성과 저항성이란 열정적 단초에서 시작된 민중 개념의 깊이와 넓이에 대하여

무릇 민중은 감정을 휘젓고 약동시키는 격정의 언어다. 대립적 진영의식을 추동해 뭇사람들을 저항운동과 정치적 쟁투 속으로 밀어 넣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강렬하고 또렷한 이미지와 정동(情動)이 이 두 음절에 박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면과는 대조적으로, 사실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아시아 역사에서 민중은 ‘다수의 민(民)’을 가리키는 지극히 평범한 말로 지내왔었다. 조선 말기 개항과 국망(國亡)을 겪는 와중에도, 그 무렵 유사 개념들이 대대적인 변화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와중에도, 민중 개념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우리네 역사에서 민중이 범상치 않은 그 무엇으로 돌변하기 시작한 건 3ㆍ1운동이라는 대사건을 치르면서부터다. 언어가 시대의 거울이듯, 이 어휘가 품고 있던 전통적 의미에도 새로운 의미들이 섞여 들어와 충돌하면서 복잡하고 다의적인 개념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수성’과 ‘종속성’이라는 전통적 기표(記標)에 ‘정치 주체성’과 ‘저항성’이라는 새로운 기의(記意)가 부착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 열정적 단초들에서 출발한 결과가 여기에 담겼다.
이 책은 민중 개념의 구성요소들과 이론적 측면을 밝히는 데 주력한 연구서다. 민중 개념을 다양한 차원에서 (재)정의/정립하고, 이를 둘러싼 합의와 불일치를 판별하며, 피지배ㆍ다수ㆍ주체ㆍ저항ㆍ다계층성 등 그의 구성요소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나갔다. 아울러 개념들의 네트워크 안에서 민중을 적절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각도의 모색을 시도했다.
『민중, 시대와 역사 속에서: 민중의 개념사, 통사』와 함께 ‘민중의 개념사’ 2부작을 구성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서른여섯 번째 책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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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인철

1994년서울대학교사회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고,1997년부터한신대학교종교문화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시민종교,전사자숭배,한국의종교정치,군종제도,종교와전쟁,양심적병역거부,종교사회운동,종교권력,개신교보수주의,한국천주교,북한종교,민중개념사등을탐구해왔다.현재한국의양심적병역거부역사를다루는2부작을집필중이다.
이번에나온『민중』2부작을포함하여지금까지모두18권의단독저서를출간했다.광주항쟁40주년을맞는2020년5월에『5ㆍ18광주커뮤니타스』를,그리고2019년초에는‘한국시민종교3부작’을이루는『시민종교의탄생』,『경합하는시민종교들』,『전쟁과희생』을동시에내놓았다.2017년에는『종교와군대』를,2012~2013년에는‘한국종교정치5부작’인『한국의종교,정치,국가』,『종속과자율』,『저항과투항』,『민주화와종교』,『종교정치의새로운쟁점들』을선보였다.그밖에『종교권력과한국천주교회』(2008),『한국의개신교와반공주의』(2007),『한국천주교회의쇄신을위한사회학적성찰』(2007),『한국천주교의역사사회학』(2006),『전쟁과종교』(2003),『한국기독교회와국가,시민사회:1945~1960』(1996)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제1장서장
1.개념사와지성사|2.허구인가실체인가:지성사적접근|3.민중개념연구|4.문제의식
제2장합의
1.정의|2.수렴|3.다원적접근|4.민중의이중성
제3장불일치
1.이견들|2.개념의시간성|3.지식인,중산층,민중|4.동질성과이질성|5.진보,역사,보편성
제4장주체
1.역사주체|2.민중과근대|3.메시아적주체
제5장저항(1)
1.권력과민중|2.저항으로의전환
제6장저항(2)
1.지배의틈새|2.민중문화|3.민중언어|4.민중정동
제7장저항(3)
1.저항의기술|2.저항과윤리
제8장개념네트워크속의민중
1.고유어인가번역어인가|2.호환/대항관계:민중과인민|3.호환관계|4.대항관계(1):순응적정치주체계열|5.대항관계(2):저항적정치주체계열|6.결합관계|7.서발턴연구와민중연구

