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조선(지의회랑 48)

지식과 조선(지의회랑 48)

$45.99
Description
세상이 근대의 문을 열어젖히던 시대 전환기
우리는 왜 그 궤도에서 이탈해버렸을까

당대 지식인들의 행보에 초점을 맞춰
조선 후기 지식의 공론장을 재조명해나간
지식과 정보의 생성과 유통에 관한 문화사회학
이 책은 근대 전환기, 역사의 흐름에서 뒤처져버린 조선에 문제의식을 품고 조선 후기 지식과 정보의 주체와 대상, 생성과 유통 그리고 그 사회사적 의미를 촘촘히 되짚어나간 시도다. 연이은 전란을 거치며 전 방위로 접속되기 시작했던 이문화 교류의 현장과 통신사와 연행사, 역관과 중간계층 등 신지식 탄생의 중추 세력들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집적해 다양한 방식으로 쏟아져 나오던 서적들을 분석하면서 당대 문화가 살아 숨 쉬던 사회 공론장의 실체를 밝혀나간다.
저자는 국내외 공간에서 견문ㆍ체험ㆍ독서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획득, 그 축적 방식과 다양한 저술들, 한문 지식인 계층과 지식ㆍ정보와의 관계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했으며, 개인과 지식ㆍ정보의 관계를 다루는 사적(私的) 영역은 물론, 사회와 지식ㆍ정보의 관계를 다루는 공적(公的) 영역에도 공히 시선을 두었다.
하지만 자유롭게 유통되던 지식과 정보들이 시간이 갈수록 공고화한 사족체제와 세도정치의 굴레 속에서 점차 독점화ㆍ위계화되어갔거니와 책의 종장은 이러한 지식의 권력화 과정에 집중함으로써 과거의 지식 국가 조선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에도 주목하고 있다.
조선 후기 지식 사회의 한 독법을 제시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마흔여덟 번째 책.
저자

진재교

성균관대학교한문교육과와동아시아학술원교수로재직하고있다.성균관대학교사범대학학장ㆍ대동문화연구원원장ㆍ동아시아학술원원장등을지냈다.한국한문학의영역을넓히고고전번역에도노력을기울이면서동아시아고전학의새로운지평을모색해나가고있다.
주요저서로『이계홍양호문학연구』,『이조후기한시의사회사』,공저로『문예공론장의형성과동아시아』,『학문장과동아시아』,『동아시아고전학의안과밖』,함께옮긴책으로『정조어찰첩』,『북학또하나의보고서,설수외사』,『19세기견문지식의축적과지식의탄생,지수염필』,『금화경독기』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일러두기
서론

《제1부전란과사행,현장과서재》

제1장전란과사행,견문과서적유통
1.전란체험과지식
2.견문지식의착종과이문물의교류
3.서적유통과지식ㆍ정보의확산:몇가지사례
4.서적과견문체험의영향력

제2장연행록,이문물의견문과기록방식
1.연행록의몇가지전형
2.견문체험의생성
3.견문체험의취사와복수의시선
4.견문체험의배치방식
5.연행록을다시읽기위하여

제3장통신사행록,이문물의기록과중간계층
1.통신사행의주역들
2.교류의가교와중간계층
3.필담창화집과이문물의매개자
4.지식ㆍ정보의지정학:복수의타자인식
5.상호인식과엇갈림

《제2부장서와저술,문명의이기》

제1장홍석주가(家)의장서와독서력그리고필기
1.19세기경화세족과필기형성의배경
2.18ㆍ19세기서적유통과홍석주가의장서
3.홍석주가의독서록과독서법
4.홍석주가의독서체험과지향
5.홍석주가의학술과문예비평
6.경화세족의독서력과에토스

