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성과 그의 문학세계 (일현 손광성 선생 미수기념집 | 양장본 Hardcover)

손광성과 그의 문학세계 (일현 손광성 선생 미수기념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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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한국 현대 수필문학을 대표하는 일현 손광성 선생의 미수기념집이다.
그동안 손광성은 수필을 통해 수필 장르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예술적 성과를 보여 준 한국 현대 수필작가를 대표하는 분으로, 피천득 선생으로부터 “손광성의 수필은 한 편 한 편이 모두 시”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러한 “손광성과 그의 문학세계”를 총망라한 문집으로서 이 책의 출간은 매우 유의미한 시도라 하겠다.

이 책은 7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 평론가가 본 선생의 문학세계, 나. 선생의 논문으로 읽는 문학세계, 다. 대담으로 읽는 선생의 문학세계, 라. 수필을 위한 선생의 새로운 시도, 마. 선생의 프로필, 바. 외국어로 번역된 선생의 작품(일어 8편, 영어 2편, 중국어 1편), 사. 선생의 저서와 서평 기사 등이다.
저자

일현수필문학회

목차

발간사4
연보9
화보Ⅰ11
화보Ⅱ303
불우재고책중수상량문不尤齋古宅重修上樑文312

가.평론가가본선생의문학세계

손광성孫光成의수필세계_권오만서울시립대교수21
묘사로구축한미의세계_김종완문학평론가34
손광성수필의예술성_김우종문학평론가ㆍ전경희대교수47
수필의예술성-손광성의〈달팽이〉의경우_김우종문학평론가ㆍ전경희대교수64
손광성수필에나타난이미지연구_이희자수필가ㆍ전에세이문학주간72
‘아니마’로캐는수필의미학_장백일문학평론가ㆍ국민대명예교수85
달팽이에서하늘잠자리까지_박양근문학평론가ㆍ부경대교수95
손광성의〈물소문진〉_안성수문학평론가ㆍ제주대명예교수102
바다를연주하는트럼펫_이향아시인ㆍ호남대명예교수125
일상을되돌아보게하는수필의힘_함지훈미술평론가139
제1회가천환경문학상수상작손광성수필집《달팽이》에대한심사평141

나.선생의논문으로읽는문학세계

해석解釋에서형상화形象化까지143
21세기한국현대수필의현황과전망152
대상을여는일곱개의열쇠163
한국현대수필문학사에서피천득수필의위상175
피천득수필깊이읽기181
문학이동양화기법을만났을때194
수필은무한히열려있는공간이다209
수필,진정성에뿌리를둔믿음직한나무211
좋은수필은올바른수필관에서나온다213

다.대담으로읽는선생의문학세계

영상매체시대문학의활로정목일217
지금은수필을꽃피우기에가장좋은K-Essay시대원정란222

라.수필을위한선생의새로운시도

수필전문지계간《에세이피아》의창간에서부터종간까지_손광성230
공연예술로서가능성을연수필낭송회_이송은일현수필낭송회장234

마.선생의프로필

서귀포에은거중인일현선생을흠선欽羨하며_한명희대한민국예술원회원237
강단에서는대쪽같은성품과엄격한문학기준,
일상에서는인간적인온기_최장순수필가ㆍ전에세이피아주간241
은연중에시인이신일현선생_정희승수필가246
우리아빠의뒷모습_손지안일현선생의장녀250

바.외국어로번역된선생의작품

일본어
三十一本目の薔薇사사히로코佐?紘子사이버한국외국어대교수254
この貧しい十一月を고정애시인ㆍ일어번역가257
海259
二人の友人261
薪割り268
美しい音272
水牛の文鎭275
二番目の三十才278
영어
FixingtheRoof이보경영어번역가282
Choppingwood287
중국어
劈柴尹昐昐291

사.선생의저서와서평기사296

출판사 서평

다음은우리나라유수의평론가와작가들이〈손광성의문학세계〉를집약해서표현한글이다.
#만약독자가가장아름다운글을쓰겠노라는야망을지닌수필가라면손광성의글은읽지않는것이좋다.읽고난다음,누군가그정상에이미깃발을꽂았다는사실이줄열패감에싸이지않기위해서다.-김종완문학평론가,에세이스트발행인

