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으로 보는 고대 중국 - 동아시아 문명총서 19

환경으로 보는 고대 중국 - 동아시아 문명총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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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중국 고전의 배후에 어떤 이야기, 어떤 수수께끼가 숨어 있는지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지 생각해 보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가 중요한 이유는 우선 지구 전체의 환경사를 한데 정리해 나가는 데 있어 ‘중국사’는 가장 특색 있는 ‘사료 제공자’가 되기 때문이다.

4대 문명이라는 말은 널리 들어서 익숙하지만, 이집트ㆍ메소포타미아ㆍ인도의 경우 고대 문명을 담당한 사람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고대 문명의 유적지 그 자체가 사막화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중국에는 고대 문명을 구축한 사람들이 사용한 언어가 지금도 거의 동일한 문법으로 남아있다. 문자는 물론 변화하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학습하면 그것들이 현재의 어느 문자에 해당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문자의 발생 이래 그것이 사용된 시대 환경을 보여주는 자료가 연속해서 계속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 대륙은 요즘 아무리 사막화의 위기가 닥친다고는 해도, 어쨌든 방대한 인구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제적으로도 재차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중국 문명은 유일하게 멸망하지 않은 고대 문명인 것이다. 이는 지구 전체의 역사로 봐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 대륙은 어째서 인간이 계속해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걸까? 또 한 가지 중국사 혹은 인류사의 ‘상식’인 것처럼 자주 볼 수 있는 기술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면 ‘농업 생산력이 향상하여 잉여 물자가 생기자 빈부 차가 발생하고, 잉여를 교역하는 상업이 발전했다’라든가, ‘중국은 농경민족의 나라인데 종종 유목민의 침입을 받았다’라든가, 그중에는 ‘인류는 모계제 사회로부터 부계제 사회로 변화했다’라는 이야기까지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서는 현재 여러 각도에서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20세기 후반이 되어 중국에서 차례차례 발견된 새로운 출토자료가 종래의 ‘상식’을 바꿔 쓰고 있기도 하지만, 서구 근대에서 성립한 ‘국민 국가’의 역사상으로 그려져 온 것이 정말로 인류에게 ‘보편적’인 역사의 흐름이었던 것일까?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국가’라는 틀과 마찰을 빚고 있는 인간 집단이 존재하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한 ‘국가’를 형성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역사는 어떻게 그리면 좋을까? 또한 고대의 사람들이 교역한 것은 정말로 ‘잉여’였던 것일까? 더욱이 ‘남녀 차별’이라고 말하더라도 세계 각지에 다양한 차이가 있는데 어째서일까? 최근의 역사 ‘다시 보기’ 경향은 이러한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늘어난 것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여러 문제를 냉정하게 재검토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활동이 각각 어떠한 자연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는지, 그 자연환경은 인류가 삶을 영위해 나가며 어떻게 변하였고, 그러한 변화는 이후 인류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와 같은 기초적이고 당연한 관점, 곧 환경사의 시점으로부터 다시 검토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역사를 보는 것은 사실 과거에도 뛰어난 역사 서술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역사적 현상을 조망해 나가면 실로 다양한 패턴이 출현한다는 점에서, 그리 간단하게 ‘보편적 법칙성’ 등에 도달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조급하지 않게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데도 전술한 지속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중국사라는 분야는 매우 풍부한 ‘힌트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대륙의 대지는 유구해도 각 시대의 기후조건이나 인간의 존재 방식은 변천해 왔습니다. 자연환경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개조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그 개조에는 곡물 생산 중시정책과 같은 성공 사례는 물론 적지적작(適地適作)주의를 이용한 화폐ㆍ유통 조작과 같은 다른 지역에서는 응용하기 어려운 실패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한 목축을 배제하는 화이사상이나 가정 내 남녀분업과 같이 대응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측면이 후세의 사회에 영향을 미친 경우도 있습니다. 그중 대응책의 정보가 기록된 경우 2천 년 이상 지속된 한자 문화를 가진 중국에서는 건지(乾地)농법 기술이나 유용수목식수정책처럼 정보를 축적하여 사회 공통의 지혜로 만드는 경우도 나타났지만, 기록자 측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던 경우 밭농사 관개나 구종법처럼 실패의 반복도 발생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_본문 중에서

