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자의 눈으로 본 장애 이야기 (포용과 공존을 실천한 조선의 뛰어난 사상가들)

실학자의 눈으로 본 장애 이야기 (포용과 공존을 실천한 조선의 뛰어난 사상가들)

$17.00
Description
“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몸의 한 특징이자 차이일 뿐이다.”
___우리가 실학자의 장애 인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실학과 장애의 역사가 서로 관련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관련된 연구자들에게도 낯선 시각이었다. 실학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사상으로 기존 성리학의 공리공론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을 했지만, 역시 근본적으로 양반이었기에 실제 생활방식은 기존 성리학자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 짐작해 왔다. 하지만 저자는 장애사 연구를 계속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조선 후기 장애를 가진 인물이 대거 등장하는데, 그들이 자꾸 실학자들과 복잡다단하게 얽히고설켜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시각 장애나 청각 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실학자들도 많았다. 놀랍게도 이 시기 수많은 실학자들은 신분과 나이, 장애마저 모두 초월한 활발한 교류 관계를 맺고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장애인을 불쌍히 여기며 동정한 것도 아니었다. 각자가 가진 재주와 능력을 중시하며 장애 여부를 떠나 거의 동등한 관계를 맺었다. 당시 장애인 스스로도 장애를 별로 개의치 않고 당당한 태도로 거침없이 살아가며 사회 속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당시 실학자들은 장애 복지 정책에 있어서도 기존 성리학자들처럼 단순히 어려운 이를 돕는 차원을 넘어서, 비장애인과 똑같이 배우고 일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자립 생활을 강조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신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역할과 능력을 강조함으로써 장애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장애인은 신체적 · 정신적 결함이 있기 때문에 타인의 배려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장애인의 삶을 비장애인과 분리된 가정이나 수용시설 등으로 한정되게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심지어 장애사 관련 연구자들도 장애를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적 틀에서 바라보는 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놀랍게도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선진적인 장애 인식을 바탕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일상을 공유했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로 그들과 스스럼없이 교유했다. 그리하여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뛰어넘는 진정한 의미의 통합사회를 이루어 나갔다. 이는 오늘날 경제적 지원에 한정된 장애복지 정책이나 상황 등을 반성하게 하고, 장애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조선 후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애는 다양한 몸의 한 특징이자 차이에 불과할 뿐, 결코 특별하거나 부족한 것이 아님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정창권

저자:정창권
인권과통섭(학문융합)의관점에서고전을연구하고책을쓰는인문학자다.장애,여성,성과인구,건강,노년등을주로연구하고있다.현재고려대학교문화창의학부부교수로재직중이며,대구대학교대학원장애학과에출강하고있다.펴낸책으로는『성의한국사』,『조선의살림하는남자들』,『천리밖에서나는죽고그대는살아서』,『역사속장애인은어떻게살았을까』,『근대장애인사』,『정조처럼소통하라』,『홀로벼슬하며그대를생각하노라』,『거리의이야기꾼전기수』,『한쪽눈의괴짜화가최북』,『조선의양생법』등다수가있다.

목차

서문:실학자의장애인식

1.프롤로그:실학자의장애인식에주목해야하는이유
2.초기실학자의장애교육과정치활동
3.경세치용파의수준높은장애관
4.이용후생파의선진적인장애사상
5.달성서씨가와장애과학자김영
6.19세기실학자들의획기적인장애관
7.에필로그:실학,장애를뛰어넘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우리가실학자의장애인식에주목해야하는이유

실학과장애의역사가서로관련이있을것이란생각은관련된연구자들에게도낯선시각이었다.실학은조선후기의대표적인사상으로기존성리학의공리공론에서벗어나현실적이고실용적인학문을했지만,역시근본적으로양반이었기에실제생활방식은기존성리학자들과별반차이가없을것이라짐작해왔다.하지만저자는장애사연구를계속하면서놀라운사실을발견하게된다.조선후기장애를가진인물이대거등장하는데,그들이자꾸실학자들과복잡다단하게얽히고설켜있다는점이었다.또한시각장애나청각장애등다양한장애를가진실학자들도많았다.놀랍게도이시기수많은실학자들은신분과나이,장애마저모두초월한활발한교류관계를맺고활동하고있었던것이다.