#손광성이물레를돌리고가마에구워낸수필이라는그릇에담긴것은그그릇만큼이나예술적아름다움을지닌것이다.그아름다움은도자기의조형적인아름다움만이아니다.그보다훨씬더인간존재의근원적고독이나삭막한사회적,문명적조건속에서인간이짊어지고있는아픔과고달픔을치유하고위안을주는그어떤것들이다.-김우종문학평론가,전경희대교수

#그는꿈꾸듯노동의아름다움을찬미한다.장작패기라는행위는그가최초에인식했던노동에대한무의식이되살아나면서쾌활하고건강한,남성적매력이넘치는역학적서정으로승화되는것이다.-이희자수필가,전에세이문학주간

#손광성은언어의장인이다.그의수필은언어의축제장이라고부를정도로모든사물과대상이살아숨쉰다.돌절구가투명한피돌기를하고어물전의생선은금방이라도바다로돌아갈듯꼬릴퍼덕인다.-박양근문학평론가,부경대명예교수

#손광성의수필〈물소문진〉은매우흥미롭고이채로운작품이다.문진을놓고펼치는기발한상상체험의이야기를감수성넘치는문장에실어들려주는상상수필의명편이다.-안성수문학평론가,제주대명예교수

#그의문장은섬세하고정확하다.그의통찰력은예리하고깊다.그리고세상과사람을바라보는눈길이따뜻하다.같은시대를살고있는비슷한연배로서그리고같이글을쓰는사람으로서손광성이라는이름은나를긴장하게하였다.아니,정직하게표현하자면그는나를주눅들게하였다.-이향아시인,호남대명예교수
#그를작고영롱한것에혼을빼앗긴사람으로만치부하는것은금물이다.그는혈육을북쪽에두고누님을따라월남한실향민이기전에어린나이에어머니를잃은박행한사람이다.그의수필에어두운그림자가어룽거리는것은그런상실감을채우지못한갈증때문이다.-권오만문학평론가,서울시립대교수

#〈수련〉은나에게깊은인상을남겼다.그것은한마디로“유레카!”였다.직감으로이작품이내가안고있는난제를해결해줄단서가될것임을알았다.산문으로도시를쓸수있다는사실을비로소깨달은것이다.그러니까고백하건대나는선생님을사숙한셈이다.-정희승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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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현손광성

작가,화가
1935년함경남도홍원군보현면방동리에서태어나1950년흥남철수때월남함.
서울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동국대학교교육대학원에서한국화를전공하였으며,동남대학객원교수와제6대한국수필문학진흥회회장및제33대국제PEN한국본부부이사장을지냄.
현재(사)한국문인협회와(사)한국수필문학진흥회고문이며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에출강하고있음.
지은책으로는《달팽이》《하늘잠자리》《손광성의수필쓰기》《작은것들의눈부신이야기》《꽃,그은밀한세계》가있으며,엮고옮긴책으로《아름다운우리고전수필》이있고,엮은책으로는《한국의명수필》과《세계의명수필》이있음.
제21회국제PEN문학상
제1회가천환경문학상
제11회대한불교미술대전현대화부문우수상
제11회현대수필문학대상수상
그룹전11회,개인전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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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이어서

