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이겨낸피아니스트이경미의‘행복한치매’간병기
딸넷에막내아들하나,5남매의둘째인피아니스트이경미는안과의사인남동생과함께살면서부모를모시고있다.치매에걸린어머니를보살핀지올해로15년이됐다.그가이번에책을내는이유는“한번걸리면금방죽는줄아는병이라고생각하는사람들에게치매환자도이겨낼수있고,행복할수있다는걸알리고싶어서”이다.
이경미는노스캐롤라이나음악원과뉴잉글랜드음악원을졸업하고,뉴욕링컨센터주최‘모차르트서거200주년기념공연’,러시아‘백야음악제’등초청연주를통해주목받기시작해러시아문인아카데미로부터외국인으로서처음최고예술상을받은피아니스트다.음악밖에모르던그는현재환갑이넘어기력이부치지만어머니의간병에전념하고있다.
신간은이경미어머니의옛이야기로시작된다.어머니의고향은북한평양.어릴적음악영재로발굴돼재능을인정받아모스크바국립예술원의입학허가서를얻었으나곧바로6.25가터졌다.고등학교1학년때피아노책만들고남한으로건너온이야기부터어머니만을바라보는‘해바라기’아버지를만나5남매를낳아키우고치매에걸리기전까지한여자의인생을담았다.
치매에걸린어머니…“5남매키워낸여장군”
15년전갑자기무방비상태로찾아온어머니의치매는이경미와가족모두에게충격그자체였다.당시에치매라는병이널리알려지지않았고,치매환자를바라보는사회인식도그리좋지않았으며,병에관련된정보가많이없어갈팡질팡헤매기도했다.
이경미자신이피아니스트로성공하는데일등공신은어머니였다.어머니에게피아노를배운후더공부하고자17세에미국에갔지만배울게마땅히없었다.손이작은그에게미국인선생님들은‘이작은손으로피아노를어떻게치니?’물으며신기해했지만,작은손으로어떻게피아노를쳐야하는지는가르쳐주지않았다.
유방암걸린딸못알아봐섭섭하기도…좌절의시간
어머니가치매에걸리고첫5년은생활이뒤죽박죽이었다.한순간에어머니가아닌인간오이숙이된거였다.세월이가도늙지않을줄알았던,본보기인어머니가치매에걸린현실을인정하지못했던이경미는스스로를용서할수없었다.‘어떻게하면예전으로되돌릴수있을까’에만사로잡혀있다보니더복잡해지고서로감정이부딪혀힘겨웠다.그렇게시행착오를겪으면서조금씩평화를찾아갔다.
이경미는반려견을대하는친언니를보면서어머니에대한생각을바꾸게됐다.그의친언니가때때로두마리의반려견을자식들보다도아끼는듯한모습에서‘동물한테도저렇게사랑을주는데내엄마인데더잘해줘야지’하며반성했고,어머니를대하는태도와마음가짐을고쳐잡았다.
결혼안해자식없지만…어머니돌보며강한모성애느껴
“이숙아~이숙아~아이예뻐라.누구닮아서이렇게예쁘나~”
이경미와그의남동생은‘큰아기’육아에푹빠져지낸다.‘엄마’라고부르는대신‘오이숙’이름세글자를다정히부르고,지극정성으로돌본다.어머니의모습을찾지않고딸로받아들이기까지10년이걸렸다.
음악가는음악을통해사람의마음을움직이는힘을갖고있다.말을배우기전3~4세때부터피아노건반을두드리며세상과교감하는법을배웠고음악만바라보며살았던이경미.오랜세월음악으로타인에게위로와힘이되고자했다면,이제음악의힘을어머니에게‘올인’하고싶다.
엄마와의‘기억찾기추억여행’…15년째삶의원동력
옛날을기억하는어머니를보며이경미는삶의원동력을얻는다.어릴적일본에서잠시자랐던그는어머니가기억하길바라는마음으로일본도쿄에있는어머니가좋아하던백화점에모시고갔고,기억을해내는어머니를보면서본격적으로함께‘추억여행’을다니기시작했다.
유방암을이겨내는고통스러운과정끝에완치판정을받은이경미는가족의사랑으로삶의의미를일깨우고의지를찾는소중한계기를얻었다.‘언제나강한존재’였던어머니가치매에걸렸고당연하게생각하던부모의사랑이큰헌신이라는걸깨달은순간다짐했다.‘이제는내가엄마가돼엄마곁에있겠다’고.
신간<엄마의자장가>가누군가의삶에희망이되길바라며오늘도어머니곁을묵묵히지킨다.모차르트의명언‘사랑,사랑만이천재를만드는지름길’에서영감을받은‘사랑,사랑만이해결책’을실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