또한장애인을불쌍히여기며동정한것도아니었다.각자가가진재주와능력을중시하며장애여부를떠나거의동등한관계를맺었다.당시장애인스스로도장애를별로개의치않고당당한태도로거침없이살아가며사회속에서많은업적을이루었다.당시실학자들은장애복지정책에있어서도기존성리학자들처럼단순히어려운이를돕는차원을넘어서,비장애인과똑같이배우고일하며주체적으로살아가는자립생활을강조했다.특히장애를가진신체적한계에도불구하고사회적역할과능력을강조함으로써장애를현실적이고실용적인관점으로바라보게하는계기를마련했다.

그러나오늘날,우리가살아가는현대사회에서장애인은신체적·정신적결함이있기때문에타인의배려와도움을받아야하는사회적약자로인식되고있다.이러한인식은장애인의삶을비장애인과분리된가정이나수용시설등으로한정되게한다는문제점을안고있다.심지어장애사관련연구자들도장애를정상과비정상의이분법적틀에서바라보는사고로부터자유롭지못한상황이다.

놀랍게도조선후기실학자들은시대를앞서가는선진적인장애인식을바탕으로장애에대한편견없이일상을공유했고,개방적이고포용적인자세로그들과스스럼없이교유했다.그리하여장애와비장애의경계를뛰어넘는진정한의미의통합사회를이루어나갔다.이는오늘날경제적지원에한정된장애복지정책이나상황등을반성하게하고,장애에대한비장애인의인식개선에도많은시사점을주고있다.따라서이책을통해우리는조선후기장애인과비장애인이자연스럽게어울려살아가는모습을충분히엿볼수있을것이다.또한장애는다양한몸의한특징이자차이에불과할뿐,결코특별하거나부족한것이아님을새롭게확인할수있을것이다.

청각장애문장가이덕수
이덕수(1673~1744)는지금까지널리알려지지않았지만,18세기전반대표적인소론계문장가이자관료였다.그는8살때귓병을앓은뒤청각장애를갖게되었다.하지만독서에힘써수많은책들을읽었고,박세당문하에서가르침을받았다.이덕수는오히려귀가들리지않아독서에전념할수있었다고말했다.『영조실록』영조20년(1744)5월28일에의하면,“이덕수는문장이넓고단아하여일대의종장으로일컬었으며이조판서,예조판서를역임하고문형(대제학)을맡았다”고나와있다.이규상의『병세제언록』에서도“이덕수의문장은기력이있다”고말하고있다.그래서당시이덕수의집에는묘도문(돌아가신조상의성명,세계,행적,장례,자손등을기록한글)을부탁하는사람들로문전성시를이루었다고한다.실제로이덕수의문집에남아있는묘도문만해도모두176편에이른다.

이덕수는늦은나이에관직에나갔지만,빠르게높은벼슬에올랐다.특히그의나이51세가되던해영조의총애를입어경종실록당상과성균관대사성,좌참찬,우참찬등수많은관직을역임했다.이덕수는귀가들리지않는청각장애인이었으나영조는개의치않고오직능력만중시하며항상그를총애했다.심지어이덕수가귀가들리지않는병세때문에사직을요청한적이있었다.임금이말할때마다옆의사람이큰소리로대신전해주니이덕수는미안하여사진을요청했던것인데,임금이상관없다며이를허락하지않았다.특히영조는이덕수에게질문할것이있으면사관에게글로써서보여주게하는등후의가두터웠다.

목민심서에나타난정약용의장애복지론
정약용(1762~1836)은실학을집대성한인물이다.특히장애문제에도관심이많아다양한장애인복지론을펼치는한편장애인의현실에대해서도생생한일화를들려주었다.다산은장애인은노역,군역,잡역등모든국역을면제시켜야한다고주장했다.또한“귀머거리나고자는자신의노력으로생계를이어갈수있으며,장님은점을치고,절름발이는그물을엮어서살아갈수있지만,기타폐질자는구휼해주어야한다”고하면서장애복지에있어서자립생활의원칙과구제정책을적절히써야한다고주장했다.사람은각기맡은바일을하면서살아야하는데,장애인의경우도소경은음악,절름발이는대궐문지키기,심지어곱사등이나중증장애인까지도적당한임무를맡겨스스로먹고살도록해야한다는것이다.다만의지할데가없는장애인에게는시정(활동지원사)을제공하고,의지할곳이없어떠도는사람에겐동서대비원같은보호시설을지어머물도록해야한다고주장했다.즉기본적으로장애인도직업을갖고제힘으로먹고살도록하되,중증장애의경우국가에서직접구제해야한다는것이다.