셋째,비약이다.〈아름다운소리들〉을예로설명해보자.
“소리에도계절이있다.어떤소리는제철이아니면제맛이나지않는다”라는말로시작하고있다.의외의발상이다.
한여름의소리로폭죽과폭포와천둥소리를꼽는다.한여름에폭포는시원할것이고,천둥은대부분여름에치니그렇다하자.그러나폭죽은계절에관계없이축제때마다터뜨리니꼭여름에어울린다고할수만은없을것이다.그는밤하늘의불꽃을말하고있지않다.‘확’하고끼얹는화악냄새만이무기력에빠진우리들의심신에자극을더하기때문에여름에어울린다고생각한다.그러다갑자기“뻐꾸기며꾀꼬리는다어디로갔을까?”하고묻는다.순간나는뻐꾸기,꾀꼬리가떠나버린한여름의폭염이지겨워졌다.그소리도잊고살아온도시인의삶이너무가엾어졌다.
수면위로뛰어오르는물고기소리를들으며,“살아있다는것은언제나이처럼절실한것을”이라는문장의맨뒤에붙여논느낌표같은한마디에,나는억!하는외마디소리를지르고만다.
“성가는나의마음을승화시키고독경소리는나의마음을비운다.”
이것으로소小단락이끝나도된다.하지만한마디를덧붙여눈에환하게보이도록만들어버렸다.“가을하늘처럼비운다.”이제마음은구름한점없는가을하늘이되었다.
작가는비가내릴때면나나무스쿠리나케니지의소프라노색소폰을즐겨듣는것같다.보통의작가라면‘~좋아한다’로끝났을것이다.과연그의문장은어떨까?여기에서멈출까?그럴그가아니다.
소리를소리로끝내는것이아니라그것이그에게어떤영향을미치는가는바로이어서써놓는다.“애수어린그런소리를듣고있으면나는내나이를잊고,내차가낡았다는사실을잊고,젊은이처럼빗속을질주할때가있다.”작가는운전중이었던같다.방안에서듣고있다가질주의충동을느껴차를몰고나서지않았다는것이다행일뿐이다.

유년의소리들.“울긋불긋한천막과원숭이들과누런이를드러내고웃으며외발자전거를타던난쟁이가있던곡마단의나팔소리.”그곡마단에단발머리소녀가있었다.어찌그가그소녀를잊을수있을까.“나의단발머리소녀는아직도아득히높은장대위에서물구나무를서고있는데내머리칼은벌써반이나세었다.”생생히떠오르는유년의기억과덧없이지나가버린세월의간극을이보다더실감나게표현할수있는사람이또있을까.
하지만손광성이찾은아름다운소리의압권은침묵의소리다.소리를이야기하면서침묵을가장높게치는사람이바로손광성이다.

빈방,창밖엔밤비내리고
어디선가산과山果떨어지는소리

빈산에떨어지는산과한알이문득온우주를흔든다.존재의뿌리까지울리는이실존적물음을,천년전에는왕유王維가들었고지금은내가듣고있다.이런소리는빈방에서혼자들어야한다.아니면들어도들리지않는다.-〈아름다운소리들〉

그의비약은상황에따라서청각적인것을시각적으로,점층법으로,역전으로,비상으로나타난다.

넷째,뛰어난해석이다.이것은비유라할수없다.비유란추상적인것을구체화시킬때사용되는데,손광성은구체적인것을추상적·일반적으로만들때사용하기때문이다.
〈도다리의친절〉에서이미경험했듯이,도다리의생김새를보면서겸손,금욕,반란등으로
해석해내는것이다.장작을패면서,장작을패는것이기실은인생살이와똑같음을알게되고(〈장작패기〉),지붕의깨진기와를갈아끼우면서,그것또한‘삶의지혜찾기’와똑같음을알게된다.생활이곧도道란말인가.〈겨울갈대밭에서〉갈대를얘기하고있으나,다읽고나면갈대는사람으로변해있다.〈달팽이〉에서달팽이에대한뛰어난관찰에감탄하다보면그달팽이는작가자신이되어있다.

손광성문학의고향은어디일까?그의성정의뿌리는잃어버린유년의꿈의세계와어려서여읜어머니다.
그는어려서누나의손을잡고월남한실향민이다.그런데월남후의생활상이그의작품어디에도구체적인모습으로나타나있지않다.왜일까?유미주의자인그에게고단했던삶의모습은차마언급하기싫었을까?그가살았던삶의모습을간접적으로들여다볼수있는작품이〈달팽이〉다.〈달팽이〉에서작가는글의마지막에달팽이가바로작가스스로임을고백하고있다.새처럼비상하려는달팽이,가늘고긴목에서벌레소리같은어떤슬픈소리가나올것같지만,끝내아무소리도내지르지못하는달팽이.〈달팽이〉에서그달팽이는바로작가였던것이다.

