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조선을 그리다 : 영미편 - 우리 고전의 풍경 4 (양장)

웃음으로 조선을 그리다 : 영미편 - 우리 고전의 풍경 4 (양장)

$35.00
Description
조선 후기 야담문학의 발랄한 웃음 코드
남 웃기기보다 내가 먼저 즐겁다
그 자체로 풍취 있는 해학과 폭소 가득한
세련된 글쓰기의 광경이 눈앞에 당도했다
조선 후기 문신인 이운영(李運永, 1722~1794)이 쓴 야담ㆍ필기집인 『영미편(𤃡尾編)』을 완역했다. 이운영은 서대문 밖에 오래 터 잡고 살던 노론 가문 출신으로, 천성적으로 해학을 즐기고 어디서든 남 웃기기를 좋아하여 주위에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하는 인물이다. 환갑을 앞둔 그는 짧은 귀양살이에 처해지는데, 이때 직접 견문하거나 평소 갈무리해두었던 재미난 이야기들을 엮어 이 책을 완성한다. 어쩌면 그의 기질 상 우스개와 익살 터지는 『영미편』 창작은 글 쓰는 그 자신의 즐거움을 먼저 찾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수하고도 합격한 늙은 선비’, ‘운수 좋은 술고래 조대’, ‘과거 시험장, 최고의 놀이판’, ‘술주정이 되어버린 벼슬 청탁’, ‘벌거벗은 잔치 손님’, ‘술꾼에게 걸맞은 시험문제’, ‘씨름으로 벼슬길이 막힌 한림’, ‘옥황상제의 방귀’, ‘돌아가신 아버지께 맞은 사연’, ‘개가 오줌 눌 때 발을 드는 이유’, ‘자신의 장례를 치를 뻔한 조대’, ‘쓸모없는 사위 놈’, ‘성리학 하는 노새’ 등 제목만으로도 궁금증과 미소를 자아내기 충분한 121편의 일화들은 조선 후기 야담문학의 발랄하고 다채로운 웃음의 층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학사적으로도 18세기 서사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자료기도 하다.
모처럼 선보이는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우리 고전의 풍경’ 시리즈 네 번째 책.

저자

이운영

저자:이운영(李運永,1722~1794)

18세기문인이자문신으로,본관은한산(韓山),자는건지(健之),호는옥국재(玉局齋)다.서대문밖에오랫동안터잡고살면서‘새문의이씨[新門之李]’라불린노론벌열가문출신이다.1759년사마시에합격해벼슬에나가기전까지는주로부형및친우들과산수를유람하고시짓기에많은시간을보냈다.형조정랑에서시작해금성현령,면천군수,황간현감등의지방관을거쳐돈녕부도정과동지중추부사에이르렀다.

자유롭고해학을즐기는기질덕에황간에서유배생활중『영미편』두책을완성한다.그간가사(歌辭)작가로알려졌던이운영은이『영미편』을통해기발하고능숙한야담작가로서새면모를보여준다.문집으로『옥국재유고(玉局齋遺稿)』가전한다.



역자:이진경

늦게시작한한문공부로성균관대학교에서고전번역박사학위를받았다.야담문학번역에관심을가지고현재프리랜서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한문이라는어려운언어를보다쉽고맛깔나게번역하기위해정진중이다.

목차

서설
일러두기

《상권》

과거시험

거벽을통해합격한소년
대제학박태상의안목
낙방할뻔한박사후
신은을부끄럽게만든조문명
황룡이똬리튼방석의주인
두응시생의눈치싸움
숙부의시권을베낀조카
처가살이한풀이
실수하고도합격한늙은선비
승천하는구렁이를본남구만
운수좋은술고래조대
밥한그릇만도못한과거시험
시권바꿔치기
대사성의큰도량
숙부에게인정받은김춘택
합격을위한처방
무익한글짓기
나는노론이다
시권을늦게내는폐단
대필한시권
뇌골같은첫인상
경지에도달한글짓기
자랑스럽지않은장원
내가합격한이유
연날리기와시험성적
윤면승이름놀리기
훔쳐쓴시구
야단법석청파접
촌아낙의아픈봄
백지시권내기
기녀의편지한통
과거에응시한이유
궁녀와청개구리의눈
과거시험장,최고의놀이판



망신당한여성제
정승만탈수있는쌍교
술주정이되어버린벼슬청탁
모든것은묘지기종의죄
죄없는좌수를곤장친김진규
만취한전별회의풍경
술대신받은얼음과김치
피마하지않은민흥수
벌거벗은잔치손님
붓가는대로쓴호사다마
문밖의우스운길손과소마의유래
끼니를대신한술한잔
술마시고명정쓰기
육두풍월의유래
늙은좌수가쫓겨난까닭
뒤탈이없는지장술
원관정에서열린엉성한시회
술꾼에게걸맞은시험문제

