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사진엽서, 식민지 조선을 노래하다 - 知의 회랑 40 (양장)
저자

최현식

저자:최현식

충청남도당진에서태어났다.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에서한국문학(현대시)을전공했다.경상국립대학교국어국문학과조교수를거쳐현재인하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교수로있다.

학부시절정지용과김수영시에크게매혹되었다.대학원시절서정주문학을조우한뒤지금까지도시인이밟아간근대성과반근대성의문제를추적하고있다.요즘에는일제시대사진엽서,만주관련문학,해방후북한문학을새로읽는재미에도빠져들고있다.

연구서로『일제사진엽서,시와이미지의문화정치학』,『서정주시의근대와반근대』,『한국근대시의풍경과내면』,『신화의저편―한국현대시와내셔널리즘』,『최남선ㆍ근대시가ㆍ네이션』등을,평론집으로『말속의침묵』,『시를넘어가는시의즐거움』,『시는매일매일』,『감응의시학』등을출간했다.

목차


책머리에

제1장제국의취향,전시되는‘아리랑’
「아리랑」,만들어진전통의몇가지국면
식민지「아리랑」,제국의감시와포섭의피사체
사진엽서「아리랑」의출현과‘조선적인것’의재현
사진엽서「아리랑」의개관과여러특성
사진엽서「아리랑」,조선어와일본어의기우뚱한교환
사진엽서「아리랑」화면에담긴‘조선적인것’의실상
사진엽서「아리랑」의타자들,빼앗긴얼굴의흔적
김소운이일역한「아리랑」의양면성
「아리랑」의제국화또는‘국민의소리’화가뜻하는것
「아리랑」엽서를둘러싼몇가지문제와질문들

제2장조선의민요,원시와전통의경계
일제의눈에비친‘조선민요’라는것
『가요의조선』에담긴‘조선적인것’들
고유한‘조선민요’의재현또는번역
‘의사-조선민요’의창안,조선서정의모방
일본노래「경성소패」와「금강산행진곡」이의미하는것
제국의와카속조선의표정,일본의목소리
인물-소묘와전통ㆍ문명-사진에감춰진식민주의
식민주의로서조선풍속의재현과조선서정의모방

제3장제국의‘조선적인것’에대한전유와소비
『조선정시』를읽는몇가지단서
사진엽서세트『조선정시』의외형과내부
조선‘표상’의지방화와식민화의기호적원리
식민의투어리즘과섹슈얼리티,그리고팔루스
현모양처론ㆍ성차의위계화ㆍ민족적차별의임계선
『조선정시』읽기이후의몇가지문제
*자료1『조선정시』A편및B편와카일람

제4장압록강절ㆍ국민가요ㆍ선전가
백두산과압록강,‘향토’와‘병영’의사이
제국의「압록강절」탄생과‘국민가요’로의여정
내지의「압록강절」,이국취향과식민주의의사이
식민지조선의「압록강절」,계몽과유희의사이
그림엽서를통해본「압록강절」의여성화와군사화
‘압록강미야게(선물)’가뜻하는것

제5장압록강절ㆍ제국노동요ㆍ식민지유행가
鴨綠江節,’오룟코부시’에서‘압록강절’로
「압록강절」의기원과확산,그몇가지정보
유행가와그림엽서「압록강절」의이념과풍미
조선의‘압록강’노래,식민화와주체화의명암
‘압록강’의기억과도래할공동체의환대

제6장『국경이백리』ㆍ백두산절ㆍ한만개척
한국의‘백두산’,일본의‘하쿠토산’
「백두산절」의탄생과예술화,그리고대중적확산
「백두산절」ㆍ『국경이백리』ㆍ우에다고쿠쿄시
『국경이백리』속「백두산절」에표현된풍물,정취,인간군상
「백두산절」의이동경로:한만국경에서일본과조선으로
‘부전고원’「백두절」과전몰병사추모「백두절」
*자료2『국경이백리』수록「백두산절」가사일람

제7장『백두산절』ㆍ오족협화ㆍ총력전
그림엽서세트『선만민요백두산절』의발행과확장
『선만민요백두산절』의보국이념과표현
『선만민요백두산절』의가족,만주개척과성전의기초
『선만민요백두산절』의정점,파시즘과총력전의아이콘
『만주소패국경압록강』,‘농업만주’와‘영토확장’의꿈
「백두산절」의조선에대한영향또는대립의편린들
*자료3『선만민요백두산절』가사일람

제8장송화강ㆍ황량한만지ㆍ개척된낙토
일제사진엽서로‘송화강’을읽는다는것
길림-송화강의‘벌목-뗏목’과‘가마우지’라는기호
하얼빈-송화강의‘물놀이’와‘강변산보’라는기호
송화강유역에펼쳐진조선인의삶과죽음
『송화강천리』ㆍ『압록강절』ㆍ『백두산절』의가족성
패션화된『송화강천리』의식민주의와군사주의
『송화강천리』가다다른최후의이념과공간

