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진화, 그 역동적 정치에 관하여

생명의 진화, 그 역동적 정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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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과 진화, 정치 이야기
: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 생명학 CLASS 네 번째 책은 현재 에코페미니스트 연구센터 달과 나무의 연구위원으로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강의 및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최유미 선생님의 강연을 정리했다. 강의의 주제는 ‘생명의 진화, 그 역동적 정치에 관하여’로서 과학적 시선과 인문학적 성찰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주제이다. 그러나 처음 제목만 들으면, ‘생명의 진화’라는 주제와 ‘역동적 정치’라는 개념이 과연 어떻게 함께 놓일 수 있을지 다소 낯설다고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명의 진화는 자연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진화라고 하면,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이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과 같은 법칙들이 작동하는 세계, 다시 말해 자연 그 자체의 영역을 떠올리게 된다.
반면 정치는 그러한 자연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흔히 정치를 수행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며, 정치란 인간에게만 고유하게 허용된 활동이라 생각해 왔다. 인간은 자연에 속한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자연을 벗어날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된 것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정치는 자연의 외부에 위치하며,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을 형성한다고 여겨온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생명의 진화, 그리고 생명이 살아가고 죽어가는 과정 자체를 정치의 문제로 다시 사유해 본다면 어떨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

최유미

KAIST화학과에서이론물리화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IT회사에서소프트웨어개발작업에참여했으며,지식공동체수유너머파랑에서철학과과학학,페미니즘을공부하고강의했다.현재에코페미니스트연구센터달과나무연구위원으로서저술과강의를병행하고있다.지은책으로『해러웨이,공-산의사유』,『감응의유물론과예술』(공저)이있으며,옮긴책으로해러웨이의『트러블과함께하기』,『종과종이만날때』등다수가있다.

목차

기획의말
생명의진화,그역동적정치에관하며
1.들어가며
2.서로에게이끌리는존재들
3.진화의동력은‘섹스’보다‘먹기’다
4.과학,설명력을갖춘이야기
5.기계가번역하는생물이야기
6.모든생명체는개체가아니라집합체다
7.모든생명의공동의조건,필멸성
8.아테네의정치가은폐한것
9.로고스의정치로는불충분하다
10.정치의시작,먹기
11.동물의정치,누구도먹이가아니다
12.식물의정치,증여에는대가가있다
13.기회주의적인생존은협력의정치다
14.회복의정치가계속성을만든다
15.기후격변은비인간의정치다

