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영자 씨 (미술사학자의 엄마 유품 정리 보고서)

굿바이 영자 씨 (미술사학자의 엄마 유품 정리 보고서)

$20.00
Description
엄마의 체취가 밴 물건과 묵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
여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남은 유품을 통해 다시 엄마를 만난 딸, 저자가 있다. 엄마가 매일 쓰시던 일기장, 장롱 깊숙한 곳에 있던 흑백 사진, 동네 방앗간과 택배사무소 등의 온갖 전화번호가 빼곡하게 담긴 수첩, 휴대폰 속 처음 보는 엄마 사진들, 보내주신 먹을거리에 붙은 메모지 등에 여전히 엄마가 있었다. 엄마와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 엄마가 관심을 가졌던 것들, 엄마의 하루하루 일상을 전하는 이름과 숫자 등을 엄마가 떠나신 후에야 자식은 마주볼 수 있었던 셈이다. 미술사학자로서 연구를 하는 것처럼 마치 옛사람이 남긴 예술작품이나 생활용품을 대하듯, 부모와 자식 사이를 떠나, 엄마가 남긴 유품을 하나씩 가만히 들여다보니 미처 몰랐던, 사실 알려고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엄마’로서만이 아니라 ‘영자 씨’로서의 그녀의 삶과 그 속에 자연스럽게 얽혀진 희로애락이 비로소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시절 수많은 ‘영자 씨’가 그랬듯이 엄마도 희로애락의 그래프가 교차하는 생을 살다 가셨다. 그 발자국을 조금씩 되짚어나가는 과정에서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슬프고, 그립고, 아프지만,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행복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엄마의 체취가 밴 물건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고 묵은 기억을 들춰낼 때마다 가슴에 생채기가 나듯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이제 그 그리움과 눈물의 시간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삶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영자 씨’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엄마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당연히 저자 정애 씨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자식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삶이라는 각자의 이야기는 그 시작이 있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끝도 있기 마련이다. 딸이 엄마가 남긴 유품을 정리하면서 풀어낸 한 개인, 한 가정, 한 시대의 이야기에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돈다. 결국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책 곳곳에 세세한 역사적 고증을 더해 읽는 재미가 커졌다. 무엇보다 주인공 영자 씨가 유학 중인 딸에게 보낸 편지 속의 시가 백미다.”__강산에(음악인)
저자

박정애

저자:박정애
1966년진도에서태어났다.전남대학교전산통계학과를졸업하고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이후미술사학으로전공을바꿔홍익대학교에서석사학위를,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포닥(Post-Doc)연구원,영국런던대학교소아즈(SOAS)한국학연구소객원연구원,화정박물관학예사를지냈다.충청남도문화유산위원을역임하고세종특별자치시문화유산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전남대·중앙대·한양대·한국예술종합학교등에서미술사를강의했으며,현재전남대학교호남학연구원연구교수로재직중이다.
전근대기동아시아회화의제작과유통,감상시스템을둘러싼시공간과인적관계망에관심을갖고연구하고있다.그동안펴낸책으로는『아름다운옛서울』,『조선시대평안도함경도실경산수화』,『조선시대회화의교류와소통』(공저)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유품에대한예의

제1장헤어질시간

하직이야하직이로구나
그녀의이름은영자
동외리694번지
다시만나자엄마
사진이전하는말
전화번호부
노랑나비
조도친구,정자이모
우리이모허호심
꽃밭
아버지의달력
꿈의대화
대문을닫으며

제2장청춘연가

초상마을외갓집
사각모쓴이는초상허씨
의동국민학교졸업
교복을입고
피리부는청년
목연클럽
불파마한날
옛날이야기
화양연화

제3장세상속으로

뒤꼭지가이뻐서
혼서
결혼하다
창포리112번지
창포리소년
전축과화투
목화밭
닻머리삐비
장수상과효부상

제4장헛꽃이야기

태풍속하굣길
아버지학생증
영어공부
자취방의동전
커피한대접
런던에서받은편지
엄마의시
아버지의편지
일기를쓰다
부부싸움
프라이팬
장도보고굿도보고
사무엘의기도
엄마의장바구니
엄마의레시피
노란고무줄
택배보내기
택배와쪽메모
기분좋은날
마지막일기
헛꽃