“중국 대륙이 인간, 그것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거주 가능한 환경일 수 있었던 것은 여름철 고온, 다우(多雨)한 동아시아 몬순 기후라는 환경 아래 강우량ㆍ기온 등에 적응한 곡물 재배지 중심의 산업 지리를 형성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러한 방침이 ‘국가’의 주류가 되기까지는 여러 사람들의 영위(營爲)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꼭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성공적인지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꼭 농업 생산의 잉여라고는 말할 수 없는 물품의 교역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나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인구 유지라는 정치ㆍ경제적 요청을 충족시키기 위해 꽤 의도적으로 ‘남녀(男女)’와 ‘화이(華夷)’의 차이가 만들어진 경위에 관해서도 소개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중국’에서 탄생한 사회 유지 구조는 그것을 ‘배운’ 동아시아 여러 지역의 오늘날의 사회에도 다양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요.”_본문 중에서
저자

하라모토코

저자:하라모토코(原宗子)
게이오기주쿠대학문학부사학과를졸업하고가쿠슈인대학대학원에서석사및박사학위를받았다.가쿠슈인대학동양문화연구소조수(助手)·연구원,유통경제대학경제학부교수를거쳤다.연구분야는중국환경사이며저서로는『古代中の開と環境』(文出版,1994),『「農本」主義と「土」の生』(文出版,2005)등이있다.

역자:김경호
성균관대사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성균관대동아시아학술원교수로재직중이다.전공은중국고대사(진한사)이며,고대동아시아사,출토문헌에도관심을가지고있다.주요연구성과로는「前漢時期西域境界를왕래한使者들」(2021),「漢代西北邊境私信의構造와주요내용」(2019),「전한시기『논어(論語)』의전파와그내용-새로운출토문헌『논어』의「제론(齊論)」설과관련하여」(2018),『간독(簡牘)이란무엇인가?』(2017)등다수의논저가있다.

역자:박은영
성균관대동아시아학술원과일본도시샤(同志社)대에서각각박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성균관대동아시아학술원HK연구교수로재직중이다.전공은일본근대사이며,근대국가와전쟁,종교,근대여성의사상문제에관심을가지고있다.「우치무라간조와근대일본」(2023),「근대전환기일본여성의정치참여와자기인식-니지마야에(新島八重)를중심으로-」(2021)등다수의연구가있다.

목차

들어가며
이책에서언급하는주요사적위치약도

제1화‘상(象)’이라는글자는왜생겼을까?
한자가묘사하는동물들|온난했던화북|은왕의수렵기록|희생과술

제2화‘7월’이노래하는월동준비
『시경』속의“숫자풀이노래”|빈풍이란|주거와음식|의복

제3화공자의애제자자로의품위없는비밀
모피를입은사람과입지않은사람|모피코트를만드는전문집단|‘말업(末業)’으로불리다|금원(禁苑)의야생동물등급|『예기』옥조편(玉藻篇)의동물관|호학(狐?)이란무엇인가?

제4화‘그루터기를지키는’속사정
왜밭에나무그루터기가|송(宋)이라는나라|춘추시대초기의경지정비|토끼는어디에서?|동아시아농업의‘어려움’|‘그루터기를지키는’일의출현조건

제5화사실은무서운(?)‘일촌일품(一村一品)’정책
고대의거주공간|제나라의자연환경과사회구성|『관자』가말하는제나라의건국과의복|경중지책|맹가의제나라체재와관찰|『관자』사상의영향

