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은4부로나누었다.
‘제1부마루에앉아있는난’은“겨울의냉기를다독이며햇살이들어오는쪽을바라보는”봄을향한존재들의묵도(默禱)다.그것들은“시샘할줄모르고,기쁜노래를부르며,마치참선하는수도승으로앉아”봄을피워내며존재를알린다.금잔화,장미,메꽃,벚꽃,진달래꽃들의유혹과쑥을캐고뻐꾸기까지불러낸그의유년의기억을따라가다보면봄으로물들어가는세상의메시지를읽을수있다.
‘제2부비오는날의그림’에서는강(江)이자주등장한다.“저녁강가에덩그러니서있는고니”에서“시한줄읊고싶은간절한꿈을이루”기위해강물을품는시인의모습이오버랩된다.시인은그“강변에서봄을찾고,얼굴마주하고손맞잡던그”도만난다.또“강기슭에옹기종기모여해바라기하고있는물오리가족”에서지난날자신의가족을떠올린다.젊은날의초상이요그리움이다.
‘제3부꽃은어느새열매를맺고’에는“무거운세월이고살아온날들”의그리움이묻어난다.“언땅에서꽃피운순백색매화꽃이,온몸으로땡볕을견디느라시들어간모종이,영혼을뒤흔들며울어대는매미들이,노을보다더붉은단풍잎이,눈내린뒷날신들린듯떠는눈꽃이”시인을울리고읽는이를울린다.자연을통해인생의사계(四季)를이토록절절하게표현할수있는시인이몇이나될까.
‘제4부겨울,그길목에서’는적막이흐른다.“간장을담다가물에스르르녹는흰알갱이”에서자신의삶을돌아보는시인의묵직한목소리에서한번더비상하고픈간절함이엿보인다.“꿈꾸듯꽃잎흩날리던시절”과“아무도흉내낼수없는간절함으로이겨울눈물로퇴고한시(…)내안으로찾아든인연”을굳건히지켜내며“생의한순간을”꼭붙들고창공을날아가는시인의염원이그것이다.
문금자시인은“무더운여름날시원한바람이행복”이고,“바람만아니라내게오는것은다행복이었다”고말한다.“외롭던어린날도,그외로움안고몸떨었던젊은날도,숱한고통의순간들을맛보게한시간들도,내영혼을살찌게빚기위한담금질이었다”고거침없이고백하고있다.이건아픔도시련도잘견뎌낸사람만이할수있는얘기다.사유와성찰의시간이만들어낸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