제9장‘소학생’의노래,‘소국민’의직분
“국민학교1학년”“병정놀이”의탄생
‘소국민’의탄생전야:‘직분의동일화’에서‘식민지타자화’로
식민지소국민,직분의윤리와실용적직업을요구받다
‘조선적인것’,‘일본문화’의‘영향’과‘보충’으로노래되다

제10장‘소국민’의‘음악’,‘소년병정’의총력전
‘충량한소국민’의군가,그총력전의폭력성과허구성
‘천황’의영원함,죽음으로삶을속량하다
어린이애국반,‘전선총후’를놀이하다
다시,우리들의『음악』을묻다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총서‘知의회랑’을기획하며

출판사 서평

일제사진엽서가기획한
‘조선적인것’을향한
지배와통치의문화정치학

저자는전작(『일제사진엽서,시와이미지의문화정치학』)을통해일제에의해자행된조선(인)에대한배타적타자화와근대천황제로의아찔한예속화를살폈다.이를위해식민지시기발행된사진엽서들을다섯종류로나눈뒤,보다구체적인11개항목을각각의연구와해석의대상으로삼았다.정리하자면,먼저사진엽서들을①원리와이념,②언어와문학,③지식과취미,④일상과생업,⑤전쟁등의범주로구분한뒤,근대천황제의이념,한ㆍ일어대역(對譯)우편엽서,국경생활의정서,식민도시경성과평양,조선투어리즘의중심지금강산과경주,조선부인의하루생활,섹슈얼리티와유희의조선기생,전근대적노동과게으름의대명사조선남성,총력전시기병영ㆍ병사화된조선(인들)등에드러나거나감춰진파시즘적폭력성과날조된미학적기호들의허구성에주목했다.

거기서저자는일제를포함한제국주의열강이사진과그림,시(가)와산문을통해자기권력의화려함[꽃]과날카로움[칼]을전가(戰家)의보도(寶刀)로치밀하게휘둘렀음을알게되었다고적는다.그럴수록근대문명에뒤처졌던식민지(인),즉야만과무지의‘인간동물’들은식민지근대화를빙자한계몽과교화,지배와개발의의사(疑似)-주체이자소외된타자로예외없이억압되고감금되었다는사실이뚜렷해졌다.잘만들어진친밀함과근린(近隣)의시선을앞세웠지만,제국주의의거친행보는모든것에서뛰어난우승(優勝)의제국아래식민지의자연과종족,문화와생활을헤어날길없는열패(劣敗)의감옥으로밀어넣는폭력적투옥행위에훨씬가까웠다.

식민주의미디어에서찾아낸
역사적이고민중적인
조선의정서와소리들

이번책도큰틀에서보자면전작의문제의식과연구의방향성을공유한다.사진엽서에드러난식민지조선의생활상과조선인의형상,사진엽서를제작ㆍ배포하는일제(문화자본)의문화정치학,사진엽서의유통과소비의한축을담당한조선인의식민지의식,그리고사진엽서에적힌시가와산문을실질적으로작성한일제의식민주의의식등에주목하는것이다.

하지만이책은전작과여러면에서구분된다.무엇보다연구와해석의초점이사진엽서에수록된‘시가와노래’에놓인다.저자는먼저‘일본적인것’에의한‘조선적인것’의식민화또는제국의식민지‘흉내내기’과정에서식민권력의주요한과제로떠올랐던‘조선민요’의계획적인선택과배치,전유와번역등의문제에주목한다.그결과사진엽서위에서‘제국(국민)의소리’로부상했지만,동시에제국귀퉁이의‘지방적인것’으로그가치와위상이깎여버린조선민요들의처지를소상히살펴나간다.

또한저자는조선적인것을소재로취한‘일본(신)민요’의창작과보급에일제가기울인많은노력들에도주목한다.사실그러한시도들을통해식민권력은조선(인),즉‘붉은땅[赤土]’과‘토인(土人)’에대한지배와교화의의지,개척과착취의욕망을차곡차곡제국(인)의보편적감정으로끌어올렸다.이모두가일제의우수성과지배의정당성을확보하기위해조선의전통문화를날조ㆍ각색하는파시즘적미학주체의본성을고스란히보여주는사례들이다.

나아가저자는조선민요가생명력과가치를잃지않고누구도부인할수없는‘조선의소리’로거듭나는모습에각별한주의를기울인다.특히조선민요가가창자(향유자)나새로운활용자를통해자기내부에서꿈틀대는자생성과역사성,민중성과저항성을(무)의식적으로발현하고수행했음을분석해낸다.무릇노래란반복되는리듬과규칙적인발성을통해특정시공간에얽매이지않고내용과감정을초월적ㆍ보편적차원으로고양시키는예술장르이기에,저자는나라잃은조선민요도이장점만은뺏기지않고서권력정점의제국(국민)의소리였던일본(신)민요에대한예속과통제속으로무력하게함몰될뻔한비극을벗어날수있었다고적는다.

