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살다 (한국 근대의 인물과 사상 | 양장본 Hardcover)

근대를 살다 (한국 근대의 인물과 사상 | 양장본 Hardcover)

$34.70
Description
“근대를 살다”
사회학자 김경일 교수의
《한국 사회사》 가운데 첫 번째 ‘근대’ 편
근대성×식민성이란 불가분의 문제의식 속에
구한말ㆍ일제 강점기의 근대를 살아간
11인의 비범한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시간

식민 지배를 경험한 여러 나라들에서 근대성은 흔히 식민성을 동반했고, 양자의 병존ㆍ교차가 이뤄지는 가운데 근대화가 진행되었다. 알다시피 식민지 근대화론은 이러한 인식의 산물이다. 또한 근대성이 서구의 식민주의 기획과 불가피하게 얽혀 있으며, 근대성의 발전에 식민성은 필수불가결했으므로 양자는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도 자리를 잡았다. 보편을 표방하는 서구의 근대성 기획 자체가 식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근대성 서사는 애당초 식민주의를 내장한다는 의미다. 서구가 식민지와 무관한 듯 보이는 실체라기보다 양자가 한 몸으로 근대를 만들어갔다는 이러한 인식은 지금까지의 세계사를 상당 부분 다시 써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이렇게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맞붙어 있는 근대성과 식민성의 관점에서 근대화 시기 몇몇 근대인의 삶과 사상을 되짚어본 결과다. 저자가 소환한 이들은 유길준, 윤치호, 안중근, 한상룡, 여운형, 안재홍, 김마리아, 박인덕, 허정숙, 나혜석, 미야케 시카노스케까지 모두 11인. 그리고 식민 지배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징후로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체제 유지에 기여한, 일제 강점기 전향 제도와 식민 정책으로서 동화주의에 별도의 장이 할애되어 위 주인공들의 생애 무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에 걸쳐진 근대의 삶을 살았던 이 주인공들은 근대성과 식민성의 좌표에서 과연 어떠한 궤적을 그려나갔을까. 저자는 근대성과 식민성이 뒤얽힌 시공에서 분투한 비범했던 인간들의 사상과 실천을 재평가하면서 오늘날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민중은 이야기한다: 20세기 한국 민중 서사』와 함께 《한국 사회사》 2부작을 구성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마흔세 번째 책이다.
저자

김경일

한국학중앙연구원명예교수.서울대학교사회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박사학위를받았다.덕성여자대학교교수를거쳐한국학중앙연구원사회과학부에서정년을맞았다.뉴욕주립대(빙햄턴)와파리인간과학연구소(MaisondesSciencesdeL’Homme)에서수학했고(박사후과정),도쿄대학경제학부객원연구원,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과워싱턴대학교류교수등을역임했다.긴시간한국사회사,사회사상,역사사회학,동아시아론등에관심을기울여왔다.
주요저서로『일제하노동운동사』,『이재유연구』,『지역연구의역사와이론』,『한국의근대와근대성』,『동아시아의민족이산과도시:20세기전반기만주의조선인』(공저),『한국노동운동사2,일제하의노동운동:1920-1945』,『한국근대노동사와노동운동』,『여성의근대,근대의여성』,PioneersofKoreanStudies(편저),『이재유,나의시대나의혁명』,『제국의시대와동아시아연대』,『근대의가족,근대의결혼』,『노동』,『한국근대여성63인의초상』(공저),ModernKoreanLabor:ASourcebook(공편),『신여성,개념과역사』,KoreanWomen:ASourcebook(공편),『동아시아일본군위안부연구』(공저),『근대여성12인,나를말하다:자서전과전기로본여성의삶과근대』,『한국의근대형상과한국학:비교역사의시각』,『한국의민주화운동에서노동과여성:노동의서사와노동자정체성』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일러두기

|제1장|
문명론과인종주의:아시아연대론
지리,인종과문명|유길준,문명의단계론|윤치호,인종과본질론|전체와개체,국가주의와개인주의|두개의길

|제2장|
열린민족주의와동양평화론:보편주의로의지평
기억과이해|안중근민족주의의성격과의의|동아시아의아시아주의|동양평화론|열린민족주의와보편주의를향하여

|제3장|
한상룡을말한다:친일예속자본가의전형
친일파문제의현재성|출생과성장|한성은행과식민지경제기구의설립|예속자본가로의성장과좌절|전시체제아래서|근대성과식민성,식민의길

