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에 걸터앉아 명상 중입니다 - 작가마을 시인선 61

빨랫줄에 걸터앉아 명상 중입니다 - 작가마을 시인선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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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선영

정선영시인은1962년경남합천에서태어났다.한국방송통신대국어국문과를졸업하였으며2001년《한맥문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한국문인협회,한국현대시인협회,영주문협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시집으로는『우울한날에는꽃을산다』,『홀로그램』,『디오니소스를만나다』,『달의다이어트』,『슬픔이고단하다』,『책상위의환상』이있다.

목차


자서

제1부
당신의등에
흰철쭉
뭐먹고살았지
왕관을썼다
물고기알람
아름다운무덤
멍때리다
배경
그릇
나무시인
커피포트
무엇이었을까
그럴생각은아니었는데
소화되지못한말
도려내고싶다

재2부
불안
자장가
미리보다
불면의날들
아침이오는
지금준비중입니다
유효기간이지난생각
수분의날들
끓는다
투명
섣부르다
수족관처럼
울먹
어떤사람에겐
지루하다

제3부
종달새
개구리밥
징후
사월의침묵
그래서뭐어쩌라고
열돔
무너지는것들1

상추를털다
검은담즙

채식주의자
고래인줄아나봐
해제된봄봄봄
터져버릴까

제4부
연착
생각의껍질
지하철에서
조금늦게,조금빠르게
동백
뿌리의傳言
달리는사람들
검은새
잠기다부서지다
대청소
세상모든것이
겨울환타지아
‘ㄱ’은당신을기억한다
소가간다
시간에대한사유

제5부
그늘에대한사유4
그늘에대한사유5
기미
난해함에대한
배회徘徊
물수제비

*해설/고요,그‘오래묵은중심’에이르는치열한여정-박진희(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추천사

정선영시인의최근시들을보면시작업의집중도가대단히높음을감지한다.근자에들어펴낸『슬픔이고단하다』,『책상위의환상』을지나이번시집『빨랫줄에걸터앉아명상중입니다』에이르기까지시인의창작편수에놀라고무엇보다시집을펴낼수록진화를거듭하고있다는점이다.이는정선영시인이마침내시의눈을뜨고있다는것으로그눈높이가커질수록시인의지적욕구는더욱강하고넓어진다.이번시집에도바로그러한시인의광활한‘독서’와‘사유’가한데어우러진모습을우리는어렵지않게간파할수있다.
-배재경(시인,사이펀발행인)

시인은왜이토록가열하게시를써야만하는것일까.시인으로하여금시를쓰도록추동하는동력은무엇일까.그것은두가지측면에서살펴볼수있는데하나는불안,불면,상처,슬픔등불화적심리나정서이고다른하나는존재와세계에대한지적호기심이다.이둘은다른층위이면서시인에겐내면에차오르는것,가득차기전에비워내야하는것이라는점에서동일한의미역에자리한다.이비워내는작업이시인에게는시쓰기였던것이다.이번시집에서는내면에차오르는감정과사유를들여다보고그것을비워냄으로써마침내고요에이르는여정이오롯이드러나있다.그여정에서눈여겨보아야할점은감정을절제하는형식적의장과불화에응전하는시적주체의태도이다.
-박진희(문학평론가)

책속에서

<당신의등에>

밤새
당신의등에꽃이핀다
살을찢고장기臟器와뼈를친친감고자란뿌리
발끝에서정수리까지뻗는다

죽음의대지에뿌리내린
땀에흠뻑젖은검붉은장미

창밖모과나무사이칠월달빛부서지고
당신의숨소리에귀기울이는귀뚜라미
밤새워운다

당신은안으로가시를돋우고돌아눕는다
찰랑거리며범람하는어둠

당신의등에서떨리는꽃송이들
미세한바람이불고더운비가내렸다

당신의등에서
꽃이진다.

<배경>

부끄러워나서지못했습니다
쭈뼛쭈뼛서성였습니다
스쳐가는사람들은모두빛나는별이었습니다

아무도눈길주지않아숨도쉬지않고있었습니다
안개는비밀의투망을던졌습니다
당신의눈빛에흔들렸습니다

막깨어난모든것들의첫향기를맡으며
햇빛찬란한사람들뒤에서흘러갑니다

노을이너울대는저물녘
기다림이라는올가미에걸린나는
당신들의의식밖프레임입니다

찬란한꿈들이원경으로흘러갑니다

당신들의눈에조명되지못한
나는
초점에서벗어난바탕화면입니다.

<무엇이었을까>

초록물방울들이모여결계結界친다

지느러미와부레가사라진것이
퇴화일수도있다는생각에물속으로잠기는꿈을꾼다
하루2리터의물을마셔도지느러미는돋지않았고
몸에서마른비늘이진눈깨비처럼흩날렸다

퇴화된비늘과지느러미,부레를그린다
뻑뻑한동공에살균된액체를떨어뜨리며생각했다

바다에이르러발가락이소금물에닿으면,
두팔을활짝펼치면돛이될수있을까
심장에바람을가득채우면둥둥떠오를수있을까

나의전생이물고기였을지도
눈먼생물이었을지도모른다
너무투명해서물인지생명체인지구별되지않는
눈동자조차투명해분별되지않는
오직감각만으로움직이고나아가는
물이내가되고내가물이되는

사람의몸70%가물이라는데
나는물에서태어난것이맞을것이다
저초록의결계를풀기위해
온몸을던져뛰어들면
막막한도시를떠나인어가될수있을까.