맺음말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수록도판크레디트
총서‘知의회랑’을기획하며

출판사 서평

민중연구의접근경로
개념사ㆍ지성사ㆍ심성사그리고세대론과지식인론

저자는이책의성격을크게두가지로제시한다.첫째,민중개념의역사성과사회성을강조하는개념사적연구다.이에따라사회사와의연관속에서민중개념의역사적변화를추적하는데우선집중했다.둘째,지성사적연구다.역사적맥락차이에유념하면서수많은지식인들이선행하여제시한민중이라는관념(ideas)의내용과출현,전파ㆍ확산혹은쇠퇴,변용과정등에주목했다.
이에더해이책에서특징적으로활용된민중개념접근경로로서‘세대’라는프레임도꼽을수있다.관습적인세대론방식은대개10년단위로나누어1970년대ㆍ1980년대ㆍ1990년대이후의민중론으로각각분류하는것이었다.그러나저자는이책에서민중론혹은민중개념화를새로운세개의차별적인세대로구분해정리한다.즉,1970년대초부터1980년대초반까지가‘1세대’,1980년대중반부터1990년대초까지가‘2세대’,1990년대중반이후가‘3세대’다.물론이때이러한세대론의선명한분기요인은‘마르크스주의’다.환언하자면‘마르크스주의이전’시기(1세대),‘마르크스주의’시기(2세대),‘마르크스주의이후’시기(3세대)다.저자는이렇게재정립한세대론의프레임을통해지난반세기동안서로다른세가지민중담론혹은민중패러다임이계기적(繼起的)으로중첩되었음을입증하려했다.
또한저자는민중개념연구가프랑스학계를중심으로발전한‘심성사’내지‘망탈리테사’와도접합점을형성할수있다고본다.‘심성(心性)’은특정시대에개인들이공유하는집단적의식이나무의식으로서,논리적사유와정서적감정을포괄한다.이책에서는민중의구체성을해명하는데유용한방법론들을제공했다.아울러저자는개념사ㆍ지성사ㆍ심성사의접근법뿐만아니라,민중개념연구에서국내외의선행하는이론과접근방법들로부터유용한통찰들을끌어오기도했다.예컨대‘아래로부터의역사(historyfrombelow)’관점,‘사회운동의감정사회학’,‘정동이론(affecttheory)’,서발턴연구(subalternstudies),안토니오네그리와마이클하트의다중(multitude)개념,에르네스토라클라우나알랭바디우의인민(people)개념연구등이그것이다.
하지만무엇보다이책은민중에대해논의한‘지식인들’에초점을맞춘다.지식인들이어떤의도로어떤의미를민중이라는기표에부여하고자했는지,나아가이들이민중기표를통해어떤정치적ㆍ사회적ㆍ문화적목적을추구했는지를탐구한다.요컨대저자는민중에다가서기위한경로로1차연구대상을그야말로다양한지식인들의민중론으로삼는것이다.

이책의문제의식들

본격적인민중론전개에앞서,저자는현재까지의민중개념선행연구들을일별한뒤이책에서주의를기울이는몇가지문제의식들을밝힌다.그중각별히눈여겨봐지는지점들을짚어둔다.
먼저이책은민중개념의차별성과한국적독특성에주목한다.이와관련해‘민중은서구개념의근대적번역어인가’라는쟁점이비중있게취급되고,역시다양한분야들로구성된한국학계의주체적이고창의적인학문적성과로서‘민중연구/민중학(minjungstudies)’의형성과정과발전가능성을탐색하려는문제의식을공유한다.
민중론의시대적다양성도강조된다.민중이라하면‘1970년대’민중론과‘1980년대’민중론만있는것처럼생각하는경향이우리사회에널리퍼져있다.그러나보다긴안목에서보면‘1970년대이전’의민중론도존재했고,(비록확연히약화했을지언정)‘1990년대이후’의민중론도분명존재했다.따라서1920년대에저항적민중개념이등장한이후한국에서출현한민중개념의‘역사적다양성’에주목해야한다는것이이책의핵심주장가운데하나다.
또한민중론의시기구분도좀더세밀하고정확해져야한다고지적한다.여러세대에걸쳐켜켜이쌓인저항적정치주체의계보학적역사의무게를진지하게고려하는것,그런과정에서특정어휘가지배자의언어혹은저항자의언어로점차굳어지는과정을‘지식의고고학’을수행하듯찬찬히살피는것,이야말로저자가이책에서가장흥미롭게생각하는대목중하나다.