각장의서사

제1장「제국의취향,전시되는아리랑」은가장많은종류와수량을자랑하는「아리랑」엽서가주된대상이다.사진엽서의「아리랑」(조선어및일역본)과나운규의영화「아리랑」,김소운의「아리랑」일역(日譯)과일본소개,일본자체의번역본「아리랑」의생산과소비등을실마리삼아,조선민요「아리랑」의대중성과식민성에대해논한다.저자는이과정에서생명력과자생성을잃지않는자율성과독립성의발화체로살아남는「아리랑」의위대함을새삼확인했다고말한다.

제2장「조선의민요,원시와전통의경계」에서는「아리랑」이외의각종조선민요가어떻게사진엽서의소재로대상화또는타자화되었는지에주목한다.여기에모아진조선민요들은예외없이일본어번역본이거나일본화자가조선의풍속과인물을노래한‘의사-조선민요’들이었다.일본어의감각,정서,형식에맞게변형되거나아예그들의입과문자를빌려새로창안된의사-조선민요들에얽힌끔찍한식민성은제국화/지방화의기이한동거와그아이러니한모순성이어떻게발생하고고착되는지를뚜렷이보여준다.

제3장「제국의‘조선적인것’에대한전유와소비」는두세트의『조선정시(朝鮮情詩)』(엽서세트)에실린두종류의노래에초점을맞춘다.감춰진일본화자가노래하는『조선정시』와일본화자를드러낸와카(和歌)가그것이다.이엽서에는전근대와봉건양식을벗어나지못한조선인남녀노소의생활과문화를중심으로,임을향한그리움과슬픔에빠져있는조선기생의모습이주로담겼다.이런맥락에서『조선정시』엽서세트는조선(인)에대한존중과배려를지운채식민화된정서와소리가어떻게출현하는지새삼확인시켜준다.

제4장「압록강절ㆍ국민가요ㆍ선전가」와제5장「압록강절ㆍ제국노동요ㆍ식민지유행가」는일본신민요『압록강절(오룟코부시)』(엽서세트)의의미와가치를고찰한다.이노래는한만(韓滿)국경지대인압록강의풍경과정취,그곳을오르내리는뗏목꾼의쓰라린현실,그들을상대하는조선기생과일본게이샤의서글픈정한(情恨)을담아냈다.그러나이노래의기원과확장과정을좇다보면,가사의낭만성과감정의대중성을압도하는전체주의적성격과군사적본질에경악을금치못하게된다.

제6장「『국경이백리』ㆍ백두산절ㆍ한만개척」과제7장「그림엽서『백두산절』ㆍ오족협화ㆍ총력전」은일본신민요『백두산절(하쿠토산부시)』(엽서세트)을대상으로한다.최남선에의해민족의성산(聖山)으로명명된백두산은일제의식민화를거치면서한만개척과지배를위해비적(匪賊)이나한ㆍ중의저항군으로부터지켜내야할국경수비의거점으로떠오른다.이런까닭에『백두산절』단편들은처음에는백두산과압록강4계절의풍취와인간사를향수심에덧붙여부르던서정적군가에서근대천황제수호와멸사봉공의의지를다짐하는총력전의군가로급속히퇴폐화된다.

제8장「송화강ㆍ황량한만지(蠻地)ㆍ개척된낙토」는그림엽서세트『송화강천리』를한국의연구집단에처음소개하고해석하는장이다.『송화강천리』는동북만주를굽이굽이흐르는송화강의풍경과만주개척민들의생활상그리고만주방어에나선관동군의모습을노래하고있다.노래의핵심이만주를기점으로삼은,일제의세계를향한폭력적팽창주의와그방법으로서총력전의옹호에바쳐지고있다는점에서『백두산절』과근친성이두드러진다.

제9장「소학생의노래,소국민의직분」과제10장「소국민의음악,소년병정의총력전」은1920~30년대에쓰인『보통학교창가서』와『보통학교보충창가집』,1940년전후에교육된『초등창가』와『초등음악』의전체주의적성격과폭력적본질을밝힌다.식민지초기에는조선적인것과일본적인것에대한음악교육이그런대로균형을이룬다.하지만근대천황제에충성하는‘충량한신민’의육성과확장이중요시되면서조선아동의노래는숭고한일본정신의내면화와‘전선총후(前線銃後)’에헌신하는‘소년병정’되기로집중된다.천황중심의군국주의가식민의땅에흩뿌린‘전사자숭배’의씨앗되기가조선아동들의윤리이자의무였다는사실.저자는바로여기에일제의조선지배에대한최고의저열함과퇴폐성이존재한다고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