제6화합종연횡은이문화(異文化)동맹?
변설로만든천하의형세|‘미혹의말’의내용|‘황장제주(黃腸題湊)’|한제국초기의다양한환경|교역된물품|합종책의실태

제7화스파이정국(鄭國)의운명
‘통일’사업완성의경위|‘택로(澤鹵)’가출현한장소|고대의‘환경파괴’|‘택로’이용법의역전기법-벼농사|정국의행운

제8화사마상여(司馬相如)의그녀는감자아가씨?
멋쟁이선비의과부획득작전|탁문군의실상은?|탁문군의선조|탁씨의계획|제철로생계를유지하는조건|감자가풍족한지역에서태어난탁문군

제9화‘공공사업’은예나지금이나……
진흙은분명히비옥하지만……|밭농사관개의맹점-재생알칼리화|대전법(代田法)-재개발의비책|백거(白渠)를기록한의의

제10화‘귀순’한흉노(匈奴)의벤처사업
고대중국의휴대용기|『범승지서(氾勝之書)』의농법|흉노와한의관계|고가(藁街)의주민들|다비료농업의경영자|표주박으로돈을번다는발상

제11화바다와여자와술과‘반란’
바다가떠받친일본의농업|바다사나이의사보타주|왕망의새로운세금제도|‘바다로들어간’여모(呂母)들|‘해변’의이모저모|여모의출신

제12화전국시대남자의꿈실현(?!)
맹자의이상사회|진한시대남성의가사능력|상홍양(桑弘羊)의경제정책|정경세작(精耕細作)과의사(擬似)삼림|견직물생산보급의여파

제13화조조도어쩌지못한황하의동결
『삼국지』의무대는추웠다|조조의세력확립|황하동결|날씨가추워져이동한사람들|기온변화가바꾼생활|선비족과흉노의동결대응

제14화균전제,또다른면모
토지를‘지급’하는법령의내용은?|북위균전제의특질|식수(植樹)의전통8|당송수목관‘변혁’기(?!)

제15화‘빈곤한황토고원’은왜생겼나
화북지역수목소실의경위|하라호토의비극|산서·태원부근의양잠쇠퇴|중국의환경추이의흐름

후기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중국대륙의대지는유구해도각시대의기후조건이나인간의존재방식은변천해왔습니다.자연환경에대응할뿐만아니라그것을개조하려는노력이있었고,그개조에는곡물생산중시정책과같은성공사례는물론적지적작(適地適作)주의를이용한화폐·유통조작과같은다른지역에서는응용하기어려운실패사례도있었습니다.또한목축을배제하는화이사상이나가정내남녀분업과같이대응책자체가가지고있는부정적측면이후세의사회에영향을미친경우도있습니다.그중대응책의정보가기록된경우2천년이상지속된한자문화를가진중국에서는건지(乾地)농법기술이나유용수목식수정책처럼정보를축적하여사회공통의지혜로만드는경우도나타났지만,기록자측이정확한정보를파악할수없었던경우밭농사관개나구종법처럼실패의반복도발생했다고말할수있습니다.”
_본문중에서

“중국대륙이인간,그것도엄청난수의사람들이거주가능한환경일수있었던것은여름철고온,다우(多雨)한동아시아몬순기후라는환경아래강우량·기온등에적응한곡물재배지중심의산업지리를형성해왔기때문이라고말할수있으며,그러한방침이‘국가’의주류가되기까지는여러사람들의영위(營爲)가있었을것이라는점은꼭전해드리고싶었는데성공적인지모르겠습니다.따라서꼭농업생산의잉여라고는말할수없는물품의교역이이루어졌을가능성을보여주는사례나이같은환경속에서최대한의인구유지라는정치·경제적요청을충족시키기위해꽤의도적으로‘남녀(男女)’와‘화이(華夷)’의차이가만들어진경위에관해서도소개해드리려고했습니다.그리고이와같은‘중국’에서탄생한사회유지구조는그것을‘배운’동아시아여러지역의오늘날의사회에도다양한그림자를드리우고있지요.”
_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