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나비넥타이 매고 “이게 뭡니까”라고 외치던 산남(山南) 김동길(金東吉·1928~2022) 선생의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편하게 만날 수 있었던 선생의 홈페이지 ‘석양에 홀로 서서(www.kimdonggill.com)’도 지금은 열리지 않는다.
서울대 정치학과 최명(崔明·82) 명예교수는 매주 월요일 마다 ‘석양에 홀로 서서’에 글을 올렸다. 2020년 4월 중순부터 만 2년 반 동안 이어졌다. 코너 이름은 ‘이 생각 저 생각’. 재미와 교양이 가득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산남 선생에 대한 그리움에, 그리고 한 편씩 공들여 쓴 글이어서 미련이 남았다. 최근 이 글을 모두 묶어 556쪽에 이르는 《이 생각 저 생각》을 펴냈다.
1. 저자 최명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법학사, 1962년)를 졸업했다. 또 미국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정치학석사, 1967년; 정치학박사, 1970년), 미국 Monmouth College 전임강사(1969~1970년),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 조교수(1972~1975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학과 조교수𐄁부교수𐄁교수(1975~2006)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다.
《현대중국의 정치》(1974), 《현대중국의 이해》(1975), 《미국정치론》(1975), 《비교정치학서설》(1979, 1985, 1998), 《소설이 아닌 삼국지》(1994), 《소설이 아닌 林巨正》(1996), 《춘추시대의 정치사상》(2004), 《나의 글 나의 정치학》(2006), 《술의 노래》(2014), 《술의 반란》(2018), 《몸과 마음》(2021), 《정치분석입문》(2021) 등의 저서와 《비교국가론》(1985), 《민주국가론》(1985), 《중국정치사상사》(1988, 1999) 등의 역서가 있다.
2. 《이 생각 저 생각》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
신간 《이 생각 저 생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똬리에 똬리를 틀고 있다.
무애(无涯) 양주동(梁柱東·1903~1977)의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1960),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1898~1961)의 《酩酊四十年(명정사십년)》(1953), 후지와라 데이(藤原 貞)의 실록 《흐르는 별은 살아있다》를 번역한 정광현(鄭廣鉉)의 《내가 넘은 삼팔선(三八線)》(1949), 후지와라 마사히코(藤原 正彦·1943~)의 여러 편의 글과 논문들,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1888~1955)의 《우도(友道)》, 천리구(千里駒) 김동성(金東成·1890~1969)의 《미주(米洲)의 인상(印象)》 등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여러 화제(話題)에 담긴 이야기마다 최 교수는 유려한 문체로 ‘이 생각 저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는데 그 깊이와 넓이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평생 학자로 쌓아올린 지적(知的) 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능한 독자라면 하룻밤 사이에 한 자리에 앉아 550쪽이 넘는 책을 다 읽을 수도 있을 만큼 흥미롭다.
3. 양주동의 술 이야기
《이 생각 저 생각》에는 양주동 선생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나온다. 자칭 국보(國寶)였던 무애의 이야기 중에 술[酒]을 빼놓을 수 없다.
무애는 술 잘 먹는 DNA를 갖고 태어났는데 아버지를 닮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문재(文才)와 산재(算才)에 뛰어났다. 여기에 평생 술을 좋아하여 하루에 삼백배(三百杯)를 마시는 대주호였다. ‘술로 말미암아 아버지는 내가 다섯 살 때 뜻밖의 횡액으로 세상을 떠났거니와, 그 문(文)과 산(算)과 주(酒), 삼장(三長)을 고스란히 내개 물려준 것은 슬프고도 고마운 일’이라고 무애는 아버지를 기렸다.
다섯 살엔 아버지 잔의 술을 빨아마시던 철음(啜飮)이, 열 살에는 광에서 훔쳐 마신 도음(盜飮)으로 발전했고, 열한 살에는 모음(募飮)으로 진보했다.
4. 변영로의 술 이야기
무애의 《문주반생기》와 함께 수주 변영로의 《명정사십년》 역시 왕년 주당(酒黨)들의 애독서다. 수주 이야기도 흥미롭다.
수주 역시 대단한 애주가였다. 수주가 5~6세였을 무렵, 술이 먹고 싶어 어른에게 청해 보았자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술을 훔쳐마시기로 작정하였다.
술독 앞에 다다랐지만 술독이 높았다. 그래, 책상과 궤짝 등을 포개어 놓고 기어오르다가 그만 실족하여 떨어지고 말았는데 얼마나 다쳤는지 아프다고 우는 통에 난리가 났다. 곡절을 안 자당은 등반에 실패한 그 독에서 표주박으로 술을 가득 떠서 주셨다고 한다. 감격해서 마셨을 것이다.