홍대용의자립적장애복지론
이용후생파는18세기후반홍대용,박지원,이덕무,박제가,유득공,서호수와서유구를비롯한달성서씨집안사람들을중심으로성립된실학파를말한다.이들은백성들이빈곤을극복하고잘살기위해선상업을진흥시키고,수레나배등의기술을개발하며,중국의선진문물을수용해야한다고주장했다.이들도경세치용파처럼시대를앞서가는선진적인장애복지론과장애관을갖고있었으며,장애인물들과신분및나이를초월한폭넓은교유관계를맺었다.

홍대용(1731~1783)은18세기중반이용후생파실학자이자과학사상가였다.그는당시의사회적허위의식을비판하고백성의실생활에쓸모있는이용후생학을주장했다.특히중국의선진문물과서양의과학기술을적극적으로수용하고자했다.홍대용은장애복지,특히직업과노동에대해서도획기적인주장을펼쳤다.즉장애인도모두일자리를갖고스스로먹고살도록해야한다고했다.홍대용은“사람의단점을버리고장점을쓴다면천하에못쓸재주가없다”고하면서,시각장애나언어장애,지체장애등장애인모두일자리를갖도록해야한다고했다.그래야만장애인이세상에서당당하게살아갈수있고,남들도그들을무시하지않고정당하게대우하기때문이다.어쩌면이것이야말로장애복지의가장현실적이고핵심적인방안이라고볼수있다.

조선최고의장애사상가,박지원
연암박지원(1737~1805)은이용후생파실학자이자조선후기최고의문장가였다.연암의삶에서가장큰특징은폭넓은교유관계를꼽을수있다.연암은한양한복판탑골에살면서신분과나이,빈부,당파를초월한폭넓은교유관계를맺었다.특히연암은노론명문가인홍대용,정철조등은물론서얼출신인박제가,유득공등과어울려지냈다.나아가분뇨장수,이야기꾼등하층만과도격의없이지냈다.이러한개방적이고자유로운인간관은그의장애관에도영향을미쳤다.

연암은장애란보는관점에따라달라진다고생각했다.장애는고정불변의절대적인것이아니라상황이나입장에따라얼마든지달라지는상대적인것이라는뜻이다.연암이한밤중에말을타고강을건너가게되니위험한상황이었다.이에통역관이“옛날에위험한것을말할때맹인이애꾸눈의말을타고한밤중에깊은연못가를가는것이라고했는데,정말오늘밤우리를두고말하는것같습니다”라고했다.하지만연암은“그게위험하다고생각한다면위험할수도있겠으나,정말위험을잘알고있다고는말할수없다.맹인을보는사람은멀쩡하게눈이있는사람들이다.맹인을보는사람들이자기스스로마음속으로위태롭다고느끼는것일뿐,맹인스스로는위험을아는것이아니다.맹인의눈은위험한것을볼수없는데,무슨위험이있단말인가”라고답했다.즉,장애당사자는아무런문제가없는데그를바라보는사람들이문제가있다고생각한것이다.결국장애란절대적인것이아닌사람마다어떻게보느냐에따라달라지는상대적인것이라는뜻이다.

또한연암은겉모습보단내면,즉본질을보라고했다.또한장애를에둘러표현하지말고직설적으로말하라고했다.우리나라사람들이예를중시해뭐든지직접적으로말하지않고완곡하게말한다는것이다.장애가있어도내면에는해가될것이없음에도불구하고자꾸만둘러대어표현하는데,이는본질의왜곡이자과도한친절이라고보았다.동시에연암은장애인당사자도장애에구애받지말고살아가라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