제2장안경이라는이기와지식ㆍ정보
1.안경이라는존재
2.안경의보급과지식인의충격
3.독서환경의변화와지식ㆍ정보의확산
4.일상에서지식과직무의전문화

《제3부견문지식과체험,새로운기록방식》

제1장차기체필기의탄생
1.차기와차기체필기
2.차기체필기의성립과정
3.차기체필기의글쓰기전략
4.차기방식의정리와사례:담배와안경
5.차기체필기의지향

제2장차기체필기의사례:『지수염필』
1.『지수염필』의성립과성격
2.홍한주의독서와『지수염필』의활용서적
3.『지수염필』의서술방식과특징
4.학술적성취와『지수염필』


《제4부지식ㆍ정보,분류와편집》

제1장유서의형성과정과지식ㆍ정보의분류
1.유서의등장과그배경
2.차기방식의기록과유서의성립
3.분류체계와학술적시야
4.분류와배치의사회사

제2장인물정보의집적과분류:인물지
1.유서와인물지
2.인물정보의집적방향
3.조선조후기인물지의분류방식
4.인물지속의등장인물과그의미


《제5부이문물과신지식,중간계층의등장》

제1장전란과사행,견문과서적유통
1.사행과지식ㆍ정보
2.사행의두길과인적네트워크
3.지식ㆍ정보ㆍ유통메커니즘의주역
4.지식ㆍ정보의발신자
5.중간계층다시읽기

제2장이문물과신지식의발신자,역관
1.사행과역관
2.지식ㆍ정보와역관의존재방식
3.역관의재발견과그의미

제3장나라안팎에서의중간계층
1.조선조후기와중간계층
2.다르면서같은존재:서얼과중인
3.나라밖에서중간계층의활동
4.지식ㆍ정보와중간계층
5.중간계층을읽는두시선

《제6부지식ㆍ정보,유통과공론장》

제1장지식ㆍ정보,유통과사회적공간
1.붕당정치와종적질서의강화:서원과사승
2.종법질서의강화:종법과가학
3.종법체계의강화:친족공동체와족보

제2장횡적질서와지식ㆍ정보의공론장
1.교우의발견과횡적가치:갈라파고스를넘어
2.시사의공간과횡적관계
3.사회적공론장의영향력

결론
참고문헌/찾아보기
총서‘知의회랑’을기획하며
총서‘知의회랑’총목록

출판사 서평

견문과체험,서적과독서

저자가이책에서조선후기견문과체험의통로로집중한건전란(戰亂)과사행(使行)이다.물론타국과의전란은비극적사건이었지만,이과정에서다양한이(異)문물의교차와교류가폭발하면서새롭고특이한견문체험의총량이급증했다.사행을통한이문화의실체험과서적의유입또한그간의지식과정보를업그레이드시키는가장적극적인계기였다.
무엇보다18~19세기새로운지식과정보의생성과유통을촉발한것은서적의대량유입과유통이었다.당대사대부지식인들은다양한방식으로독서하면서그체험을자신의저작에대거활용했다.청조(淸朝)에서유입된서적들은전례없이새로운지식과정보를담고있는경우가많았다.이를선취해독서한다는것은문예장과학술장에서새로운무기를지닌다는의미였다.그렇게당대의독서는학예의흐름을선도하고,새로운관점에서저술활동을할수있는바탕이되어주었다.
특히다양한국내외서적의구득과독서는정치적영향력과경제력토대는물론,학예적안목이뒷받침되지않으면불가능한활동이었다.이러한조건을두루지니고당대학예장을선도한집단이바로경화세족(京華世族)이었다.이들은최신의지식과정보로무장함으로써조선후기사회의공론장을좌지우지했다.심지어새로운서적을서로돌려보거나,베껴둠으로써자신들만의독서력을확보하기도했다.
실제로경화세족은청조에서서적을들여와가문의컬렉션을만드는한편,자신만의장서로새로운지식과정보의유통과확산을추동했다.또일부경화세족은개성적인독서력과학술역량을발휘해필기(筆記)를저술하면서유통시켰다.이들이저술한필기는당대학술과문예의수준그리고새로운지식과정보의폭과넓이를보여주는데충분하다.이책에서는19세기대표적인경화세족인홍석주가(家)의인사들과그들의필기류를구체적으로짚어나간다.