|제4장|
여운형의사상노선:노동인식과마르크스주의
여운형의이념과사상|노동ㆍ노동자인식|객관화된대상으로서의노동|주체와능동으로서의노동|마르크스주의의수용과영향|마르크스주의비판과적용|서구이념과한국의현실,여운형주의

|제5장|
좌절된중용:지식생산에서보편주의와특수주의
과학과지식에서보편주의와특수주의|학문의토착화와조선학의대두|보편주의와특수주의|시간과공간|좌절된중용

|제6장|
신여성의미국체험과자아정체성
신여성과미국유학|왜,어떻게가게되었는가|무엇을보았는가,서양문명에대한인식과평가|무엇을할것인가,교육대혁명|나는누구인가,조선인으로서의나|나는누구인가,여성으로서의나|같은유학,서로다른길

|제7장|
차이와구별로서의신여성
근대성과신여성의출현|1920년대신여성의주장과이념|신여성나혜석,구별과차이|신여성,같음과다름

|제8장|
지배와연대사이에서
잊힌존재,재조일본인|재조일본인의규모와내부구성|1930년대서울의혁명노동운동과미야케시카노스케|실천과연대이후|역사의교훈과남은과제

|제9장|
사상전향과식민지근대
식민자의전향,피식민자의전향|전향과일본근대의독특성|식민지조선의현실|민족정체성과동화정책|동양과서양,아시아주의

|제10장|
식민주의와동화주의:복합과균열
식민지배와동화주의|동화주의의역사적궤적|식민지의비판과저항|대립과투쟁의장으로서의동화주의

주|참고문헌|각장출전|찾아보기
수록도판크레디트
총서‘知의회랑’을기획하며
총서‘知의회랑’총목록

출판사 서평

두개화론자,유길준과윤치호

19세기후반의근대를가장먼저살아간유길준(兪吉濬,1856~1914)과윤치호(尹致昊,1865~1945)는문명개화를추구하면서도점진개혁을지향하는온건한근대화를선호했다.유길준은18세기이후영국에서발달한자본주의를인류가도달할수있는가장좋은체제라고생각했다.그에게미국은문명의극치에서있는부강과풍요의나라였다.윤치호역시이러한인식에서크게벗어나지않았다.비록그것을최선이라여기지는않았지만,같은맥락에서그는근대성의열렬한옹호자였다.물론근대성에대한이해와지향에서양자간차이도있었다.유길준이근대성을서구에바로등치시키기보다그기저에유교적세계관을깔고있었던반면,윤치호는당대서구를추상화하고탈맥락화하여근대성에대한자기이해에투사한혐의가있다.또한문명과제도도입을통해근대성을전망한유길준과달리,윤치호는근대성의담지자로서민족과인종에주목했으며,인종주의의유혹에서벗어나지못했다.
서구의문명단계를절대화했다는점에서그반영으로서식민성을설정할수도있겠지만,유길준은서구제국의식민성에대해서는짐짓무심했다.윤치호의식민성은다른방식으로구현되었다.인종차별과도덕의타락이라는미국문명에대한회의에서그는서구문명이표방한‘고귀한이상’의배후에서작동하는추악한현실에민감하게반응했다.그는표방과실제사이의괴리와모순을힘의논리와그것을구현하는행위자로서민족과인종을통해해소하려했다.그리하여서구문명의근대성과식민성을넘어아시아차원의문명세계건설을전망했다.하지만불행하게도그것은서구패권주의와인종주의를넘어서지않는,서구가표방한보편거울상에비친허상이었다.