여름도다끝나려는어느늦은저녁무렵이었다.그때나는달팽이의이상한몸짓을보았다.억새풀의제일높은끝에한방울의이슬처럼위태롭게맺혀있었다.목은길게솟아올랐고,조그만입은약간벌어졌으며,꽃의수술같은두개의눈은긴장되어있었다.마치노래를부르려는순간의어떤가수처럼,나뭇가지를떠나려는순간의새의자세처럼보였다.그러나아무소리도내지르지못했다.투명한달빛이조그만몸을비추고있었다.
밀폐된유리벽의저편에서키가작은한남자가울고있는것을나는보고있었다.
-〈달팽이〉

작가는달팽이를보면서“집이라도한칸있으니그나마다행이다”라고말한다.그러나그집도찬찬히뜯어보면허술하기이를데없다.시늉만해도바스라질것같은투명한껍데기일뿐이다.그집은그의고향이바다였다는증거다.“먼조상들중호기심많은한마리가어느날처음뭍으로올라왔다가그만길을잃고말았다.”달팽이는실향민의후예다.

잃어버린고향에대한그리움때문일까?육지에사는달팽이의목과눈은물달팽이의그것보다훨씬가늘고길다.슬픔도내림이라,수많은세월이흘렀는데도조상들의슬픔으로부터그들은자유로울수가없는모양이다.실향민의후예,달팽이는늘외로움을탄다.
어디좋은친구하나없을까?-〈달팽이〉

달팽이는뼈도없다.발달한것은감수성뿐이다.

민감하기로는미모사보다더하다.사소한자극에도몸을움츠리고이마를스치는바람에도고개를숙인다.비겁해서가아니다.예민해서요,수줍어서다.동물이라기보다식물에가깝다.(중략)
달팽이는언제나긴목을치켜들고길을떠난다.현실로부터탈출할수있는어떤비밀의문이라도찾고있는것일까.방황하는영혼,고독한산책자.(중략)
다만가시며그루터기며사금파리같은현실.맨살로밀며살아갈수밖에없는그런현실이그앞에놓여있을뿐이다.육체의고통이때로는영혼의해방을가져온다고믿는어느고행승과도같은그런표정으로그저묵묵히몸을움직일뿐이다.-〈달팽이〉

그는이세상을바스라질것같은집한채를등에지고맨살로밀며살아갈수밖에없었을것이다.그런그를지탱했던것은유년기의아름다운추억이다.추억은긴세월동안탈색되어현실감을상실한채아름다운세계로만존재하게된다.
우리가살던마을앞에는큰제재소가하나있었다.그곳에는소나무와전나무와이깔나무와그리고자작나무같은아름드리원목들이넓은공터에늘산더미처럼쌓여있곤했는데,그거목들만큼이나우람한어깨와완강한팔뚝을가진인부들이이마에땀을번득이면서사철목재를운반하고있었다.
“헹야.”
“헹야.”
“헹아라.”
“헹야.”
졸음을몰고오던단조로운반복음들.인부들의살갗에서풍겨오던저건강한땀냄새.그리고술취한사람의얼굴처럼벌겋게달아오른태양의열띤숨결.무엇이고다잘라버릴듯한기세로흰강철이빨을번쩍이던회전톱의위협적인웅얼거림.
원목을들이대면깊은잠에서기분좋게깨어나듯,거인의하품소리와도같이‘쏴아아아’하고후텁지근한여름공기를잘게가르며울려퍼지던상쾌한마찰음.그리고나무의마지막남은부분이둘로갈라질때,‘팡’하고터지던저경쾌한파열음.-〈냄새의향수〉

눈이많이오는나의고향에서는아름드리원목을실은기차가가파른함경선철로위를오르지못해서밤새올라갔다가는미끄러지고,다시올라갔다가는또미끄러져내려왔다.그런날밤은언제나그소리를들으며잠이들었는데꿈속에서도기차는올라갔다가미끄러지고,미끄러지고,미끄러지고….그러나아침에깨어서나가보면기차는어디로갔는지보이지않았다.-〈아름다운소리들〉

그리고그소리는조금철이들었을때미지의세상을향해떠나라는재촉의소리로들렸다.“떠나라!떠나라!외쳐대던저증기기관차의기적소리.목이잠긴그소리가얼마나우리의가슴을두근거리게했던가.”-〈아름다운소리들〉

그가여덟살에처음보았던바다는그의문학의영원한고향이다.
여덟살의사내아이였던내앞에전개되어있던나의최초의바다는몹시성이나있었고,발정기에든암말처럼번들거리며나를향해돌진해오고,또오고….그러다가는호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