민중으로수렴되는구성요소들

엄밀하게현재까지민중에대해‘합의된’정의는없다.더구나민중개념의내용이역사적으로계속변해왔기때문에,그모두를포괄하는정의는사실상불가능할지도모른다.한국의근현대로만한정하더라도민중의의미스펙트럼에는다수자,하층민,피치자(被治者),피억압자,역사(발전)의주역,저항운동이나변혁운동의주체등과같은다양하고도중층적인요소들이포함되어있다.
하지만앞서언급했듯이,‘저항성’나아가‘변혁성’이라는의미가도입되면서우리네전통적민중개념에대지진이발생한1920년대를우선눈여겨보아야한다.이개념적혁신을통해오랜세월‘정치의객체’이자‘통치의대상’에불과하던민중이‘정치의주체’지위로올라서기때문이다.뿐만아니라정치주체를호명하는다른개념들과도명료히구분되는,‘저항적정치주체’라는민중만의독특한의미구조가최종적으로완성된다.비로소민중은‘저항적정치주체’이자‘저항이념의담지자ㆍ운반자’로서새롭게이해되기시작하는것이다.또한저항성이개념의내부로들어옴에따라‘기술적(記述的)개념’에머물던민중이‘추동적(推動的)개념’으로환골탈태한다.
정리하자면,일반적으로동아시아의맥락에서오랫동안통용되어온전통적의미의민중개념은‘다수성’과‘종속성’이라는두요소를축으로삼고있었다.대체로사전적용법들이이러한요소를민중개념으로반영하곤했다.하지만근대이후여기에새로운의미와특징들이추가된다.가장주목해야할변화요소가바로‘주체성’(역사의공동주체혹은진정한주체),‘저항성’(저항성의도입과그로인한개념적긴장ㆍ역동성의극대화),‘다계층성’의세가지다.저자는민중개념화에서비교적폭넓게합의되어수렴하는이다섯가지요소들-다수성,종속성,주체성,저항성,다계층성-로민중개념의전체적윤곽을다시그린다.
이밖에도저자는민중의실체성,개념의고대성(古代性),민중의긍정성강조,실천성과당파성,불의한구조라는상황정의와전복성,역사적낙관주의,민족ㆍ민족주의와의친화성,민중의이중성,다원적접근,역사적가변성,형성적존재등도민중개념의구성요소들임을정리해낸다.덧붙여민중은호환관계에있는다른정치주체개념들과비교할때,번역어가아닌고유어라는토착성,비지배/탈권력지향과연결된비주권성,신ㆍ구개념의병렬성,비주류성,저항성이라는특성을보이기도한다.

민중에서분기되는지점들

이어서저자는민중에서분기되어이견이도출되는지점들을통해민중개념의다채로움도탐색한다.실상민중기표는온갖해석들이제출되어경합하는백가쟁명의장이었다.민중기표자체가치열한정치적각축의대상이기도했다.
1970년대이후민중을둘러싼주요쟁점들은민중의역사적ㆍ사회적실체성(객관적실체대지적구성물),정의방식(다원적정의대단원적정의),민중개념의역사적시효내지시간성(역사-보편대역사-특수),민중개념의공간적적용범위내지공간성(세계대동양,선진국대제3세계/식민지),(민중개념의공간성문제와연관된)민중개념의한국적특수성ㆍ독창성정도(번역어대고유어/발명품),민중의구성및범위,민중의내적이질성및차이에대한해석,민중의인식론적특권문제,연대의성격(동질화연대대이질성들의연대,수직적연대대수평적연대,연대의중심세력존재여부및소재),권력과의관계(포섭대탈주),저항의다양성및다차원성정도(공적-급진적저항대일상적-미시적저항),저항으로의전환을이끄는조건과주도세력,변혁론(민중해방의경로ㆍ성격ㆍ목표),역사관(진보관념)과보편성관념등으로정리된다.저자는이러한이견의목록은앞으로더길어질수도있다고본다.
1970년대에새로운민중개념이본격(재)등장한이래,시간이지날수록더많은연구자들이민중연구에참여하고인문사회과학의여러분야로민중연구가확산해간다.특히1980년대들어민중연구가폭발적으로증가하면서민중론도더욱다채로워진다.결국민중론의다변화ㆍ복수화(複數化)추세로,민중개념의공통기반못지않게차이들이부각되는것도불가피해진다.이런상황에서여러갈래와유형의민중론들과민중패러다임들이제출되기시작하고,민중론진영내부의차이들이상이한유형론들로발전했던셈이다.

