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시계 - 작가마을 시인선 59

넉넉한 시계 - 작가마을 시인선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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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종태의 시는 언어를 함부로 휘두르지 않고서도 얼마나 말이 주는 힘과 생성력을 펼쳐보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는 지난날 ‘농촌공동체’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교향과도 같은 소재와 이미지를 능숙한 솜씨로 재현한다. 여기에는 거짓과 속임이 없다. 그래서 자연의 넉넉한 품에 안긴 듯 평안하고 온기가 스며든다. (------) 김종태 시에 드러나는 삶의 형식에서 비롯한 존재 양상은 실상 우리가 살면서 만나고 겪게 되는 자잘한 생활양식을 깊게 응시한 데서 형상화된 풍경들의 다양한 면모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하루하루 이어가는 생명의 거룩한 모습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각양각색의 눈짓들이 담겨져 있다. 지난날의 기억에서 배태되는 그리움도 포함된다. 특히 「허기」에 형상화되어있는 그리움은 허기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아이를 부르는 엄마 목소리에 대한 그리움이다. 누구나 한번 겪었을 법한, 끼니 때 보이지 않는 자식을 부르는 엄마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 않는 그리움으로 남는다.
-정훈(문학평론가)
저자

김종태

1945년울산에서태어나언양농업고등학교를졸업하였으며.평생고향울주에서농사를지어온농부이다.시인은울산대평생교육원과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에서시공부를하면서뒤늦게본격적인문학의길로들어서2008년《문학저널》로등단했다.시집으로『간월산』이있다.

목차


제1부

망초꽃
새끼손가락
넉넉한시계
방황
오감
십억광년
볶인땅에빗소리
연등
상생
늦가을
자연으로
달천댁2
자식농사
덜요량으로
드므
인동초
고독사

제2부

국화
먹구름
라일락
다가는길
낙엽
꼬마물떼새
걸음
출연료
치마
하버지
철새
상처

애견미용사
날구한소나무
천사
피서
빈자리
왕초보
무게를더할것인가

제3부

영세농
달천댁1
꽁보리밥
마른물꼬
들길
쌀값
태풍
두레꾼
배추예찬
옥수수
곁순치기

낟알

제4부

독도
운문댐을지나며
걷다보면
단풍
허기
곶감
이농에서귀농으로
보릿고개1
보릿고개2
외할머니
여행길
산야초생식
쌀밥을소가
간월재
요트
간월폭포
딱,한잔만더
장가간다
목에힘주지마세요

*해설:푸른오감으로틔우는삶의문장들-정훈

출판사 서평

추천사

김종태의시는언어를함부로휘두르지않고서도얼마나말이주는힘과생성력을펼쳐보일수있는지보여준다.그는지난날‘농촌공동체’에서경험할수있었던교향과도같은소재와이미지를능숙한솜씨로재현한다.여기에는거짓과속임이없다.그래서자연의넉넉한품에안긴듯평안하고온기가스며든다.(------)김종태시에드러나는삶의형식에서비롯한존재양상은실상우리가살면서만나고겪게되는자잘한생활양식을깊게응시한데서형상화된풍경들의다양한면모이기도하다.여기에는하루하루이어가는생명의거룩한모습과자연이우리에게주는각양각색의눈짓들이담겨져있다.지난날의기억에서배태되는그리움도포함된다.특히「허기」에형상화되어있는그리움은허기에대한그리움이아니라아이를부르는엄마목소리에대한그리움이다.누구나한번겪었을법한,끼니때보이지않는자식을부르는엄마목소리는시간이지나면잊히지않는그리움으로남는다.
-정훈(문학평론가)

책속에서

볶인땅에빗소리

다급히창을두드린다
낭보,잠결에뛰어나간마당,

얼마만인가비다운비!
양팔벌린가슴에뛰어내린다
단비야,때늦어도좋다

선걸음에갈것인가
사나흘주룩주룩,
토라진벼낯짝을펴고,
축처진콩어깨도토닥였으면

내사,날만새면,들에나가
가무사리탄몸뚱어리쫄딱적시며
철철,철철,철철
물꼬소리장단에어깨춤출란다

봉답,논가장자리엔
초록을잃어결실의꿈을접은벼들
물에말은밥을양껏먹고,
벼꽃을피우려고서두르는벼들
희비가엇갈린다

추적추적,볶인땅이물켜는소리
우듬지엔못다핀연두잎피우겠다

바싹말랐던냇바닥에는
황룡이?용트림하며굽이친다

저녁상물리고,마을회관에모여든
물꼬싸움으로서먹해진검게탄얼굴들,
비의중재로막걸리잔입술을맞댄다

배경음악삼아빗소리들으며이슥토록...더보기

아픈새끼손가락

추석전날
대처로나간자식을기다린다

누런들판을질러난마을길양옆,
분홍,하양,빨강코스모스들
귀성객을맞이하고있다

마을회관마당에다다른승용차에서
강보에싸인손자를받아안은달천영감
웃는입이바지게같다

됫병짜리정종을사들고부모찾아오려니,
달이뜨면더욱애달아
모롱이돌아오는차불빛을헤아린다

눈치보여안오리라는생각을떨쳐내고,
이젠속내를드러내지않으리라!
막차마저끊긴밤

팔베개하고잠귀를열어둔다
대문이덜컹덜컹,확방문을열어젖힌다
돌개바람의주먹질

궁륭을걸어가다뭉게구름등뒤에서
막얼굴내미는열나흘달,
환하다곧어스름,

생손앓이새끼손가락가슴에품고
풀벌레울음에지새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