안중근ㆍ한상룡ㆍ여운형의근대인식

안중근(安重根,1879~1910)에게서는유길준이나윤치호에게나타나는근대성에대한열망을찾아볼수없다.현실서구문명을직접체험한두사람과달리,안중근에게서구는지식과이론영역에속해있었다.즉,그의근대성은일종의배경으로서당위와주장차원에서기능했다.관념으로서의서구와달리,그는윤치호와비슷하게동아시아라는지역과동일인종에기반을둔공동체로서세계건설을전망했다.그렇다고해서윤치호나대부분의아시아주의자처럼인종주의나닫힌민족주의의유혹에빠져들지않았다.인종을초월한민중에대한헌신,보편의세계주의에대한믿음을통해그는식민성에대한도전의길로걸어갔다.그리고이를위해기꺼이자신의삶을바침으로써세계차원은아니더라도동아시아단위에서서구의근대성이내포했던식민성으로부터자유로운근대를꿈꿨다.
주권은상실되고근대화가식민지화에서시작되어버린현실속자본가이자친일파였던한상룡(韓相龍,1880~?)에게근대성은일본이받아들였던서구문명을준거로한다는점에서이중의굴절을겪었다.그의근대성인식에는서구문명의영향과일본식정조의편린이병존한다.그는스스로근대성을향유,소비,대상화하기보다는그실행자이자구현자로자임하는생애를구가했다.물론일본식근대를모델로식민지통치기구의경제와실업부문에서식민지근대를추구하면서한때좌절과갈등도겪었다.그러나사실그에겐식민성탈피가불가능한것이었다기보다애당초시야로들어올수없는것이었다.근대성에부합하는식민성을철저히구현하며그는안중근이꿈꾼세계의대척점에서예속과굴종의삶을살았다.자민족과국가를소거하고일본식근대로의철저한귀일을선택한그는근대성과식민성의본질과그모순을적나라하게드러내는희귀한사례를역사에남겼다.
한상룡의근대에일본식서구의그림자가어려있다면,여운형(呂運亨,1886~1947)은중국을준거삼은근대성의영향을받았다.또한한상룡이나안중근등윗세대와달리20세기전반동아시아에등장했던마르크스주의진보이념과조우했다.그의근대개념은서구마르크스주의와기독교,동학사상그리고전통유교와농촌의정조가한데어우러진복합적성격을띠었다.안중근과비슷하게그는민족과계급을매개로설정된동양평화의개념을통해또다른차원의근대성을꿈꿨다.그러나민족을명시화해서구현한안중근과달리,그는민족에정박하면서도궁극에는계급을지향함으로써식민성에도전하고그를돌파하려했다.그결과가비록개인의절멸이라는파국으로귀결되었다해도,그는식민성의유혹을경계하고보편의시각에서계급과민중을조망하면서새로운차원의근대성영역을제시했다.


좌절된중용,안재홍

1930년대‘조선학’운동을주도한안재홍(安在鴻,1891~1965)의근대개념은복합적성격을지닌보편주의와이에대응하는특수주의에대한성찰을포괄한다.서구기독교문명이주도해국제화ㆍ세계화추세로진행되었던단일화의양식과마르크스주의발전단계의임박한이행이라는근대성이표방한보편주의너머를조망하면서,그는식민지현실의문화적중층성을통해보편의근대성과특수한지역/민족간의상호결합을모색했다.보편의근대성을자동적ㆍ필연적으로인식하는만큼,그는지역과민족의특수성을보편으로고양시키기위해탐구하고노력했다.그에게근대성은극복이나도전대상이라기보다경쟁을통해따라잡아궁극의경지에도달해야하는어떤것이었다.이는비록방도와수단차원에서는다르다해도근대성자체를열렬히추구했던민족부르주아지특정분파와의차별성을해소하는것이었다.근대성에내포된계급지배와억압의실상을직시하면서반제와진보를옹호했기에,그는안중근과여운형처럼식민성에반대하는노선을걸었지만,이들처럼근대성자체를넘어서는전망을제시하지는못했다.서구식근대는요원했고,일본의근대는경계했으며,마르크스주의의근대에는거부감을지닌그가보편주의에대한전망을상실하고민족과전통으로회귀할수밖에없었던것은보편과특수의종합을시도한그의비극이었다.