제5장그때그리고지금

라면배달
노인의밥상
능력자아버지
동화책
나의5.18과아버지
감꽃이필때
홍시
색동단저고리
도구통
모란문항아리
명절밤마실
서화수집
<가요무대>는월요일
엄마의노래
버킷리스트

나가며:나의씻김굿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엄마의체취가밴물건과묵은기억에관한이야기
여기엄마가돌아가시고남은유품을통해다시엄마를만난딸,저자가있다.엄마가매일쓰시던일기장,장롱깊숙한곳에있던흑백사진,동네방앗간과택배사무소등의온갖전화번호가빼곡하게담긴수첩,휴대폰속처음보는엄마사진들,보내주신먹을거리에붙은메모지등에여전히엄마가있었다.엄마와인연이닿았던사람들,엄마가관심을가졌던것들,엄마의하루하루일상을전하는이름과숫자등을엄마가떠나신후에야자식은마주볼수있었던셈이다.미술사학자로서연구를하는것처럼마치옛사람이남긴예술작품이나생활용품을대하듯,부모와자식사이를떠나,엄마가남긴유품을하나씩가만히들여다보니미처몰랐던,사실알려고하지않았던새로운것들이보였다.‘엄마’로서만이아니라‘영자씨’로서의그녀의삶과그속에자연스럽게얽혀진희로애락이비로소희미하게나마보이는것같았다.그시절수많은‘영자씨’가그랬듯이엄마도희로애락의그래프가교차하는생을살다가셨다.그발자국을조금씩되짚어나가는과정에서이책이나올수있었다.
그래서이이야기는슬프고,그립고,아프지만,따뜻하고,사랑이가득한행복한이야기가될것이다.엄마의체취가밴물건들을하나하나어루만지고묵은기억을들춰낼때마다가슴에생채기가나듯눈시울이붉어졌지만,이제그그리움과눈물의시간을뒤로하고앞으로나아갈것이며,삶은계속될것이기때문이다.따라서이이야기는‘영자씨’만이아니라우리모두의엄마이야기가될것이다.당연히저자정애씨만이아니라세상모든자식들의이야기가될것이다.

“삶이라는각자의이야기는그시작이있으면누구도피해갈수없는끝도있기마련이다.딸이엄마가남긴유품을정리하면서풀어낸한개인,한가정,한시대의이야기에코끝이찡하고눈물이핑돈다.결국이책은우리모두의이야기다.미술사학자인저자가책곳곳에세세한역사적고증을더해읽는재미가커졌다.무엇보다주인공영자씨가유학중인딸에게보낸편지속의시가백미다.”__강산에(음악인)

-유품에대한예의를지킨다는것

:우리가박물관에서만나는유물은사실누군가의유품이다.
미술사를연구하는저자는주로조선시대회화가제작된시간과공간,사람의역사와의미망을찾는작업을하고있다.그과정에서수백년전에그려진그림을뜯어보고시대의흔적을하나씩추적한다.사실,이렇게연구에활용하는자료는모두누군가의유품(遺品)이다.그림은화가와주문자,소장자와얽혀있고,사서와문집,족보같은문자기록역시사람에의해생산되고전승되었으니모두누군가의유품이고시대의유산이라할수있다.즉저자는유품을연구하는일에종사한다고할수있다.사람들이박물관에서만나는유물도사실누군가의유품이다.그림이든서적이든생활용품이든마찬가지이다.때로는진열된예술가의소지품,메모지앞에서도감동한다.그주인공은대개역사속이름난사람들이다.그와달린‘민속’이라는이름이붙은박물관에서는역시누군가의유품인민간생활용품을다룬다.결과적으로소수의유명인과다수의무명인이남긴유품의집적체가인류의역사라해도틀린말이아닐것이다.그렇다면,지금이시대우리주변에서볼수있는유품의사정은어떠한가.

