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기 로맨스 (양장)

쥐라기 로맨스 (양장)

$15.00
Description
“너무 짧아. 너무 짧아, 안녕과 안녕 사이가….”
최초의 꽃과 최후의 공룡이 조우한 쥐라기,
찰나와도 같은 3000만 년 동안의 로맨스
“너무 짧아. 너무 짧아, 안녕과 안녕 사이가….”
최초의 꽃과 최후의 공룡이 조우한 쥐라기,
찰나와도 같은 3000만 년 동안의 로맨스

중생대 백악기 말에는 ‘5차 대멸종’이라 불리는,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는 대재앙이 일어났다. 하지만 최후의 공룡인 디노의 모델이 된 바로사우루스는 그보다 더 전에, 쥐라기 시대부터 이미 천천히 멸종하고 있었다. 반면 자신을 ‘최초의 꽃’이라고 소개하는 플로라는 공룡시대에 나타나 백악기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종으로 번성한 속씨식물이다. 천천히 운명을 달리해가는 디노와는 반대로 플로라는 새로운 인생의 장을 열어갔던 것이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운명을 가진 두 종이 스쳐 지나갔던 쥐라기 말을 배경으로, 그들에게는 찰나와도 같았던 3000만 년 동안의 로맨스를 그렸다.
디노에게 플로라는 자신을 공룡이라고 소개했는데도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는 유일한 이였고, 모두에게 무시당하던 플로라에게 디노는 인사를 선뜻 받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였다. 두 인물은 서로에게 유일무이한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은, 변화하는 환경은 디노와 플로라가 오랫동안 서로만을 바라보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공룡의 시대는 저물어갔고, 플로라는 유시류 즉 날개가 있는 곤충류인 버기를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생을 살아가야 했다. 마음은 서로에게 있지만 본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와 종족의 운명으로 인해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는 두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변화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두 인물의 서사에 깊은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로사우루스인 디노, 속씨식물 플로라, 유시류 버기,
그리고 포유류인 모로의 1억 3000만 년 전의 생존기

디노와 플로라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각자의 삶에, 주어진 운명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디노는 종족의 마지막 후예였고, 플로라는 종족의 시작을 알리는 속씨식물이었다. 디노는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플로라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디노는 플로라가 디노를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저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플로라를 원망할 수도, 자신의 처지를 비난할 수도 없었다. 모로에게 얄팍한 기회주의자라고 정의되는 버기는 스스로를 ‘영리한 사업가’라 칭한다. 플로라와 자신이 서로 가진 것을 나누면 각자가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때문에 디노와 플로라가 맺어질 수 없는 현실이 더욱 부각되지만 버기가 나쁜 인물인 것은 아니다. 곤충류인 버기 또한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여 대자연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선택을 한 것뿐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모로는 공룡시대에는 그리 주목받는 종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생대 백악기 말, ‘5차 대멸종’ 속에서 살아남으로써 진화에 속도가 붙었고, 아주 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지구의 주인공이 되었다. 디노처럼 거대하지도 않고 플로라처럼 수많은 동족을 만들 수도 없고 버기처럼 날지도 못하지만 오래도록 살아남아 1억 3000천 번이나 봄을 맞이하며 플로라가 피고 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들이 함께 있었던 쥐라기 시대는 생존과 멸종이 몇 번이나 거듭된, 결코 로맨틱하다고 표현할 수 없는 시기였다. 그러나 디노, 플로라, 버기, 모로는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내었고 각자의 방법으로 사라지거나 생존하기를 택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은 가늠할 수조차 없을 만큼 오랜 시간 전, 지구상에 존재했던 종들의 생을 가만히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도서는 제8회 경기 히든작가 선정작입니다.
선정내역
제8회 경기 히든작가 선정작

저자

조성주

저자:조성주
가평의숲속에산다.간간이이야기를짓는다.분석적기획자이자몽상적창작자이다.

그림:박우서
제품디자이너이다.시각적표현을통해이야기를더욱풍부하게만드는삽화작업에새로운관심을쏟는중이다.

목차

쥐라기로맨스…10
덧붙이는글…149

출판사 서평

바로사우루스인디노,속씨식물플로라,유시류버기,
그리고포유류인모로의1억3000만년전의생존기

디노와플로라는서로를사랑하지만각자의삶에,주어진운명에순응할수밖에없었다.디노는종족의마지막후예였고,플로라는종족의시작을알리는속씨식물이었다.디노는끝을향해달리고있었고플로라는새로운시작을맞이하고있었다.그렇기에디노는플로라가디노를받아들였다는이야기를듣고도그저담담히현실을받아들일수밖에없다.플로라를원망할수도,자신의처지를비난할수도없었다.모로에게얄팍한기회주의자라고정의되는버기는스스로를‘영리한사업가’라칭한다.플로라와자신이서로가진것을나누면각자가원하는사업을할수있다고주장하며.그때문에디노와플로라가맺어질수없는현실이더욱부각되지만버기가나쁜인물인것은아니다.곤충류인버기또한자신의운명에순응하여대자연의변화속에서살아남기위해,자신의자리를찾기위해선택을한것뿐이니말이다.