5. 후지와라 데이 이야기
《이 생각 저 생각》에서 최명 교수는 후지와라 데이가 쓴 《흐르는 별은 살아있다》의 국내 번역서인 《내가 넘은 삼팔선》을 길게 인용한다.
이 책은 주인공 후지와라 데이가 남편과 이별한 후 혼자 여섯 살, 세 살, 생후 1개월 된 아이 셋을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겪은 실록이다. 날품팔이를 해가며 평안도 선천에서 부산까지, 그리고 송환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고향에 가기까지 긴 여정을 담고 있다.
6. 후지와라 마사히코의 교육론
최명 교수가 《내가 넘은 삼팔선》을 소개한 것은 데이의 둘째 아들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지와라 마사히코가 쓴 〈읽고 쓰기 주판으로 밖에 인간을 만들 수 없다〉 등등의 논문을 읽고 ‘이 생각 저 생각’을 드러낸다.
2차 세계대전 전의 일본에는 〈교육칙어(敎育勅語)〉란 것이 있었다. 국체(國體)라는 말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되고 ‘공(公)’의 개념이 강조되었다. 전쟁이 끝나면서 전후의 〈교육기본법〉은 그 반동으로 ‘개인의 존엄’과 ‘개인의 가치’를 내세웠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지만, 새로운 움직임은 과거의 판단기준을 완전히 마비시켰다고 한다. 아이들의 ‘버릇없는 짓’이 무슨 대단한 ‘개성’인 것으로 존중되었다는 것이다.
7. “수학에 몰두하면 미적 감수성이 발달”
읽기를 통한 지식습득에만 만족해선 안 된다. 후지와라 마사히코에 따르면 “주판(籌板)이 더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판은 산수를 말한다.
읽기와 계산 연습은 뇌의 전두전야(前頭前野)에 혈액을 증가시킨다. 전두전야는 대뇌의 앞부분인 이마 근처인데 사람의 개성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지혜를 늘리는 기능도 한다.
사람들이 흔히 수학에 몰두하면 논리의 힘이 증대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게 아니라 미적 감수성이 발달된다. 미적 감수성은 독창력과 관계가 있다. 수학천재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모국어와 계산력을 가르친 결과다.
8. 사람을 다루는 기술 3가지
최 교수는 데일 카네기의 국내 번역서인 《우도(友道)》를 자세히 다룬다. 8·15 해방 이후 연세대 신과대학 이환신(李桓信·1902~1984) 교수가 번역한 책이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인간관계의 기술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 최명 교수의 말이다.
편하게 만날 수 있었던 선생의 홈페이지 ‘석양에 홀로 서서(www.kimdonggill.com)’도 지금은 열리지 않는다.
서울대 정치학과 최명(崔明·82) 명예교수는 매주 월요일 마다 ‘석양에 홀로 서서’에 글을 올렸다. 2020년 4월 중순부터 만 2년 반 동안 이어졌다. 코너 이름은 ‘이 생각 저 생각’. 재미와 교양이 가득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산남 선생에 대한 그리움에, 그리고 한 편씩 공들여 쓴 글이어서 미련이 남았다. 최근 이 글을 모두 묶어 556쪽에 이르는 《이 생각 저 생각》을 펴냈다.
1. 저자 최명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법학사, 1962년)를 졸업했다. 또 미국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정치학석사, 1967년; 정치학박사, 1970년), 미국 Monmouth College 전임강사(1969~1970년),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 조교수(1972~1975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학과 조교수𐄁부교수𐄁교수(1975~2006)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다.
《현대중국의 정치》(1974), 《현대중국의 이해》(1975), 《미국정치론》(1975), 《비교정치학서설》(1979, 1985, 1998), 《소설이 아닌 삼국지》(1994), 《소설이 아닌 林巨正》(1996), 《춘추시대의 정치사상》(2004), 《나의 글 나의 정치학》(2006), 《술의 노래》(2014), 《술의 반란》(2018), 《몸과 마음》(2021), 《정치분석입문》(2021) 등의 저서와 《비교국가론》(1985), 《민주국가론》(1985), 《중국정치사상사》(1988, 1999) 등의 역서가 있다.
2. 《이 생각 저 생각》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
신간 《이 생각 저 생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똬리에 똬리를 틀고 있다.
무애(无涯) 양주동(梁柱東·1903~1977)의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1960),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1898~1961)의 《酩酊四十年(명정사십년)》(1953), 후지와라 데이(藤原 貞)의 실록 《흐르는 별은 살아있다》를 번역한 정광현(鄭廣鉉)의 《내가 넘은 삼팔선(三八線)》(1949), 후지와라 마사히코(藤原 正彦·1943~)의 여러 편의 글과 논문들,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1888~1955)의 《우도(友道)》, 천리구(千里駒) 김동성(金東成·1890~1969)의 《미주(米洲)의 인상(印象)》 등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여러 화제(話題)에 담긴 이야기마다 최 교수는 유려한 문체로 ‘이 생각 저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는데 그 깊이와 넓이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평생 학자로 쌓아올린 지적(知的) 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능한 독자라면 하룻밤 사이에 한 자리에 앉아 550쪽이 넘는 책을 다 읽을 수도 있을 만큼 흥미롭다.
