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분시인은차와한복바느질에명인이다.무슨무슨협회에서주는그렇고그런명인이아니라밭일하는동안꽃차를만들고산속의야생들판과채소밭이랑곁에심어놓은찻잎을따서차를만드는다인이다.이웃과나누는평범한기능인인동시에전통기법을현대적통섭으로창조하는생활다인이며한복재단사이다.
불교적인성찰을바탕으로차와꽃에매료되고촘촘하게박음질하듯인생을살아온사람만이가질수있는내공과그내공이무겁지않도록때로는더불어팔랑거리는비법을때때로보여주는예인이다.
늦게등단한시인이지만그의시심은한복의재단에서바느질까지홈질,박음질,공그리기,감침질에이르고찻잎따기에서말리고덖는과정의공손하며진심을담는행위에이르기까지오랜세월속에서차향처럼베인삶의가닥가닥을특성있게표현하고있다.때문에시는그의생활사였고그의땀이었으며한송이꽃을피우는마음이기도했다.
-정영자(문학평론가)
⊙시인의말
어린시절한복을곱게차려입은할머니와손잡고뒷산등성이에자리잡은절에다녔습니다.오솔길같은할머니의가르마와쪽찐머리에서빛나던은비녀가오늘은새삼스럽게내기억속에아지랑이처럼피어오릅니다.
할머니는항상내게하시는말씀이“모든사람은인연법으로만나고헤어지는것이다.”라고하시며사람의관계에대해서말씀하셨습니다.
시를쓰게된계기도좋은인연법의소산물이라여깁니다.시낭송을하면서마음에찾아오는기쁨과슬픔을부끄럼과함께써내려갔습니다.부족한글을흔쾌히읽어주시고평론해주신정영자평론가님과용기를북돋아주신문우들께고마운마음을전하며,제삶의흔적을세상속으로떠나보냅니다.
2023년봄
김재분
⊙시집속시
쑥국
지리산자락
굽이굽이흐르는섬진강
뽀오얀물안개한가롭게피어오르면
나도모르게마음을빼앗겨준다
마른잡초사이한겨울잘견딘어린쑥
하얀털송송한봄을다듬어끓여낸국
봄의향기로헹구어낸공간에
문우들과웃음꽃피워보는
봄날한가로움이귀하다
한번웃음에근심날리고
두번웃음에하심을배워
쑥대밭처럼엉켜있던육신이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