:기억이라는이름의유품정리는여전히미완의과제로남았다.
‘유품’은‘고인이생전에사용하다남긴물건’이다.저자의사정도다른사람들과비슷했다.정신없이장례를마치고,남은일은유품정리였다.엄마를선산에모시고온날부터유품정리에돌입했다.시선이닿는곳마다엄마가나타났다사라지기를반복했다.그럼에도뭔가에떠밀리듯엄마의물건들을죄다꺼내남길것과버릴것으로분류하고정리했다.그리고자식들은커다란집에홀로남은아버지를뒤로한채각자도시로귀환했다.아버지마저운명하신후,몇차례고향을오가며차근차근정리하기로했다.50년이상이어진가족사의현장답게본채와행랑채로이루어진두동의건물안팎에는세월만큼많은것들이쌓여있었다.안방서랍속에서처음보는자료들이발견되어놀랍기도했다.아버지가60여년전에작성한혼서부터졸업장·학생증·임명장·표창장등다양한문건을보관해왔음을알게되었다.그사이남겨두었던엄마의옷가지와물품도재분류해정리하였다.그러나‘기억’이라는이름의유품정리는여전히미완의과제로남아있었다.

:망자의생앞에경의를표하고유품에대한예의를갖출때,비로소떠난이와남은이모두의인간다움이온존하지않을까.
20세기후반이후대가족형태가점차해체되고자손들이독립된세대로분가하는현상이가속화되었다.지방의경우고향을떠나타지,특히수도권으로이주한자손들이늘어나면서자연스럽게상장례풍속의변화도수반되었다.자식들은장례식이끝나면각자생업에복귀하기바쁘고고향집은방치되거나처분된다.살풍경한유품정리의세태도시대변화와무관하지않다.둘러보건대장례를마치자마자대용량종량제봉투를이용해속전속결로해치우는유품정리방식이당연시되어가고있다.거기에는예전에비해풍족해진생활여건과죽은사람의물건을기피하는심리도작용하는것으로보인다.그렇지만누구도값비싼패물을종량제봉투에넣지는않는다.서글프지만유품을대하는우리시대의민낯이다.
누구든지위와명성,재산의유무를떠나서생과사는오롯이존중받아야마땅하다.망자의생앞에경의를표하고유품에대한예의를갖출때,비로소떠난이와남은이모두의인간다움이온존하지않을까.유형의물건이든무형의기억이든유품은주어진생을온몸으로살아낸이들의분신이기때문이다.

:유품에는시간과이야기가녹아있다.
수년동안엄마의유품을정리해온여정은저자만의방식으로의‘씻김굿’이나다름없었다.이책의집필작업은망자의옷을태우고굿판을정리하는과정이었다.저자가당골이되어춤과노래대신펜으로엄마와아버지,그리고저자자신을위무하고거듭나기위한이별의식이었다.인간이생을찬미하고생에집착하는것은근본적으로삶이유한하기때문이다.그리하여죽음으로써생명이끝나는것처럼보인다.하지만생은고인이남긴물건과기억,바로유형혹은무형의‘유품’을통해보다높은차원으로승화한다.그것이우리가숨쉬는실체적역사라고본다.그게누구든엄연한생과사는차별없이존중받아야하고모두가옷깃을여며야하는이유이다.
2021년부터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멸실되거나훼손될위기에있는‘근대기록문화조사사업’을진행하고있다.국가유산청은‘근현대문화유산의보존및활용에관한법률’을시행한다고밝혔다.이미대부분의국·공립박물관이근현대생활문화관련유물을폭넓게수집하고있다.누구든유품정리를앞두고있다면,적극적으로기증(기탁)제도를활용하라고권하고싶다.저자역시조만간부모님의유품을적절한기관에맡기는절차를밟을예정이다.

:굿바이,영자씨
앞으로도저자는누군가의유품을연구하는미술사학자로서남은날들을채워갈것이다.정선과김홍도처럼잘알려진화가뿐아니라익명의화공이남긴유품,곧그들의그림을끌어안고밤을지새우고키보드를두드릴것이다.
먼훗날재회한엄마에게서“내딸애썼어”라는말을들을수있도록잘지낼것이다.그래야일평생헛꽃의소명을완수하는데진력했던엄마에게조금이라도보답할수있을테니말이다.이책은위대한헛꽃으로살며역사를떠받친저자의엄마,아니세상의모든‘영자씨’에게바치는헌사(獻詞)다.굿바이영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