주체성과저항성

이제저자는네개의장에걸쳐1920년대에등장한민중개념의새로운기의인‘주체성’과‘저항성’을집중적으로분석한다.강조했듯이이는‘20세기민중개념혁명’의핵심을이루는두요소다.

-주체의담론과유형들
먼저‘주체(성)’의문제다.저자는정치주체,저항주체,변혁주체,역사주체,서구근대적주체,특권적주체,비지배적주체,윤리적주체,희생적ㆍ메시아적주체,연대적주체등매우다양한의미ㆍ쟁점ㆍ담론들이민중개념을휘감고있었다고지적한다.그리고이런다양한담론을크게정치주체,역사주체,변혁주체,메시아적주체의네가지로정돈해본다.
여기서무엇보다중요한건‘주체형성’과‘저항실천’의긴밀한연관성이다.‘반(反)권력효과’로서의주체화,‘책임떠안기’로서의주체화,그리고‘메시아적주체’의형성은모두주체화와저항의긴밀한내적연계를보여준다.이경우주체화혹은주체형성은‘저항주체의형성’에다름아니다.
저자는민중개념의주체(성)에관한폭넓은논의를거친뒤,이를토대로다양한민중주체들에관한한가지유형화를시도해본다.즉,‘기존질서에대한태도’와‘타자에대한태도’를변수삼아교차시킨결과다.‘기존질서에대한태도’는동조(혹은순응)와비동조(혹은저항)로,‘타자에대한태도’는배제와환대로각각구분해,각각네가지유형의민중주체를가려낸다.정리해보면,(1)기존질서에대해동조적(순응적)이고타자에대해배제적인민중주체는‘전체주의적주체’로,(2)기존질서에대해비동조적(저항적)이고타자에대해배제적인민중주체는‘부족주의적(tribalist)주체’로,(3)기존질서에대해동조적이고타자를환대하는민중주체는‘조건부환대주체’로,(4)기존질서에대해비동조적이고타자를환대하는민중주체는‘무조건적환대주체’가된다.

-민중개념에긴장ㆍ역동성을불어넣는저항
민중의저항은여러차원과수준에서다채롭게전개된다.저자는특히민중의일상생활이나생활세계를순응,굴종,무저항의영역으로단순화하는것은명백한오류라고지적한다.구조적불의와그로인한고통이만연한민중의일상은평온함과잠잠함의이미지못지않게분노로들끓는이미지로도묘사되어야한다.민중의저항적행동에는일상적저항이있는가하면공적저항도있고,일상의상징적봉기가있는가하면폭력적봉기도있으며,저강도저항이있는가하면고강도저항도있다.최초의저항이어떻게발생하는가도중요하지만,그저항의연속성과지속성여부도흥미로운문제다.국지적인저항이어떻게보다광범위한저항으로확산되는가도마찬가지다.그리고저항의확산은연대나소통매체같은또다른중요한문제영역들에맞닿아있다.
저자는이저항이야말로1세대부터3세대민중론까지관통하는공통키워드라고말한다.기존체제에대한저항의명명이1세대의‘인간해방ㆍ인간화ㆍ민주화’에서2세대의‘혁명ㆍ변혁’을거쳐3세대의‘일상적저항’으로바뀌었고,저항으로의전환을위한최우선실천과제가1세대의‘의식형성’(의식화)에서2세대이후‘연대형성’으로바뀌어왔음에도불구하고말이다.저자는3세대민중론자들이민중이라는용어자체를버리자는일각의요구에도불구하고이를고수하는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고본다.