세신여성,김마리아ㆍ박인덕ㆍ허정숙

일본의영향이없지는않지만,김마리아(金마리아,1892~1944)의근대는토착의민족정서를바탕으로미국과기독교가주요한준거로작용했다.근대성의주요준거가미국이라는점에서는박인덕과비슷하지만,그녀에게미국은이중의의미였다.즉,그녀에게미국의근대는한편으로는동경과경의로써적응해야할대상이었지만,다른한편으로는(경제)불평등과(인종)차별로갈등과고통을초래한실체였다.불안과소외가작동하는이근대의시공간안에서그녀는기독교라는신에대한믿음과가족과민족에대한헌신에정박하고자했다.민족을향한대의는근대성안에식민성자체가들어설여지를남기지않을정도로강렬하고온전했지만,바로그러한이유로나혜석처럼여성으로서의자의식을고양시킴으로써근대성자체에의문을제기하는길로이끌리지는않았다.
유럽과러시아경험이있긴했지만,박인덕(朴仁德,1897~1980)에게도근대성은김마리아처럼영어와기독교의나라인미국으로표상되었다.미국문명에찬사를보내긴했으되본원적호감은없는김마리아나그에비판적태도를분명히한허정숙과달리,박인덕은동경과경이그리고찬사로써미국의근대를이상화했다.타자(미국)에대한지나친이상화는자신(조선)에대한또다른부정의얼굴이라는점에서,그녀는전자의근대성으로부터소외되었을뿐아니라자신이지향했던근대성마저관념화하고식민화해버리고말았다.직접봉건가부장제와결혼제도의모순을고통스럽게체험함으로써김마리아보다더남녀평등과여성해방문제에앞장섰지만,제한되고유보된그녀의젠더인식은근대성에대한도전이나균열이아니라보완과강화의차원이었다.
일정부분긍정적평가가없지는않았지만,허정숙(許貞淑,1908~1991)은미국문명을물질과금전추구로요약하고비판했다.미국과일본,중국의근대를두루경험한그녀는미국자본주의로표상되는근대성을금전만능,퇴폐,타락의현실로인식했다.마르크스주의라는대안근대성의가르침에따라,그녀는합리화기제와자기방어론을갖춘미국의근대에도전하고나아가그를극복하는길은사회운동과계급투쟁에있다고믿었다.그러나박인덕에게서는찾아볼수없는비판과통찰로써미국여성의지위와권리를이해했음에도,그녀의인식가운데서여성성이나여성주의를통해근대성에도전하는,나혜석과같은방식을찾아보긴어렵다.


그리고나혜석

나혜석(羅蕙錫,1896~1948)은근대의표상을선취하고전유하여근대역사에서신여성의이름을남긴운동과사상의조류를상징하는인물이다.유학과여행을통해이시기그어떤여성들보다더많이일본,유럽,미국등지의근대문명을체험했으며,여성성,친밀성,여성해방등의주제로표상되는근대와근대성의영역을제시함으로써근대성의새로운차원을개척했다.남성중심가부장사회에서사랑의방식과결혼제도,모성애신화등에도전해이를해체하면서성의자기결정권을주장하고,성과사랑에대한본원의이해를바탕으로자유로운성과성해방을지향하는실천의삶을살았다.다양한여성성의차원에대한인정,독신생활과남자공창,여성주도의대안결혼,이성간우정과시험결혼,원초의대안가족에대한모색도근대비판의새로운목록으로기억되어야한다.그녀의이러한제안과시도는사회의식과정치성향에서의식민성을초월할정도로강렬하고담대했다.하지만남성근대주의자들의근대기획에대한도전이었던그녀의대안근대성추구는그녀에게끝내가혹한대가를요구했다.


재조일본인,미야케시카노스케

미야케시카노스케(三宅鹿之助,1899~1982)는경성제국대학의교수로서식민통치집단에위치하면서도식민지배의기획을부정하고식민지피억압민족과연대를추구했던보기드문인물이다.인도주의관점에서동정과연민의발로였건이념을함께하는동지로서연대감의표출이었건간에,지배자와피지배자의경계가뚜렷한식민지사회에서그는지배영역에속하면서도스스로피지배진영의편에서고자했다.그는대만과일본에서배웠고조선에서가르쳤으며유럽과미국에서연구활동을하면서다양한근대성을경험했다.마르크스주의에준거한근대성을추구했으며지배기획에균열을야기하고저항하면서피지배진영에대한공감과연대를지향했다.이를통해근대성에내포된식민성을극복하는차원으로다가갔지만,마르크스주의를부정하는사상전향과함께그의시도는끝내미완으로끝나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