바둑

바둑이야기를기록한이유
뛰는놈위에나는놈
방안노부인의가르침
노장은죽지않았다
스님의단한수
절교를부른바둑판
백일동안둔천번의바둑

《하권》

장기

추노꾼의훈수
두개의장기판
자신의이름을숨긴고수
고수의경지
효갑이의승부

활쏘기

구멍이없는과녁

딴이야기들

기생두향의노래
「후적벽부」와청석동수박
이지함을꾸짖은노인
이지함을가르친늙은노비
활로애첩을쏜조대
다섯달만에낳은아이
글자로점치기
개를낳은한씨와노씨
씨름으로벼슬길이막힌한림
정철의회초리
옥황상제의방귀
금부처가향한곳
돌아가신아버지께맞은사연
박태상의감식안
역적을알아챈강규환
천렵하기와장터구경
인황씨를비웃은천황씨와지황씨
대지팡이와병든말의진가
말라죽은대추나무
게를처음본관찰사
개가오줌눌때발을드는이유
십시일반의우정
늙은조대의자격지심
자신의장례를치를뻔한조대
아무개어른의부고
쓸모없는사위놈
황금색여우의변신
금리를홀린임제의언변
제멋대로옥살이
세승객과세아낙의사정
약을알맞게달이는방법
고르고고른사위
정충신의뒤끝
그릇뚜껑을머리에쓴조대
백어혈에빠진박진사
신선이된여종
송길이배를훔친까닭
『격몽요결』과『계상요쾌』
원님의부채질
오줌파도와밤껍질배
하늘이낸두외골수
어느문관의일편단심
성리학하는노새
염소인지양인지
김시민의말장난과시짓기
왕노인의관과수수쌀
시호를짓는한방법
청포묵과복어로시짓기
닷새동안의경조윤
천렵꾼을끌어들인방법
나의투호실력
『영미편』을짓게된경위

못다한이야기

일부러바꾼투호병
낡은사모의용도
꿈에서받은난초의의미
형제의시짓기대결

원문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우스운이야기탄생의공간,영미!
유배지였으나차라리휴가지였던곳

내ㆍ외직을두루거쳤던이운영은1780년충청도황간(黃澗)현감으로서임기가다해한양으로돌아왔다가,이듬해바로다시황간으로귀양을간다.1781년시작된귀양살이는1782년해배로짧게끝나는데,그는이기간유배지에적거(謫居)하면서『영미편』을써내려간다.당시유배지에서서적을집필하는것은조선의사대부들에게흔한일이었다.하지만그주제가해학과폭소가득한야담ㆍ필기집인것으로미루어그는유배기간을차라리휴가처럼보내고자했던건아닐까싶다.타고난그의기질로보면가능한상상이다.

사실『영미편』은상징적인서명(書名)이다.이운영은귀양살이처소가‘영수(潁水)의하류’이기때문에이렇게명명했다고자신의문집인『옥국재유고(玉局齋遺稿)』에밝혔지만(고사를보면,‘영미(潁尾)’는요(堯)임금때은사(隱士)허유(許由)가은거하던곳인‘영수의하류’를이르는말이다),실제로그가유배생활하던황간에는‘영(潁)’자가들어간지명이없다.게다가『영미편』의마지막일화가허유와관련된이야기라는점에서도‘영미’라는서명/공간은자신의처지를은사의상황에빗대며호명된것임을추정케한다.

작정하고쓴웃긴이야기들
웃음으로조선을그리다

이운영은그렇게무릇‘쉬며일하는(worcation)’공간이라불릴만한곳에서“남을웃기고싶다”(『옥국재유고』)는일념하에『영미편』을엮어낸다.서사성강한“여항의패사(稗史)”와작가자신및친인척과관련된기록성일화들인“예전에겪은일”로구성되어야담과필기의특징을공히거느리는저작임에도,『영미편』의야담성향이보다두드러지는이유가여기에있다.실제로일화곳곳에서인간사다양한감정의결이드러나지만,무엇보다눈에들어오는건생동감있게구현된해학과웃음이라는여유로운즐김의현장이다.

후미에이책의발문격으로실린일화에서도이운영은“일찍이『난실만필(蘭室漫筆)』을보고좋아하여그대로흉내내보려는뜻이있었다”라고밝힌바,『난실만필』은그의처남임매(任邁,1711~1779)가쓴조선후기대표적인야담집가운데하나인『잡기고담(雜記古談)』을일컫는다.그가“세상에널리전하는기이한이야기들”가운데“기록할만한것”을엄선해내는기준이과연무엇이었는지짚어볼수있는대목이다.

세상은,인생은한판놀이
그러니오로지웃을뿐!