-저항의원천
그렇다면민중저항의발원지는어디인가.민중의저항잠재력과에너지는어디에서찾아야하는가.
한편으로는권력의취약성과틈새,내적균열때문에,다른한편으로는민중의주체적역량때문에저항이가능해진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전자는권력의내부이자민중의외부이고,후자는권력의외부이자민중의내부에해당한다.이렇게보면저항의원천은권력의내부와외부,민중의내부와외부모두에산재해있는셈이다.
저항의가능성이나원천과관련된기존논의들에대해,저자는그간‘저항주체’에일차적초점을맞추는흐름과‘권력자체’(그것의빈틈과한계)에일차적초점을맞추는흐름이양분되어진행되어왔다고본다.좀더자세히들어가보면,비판적성향의지식인들가운데서도(1)포스트구조주의나해체주의계열의이론가들이저항의거점이나자원으로기능할수도있는지배의빈틈ㆍ균열을찾아내는작업에열중하면서도대중의아래로부터의자발적인저항성을인정하는데는다소인색하여,저항의가능성을체제ㆍ권력의‘외부’가아닌‘내부’에서찾아야함을넌지시제시하고있다면,(2)호미바바나디페시차크라바르티는지배테크놀로지에압도되기보다는오히려그것의허점과약점을집요하게드러냄과동시에,일상적삶속에서피지배층의끈질기고재치있는저항을잘조명했고,(3)라나지트구하,제임스스콧,에릭울프,로버트단턴등은처음부터피지배층의저항적잠재력과그문화의상대적자율성을인정하는가운데피지배층의일상적ㆍ비일상적저항쪽에분석의초점을맞췄다.
저자는한국의민중문화,민중예술,민중극(탈춤,인형극)에대한연구들은세층위의이론중에서(2)와(3)의층위모두에걸쳐있으며,민중운동이나민중봉기에관한연구는당연히(3)의층위에해당할가능성이높다고판단내린다.

개념들의네트워크안에서인접개념들과민중개념의관계

민중이라는개념은고립적으로존재하지않는다.그것은다른개념들과의관계망속에존재한다.이책의마지막장에서는개념사이의‘관계’및‘대조/비교’라는맥락에서민중을다각적으로분석해본다.환언하자면,‘개념들의위계ㆍ서열구조’혹은‘개념들의네트워크’속에서,그리고인접한다른정치주체의개념들-〈인민〉,〈국민〉,〈대중〉,〈시민〉,〈다중〉,〈민족〉,〈서발턴〉등-과의상호관계및상호작용속에서민중개념의의미를탐문해보는것이다.민중개념에대한일종의위상학적접근인셈이다.
유사개념들의관계는호환적-수평적-포용적인것일수도,대항적-갈등적-배제적인것일수도있다.전자를‘호환관계’로,후자를‘대항관계’로명명한다면,결국‘호환관계’는민중과유사성을띠고있어서서로대체해서사용할수있는개념들과의관계를,‘대항관계’는민중과경쟁하는개념들과의관계를가리킨다.저자는‘호환관계’와‘대항관계’에‘결합관계’를추가하여,호환ㆍ대항ㆍ결합이라는세가지관계유형을중심으로민중개념과인접개념들과의관계를논의해나간다.이때‘결합관계’는민중과서로끌어당기면서상호침투하는경향이있는개념들과의관계를가리킨다.이개념적결합관계자체는다른개념들에서는좀처럼발견되지않는,민중만의특이한현상중하나이기도하다.예컨대1920년대이래민중은〈민족ㆍ민족주의〉개념과유난한친화성을보이면서서로결합관계를형성해왔다.
호환관계의개념들은의미상으로도유사할뿐아니라,서로간의긴장이나대립이없이평화롭게공존하면서일상적으로혼용되며,이들사이에우열이나지배-억압과같은현상도거의나타나지않는다.반면에대항관계의개념들은의미상의유사성에도불구하고서로갈등하고우열을다투며,종종정치투쟁ㆍ담론투쟁이나프레임경쟁과연결된다.때로는정치권력과담론권력이개입되어특정용어의‘개념적헤게모니’를촉진하거나,특정용어에대한‘개념적금기설정’혹은‘개념적억압’으로비화할수도있다.예컨대민중과〈인민〉은시대에따라호환관계속에놓이기도하고,대항관계에놓이기도했다.
또한저항적정치주체의‘대표기표’지위를놓고몇몇개념들이대항관계를형성할수도있다.민중과대항관계를형성하는개념들은‘순응적정치주체계열’〈(대중〉,〈국민〉,〈신민〉등)과‘저항적정치주체계열’(〈시민〉,〈다중〉,〈서발턴〉등)의두가지로나뉜다고할수있는데,민중은‘순응적정치주체계열’의개념들과는대체로‘적대적대항관계’를,‘저항적정치주체계열’의개념들과는대체로‘비적대적대항관계’를맺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