마지막으로이모든상황을지켜본모로는공룡시대에는그리주목받는종이아니었다.하지만중생대백악기말,‘5차대멸종’속에서살아남으로써진화에속도가붙었고,아주긴시간이흐른뒤에는지구의주인공이되었다.디노처럼거대하지도않고플로라처럼수많은동족을만들수도없고버기처럼날지도못하지만오래도록살아남아1억3000천번이나봄을맞이하며플로라가피고지는모습을보게된다.그들이함께있었던쥐라기시대는생존과멸종이몇번이나거듭된,결코로맨틱하다고표현할수없는시기였다.그러나디노,플로라,버기,모로는각자의자리에서치열하게살아내었고각자의방법으로사라지거나생존하기를택했다.이이야기를통해우리들은가늠할수조차없을만큼오랜시간전,지구상에존재했던종들의생을가만히그려볼수있을것이다.

이도서는제8회경기히든작가선정작입니다.

책속에서

플로라는태양이좀더높이솟을때쯤도착할것이다.머지않아동족들을이끌며대지를뚫고나타나환하게미소지을플로라를생각하니참으려해도자꾸만코가움찔거린다.그리고마치정해진순서처럼한친구의모습이뒤이어떠오른다.지나간1억3000만번의봄을맞을때마다나는그친구를대신하여플로라의모습을지켜보았다.디노.그는위대한종족의초라한후예였다._11~12쪽

디노는작은소리를따라땅을내려다보았다.주변에있는것들과는전혀다르게생긴이상한풀이보였는데아마도그것이자신을향해소리치고있는것같았다.디노는우선발을고쳐디뎠다.그러고는그풀을가까이에서보기위해고개가바닥에닿을만큼천천히내렸다.마치깊은물속으로가라앉는듯한느낌이들면서약간의현기증이났다._31쪽

디노는안타까웠다.그녀를어떻게이해시킬수있을까.마주치는모든자들이공포에떨며자신을바라볼때의서글픔을어
떻게말할수있으며,아무리숨고싶어도숨을수없는거대한자의절망감은또어떻게표현할수있을까.
―맞아.난너하고는달라….
디노의말에플로라는더욱발끈했다.(…)
―이젠날좀혼자있게해줘.
디노는거북했다.뭔가얘기가잘못흘러가고있다는생각이들었고이런식으로대화를끝내고싶지않았다.하지만어떻게해야하는지알수가없어서힘없이발걸음을돌렸다._84~85쪽

―난‘영리한사업가’라고했잖아.세상을좀알지.
여전히당황한상태였지만플로라는그의말이무슨뜻인지궁금해서견딜수가없었다.(…)
―안심해.이건공평한거래야.어렵지도않아.그냥날받아들이기만하면돼.그럼넌‘번성하는능력’을가지게될거야.우리같이저들판을가득채워보자고.
―내가너를어떻게믿을수있겠어?난최초의꽃이야.
―최후의꽃이될수도있겠지._91~92쪽

디노의편안한태도가주는불길함때문에내마음은날카로운가시덤불비탈을굴러내리듯고통스러웠다.하지만한없이깊어진그의눈동자앞에서아무런말도나오지않았다.(…)다시한번디노는거대한몸을일으켰다.그가온전히일어서는데는시간이한참이나걸렸다.그모습을그저지켜보고서있는무기력하고보잘것없는내자신이한없이원망스러웠다.(…)입을굳게다물고있던나는그를위해내가할수있는최고의선물을주었다.
―머지않아아주춥고긴겨울이올거야.플로라를걱정하지는마.그녀는이제강해졌어.작은씨앗이되어땅속에서추위를나는법을깨닫게되었거든._132~133쪽

―플로라,난네이름이정말좋아.
앙상해진나무와바위들사이로그의목소리가메아리처럼돌다스며들었다.말을마친디노는방금까지있었던그높은곳으로부터느릿느릿무너져내렸다.누구보다도거대했던그의몸은엄청난울림만을남긴채돌과흙을가르며깊이박혀버리고말았다.앙상한가지만남은키다리나무숲은오래도록슬프게흔들렸다.이제는결코자신의곁을떠나지않을디노의모습을바라보며플로라는나직이속삭였다.
―너무짧아.너무짧아,안녕과안녕사이가…._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