『영미편』의일화들을한번조감해본다.우선총121편의일화들을「과거시험」,「술」,「바둑」,「장기」,「활쏘기」등다섯개의소재별장들(각각「과장(科場)」,「주장(酒場)」,「기장(棋場)」,「박장(博場)」,「사장(射場)」등)로나누어묶은구성이눈에들어온다.여기에앞선다섯장들에포함되지않는다른소재의「홑이야기들」이란「단설(單說)」장과미처「다하지못한이야기들」란「습유(拾遺)」의장이추가된다.이렇게장으로구성된체재는이전까지야담들에서는볼수없던형태로,흥미와재미에집중하는작가의주제의식을보다집약적이고선명하게전달해준다.

술자리야당연지사,바둑이니장기니활쏘기등도익히한판즐기고노는마당을대표하는수단들이다.술때문에빚어지는인간사포복절도의에피소드들이야두말할것없고,맞겨룸이핵심인후자의세기예또한박진감이나그에못지않은허망함을동력삼아전개되는인생단막극들을『영미편』에다펼쳐놓는다.

무엇보다이운영은제법많은일화들로,그것도책의첫장인「과거시험」장을채워놓았는데,그이야기들이전하는인정세태의정경은참으로가관이다.남의것베껴쓰는일이야다반사,함께모여답안을쓰거나대필을해주고,백지를내거나답안지를바꿔치며,시험전날시제가꿈에나오질않나,당락은글발이아니라운발이라믿질않나,청탁과뒷길에별별꼴이다보인다.그래서였을까.이운영은이장의맨마지막일화에서과거시험장을최고의“놀이판[從政圖,陞卿圖]”에빗댔다.

이렇게과거시험도바둑장기와활쏘기도즐기는한판놀이의장으로연결되거니와,세상도,인생도거기서멀지않다는통찰이저자이운영의한작의였을듯싶다.그놀이들의궁극이야웃음에도달하는것일테고.

미워할수없는캐릭터들이펼치는
해학과유희의난장

재미난캐릭터들이재미난이야기를만든다.『영미편』도마찬가지.예나지금이나과음으로사고치고별의별핑계거리를들이대는술꾼들과대국중인천하의고수들이한판인간희극의무대위에서자기매력을발산하는대표적인군상들이다.법회도싫고산사도싫고대신기생끼고노는떠들썩한술자리가좋다는금부처나제실수를싸고도는아첨에금세화색이도는옥황상제처럼저세상의존재들마저여기선욕망하는이세상캐릭터들과다름없다.옥황상제께청원하여하사받은네번째발에오줌튈까두려워일볼때마다다리를든다말하는개처럼간혹등장하는동물조연들도터지는실소를거드는캐릭터들이다.

하지만무엇보다각일화들전반에걸쳐눈에밟히는건‘뜻을이루지못한가난한선비’혹은‘청렴결백한선비’라는뜻을가진,일명‘조대(措大)’라는군상들이다.자신만의세계에몰두해홀로진지한이들은한편으론남다르고출중해보이기도하건만,결국은어리석은짓이나저지르고마는바보같은소인의캐릭터다.어쩌면그렇게들하나같이세상의비웃음을사는지.그럼에도가만히들여다보면,이들이자아내는웃음이야말로이른바“눈물속의웃음”으로,독자들은이작은인간들을종내미워할수는없을것이다.

『영미편』의문학사적위상

『영미편』전편을현대어로옮기고꼼꼼하게주해하고나서역자는18세기서사문학의흐름속에서새로운면모를보여주는『영미편』의의의를세가지로정리한다.

첫째,『영미편』은대부분이제껏알려지지않은새로운이야기들을담아한문서사의전통을풍부하게해준다.기존문헌의것을옮겨실은경우가많은18세기야담집에비해『영미편』은저자스스로견문하고구상한내용을서사로창작한바,이시기야담의생성과정립단계를여실하게보여주고있는것이다.특히견문한내용에직접자신만의해설을가미하고소화와골계의요소를강화한점은당대여타의야담들과성격을달리하는지점이다.

둘째,『영미편』은풍속사,나아가문화사측면에서주목할만하다.당시생활전반의습속과양태를눈앞에보이듯생생하게구현해냈다.비유컨대몇몇일화들은그묘사를따라그대로그리면그럴듯한풍속화가될정도다.특히과시(科試)제도와응시자들그리고그실태를자연스럽게일화속에녹여묘사한「과거시험」장의에피소드들은서사의세밀함과생생함이단연두드러진다.『영미편』이그저구구한풍속의나열에그치지않고,구체적인설정과입체적인인물묘사를통해당대현실을실감나게재현해냈음을확인해볼수있는대목이다.

셋째,『영미편』은옛사람들의다채롭고세련된웃음코드를엿볼수있다는점에서발전된‘소화(笑話)’서사로서의가치도지닌다.무엇보다다루는웃음의양상이당대의야담ㆍ필기들속그것과달라인상적이다.조선시대소화나골계는대체로통속적이고보편적인도덕이념을추구하는사례가많았지만,『영미편』의웃음은오로지즐거움에만그목표를둔듯하다.저속한소화들과는거리를둔채전아성(典雅性)을발휘하면서명랑하고건강한기운이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