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시 (양장본 Hardcover)

13월의 시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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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3월의 시』는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상규 시인의 시집이다. 시인의 시가 지향하는 것은 원래 시의 고향이었던 주술과 마법으로서, 시를 만든 그 원천으로 돌아가려는 태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원래 주술은(나중에는 마법이 되고 마술이 되었다) 누군가와 무엇을 축복할 수도 있고, 누군가와 무엇을 저주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주술은 우리의 생명과 같은 것이었다. 생명을 지키거나 생명을 없애는 것, 그것이 바로 주술이었다. 그런 힘들을 향한 믿음은 그의 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자

이상규

저자이상규는시인이상규는경북영천태생으로1978년『현대시학』을통해등단하였다.시집으로『종이나발』(둥지),『대답없는질문』(살림),『헬리콥터와새』(고려원),『불꽃같이타오르는낙엽』(글누림)과장편소설『포산들꽃』(작가와비평)을발표하였다.경북대학교에서방언학을가르치면서한편으로는문학의옷깃을잡고있다.국립국어원장과남북겨레말큰사전편찬이사를지내며[세종학당]설립을추진하였으며,남북겨레말큰사전사업에도관여하였다.
최근에는우리역사에서오랑캐라고불렀던만주여진의언어와삶에관심을가지고공부하고있다.야성같은원시성이그속에내재되어있어,그는그주변을늘서성거리고있다.2016년여름에는중국사회과학원초청연구교수로여진인들이살던황톳빛벌판에남겨놓은비문현지답사를계획하고있다.

목차

글머리

1부
파란피/시와새/비밀/연필로그린흰꽃/청력장애인/유천/마이다스의손/시작법/하루일과/긴부대/꿈/13월의시/따뜻한나무/별/북소리

2부
어매/추억/유성/햇살과달빛/개불알꽃/도시,바람만흔들리고/모음의탄생/늘누워있는여자/모국어/남성현고개/뒷모습/미추왕릉/난청과이명/암캐의외출/수련별곡/죽음의부활/자작나무와바람

3부
몽환,강이천을만나/몽환/투먼강/언제부턴가/바다/이정표/유월의꿈/남천강/풍화/소쇄원맑음/큰장,서문시장/서호수/겨울나무/율려,허무/발비/끝없는벌판/주르첸/몸의언어/표준국어문법/음양몽설

4부
가을햇살/반구대암각화/복숭아통조림/먼동1/먼동2/서녘바람/아고구려/몸은원시림/노을/자연/태양/꽃에맺힌이슬방울/고향/산/욕망을비우면서/아름다운모습/안녕하세요/초여름밤/바람/소리없는깊은강자락에서/세상그립지않는것이없다/영선못


해설:원시성의회복_변학수(문학평론가,경북대교수)

출판사 서평

원시성의회복

그의시가지향하는것은원래시의고향이었던주술과마법으로서,시를만든그원천으로돌아가려는태도에서나온것으로보인다.원래주술은(나중에는마법이되고마술이되었다)누군가와무엇을축복할수도있고,누군가와무엇을저주할수도있는것이었다.그러니까주술은우리의생명과같은것이었다.생명을지키거나생명을없애는것,그것이바로주술이었다.그런힘들을향한믿음은그의시곳곳에서찾아볼수있다.

손녀윤이는
캐들거리는웃음소리로
추석무렵의수성못들안길과
이상화의빼앗긴들과그의침실과
갖고놀던장난감자동차와
아내의얼굴과
아침배달조간신문과
멍멍이와침대와소파와
훈민정음해례본과
여진족이쓰던문자와
그리고손녀가머물던빈자리까지모조리
―?마이다스의손?부분

원시성이란멀지않은곳에있다.“손녀윤이”와“강아지베리”처럼가까운곳에있다.그것들은삶자체를지배하고삶전체를바꿀수있는강력한무기이지만우리가이성과계몽과도덕의눈을뜨고보면보이지않는다.시인이연구하는“훈민정음”이나“여진족이쓰던문자”는그에게그무엇보다중요한일일것이다.그러나“캐들거리는”손녀의웃음소리는한번만에이모든것을완전무장해제할수있다.이런순간은우리가선잠에서깨어어렴풋이감지하거나놀이와장난가운데서,또는꿈같은원시성의중심에서제대로경험할수있는것들이다.베를렌이“중얼거림”이라고표현한것,박수무당의눈빛에서읽을수있는것,어머니의자장가사이에서꿈틀대는것들이바로원시성이다.그러므로시는시인에게삶의이면에서작동하는그어떤충동같은것들을겨냥하고있다.

시전문지13월호에실린나의시를아무리읽어봐도뭔소린지모르겠다.누가썼는지도모르겠다.시가이데아라고?구원이라고?시가그렇게위대하다고?시의위의(威儀)라고?한때의상처와마주했던언어라고?아팠던상흔의기억이라고?오랫동안단어들에익숙한한사람이단어옆에단어와나란히포즈를취하고있었다.오랫동안시에익숙한사람이시옆에시와나란히포즈를취하고있었다.값비싼종이에인쇄된먹으로깊이눌러찍어낸내시의가려운혓바닥,13월의시를나는찢어버린다.

그러자그자리엔푸른나무한그루가솟아났다.영성의땀방울이찢어진종이잎에서꿈틀대고있었다.
―?13월의시?전문

그렇다.시인이구상하는원시의축제는“찢어진종이”에서시작될것이다.모든기존의것을파기할때우리는원시의푸른그림자,“푸른나무한그루”를꿈꿀수있고종이뒤에꿈틀대는원시의축제를예감이라도할수있다.시인은꿈꾸는자다.어떤시인의말처럼도회의콘크리트아파트를뒤엎어보리밭으로만드는반란이아니고서는도대체원시성의회복은어려울것같다.계몽의절대명제아래시를“이데아”라하고,“구원”이라고하는동안우리는이인간의인간다움을추구할수없다.그렇다고낭만주의적감정으로원시축제가회복될수도없으며,더구나현대인의기계화되는체계화로삶이원시성을회복할수도없다.그렇게되면“시에익숙한사람이시옆에시와나란히포즈를취하는”일밖에는되질않는다.
사물의뒷부분을오랜시간응시하고있는이상규시인은자신의언어거물망에살아있는인간존재의무심한파편들을언젠가건져올릴날이오리라기대하고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