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의학의장구하고거대한흐름…한권의기록으로돌아오다
의술을넘어선사유,인산을읽다
인산탄신117주년을기념해출간된《인도仁道-상의上醫인산仁山행적기》는불세출의신의(神醫)라불렸던인산김일훈선생이걸어온삶의궤적을따라가며‘사람을살린다는것’의의미를조용히되묻는다.시대의격랑과고초를지나자연속에서완성된그의의술은민초를향한실천으로이어졌고,그삶은결국‘신의(神醫)’‘의황(醫皇)’이라는이름으로남았다.
저자이자인산김일훈선생의차남인김윤세인산가회장은매거진《인산의학저널》등다양한매체에40여년에걸쳐발표한인산선생에관한글들을선별해하나의서사로엮어냈다.서로다른형식으로흩어져있던기록들이한권으로집약되면서,인산의사상과실천은비로소하나의흐름속에서일관되게읽힌다.
저자는인산선생이평생에걸쳐체득한‘신약(神藥)’과‘인술(仁術)’의본질이단편적으로이해되어온한계를넘어,생명관과자연관,그리고활인구세(活人救世)의실천이하나의체계로연결되어있음을밝혀내고있다.동시에아들의시선에서바라본아버지인산은‘생이지지의혜안’을타고난존재이자,그깨달음을가난한민초를위해사용한실천적지식인의모습으로그려진다.따라서이책은단순한회고록을넘어,사상적유산을온전히전하고계승하려는책임의식으로완성된작업의결과라할수있다.김윤세회장은이책의집필동기와목적에대해이렇게밝힌다.
“선친이평생실천한상의(上醫)의삶을우리사회에온전히전하는일은늘제숙제였습니다.그동안왜곡된시선속에서글쓰기를자제해왔지만,선친의뜻과업적을올바르게전하는일이더중요하다고판단했습니다.이책을통해그거룩한생애의한편린이나마바르게전해지기를바랍니다.”
시대를건너며완성된인산의길
이책은인산선생의생애를크게세개의시대적흐름으로분류한다.첫째는일제강점기와항일의시대다.인산은생이지지의혜득을통해유년시절부터비범한면모를보이며명의이자유학자인조부로부터깊은사랑을받는다.16세어린나이에고향을떠나광복군이되어만주와백두산,연해주일대를넘나들었고,일경의검거와포위망을피해20년동안도피와은거를반복해야했다.이시기는단순한생존의시간이아니라,자연과우주를관찰하며생명의근원을탐구한사유의축적기였다.어린시절부터드러났던직관적통찰은이시기를거치며더욱심화되고체계화된다.
둘째는해방이후와6·25전쟁그리고국가체제형성기의좌절이다.인산선생은자신이구축한의학체계를사회적제도안에서구현하고자했으나,당시의의료환경과국가정책은이를받아들이지않았다.이는단순한배제라기보다,서로다른인식체계가충돌한결과에가까웠다.이경험은깊은실의로이어졌지만,동시에인산의의론이제도밖에서더욱독자적인길을걷게되는계기가된다.
셋째는계룡산과함양으로의낙향과서울생활,그리고다시함양으로이어지는1960년대이후의완성과집성의시기다.인산선생은자연속에거처를두고우주와생명의상관관계를깊이탐구하며,약초와동식물,자연순환의원리를결합해‘신약’체계를완성해나간다.죽염과쑥뜸법,유황오리,활인핵(活人核)오핵단(五核丹)으로이어지는처방은단순한치료기술을넘어선자연의론의실천적결과였다.수많은치료를거친후에도완치하지못하고더이상길이없다고생각한병자들이마지막선택으로인산선생을찾았고,그의거처는삶과죽음의경계에서생의영역으로돌아오는‘생명의나루’가되었다.
이과정에서드러나는인산선생의의술은무엇보다‘대가를요구하지않는실천’이라는점에서특별하다.그는환자들에게어떤보상도바라지않았고,스스로만든약제와탕약을아낌없이내놓았다.그러나그이면에는그가평생80번이나거처를옮겨야했고,함지박을깎아생계를이어가야했으며,가족들또한헐벗고궁핍한삶을감내해야했다는안타까운현실이있다.그럼에도인산선생은의술을생계의수단으로삼지않았다.사람을살리는일앞에서개인의안락이나소유는부차적인것이라는신념이그의삶을지배했다.이러한태도는그를민초들의고통을함께짊어진‘의황(醫皇)’으로자리매김하게한다.
이책은인산선생의삶을영웅적신화로만기술하지않는다.혼란과역경의시대속에서더나은세상을이루고자했던한인간이때로겪어야했던좌절,그리고다시이어지는희망이입체적으로드러난다.또한서울을지로의시중한의원과충무로성혜한의원을운영하던시절,소경이눈을뜨고앉은뱅이가일어섰다고전해지는기적의일화들은입으로전해지는전설이아니라,당시사람들에게인산선생이어떤존재로인식되었는지를보여주는생생한현장이었다.
사람살리는일,그한가지를위해
부록에수록된1980년대언론인터뷰기사역시중요한의미를지닌다.《여원》《월간경향》등에실린기사들은인산선생을‘기인’이자‘신의’로기록한다.함양인산농장의소박한풍경,계곡과산딸기향기까지담아낸현장묘사,그리고자연속에서이어지는치료와연구에관한글은하나의문학처럼읽힌다.병원에서손을놓은환자들이마지막으로찾아와다시삶을이어갔다는증언과함께,인산의확신에찬식견과인술은시대가왜그를의황으로불렀는지를설득력있게전한다.
이책의여러지면에는저자김윤세인산가회장의생생한체험이담겨있다.병든환자들을위해자신의삶을내어주던아버지의뒷모습,그리고죽음의문턱에서부친의한마디음성을듣고다시살아났던기억등은단순한회상이아니라이책전체를관통하는정서적기반이된다.인산선생은저자에게아버지였지만,동시에세상의수많은병자를살리고자했던‘모든중생의스승’으로기억된다.이처럼이책은한사람의전기를넘어선다.그것은‘사람을살린다는것’의의미가무엇인지를입증하는기록이며,의술이기술이아니라사유이고,그사유는반드시실천으로완성돼야한다는점을보여주고있다.
특히책의끝부분에서소개되는두부자의죽염산업화에대한소망은진한감동을자아낸다.인산선생은차남김윤세회장에게‘죽염산업화’를권고하며그것이결코이익을추구하는사업이아니라‘사람을살리는인업仁業’이되어야함을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