Q&A

출판사 서평

★자연의‘섭리’보다는이관계자체를‘정치’라고생각해보면어떨까?
:도나해러웨이는『종과종이만날때(WhenSpeciesMeet)』에서“내몸이라고부르는공간에서,전체세포가운데10퍼센트만인간의게놈이발견된다”라고했다.나머지90퍼센트는다른것들로,즉박테리아,균류,원생생물(protists)등의게놈으로가득차있는것이다.그중일부는인간이살아가는데반드시필요한기능에협조한다.또일부는이리저리이동하면서도,다른부분에큰해를끼치지않은채공존한다.그래서우리인간은우리자신보다훨씬더많은,아주작은반려들과함께살아가고있다고말할수있다.물론,이개별생물상들가운데에는분명히위험한존재들도포함되어있다.우리몸에서는매일같이암세포가생성된다.그렇지만우리는즉각암에걸리지않는다.왜냐하면대식세포(macrophage)를비롯한면역체계가,매우위태로운균형을유지하고있기때문이다.이균형이단한순간이라도미끄러지면,그때암에걸리게된다.
그러니여기서중요한점은바로이것이다.이모든존재들은잠재적으로위험하지만,그러나인간의세포와,인간이아닌다른모든존재들이협조함으로써,위험이관리되고,우리가살아있다는점이다.바로이덕분에,지금이순간에도의식을지닌‘나’라는존재가존재한다.이런내가죽고나면,내몸에있던많은존재들은아주잠시내몸을이용할것이다.불에태워지기전까지는말이다.그리고그이후에는,다시각자의길로흩어져갈것이다.
이렇게자기안에서벌어지고있는이모든과정을,우리는과연선(善)이라고말할수있을까?우리는흔히인간이아닌자연에대해‘섭리’라는말을사용한다.그런데섭리라고말하는순간,우리는사실상아무것도설명하지않겠다고결심하는것과다르지않다.
그러므로저자가주목하고자하는것은,우리의공동의존재조건이다.왜우리는박테리아와함께살게되었을까?이유는단순하다.잡아먹었기때문이다.
신은음식이필요하지않지만,인간은그렇지않다.우리는필멸의존재이다.생명체는모두필멸적이다.살아가기위해서는반드시무언가를먹어야하고,무언가를이용해야만한다.바로이점이,우리가공유하고있는존재론적조건이다.필멸한존재는혼자서완결될수없고,다른것들이절대적으로필요하다.
여기서‘절대적으로필요하다’는말은,단순히도움이된다는뜻이아니다.그만큼다른것들과의관계가생존의조건이라는뜻이다.그런데이러한관계들을전부하나로뭉뚱그려“섭리”라고말해버리면,그것은설명이라기보다는오히려덮어버리는말에가깝다.모든것을설명하는것처럼보이지만,사실은아무것도설명하지못한다.
그래서저자는이관계자체를‘정치’라고생각해보면어떨까?하는질문을던진다.왜냐하면이관계안에는언제나서로다른권력들이존재하기때문이다.고세균은상대적으로큰존재이고,잡아먹는쪽이다.박테리아는작은존재이고,잡아먹히는쪽이다.분명이둘은서로다른권력을가지고있다.그러나이관계는일방적인지배의관계도아니고,권력이작은쪽이일방적으로수동적으로굴복하는관계도아니다.함께산다는것은,그들사이의관계가이미매우정치적인관계로이루어져있다는뜻이아닐까?바로이질문이,이책을통해던지고자한도전적인과제다.
생태주의자들이종종“우리는원래평등한세계에살고있었고,그래서자연으로돌아가야한다”,“문명이시작되면서부터우리는몰락의길을걷기시작했다”라는식의가설을많이한다.그런데그렇다면이제무엇을하라는걸까?이러한이야기로는아무런실천적지침도만들수가없다.
중요한것은,이문제를선과악의이분법으로나누지않으면서,그원인을어떻게바라볼것인가하는것이다.이런접근이훨씬더중요하다.그래서더이상비인간들을,인간만의공동체인‘지구’를유지하기위한치안(police)의대상으로만바라보지말고,‘정치적파트너로생각해보면어떨까?’라고제안한다.언어가없는그들이어떻게정치적파트너가될수있느냐고물을수있지만,말은그저하나의의사소통수단일뿐이다.말이아니어도우리는서로의관계를알수있다.정치란관계를변화시키는것이다.그들을정치적파트너로생각한다면,‘우리는지금과는다른관계들을만들어나갈수있을것’이다.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생명학CLASS〉를기획하며
:오늘날우리는‘생명’이라는단어를자연스럽게사용하지만,그의미를깊이성찰할기회는많지않다.근대과학과서구적사유속에서정립된‘생명’개념은우리삶에깊숙이스며들었지만,동시에인간과자연,기계와생명의경계를엄격히구분하는이분법적사고를만들어냈다.그러나21세기들어기후위기,인구구조의변화,첨단기술의발전,인공지능(AI)의등장과같은거대한전환을맞이하면서,기존의생명관은더이상충분한설명력이없음을드러내고있다.이제우리는다시금묻는다.생명이란무엇인가?우리는생명을어떻게이해하고,어떤가치를부여해야하는가?생명과생명을잇는관계속에서돌봄과책임은어떤의미를가지는가?‘기술발전과함께생명윤리는어떻게변화해야하는가?
성균관대학교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의생명학CLASS시리즈는이러한질문에답하고자기획되었다.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는동아시아적전통속에서생명개념을탐구하고,현대과학기술및인문학적사유를융합하여생명의의미를재구성하는시도를이어가고자한다.이강연록은다양한학문분야의연구자들이주축이되어학술적,사회문화적관점에서생명을해석하고,현대사회가직면한생명관련난제들을조망하는내용으로구성된다.특히,현재더욱중요해지고있는‘돌봄(care)’과‘생명윤리(bioethics)’의가치에주목하며,생명과생명사이의관계성을조명한다.이시리즈를통해우리는근대적생명관의한계를넘어,‘돌봄’과‘생명윤리’를중심으로자연과인간,기술과생명의새로운관계를모색한다.생명에대한철학적,윤리적,사회적논의를확장함으로써,보다지속가능하고공생적인미래를설계하는데기여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