3. 양주동의 술 이야기
《이 생각 저 생각》에는 양주동 선생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나온다. 자칭 국보(國寶)였던 무애의 이야기 중에 술[酒]을 빼놓을 수 없다.
무애는 술 잘 먹는 DNA를 갖고 태어났는데 아버지를 닮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문재(文才)와 산재(算才)에 뛰어났다. 여기에 평생 술을 좋아하여 하루에 삼백배(三百杯)를 마시는 대주호였다. ‘술로 말미암아 아버지는 내가 다섯 살 때 뜻밖의 횡액으로 세상을 떠났거니와, 그 문(文)과 산(算)과 주(酒), 삼장(三長)을 고스란히 내개 물려준 것은 슬프고도 고마운 일’이라고 무애는 아버지를 기렸다.
다섯 살엔 아버지 잔의 술을 빨아마시던 철음(啜飮)이, 열 살에는 광에서 훔쳐 마신 도음(盜飮)으로 발전했고, 열한 살에는 모음(募飮)으로 진보했다.
4. 변영로의 술 이야기
무애의 《문주반생기》와 함께 수주 변영로의 《명정사십년》 역시 왕년 주당(酒黨)들의 애독서다. 수주 이야기도 흥미롭다.
수주 역시 대단한 애주가였다. 수주가 5~6세였을 무렵, 술이 먹고 싶어 어른에게 청해 보았자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술을 훔쳐마시기로 작정하였다.
술독 앞에 다다랐지만 술독이 높았다. 그래, 책상과 궤짝 등을 포개어 놓고 기어오르다가 그만 실족하여 떨어지고 말았는데 얼마나 다쳤는지 아프다고 우는 통에 난리가 났다. 곡절을 안 자당은 등반에 실패한 그 독에서 표주박으로 술을 가득 떠서 주셨다고 한다. 감격해서 마셨을 것이다.
5. 후지와라 데이 이야기
《이 생각 저 생각》에서 최명 교수는 후지와라 데이가 쓴 《흐르는 별은 살아있다》의 국내 번역서인 《내가 넘은 삼팔선》을 길게 인용한다.
이 책은 주인공 후지와라 데이가 남편과 이별한 후 혼자 여섯 살, 세 살, 생후 1개월 된 아이 셋을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겪은 실록이다. 날품팔이를 해가며 평안도 선천에서 부산까지, 그리고 송환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고향에 가기까지 긴 여정을 담고 있다.
6. 후지와라 마사히코의 교육론
최명 교수가 《내가 넘은 삼팔선》을 소개한 것은 데이의 둘째 아들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지와라 마사히코가 쓴 〈읽고 쓰기 주판으로 밖에 인간을 만들 수 없다〉 등등의 논문을 읽고 ‘이 생각 저 생각’을 드러낸다.
2차 세계대전 전의 일본에는 〈교육칙어(敎育勅語)〉란 것이 있었다. 국체(國體)라는 말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되고 ‘공(公)’의 개념이 강조되었다. 전쟁이 끝나면서 전후의 〈교육기본법〉은 그 반동으로 ‘개인의 존엄’과 ‘개인의 가치’를 내세웠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지만, 새로운 움직임은 과거의 판단기준을 완전히 마비시켰다고 한다. 아이들의 ‘버릇없는 짓’이 무슨 대단한 ‘개성’인 것으로 존중되었다는 것이다.
7. “수학에 몰두하면 미적 감수성이 발달”
읽기를 통한 지식습득에만 만족해선 안 된다. 후지와라 마사히코에 따르면 “주판(籌板)이 더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판은 산수를 말한다.
읽기와 계산 연습은 뇌의 전두전야(前頭前野)에 혈액을 증가시킨다. 전두전야는 대뇌의 앞부분인 이마 근처인데 사람의 개성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지혜를 늘리는 기능도 한다.
사람들이 흔히 수학에 몰두하면 논리의 힘이 증대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게 아니라 미적 감수성이 발달된다. 미적 감수성은 독창력과 관계가 있다. 수학천재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모국어와 계산력을 가르친 결과다.
8. 사람을 다루는 기술 3가지
최 교수는 데일 카네기의 국내 번역서인 《우도(友道)》를 자세히 다룬다. 8·15 해방 이후 연세대 신과대학 이환신(李桓信·1902~1984) 교수가 번역한 책이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인간관계의 기술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 최명 교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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