지식과정보의주체

조선후기사회의지식체계내에서지식과정보를생성하고발신하며소비하는주체는대체로사대부지식인들이었다.이들은사회질서와가치를생성하는한편,자신의정치ㆍ사회적위상을토대삼아국내학술장과문예장에서스스로지식과정보의생성주체임을자임했다.그리하여지식과정보를전유하고위계화하면서상이하(上而下)의방식으로유통시켰다.
하지만일국밖에서의상황은이와사뭇달랐다.국내에서는사대부지식인들의비중과역할이컸지만,일국밖에서는중간계층이오히려주도적으로지식과정보를생성하고전파하는데앞장섰다.대표적인집단이바로역관(譯官)이다.이들은사행과정에서빈번히지식과정보의발신자나주체로나섰다.그리하여새로운지식과정보를획득해국내로전파시키기도하고,일국밖에서능동적으로발화하기도했다.더구나연행사행과달리통신사행에서는서얼과역관이제술관(製述官)과서기(書記)로참여해자신의문재(文才)를직접발휘함으로써문예의발신자로자임한바도있었다.
이렇게당시사행에참여한중간계층이지식과정보와관련해보인생각과행동은전시기와크게달랐다.이들이이국에서체험하고견문한지식과정보에는새로운것들은물론,서구(西區)로부터전해진다양한신문물과이문화도대거포함되어있었다.이는기존의사대부지식인들이수용해지식과정보질서의창신(創新)에활용하거나하이상(下而上)의공론장형성으로환원하는데별관심을보이지않은것들이었다.물론이렇게계층별로당대문화를바라보는인식이달랐던건그들각자가처해있는사회적이고구조적인환경이서로달랐던데서연유한다.

그리고사회공론장과지식권력

이책에서주목하려는또하나의주제가조선후기사회체계내에서지식과정보가생성되고유동되는사회적공간,즉공론장의문제다.어느시대나마찬가지지만,지식과정보는권력을지속적으로창출하고유지시키는데결정적인역할을했다.지식과정보를선점하고장악하는일또한권력의향배와깊은관련을지니고있었다.
그러나조선후기사족체제와세도정치의독점적지배구조는지식과정보의분화(分化)를통한새로운지식과정보의창출로이어지는선순환구조에걸림돌로작용했다.당대새로운지식ㆍ정보의유통과확산을담보하는횡적공간이차단되어버린것이었다.사족체제및신분질서에따르는완고한사회적관습과위계화된지식ㆍ정보가여전히공론장을장악하고있었기때문이다.이후새로운지식ㆍ정보와이를확산시키는횡적인사회공간은끝내형성되지못했다.
구체적으로사대부지식인은자신들이생성한지식과정보를서로소통하고전유하며아래로유통시켰지만,아래로부터올라온지식과정보는그대로수용하지않는경우가많았다.그들은자신들이구축한가치기준과사유에부합하는것들만일부받아들였으며,그나마받아들인것도자기들만의기준과사유의잣대로판단하고비평하고재단해버렸다.그렇게기왕의지식체계안에서재배치되고소비된지식과정보는본래의미를잃고축소ㆍ왜곡되었으며,그안에잠재되어있는활력마저억제당했다.
사대부지식인들이이런방식으로지식ㆍ정보를독점하면서사회에서자신의지위와권위를실현했기에,지식과정보는고스란히권력을상징하는것이되어버렸다.푸코가말한“늘지식은권력의효과를낸다”라는명제를소환하지않더라도지식과정보의독점은권력그자체를전유하는것이었다.이역시조선후기지식사회를논하는데빼놓아선안되는주제로,이책의종장을채우고있는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